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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한국 럭셔리 산업의 리더들(7) 김진하 록시땅코리아 지사장 

“합리적인 유통 채널이 건강한 명품 생태계 만든다” 

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 ·사진 원동현 객원기자
프랑스 자연주의 브랜드 록시땅의 김진하 지사장은 지난 20년간 명품 업계에 몸담아온 전문가다. ‘가치 소비 트렌드로 인해 명품의 기준이 변하고 있다’고 말하는 그에게 한국 명품 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해법을 들어봤다.

▎서울 여의도 IFC몰의 록시땅 매장에서 포즈를 취한 김진하 지사장.
4초에 1개씩 팔리는 시어버터 핸드크림으로 유명한 록시땅은 프랑스 남부의 프로방스에서 탄생한 자연주의 화장품 브랜드다. 1976년 창립자 올리비에 보송이 프로방스 지역에서 잘 자라는 다양한 허브와 식물에서 얻은 에센스 오일을 장터에 내다판 것이 그 시초다.

프랑스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사업을 시작한 록시땅은 42년이 지난 지금, 전 세계 90개 이상 국가에서 29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에스티 로더나 로레알 같은 거대 화장품 그룹이 장악한 세계 뷰티 시장에서 단일 브랜드로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자연에서 얻은 탁월한 제품력을 바탕으로 한 해 12억8000만 유로(약 1조6357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1995년 홍콩에 부티크를 오픈하며 해외로 눈을 돌린 록시땅은 미국 뉴욕과 일본 도쿄, 유럽 전역과 아시아 지역에도 잇따라 매장을 열며 글로벌 영토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에는 2005년 지사를 설립했으며, 2007년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1호점을 오픈했다.

지난 12월 7일, 서울 여의도 IFC몰에 새롭게 문을 연 록시땅 매장에서 김진하(46) 지사장을 만났다. 그는 “이제 더 이상 고가품이나 사치품이 명품의 기준이 되는 시대는 지났다”며 “록시땅은 일상생활 속에서 누구나 친숙하게 접할 수 있는 럭셔리를 지향하는 브랜드”라고 말했다. “예전에는 남들이 알아주는 게 명품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어요. 길거리를 다녀도 로고가 보여야 하고 모두가 알아봐야 명품이라는 인식이 보편적이었죠. 그런데 요즘은 우리끼리만 아는 것도 명품의 범주에 포함되는 추세에요.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대중적이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가격도 꼭 비쌀 필요가 없어요. 최근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내 생활이 명품’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는데요. 가방이나 옷을 사고 치장하는 데 돈을 쓰기보다 운동이나 식생활 등을 통해 자신을 가꾸는 데 더 많은 투자를 하는 거죠. 명품이란 것이 점점 개인의 행복이나 만족을 위한 개념으로 바뀌고 있지 않나 싶네요. 그런 의미에서 록시땅은 한마디로 ‘어세서블(accessible) 럭셔리’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희소성보다는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럭셔리를 지향하는 브랜드인 거죠. 최근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점점 늘고 있는데요. 신분이나 연령, 소득에 관계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고, 주고받을 수 있는 명품이 바로 록시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확행’ 지향하는 럭셔리 브랜드


▎프랑스 프로방스를 오감으로 경험할 수 있는 선샤인 콘셉트 스토어.
1994년 서강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한 김 지사장은 지난 20년간 글로벌 패션 브랜드와 뷰티 브랜드를 두루 경험한 명품 전문가다. 1997년 로레알코리아의 랑콤 브랜드에서 인턴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마케팅 매니저 자리에 오른 김 지사장은 2005년 불가리코리아 마케팅 매니저, 2008년 록시땅코리아 브랜드 매니저를 거쳐 2011년 록시땅코리아 지사장에 취임했다. 김 지사장은 “대학 시절 불어를 전공한 것이 프랑스의 럭셔리 브랜드들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가 됐다”며 “소비자들의 정보 습득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제품 선택의 폭이 점점 넓어지고 있는 것이 과거 명품 시장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20년 전만 해도 명품은 백화점에서만 파는 수입품을 의미했습니다. 백화점에 가야만 만날 수 있는 이런 제품들은 비싸지만 믿을 수 있는 것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이었죠. 또 국내에 들어와 있는 브랜드도 많지 않아 출장이나 여행을 가야만 다양한 브랜드를 접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국내에서 거의 모든 브랜드를 만날 수 있는 상황이 됐습니다. 해외 직구를 통해 원하는 브랜드를 언제 어디서나 구입할 수 있는 환경이 된 거죠.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선택의 폭이 무궁무진해졌다고 할 수 있는데요. 그것이 과거 명품 시장과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품에 대한 정보들이 모두 공개되면서 가격도 점점 합리적으로 변해가고 있는 추세에요. 앞서도 얘기했듯이 고가품이나 사치품이 더 이상 명품의 기준이 될 수 없는 시대가 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올해로 한국에 공식 진출한 지 13년이 되는 록시땅은 해마다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설립 초기 10개였던 매장 수는 현재 62개로 늘었으며, 그중 56개가 백화점에 입점해 있고 나머지는 단독 부티크 형태로 운영 중이다. 록시땅코리아가 이런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었던 데는 김 지사장의 역할이 컸다는 것이 뷰티 업계의 중론이다. 김 지사장은 단독 매장이나 백화점 같은 오프라인 채널뿐만 아니라 온라인이나 모바일을 통해서도 새로운 기회를 찾고 성장 동력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사례가 해외 화장품 브랜드 최초로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입점한 것이다.

유통 채널 개선이 명품 성장 지름길


▎전 세계 어린이 실명 예방을 위한 아이 러브 록시땅 캠페인.
“카카오톡 선물하기는 3년 전에 시작한 비즈니스에요. 록시땅이 해외에서 선물용으로 많이 사오는 브랜드라는 점에서 착안했는데 결과적으로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당시만 해도 해외 브랜드는 우리 말고는 없었는데 지금은 백화점에 있는 수입 화장품 브랜드가 전부 들어와 있을 정도로 보편화됐으니까요. 가격보다는 손쉬운 쇼핑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정확하게 읽고 시장을 선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국내에서 아직 시도하지 않은 록시땅의 부대사업들도 함께 해나갈 생각인데요. 록시땅 카페가 대표적입니다. 단순히 제품만 구입하는 것이 아닌 록시땅 브랜드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인데 일본 도쿄의 시부야 거리에 있는 카페가 가장 유명해요. 국내에서는 어떤 시점에 선보이는 것이 좋을지 고민 중입니다. 아울러 올해는 지난해 1호점을 낸 새로운 콘셉트의 매장도 늘려갈 계획이고, 현재 호텔 2곳에 입점해 있는 록시땅 스파도 확장해서 운영할 예정입니다.”

김 지사장은 ‘현장 중심의 소통’을 리더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는다. 그는 해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사무실 직원들과 함께 매장에 나가 판매도 하고 포장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직원들과 함께 고객 가까이에서 쌓은 현장 경험들이 나중에 사업 계획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확신 때문이다. “처음 3년은 포장만 하기에도 벅찰 정도로 정신이 없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고객들과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여유가 생겼어요. 이제는 제 설명을 듣고 제품을 구입해 가는 고객들도 생겼을 정도니까요. 현재 본사와 매장 직원들을 모두 합치면 230명 정도가 되는데요. 그들에게 항상 창립자의 인간 존중 철학을 바탕으로 직원들 간에 예의를 갖추고 모든 일에 솔선수범할 것을 주문하고 있어요.”

김 지사장이 전망하는 국내 명품 시장의 미래는 장밋빛이다. 중국과의 사드 갈등도 해결 국면에 접어들고 있고,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앞두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다만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소비 성향으로 인해 합리적인 가격대의 브랜드들이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까지 스킨케어와 메이크업이 화장품 시장의 양대 산맥이었다면 향후 향수와 보디케어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 같은 선진국처럼 국내 시장도 얼굴 중심에서 몸 전체로 미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는 추세거든요. 이런 추세에 적절히 대비하는 브랜드만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당장의 매출이나 이익에만 급급하기보다 브랜드 고유의 철학을 지켜가면서 성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린이 실명 예방 캠페인 같은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가치 소비의 참된 의미를 알리고 싶다는 김 지사장에게 국내 명품 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그는 유통 채널의 합리적인 운영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우리 명품 시장이 지금보다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유통 채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사실 해외 명품 브랜드들이 한국에서 단독 매장을 운영할 수 있는 공간은 지극히 한정적이에요. 서울 강남의 청담동이나 가로수길 정도밖에 없고 임대료도 너무 비싸죠.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명품 비즈니스가 백화점이나 쇼핑몰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에요. 특히 백화점은 아직도 소비자들의 절대적인 신뢰를 받고 있는데요. 유통 채널도 이제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브랜드가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준다든지 구조면에서도 유통에 대한 비용을 줄여준다든지 하는 기회나 배려들이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사실 한국은 유통 채널에 대한 비용 부담이 큰 편입니다. 제품 가격이 오르는 주요 이유 중 하나죠. 이런 부분들이 한국 명품 시장의 성장을 방해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조심스러운 부분이지만 유통 채널들이 지금보다 좀 더 합리적인 방향으로 나간다면 결국 그 혜택은 소비자들에게 돌아간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우리 명품 생태계도 더욱 건강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 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 ·사진 원동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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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호 (2018.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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