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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과 열정] 김동석 태려건설 회장 & 이상현 KCC 부회장 & 도정훈 맥쿼리 캐피탈코리아 대표 & 김승학 바이엔슈테판 한국 총판 대표 

거친 바람을 가르며 뜨거운 우정을 쌓았다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개성이 강한 CEO 네 명이 뭉쳤다. 15년 간 함께 바이크를 타며 우정을 다졌다. 서로를 존중하며 스스로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며 우정이 쌓였다. 김동석 태려건설 회장, 이상현 KCC 부회장, 도정훈 맥쿼리 캐피탈코리아 대표, 김승학 바이엔슈테판 한국 총판 대표는 외친다. “브로맨스여 영원하라!’

▎바이크 4인방은 김승학 대표가 운영하는 호프 써스티 몽크에서 자주 맥주 모임을 가진다. 사진 왼쪽부터 도정훈 대표, 김승학 대표, 김동석 회장, 이상현 부회장.
네 명이 함께한 첫 라이딩은 15년 전이다. 각각 서로를 알고 있었지만 바이크를 함께 즐기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들은 함께 오토바이를 타며 산과 들을 누볐다. 함께 캠핑을 했고 골프와 등산을 즐겼다. 시간이 나면 일본과 유럽으로 라이딩도 다녀왔다. 김동석 태려건설 회장, 이상현 KCC 부회장, 도정훈 맥쿼리 캐피탈코리아 대표, 김승학 바이엔슈테판 한국 총판 대표의 이야기다. 이들은 나이도 출신도 하는 사업도 다르다. 바이크 덕에 가까워졌고 지금은 서로를 인정하며 고마워한다. 포브스코리아 ‘우정과 열정’ 인터뷰를 부탁하자 이들은 ‘대한민국 중년 남성의 브로맨스’를 보여주겠다며 흔쾌히 응했다.

먼저 간단히 본인 소개와 하시는 일의 현안을 말씀해주세요

김동석: 저는 중견 건설사를 운영합니다. 올봄에 950여 세대, 5월 900세대 등 올해 2500세대를 공급할 계획입니다. 대기업 메이저 브랜드와 함께하는 공사도 있습니다. 대기업 브랜드지만 우리가 시공하는 공사지요. 준비 중인 사업으로는 지방에서 4200세대 주택 공급이 있습니다. 정부에서 추진하던 뉴스테이 공사입니다. 여기에 도시 개발과 재생에너지 사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건설과 부동산 분야에서 사업을 이끌어왔습니다.

김승학: 저는 광고대행사와 수입 맥주 사업을 합니다. 요즘 맥주 시장이 난타전입니다. 시장이 성장하며 경쟁이 심해졌습니다. 국내 유통되는 수입 맥주 종류가 너무 많습니다. 여기에 만원에 4개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는 파격 할인 전쟁이 진행 중입니다. 과열된 맥주 시장에서 살아남는 게 일차 목표고, 다음으로는 수제 맥주 브랜드를 출시할 계획입니다. 어떤 브랜드를 어떻게 만들지 독일 바이엔슈테판 본사와 긴밀히 이야기하는 중입니다.

도정훈: 맥쿼리는 글로벌 기업이라 투자 규모와 대상이 방대한 편입니다. 그중에서 집중 분야를 굳이 꼽자면 환경 분야가 있습니다. 신재생 에너지와 폐기물 관련 분야 투자를 늘릴 계획입니다. 정부가 집중하는 태양광과 풍력에 투자하려 합니다. 해상 풍력과 LNG 발전 분야도 주시하고 있습니다. 맥쿼리는 신재생 분야 세계 최대 투자 기관입니다. 영국이 세운 그린 인베스트먼트 뱅크가 있는데 얼마 전 맥쿼리가 지분 100%를 인수했고 곧 한국에서도 론칭 이벤트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제가 대표로 지내는 중에 진행될 사업들이라 관심을 가지고 추진하는 중입니다.

이상현: 지난해가 KCC 창립 50주년이었습니다. 반세기 살아남는 데 성공했지요. 올해를 제 2의 창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시작하는 후반전이지요. 100년 기업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지난해 신차와 중고차 1만6000대를 판매했는데 올해는 2만 대에 도전하려 합니다. 지점 쇼룸 AS 분야에 1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입니다. 자동차에 집중하다 보니 본업이었던 정보통신(IT) 분야에 소원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IT 서비스 분야에 무게를 실어주며 사업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지난해 1조 클럽에 올랐는데 올해 1조2000억원에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네 분이 어떻게 서로 알고 지내셨나요.


▎라이딩 앞에선 국경도 없다. 4인 방은 종종 휴가를 맞춰 해외 라이딩을 다녀 온다. 사진은 3년 전 스위스 알프스의 마테호른 입구. 네 명의 대화 진행은 한결같다. 이상현 부회장이 주도하고 도정훈 대표가 반박한다. 김승학 대표는 따라가고 김동석 회장이 포용한다.
김승학: 25년 전, 대학 다닐 때 지인이 김동석 회장님을 소개해줬습니다. 그때는 그냥 ‘아는 형’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며 정말 멋있는 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회장님이 바이크에 맛을 들이자 자연스럽게 더 자주 어울리게 됐습니다. 바이크는 제가 먼저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고등학생부터 오토바이를 탔어요. 효성 바이크, 가와사키 닌자, 할리 데이비슨, 두카티를 거쳐서 지금은 BMW를 몹니다.

김동석: 우연히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고 건강한 취미였습니다. 지금은 BMW를 주로 모는데, 이전에 타던 바이크는 주차장에 쭉 세워놓았습니다. 이상현 부회장과 도정훈 대표도 한 다리 건너 알고 있었는데 바이크 모임에 함께 다니며 친해졌습니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마음이 잘 통하더군요. 그렇게 네 명이 함께 다니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도정훈: 이상현 부회장과는 남해 라이딩에서 처음 만났어요. 그때는 다른 팀이었어요. 서로 다른 팀이 일정을 잡았는데 우연히 만난 거죠. 김동석 회장과는 유명산 꼭대기에서 만났어요. 그때 서로 바이크 타는 걸 알게 됐습니다. 김 회장님이 같이 타자고 하시더라고요. 감사히 응했습니다. 바이크는 저도 고등학교 때 시작했습니다. 그 후 한동안 쉬다 문득 다시 시작했어요. 삶에 긴장을 주고 싶었어요. 바이크는 오감을 모두 사용해야 합니다. 양손과 양발에 신경을 집중하며 운전하지요. 느슨해진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시작했는데 지금은 가장 중요한 취미가 됐습니다.

이상현: 일본 출장 다녀오는데 라이딩 그룹을 봤어요. 차창 너머로 보며 자유롭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와이프 몰래 할리를 구입했습니다. 한남동에서 타고 가다 넘어졌을 정도로 무작정 시작했지요. 그렇게 재미를 붙였습니다. 한동안 타다가 BMW로 바꿨지요. 속도감과 균형감에서 차이를 느꼈습니다. 예전에 라이딩을 나가면 20~30명이 몰려다녔습니다. 제 스타일이 아니었어요. 마음에 맞는 사람과 와인딩 로드를 찾아다니고 싶던 중 만난 지금의 동료들을 만났습니다.

네 대표들의 연락 수단은 카카오톡이었다. 단톡방을 만들고 안부를 묻거나 번개 공지를 올린다. 김승학 대표는 “때가 되면 누가 먼저라 것도 없이 식사, 골프, 라이딩 일정을 잡는다”고 설명했다.

바이크를 타면 어떤 점이 좋나요.

김동석: 바이크의 진정한 재미는 타고 어디를 가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하느냐입니다. 운전도 재미있지만 바이크를 타기에 할 수 있는 재미있는 일이 많습니다. 전국 구석구석을 누비며 맛집을 찾아다니거나, 자동차로는 갈 수 없는 길을 다니며 자연을 만끽할 수 있죠.

김승학: 바이크만 타는 것이 아닙니다. 등산, 골프, 캠핑을 더 쉽게 즐길 수 있습니다. 바이크 캠핑이 정말 재미있어요. 콤팩트한 캠핑 용품을 바이크에 싣고 떠납니다. 네 명이 각각 개인 텐트를 둥그렇게 펴놓고 가운데에 불을 피웁니다. 인근 강가에서 수영을 즐기고 와서 맥주 한잔하며 넙적한 돌 위에 고기를 구워 먹습니다. 진정한 브로맨스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들은 시간이 나면 함께 모여 ‘령’자가 붙은 고개를 찾아다녔다. 대관령·추풍령·한계령·미시령 같은 험한 고개를 바이크를 타고 넘는 느낌이 좋아서다. 골프 회원권도 함께 끊었다. 유명산 자락에 있는 아난티 클럽이다. 김승학 대표는 “유명산은 도로가 좋고 산세가 수려해 바이크족에게 최고로 꼽히는 코스”라며 “골프와 바이크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장소라 만족한다”고 말했다.

삼 일만 함께 여행해도 상대에 대한 그림이 나옵니다. 서로를 왜 좋은 친구로 여기게 되셨는지요.

김승학: 친구는 또 다른 나라고 하지요. 적지 않은 나이지만 우리 중에서 제가 막내인지라 함께 있으면 어리광도 부리고 더욱 의지하고 더 막내같이 행동하는 나를 발견합니다. 늘 긴장된 사회생활 속에 대표님들과 같이 있으면 그러한 긴장감은 없어지고 든든한 울타리 안에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그러는 동안 편안해진 나를 다시 볼 수 있습니다.

도정훈: 취미도 같고, 서로 다른 분야지만 모두 자기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고 선두를 다투시는 분들이라 존경하고 배울 점이 많습니다.

이상현: 도정훈 대표는 한마디로 얘기하면 사나이고 공사 구분이 확실하고 냉정할 정도로 맺고 끊는 게 분명한 친구입니다. 조금 까칠한 면도 있지요. 김승학 대표는 부지런하고 머리 회전도 빠르고 대인관계도 뛰어나서 사업을 잘합니다. 단점은 한 군데 정착을 잘 못 한다는 거라고 할까요? 승학아 장가가라! (웃음)

김승학: 형, 나도 울컥해요.

이상현: 김동석 회장님은 한마디로 의리의 짱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기 사람은 확실히 끝까지 챙기는 선이 굵은 보스 기질이 있으면서도 잔정이 많고 예의 바르며 누구에게나 호의적인 분이십니다. 자기관리도 무서울 정도로 철두철미하여 체력단련 및 식단관리에 철저합니다. 한마디로 보스입니다.

김승학 대표가 사진을 한 장 보여줬다. 각각의 역할을 풍자한 내용이었다. 이상현 부회장이 “이리 와서 내말 좀 들어봐”라고 하자 도정훈 대표가 받는다. “아니, 아니 그게 아니고.” 김승학 대표는 “난 잘 모르겠어요”라고 하자 김동석 회장이 “니들 뜻대로 해”라고 말하는 내용이다. 김승학 대표는 네 명이 함께 다니면 나오는 대화라고 설명했다.

김동석: 우리끼리 바이크든 골프든 여행이 결정되면 이상현 부회장이 나서서 비행기, 이동수단, 숙소, 식사까지 최대의 가성비 효과 대안을 제시합니다. 그렇게 바쁜 사람이 밤새워가며 찾아내지요. 지나고 나면 그런 것들이 더 기억이 납니다. 선한 인상에서도 보이듯 순수하나 판단과 행동이 빠릅니다. 도정훈 대표는 칼 같습니다. 시간, 처신, 책임감, 신용, 의리, 정의감, 열정을 갖추고 있습니다. 본인 의견을 명확히 밝히며 나서고 진퇴가 분명합니다. 우리 팀 막내 김승학 대표는 늘 노력하고 맞추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저는 이런 동생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며 지원해왔습니다. 개성이 강한 사람들이지만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며 배려했기에 네 명이 십여 년간 함께 라이딩 팀을 만들어 활동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김동석 회장은 “머리 좋고 부지런하고 자기 관리까지 잘하는 이들과 함께할 수 있어 감사히 생각한다”며 “동생들과 함께 계속 어울리기 위해 부단히 스스로를 돌아보며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도정훈 대표는 “김동석 회장님이 잘하시려는 모습을 보며 우리도 자극을 받았다”며 “그렇게 서로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주려 했기에 우정이 계속 이어질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동석: 같이 어울리려면 내가 더 노력해야 했습니다. 모범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게 내 역할입니다. 우리는 기족들끼리 다 압니다. 김장해서 같이 나눠 먹는 사이지요. 언제 어디에서도 당당하고 싶었습니다. 이들과 10여 년에서 25년 동안 형제로 함께했고 더 멀리 브로맨스가 이어지길 바랄 뿐입니다.

-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201803호 (2018.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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