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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윤의 ART TALK(06)] 리처드 우즈(Richard Woods) 

건물을 캔버스 삼아 패턴을 입히다 

이지윤 미술사가 ‘숨’프로젝트 대표
이번 호에는 영국 현대미술 작가 리처드 우즈를 소개하고자 한다. 리처드는 가장 오래된 미술 기법 중 하나인 나무판화를 사용한다. 즉, 판화를 한 장 한 장 찍어내 건물 외벽, 인테리어 등에 패턴을 부착해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낸다. 특히, 올해 2월을 달군 평창올림픽 알파인 경기장 숙소로 사용된, 현대산업개발의 파크로쉬 호텔 아트프로젝트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Richard Woods, PARK ROCHE Lobby, 2018 ⓒPARK ROCHE Resort & Wellness 리처드 우즈는 자작나무와 돌 패턴을 개발해 파크로쉬 리조트 곳곳에 예술작품 신작을 선보였다. 큐레이팅 사무소 ‘숨’과 HDC와의 긴밀한 협업으로 예술적 숨결을 리조트 전체에 녹여냈다. 특히 로비에 전시된 ‘실버 버치’ 작품은 리처드 우즈가 정선으로 가는 여정 중 자작나무 숲의 풍경을 포착해 패턴화한 작품이다.
리처드 우즈는 영국 중부의 체스터 출신으로 90년대 초, 런던대 슬레이드 미술학교(Slade School of fine art)를 졸업하고, 현재 미술과 디자인의 통섭적 영역에서 매우 활발한 활동을 하는 현대미술작가다. 영국의 1990년대는 데미안 허스트와 같이 새롭고 젊은, 소위 말하는 YBAs(Young British Artists)라고 하는 작가군들의 등장을 보았다. 한편 디자인과 미술의 영역을 드나들며 활동하는 작가 중 하나가 리처드 우즈다. 그는 밀레니엄을 기점으로 하여, 흥미로운 커미션 작품을 하면서 세계적인 컬렉터들의 주목을 받았다.

2001년 런던의 모던아트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으로 시작한 그는, 2002년 전설과도 같이 세계적인 작가들을 발굴한 뉴욕 첼시의 다이치 프로젝트에서 전시 초청을 받는다.

당시 다이치 프로젝트는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출신의 제프리 다이치가 씨티뱅크 컬렉션 디렉터로 10년간 일하고 나와서 오픈한 프로젝트 갤러리로 매우 중요한 전시를 선보여 주목받는 갤러리였다. (제프리 다이치는 이후 LA 시립미술관의 디렉터가 된다.) 야요이 쿠사마의 대형 호박조각 하나가 창고에 놓여 보여지는 설치작업, 무명의 바네사 비크로프트의 설치와 사진, 매슈 바니의 영상작품 등, 지금 세계 최고가 된 작가들을 소개한 곳이었다. 리처드는 다이치 프로젝트가 그의 작가적 여정에서 중요한 시작을 만들어주었다고 말한다. 뉴욕은 당시 런던보다도 새로운 실험적 작품을 지원하는 컬렉터 군단이 많은 시점이라, 가장 중요한 모멘텀이 된 첫 커미션 작품을 받는다. 애덤 린데만 집이 그것이다.


▎SUPER TUDOR PROJECT / Richard Woods, Super Tudor, Collection Adam Lindemann, Woodstock, New York, 2003 ⓒRichard Woods
세계적인 컬렉터로 『현대미술컬렉팅 하기(Collect Contemporary Art)』 저자이기도 한 애덤은 자신의 별장을 리처드에게 기증한다. 리처드는 ‘슈퍼 튜더’라는 제목으로 뉴욕 근교의 별장을 15세기 영국의 튜더 가문의 멋진 블랙&화이트 패널로 연결된 집으로 대대적인 변화를 만든다.


▎Richard Woods, Wall and Door and Roof, New York City Hall, / 2009 ⓒRichard Woods 리처드 우즈는 뉴욕의 시청 공원(City Hall Park)에서 공공미술 커미션 작품을 선보였다. 공원 입구에 있는 경비초소를 빨간색 벽돌 무늬의 MDF를 쌓아 올려 외벽 전체를 뒤덮었다.


리처드의 기본적인 미술 언어는 가장 오래된 미술 기법 중 하나인, 목판(wood block)을 제작해 찍어내는 나무판화다. 즉, 판화를 한 장 한 장 찍어내 건물 외벽, 인테리어 등의 건축적 면들에 부착하여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낸다.


▎NewBUILD, New College, Oxford, 2005 / 리처드 우즈가 런던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주요 공공미술 프로젝트로서 붉은 벽돌 패턴으로 건물의 외벽을 감싼 여러 설치작업 중 하나이다. 14세기에 실제 목욕탕으로도 사용되었던 이 오랜 건축물은 구조에 대한 인식을 바꾸길 바라는 작가의 의도에 따라 ‘레고’와 같은 장난감 집으로 변해버렸다.
리처드 작품의 형식은 공공미술영역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 윌리엄 모리스의 작품을 연상시킨다. 윌리엄 모리스는 영국의 19세기 텍스타일 디자이너, 미술가, 시인, 사회운동가로서 전통 미술을 지키며 예술의 공공성을 주창한 매우 중요한 인물이다. 어떤 면에서 리처드의 작품도 영국 전통적 문양과 패턴 작품이 많이 사용되고, 건축과 연계된 공공성, 벽지 같은 느낌으로 보여지는 연출 등은 윌리엄의 영향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공공미술 윌리엄 모리스(William Morris) 닮아


▎Richard Woods at Lever House, New York, 2010 / 뉴욕에 있는 레버하우스는 철과 유리로 이루어진 모더니즘 형식의 건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리처드 우즈는 이 건물의 로비와 야외 공간의 일부를 작가 특유의 패턴으로 감싸 업무를 보며 바삐 지나다니는 뉴요커들의 마음을 따스하고 푸근한 감성으로 물들였다. 리처드 우즈는 레버 기업이 영국의 빅토리아 시대부터 예술 작품을 소장해왔다는 역사에 관심을 기울이며 당시 회사가 활발히 수집했던 화려한 무늬의 장식용 패턴들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리처드는 말했다. “윌리엄 모리스는 매우 존경하는 작가고 그의 정신에는 매우 동의합니다. 하지만 난 영국의 전통을 고수하거나 어떤 로맨틱한 엘리트 미술을 지향하려는 생각은 없습니다. 난 미술 안에서 ‘크라프트(공예)’라고 하는 면에 심취해 있고 손으로 무엇을 만든다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전 세계의 미술에서 아주 평범한 사람들이 만든 공예적 미술에 대한 관심과 다양한 글로벌 문화가 남긴 무명 예술가들의 작품이 저에게 많은 영감을 줍니다.”

즉 리처드는 이 시대 ‘컨템퍼러리’가 무엇인가라는 끝없는 질문을 통해, 플라스틱적인 아크릴 물감을 이용해 현 글로벌 동시대적인 장식미술적 패턴과 많은 상업 로고를 주제로 작품 세계를 풀어간다. 어떤 면에서 현대판 민화와 같은 작업을 한다고 할까? 요즘 현대미술처럼 추상적인 개념미술의 시대에서, 이렇게 손맛이 물씬 나는 목판화 작업으로 한 땀 한 땀 제작돼 대형 건축과 통섭적인 협업작품을 만들어내는 것도 의미를 찾아가는 듯하다.


▎Richard Woods, Logo Series ⓒRichard Woods


패턴 가격이 작품 가격이 되다, ‘LOGO PRICE’


▎Richard Woods, PARK ROCHE Outdoor Pool, / 2018 ⓒJiyoon Lee
리처드의 영구/반영구 설치 작품은 어떻게 판매가 될까. 리처드도 이와 관련해 많은 질문을 받는다고 한다. 이러한 작품을 구입할 때는 보통 ‘커미션을 한다’는 표현을 쓴다. 즉 있는 작품을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장소만을 위해서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일반적 장소(site)라고 하는 곳이, 예술품으로 인해서 특정 장소(place)가 되는 것이다. 리처드는 작품의 이미지 패턴이 나오는 것을 LOGO라는 이름으로, 패턴가격을 작품 가격으로 정했다. 그리고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은 공간이 크든 작든 커미셔너가 부담하는 조건으로 진행된다. 흥미로운 것은 장소에 설치되었던 작품을 나중에 없애게 되면 그 패턴은 컬렉터가 소유하게 되기 때문에 다른 장소에 재료비만 추가하여 다른 장소에 사용할 수도 있게 된다. 설치미술을 위한 패턴 개념은, 미국 작가 솔 르윗(Sol Lewit)과 같이 ‘어떤 크기의 공간에 어떻게 작품을 그린다’라는 방법을 적어준 개념 드로잉으로 생각할 수 있다.

2018 평창 올림픽을 위해서 만든 파크로쉬 리조트 호텔 프로젝트는 작가가 지금까지 했던 많은 국제 커미션 프로젝트 중 가장 큰 규모의 작품이었다. 특별히 이 장소가 동계올림픽에서 중요한 알파인 스키 경기장을 운영하는 호텔로 사용된다는 데 흥미와 관심을 가지고 작품에 임했다. 필자와도 2003년 런던에서부터 함께 많은 전시를 했던 작가라 1년이라는 짧은 프로젝트 준비 기간에도 빠른 진행으로 발전시켜나갈 수 있었다.

그는 정선 스키장 주변을 다니며 사진을 찍고 드로잉을 하며 개념을 만들어갔다. 아무것도 지어지지 않은 건물을 위한 작품 드로잉은 어렵지만 한편으론 작가들에게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흥미로운 지점이기도 하다. 그는 정선에서 흰색 자작나무 숲과 숙암리라는 지역 이름이 주는 지점에서 백색 자작나무와 돌을 메인 주제로 잡았다. 원근법 원리에서 나오는 거리감을 돌이나 자작나무의 패턴으로 풀었다. 깊은 자작나무 곳에서 멀리 보여지는 풍경을 생각하게 할 수 있다. ‘한 손에 잡히는 풍경(Handheld landscape)’이라 이름 붙인 페인팅을 25개를 제작하고, 여러 가지 크기로 만들어진, 스톤 패턴들이 어우러진 세라믹을 제작하여 수영장에 반영하기도 하였다.

리처드 우즈는 목판화 기법으로 더욱 다양한 물질에 시도를 하고 있다. 알루미늄 판, 또 다른 신소재 재료 등을 연구하며, 끊임없이 변화해가는 시간 속에, 꾸준히 런던 스튜디오에 쌓여가는 우드블록 목각을 깎고 있는 모습에서 또 한 명의 진정한 작가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 이지윤은… 20년간 런던에서 거주하며 미술사학박사/미술경영학석사를 취득하고, 국제 현대미술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한 큐레이터이다. 2014년 귀국하여 DDP 개관전 [자하 하디드 360도]을 기획하였고, 3년간 경복궁 옆에 새로 개관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첫 운영부장(Managing Director)을 역임했다. 현재 2003년 런던에서 설립한 현대미술기획사무소 숨 프로젝트 대표로서, 기업 컬렉션 자문 및 아트 엔젤 커미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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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호 (2018.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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