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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EDITION_(4)] 10년 후가 더 기대되는 유망작가 25인 Ⅰ 

선정위원 김미진 교수 ... 전은숙, 우정수, 백현주, 신정균, 강서경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선정위원 김미진은…


파리1대학 팡데옹-소르본느에서 예술학 박사를 거쳐 97광주비엔날레 유럽담당 큐레이터, 영은미술관 부관장, 2007년 인천여성비엔날레 커미셔너, 세오갤러리 디렉터, 예술의전당 전시예술감독, 한국문화예술위원회책임위원, 국립현대미술관 평가단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예술기획전공, 문화예술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표적인 논문으로 「[세종대왕, 한글문화시대를 열다] 전시 속 홍순명, 정연두&이지원 작품을 통해 본 사고의 충돌」,「현대미술 안의 비물질개념과 동양정신의 관계연구」,「국제동시대미술전의 협업 매커니즘 연구」,「젊은 작가들의 경향으로 살펴본 오늘의 미술연구」, 전시기획으로 「U.S.B전(예술의전당)」등이 있으며 비평가와 전시기획자, 그 밖에 국공립기관의 운영자문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문화부장관상 2회(2014, 12. 31), (1998.5.27.), 외교부장관상(2014, 9, 30)

전은숙 | 식물로 이중적 동시대 풍경을 담는다


▎한복집 쇼윈도의 십장생과 아파트 연구 oil on canvas, 180㎝×460㎝(부분)
전은숙은 인공적이고 형광적인 색채로 넓적하면서도 미끈거리는 굵은 터치와 함께 화면을 풍요롭게 구성하는 그림을 그린다. 화려한 색채로 구사하는 넓적한 터치와 가끔 등장하는 형태는 서로 동등하고 균질한 균형을 이룬다. 작가는 동시대 동년배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사회와 자신의 관계를 정체성을 통해 탐구한다. 그러나 정치적, 사회적인 개념을 뚜렷하게 드러내지는 않는다. 도시환경 안에서 생육하고 있는 연약하고 병든, 그러나 예쁜 존재감으로 장식적 성격이 강한 식물을 주로 그리고, 잔치나 장식을 다루는 장소, 그것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이 작품소재다.

그녀는 작가노트에서 “식물을 작업의 소재로 가져왔다. 약자로서 살아가는 생존법과 자본주의 사회에서 적당한 거리에 문화적·사회적 문제를 숨긴 채 역할이 장식된 관상의 쓸모없음으로 오직 시각적 용도로만 대신한 모습이 껄끄럽고 눈에 거슬린다. 그리기의 대상으로서 관능적인 끌림과 죄책감이 동시에 파고든다. 미끄러지는 풍경에서 도덕과 취향은 이렇게 분리되고 얽히며, 사회적 관계로 포장해놓은 것과 함께 사유하게 만든다”라고 밝힌다.

[몬스테라, 트로피칼, 카멜리아, 2017]은 밝은 하늘색 계열과 밝은 산호색으로 크고 갈라진 몬스테라의 잎을, 연두계열 색으로 관상용 열대식물의 잎을 부드러운 톤으로 터치한 배경 안에서 조화롭게 그린 작품이다. 실내 조명 아래에서 식물이 주는 장식으로서만 병약함을 감춘 채 매력적인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있다. 이전작업에서 보여준 무중력적이고 초현실적 느낌은 인공적 색채로 대치되면서 약간 남아 있다. 도시환경 안에서 병약한 식물은 30대의 예민한 작가를 대변한다. 전은숙은 보편성 안에서 예민한 자신과 닮은 실내식물의 이중적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연민을 갖고 장식과 화장의 인공성도 연계해 표현한다. 그녀의 회화는 개념과 철학이 우선적인 현대미술 안에서 회화가 갖는 조형성으로 신선하면서도 날것이란 새로운 시각적 우위성을 갖는다.

최근작 [한복집 쇼윈도의 십장생과 아파트 연구, oil on canvas, 180㎝×460㎝]는 도시의 중산층에 속하며 평범하게 살아가면서 아파트 앞에서 혼수를 준비해주는 한복집 쇼윈도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작가는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여러 집단 간의 서로 다른 가풍이나 결혼식에서 벌어지는 세러모니 앞에서 장식이 어떠한 장치로서 기능하고 있는지를 이미지로 표현하고 싶다”고 하고 “카페나 상업 공간 안에 식물이 비추어진 풍경이 맺힌 쇼윈도와 밖에는 가로수가 심어져 있어 심미적인 부분과 편의성을 가진 중산층 욕구의 부산물로서 동시대적 풍경을 그리고자 한다”고 했다. 그녀만의 노랑, 분홍, 파랑 등 인공적인 가벼운 색채, 비정형적 형태, 높이와 관점이 다른 요소를 혼합해 그린 그림은 그동안 대중매체에서 나온 감정이 빠진 냉철하고 객관적인 고급회화도 아니고 어수룩한 B급 정서의 작품도 아닌 새로운 감각과 조형성을 보여준다.


※ 전은숙(1980~)... 최근 [fluid scape](갤러리 마리, 서울, 2017)에서 7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문래오토마타2017]워크숍에 참여하고 있으며 [2017 청년예술인 창작지원사업 최초예술지원_창작준비형](서울문화재단)에 선정되었고, [2017 제3회 포트폴리오 박람회선정작가전](서울예술재단)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우정수 | 현실이 무거울수록 드로잉은 가볍게


▎1. Monkey library, Chinese Ink, Ink, Acrylic on paper, 514×433㎝, 2015/16 원숭이도서관, Chinese Ink, Ink, Acrylic on paper, 514×433㎝m, 2015/16 / 2. Task of Narrative, Chinese Ink on paper and wall, 260×950㎝, 2016 서사의 의무, 벽과 종이 위에 먹, 260×950㎝, 2016
우정수는 자신을 둘러싼 세상의 불합리와 모순 등 무거운 주제를 잉크, 목탄, 연필, 수채화 등의 재료를 사용하여 빠르고 강한 선 드로잉으로 단편화 한 회화를 주로 그린다. 초기에는 목탄으로 평범한 일상의 풍경을 도깨비나 차원이 다른 인물과 공간을 섞어 배치하여 화면 전체를 빼곡히 채워 그렸다. 이어 인류의 행복과 발전이란 목적을 획득한 듯한 이 시대에서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야만, 폭력, 악, 억압, 파멸, 고통, 잔혹, 구속, 고문을 불안하면서 암울한 시선과 함께 만화처럼 가벼운 이미지들로 그려내고 있다. 보르헤스, 파스칼 키냐르, 다이지로 모로호시, 이토 준지 등 문학, 만화, 역사, 희곡 등에 등장하는 현실과 비현실적 간극에 관한 장면을 B급 공포, 귀신영화의 어수룩함과 유머러스한 감각을 차용하며 단순한 선과 형태로 표현한 작품들은 이 시대의 아이러니한 상황이 현실임을 더욱 깨닫게 하며 공감대를 형성한다. 띠, 순환, 유성, 부유, 시간성이란 유기적이고 복잡한 동적 구조와 흑과 백, 서사적 스토리, 완성도 높은 정적 구조의 화면 구성은 그가 경험한 시대의 모순을 잘 풀어낸 것이다.


※ 우정수(1986~)... 2015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전문사 졸업, 2010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예술사를 졸업하고, 2017 산책자 노트, 갤러리 룩스, 2016 책의 무덤, OCI 미술관, 2015 불한당의 그림들,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 등의 개인전 3회와 2018년 서울문화재단 유망예술지원사업 쇼케이스전, 우정국을 비롯한 여러 단체전에 참여,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백현주 | 고정적 자아의 장벽 허문 작가


▎세포자살, 설치, 2015
백현주는 작가가 포착한 설정 상황에 다양한 사람이 참여하거나 개입하면서 완성되는 작업을 주로 한다. 그녀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다양한 관계의 구조를 대화, 몸짓, 의식을 통해 드러내고 싶다”며 특정한 장소, 인물, 오브제들을 등장시켜 사회와 개인이 각각 다르게 받아들이고 해석한 퍼포먼스, 설치와 함께 영상으로 표현한다. 작가가 중심이 되어 생산한 작품이 아닌 사람들이 개입되어 만들어진 작품은 사회와 개인 간의 주종관계로부터 설정된 관념과 역사를 뒤돌아보게 하며, 고정적 자아 간의 차이와 차별의 장벽을 허물게 한다. <부녀회당, 단채널 영상, 2009>, <친절한 영자씨, 단채널 영상, 2013 >, <흥신소, 단채널 영상/ 퍼포먼스, 2011>, <세포자살, 설치, 2015> 등은 정치, 경제, 사회의 가장 작은 단위며 쉽게 만날 수 있는 이웃인 사람을 소재로 수개월 동안 관찰한 다큐멘터리 혹은 설치작품이다. 그녀의 작품은 결국 영상이나 설치로 귀결되면서 관람객은 생산자와 관찰자로서 현실세계와 예술의 입장과 모순을 경험하고 들여다보며 자신의 의연을 확장하게 된다.


※ 백현주(1984~)... 2006년 호주 RMIT 대학교 미디어아트(순수미술) 학사를 졸업하고, 2009년 영국 글라스고 예술대학 석사를 졸업했다. 2017년 낭패 wolf and wolf,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 2013년 친절한 영자씨, 인사미술공간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2018년 부산리턴즈, 부산시립미술관, 2017년 I,II,III,outsight, 서울에서의 그룹전 등에 수십 차례 참여했다.




신정균 | 한국 남성 예비역의 정체성


▎1. 작업 매뉴얼13-17, 2017, 복합매체, 가변크기 / 2. 8월의 최전방, 2016, 싱글채널 비디오, 텍스트 시트 설치, 3분 18초, 가변크기.
신정균은 이데올로기의 최전선인 국방을 경험한 한국 남성의 정체성을 토대로 개인과 사회 간의 드러나지 않고 숨겨둔 맥락을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낸다. 2013년 송은아트큐브에서 열린 개인전 [발견된 행적들]은 작가 주변에서 발견된 기록물이나 오브제에서 불확실한 개인의 기억을 탐구하며 확인해나가는 작업이며 사회 안에서 함께 경험된 집단적 기억으로까지 확장되는 공감의 장이 되기도 한다. 2016년 아트스페이스 오 개인전 [알 수 없는 일]에서 선보인 [(재)번역된 시)]는 당시 북한의 전쟁위협이란 불안한 상황에서 입수된 북한군의 선동적인 시를 구글 프랑스어 번역기로 전환하고 다시 한글로 재번역한 텍스트를 사이에 두고 프랑스 여성의 목소리와 몽환적 영상을 함께 설치한 작업으로, 원래 비장한 맥락과는 전혀 다른 낭만적 느낌을 준다. 특수임무 유공자회 어르신과 함께 작업한 [은신술 특강, 2017], 북파공작원을 소재로 하는 [없는 사람, HD video, 8′35″, 2017] 등 항상 일상에서 존재하고 있지만 불편하고 금기시되어 부재한 소재들을 감각과 해학, 재치와 함께 수면으로 떠올리며 감각의 해방으로 이끈다.


※ 신정균(1986~)... 2012년 서울대학교 서양화과·영상매체예술 연합전공 졸업, 2014 서울대학교 서양화과를 수료하고 2016년 알 수 없는 일, 아트스페이스오, 서울 2013년 발견된 행적들, 송은 아트큐브, 서울에서 개인전을 열고, 2016년 사적인 광장, 우민아트센터, 청주를 비롯해 10여차례의 그룹전에 참가해 주목받고 있다.




강서경 | 한국 전통이 현대사회와 만났을 때


▎1. 검은자리 꾀꼬리, 광주비엔날레 전시 전경, 2011~2016 / 2. 정, 철 구조물에 도색, 나무, 가죽, 나무바퀴, 가변크기 2015~2016.
강서경은 우리나라 전통의 춤, 가사, 악보, 시에서 영감을 얻어 현대사회와 접목하며 현대미술을 확장해가는 작업을 한다. 2차원인 회화의 구성요소를 외부로 끌어내 오브제, 인물, 시공간으로 펼쳐 조형과 개념을 실험한다. 2016년도 광주비엔날레 출품작 [검은자리 꾀꼬리]는 회화, 설치, 퍼포먼스. 영상 등 다양한 매체와 함께 5년 동안 꾸준히 발전시켜온 작품이다. 조선시대 1인 궁중무인 춘앵무와 우리나라 전통악보인 ‘정간보’의 격자무늬를 기반으로 한 2m의 검은자리는 한 개인이 움직이는 공간이며 회화의 기본적 틀이다. 현실 사회 안에서 개인과 예술의 위치를 사유하는 과정을 신체의 움직임과 구조물들과의 관계를 통해 탐구한다. 캔버스를 쌓아 옆면에서 흘러내리는 파스텔 색조의 흔적과 뼈대만 남은 구조물과 바퀴, 다양한 질감의 원통들은 비고 꽉 찬 구축적 형태를 만들어가며 이질성과 혼합을 통해 역사와 문명의 독립되고 자율적 요소와 개념들은 하나로 연결되어 조화롭게 공존한다.


※ 강서경(1977~)... 2000년 이화여대 동양화과, 2002년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동양화과 졸업, 2012 영국 왕립 예술대학 회화과를 졸업 후 2015년 [Foot and Moon], Audiovisualpavilion, 서울 2013년 [Polite Owl in the Valley 鴟鴞鴟鴞], 갤러리 팩토리, 서울 2013년 [GRANDMOTHER TOWER], Old house, 스페이스 캔, 서울 외 수차례의 개인전과 2016년[The 8th climate], 광주비엔날레를 비롯해 수 십 차례의 중요한 그룹전에 참여했다.




201803호 (2018.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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