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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EDITION_(4)] 10년 후가 더 기대되는 유망작가 25인 Ⅱ 

선정위원 김윤섭 ... 손동준, 최수앙, 김준식, 문형태, 마저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선정위원 김윤섭은…


명지대 대학원 미술사 박사학위를 취득한 미술 평론가다. 월간 미술세계 편집팀장, 월간 아트프라이스 편집이사, 2017서울국제조각페스타 전시감독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국립현대미술관 및 서울시립미술관 작품가격 평가위원, (사)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전문위원, 대한적십자사 문화나눔프로젝트 아트디렉터, 교보문고 교보아트스페이스 기획위원, 숙명여자대학교 겸임교수, [계간조각] 편집장,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 등으로 활동 중이다.

손동준 | 정통서예와 현대회화의 신융합


▎1. 선율(線律), 캔버스에 아크릴릭, 112×145㎝, 2017 / 2. 선율(線律), 캔버스에 아크릴릭, 130×162㎝, 2017.
불애 손동준(不涯 孫東俊) 작가의 가장 큰 경쟁력은 서예의 운율(運律)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점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단순히 드로잉적인 시도에 그친 것이 아니라, 작가 자신이 이미 서예 장르에서 일가를 이룬 확고한 기반에서 출발했다는 것이다. 동양적 감성이 물씬 풍기는 운필법(運筆法)과 서양 재료의 만남. 단순한 몇 가닥의 음악적 선율(旋律)들이 반복적으로 어우러진 화면에서 적당한 여백과 조화를 이룬 특유의 조형성이 손동준 작품의 백미다. 거칠면서도 담대한 선(線)의 역동성은 마치 인생의 온갖 욕망과 격정을 ‘정중동(靜中動)의 미학’으로 함축해낸 듯하다.

손동준의 작품은 서예일까, 회화일까? 손동준은 서예가이면서 단색조 회화기법을 다루는 회화가로도 활동 중이다. 이미 5살부터 서예를 시작하고 유년기엔 한문을 익힌 덕분에, 중국의 대표적인 시인 도연명(陶淵明ㆍ365~427)의 귀거래사(歸去來辭) 전문을 서체자전을 보지 않고, 안진경 해서법첩에서 직접 집자할 정도였다. 말 그대로 ‘서예자전(書藝字典)’이라는 별명이 무색하지 않았다. 대학시절인 20대엔 서예공모전에서 받은 상금으로 모든 생활비를 해결했을 정도로, 국내에서 가장 권위 있다는 서예 관련 모든 공모전에서 대상을 휩쓴 ‘서예계 대표작가’로 자리매김했다. 불혹(不惑)이 되던 해 손 작가는 ‘중국정부 서법장학생 박사후보 1호’로 중국 유학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그가 유학한 곳은 중국에서 처음으로 대학에 서법과(書法科)를 개설한 중국수도사범대학 서법문화 연구소다. 지도교수는 중국 국민이 가장 존경하는 서예가이자 학자인 구양중석(歐陽中石) 선생이었고, 이 학교에서 졸업까지 4년간 학비와 기숙사비 전액 면제는 물론 매달 기본 생활비까지 받았다. 졸업 후 베이징에서 활동한 후 현재에는 중국 랴오닝성(遼寧省) 판진시(盘锦市) 광샤예술촌에 유일한 외국인 입주 작가로 머물고 있다.

작품의 근간은 ‘선율(線律)의 탐구’를 모티브로 삼고 있다. 음악의 기본 요소 가운데 하나인 ‘선율(旋律)’이란 개념을 서예나 회화의 기본 요소인 ‘획(劃)’의 개념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동양의 ‘서화일체론(書畫一體論)’의 묘미를 서법과 회화의 융합을 통해 잘 보여준다. 손 작가처럼 전통서예가로서의 입지와 순수미술 회화작가로서의 길을 동시에 개척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더구나 재작년에 한국서단에서 최고의 명예스러운 작가상으로 여겨지는 ‘일중서예상(一中書藝賞)’을 수상한 배경은 손동준의 입지를 굳건히 해주기에 충분했다.

세계 미술계 혹은 미술시장에서 중국을 위시한 동양권의 비중은 점차 커질 것이다. 마침 서예가로 출발한 손동준 작가의 자질은 중국은 물론 동서양의 감성을 아우르는 새로운 조화에 큰 장점으로 작용하리라 기대된다. 손동준의 ‘신서화(新書畫)’는 미술계에서 점차 입지를 넓히고 있다. 작품가격도 ‘10호(53×45.5㎝) 기준 120~150만원, 100호(160×132㎝) 1000~1200만 원 선’ 등 왕성한 활동이력에 비해 다소 낮은 편이어서, 미술애호가 입장에서도 매력적이다.


※ 손동준... (1972~)원광대학교 미술대학 서예학과와 경기대학교 전통예술대학원 서화예술학과 석사과정을 마치고, 중국 북경수도사범대학 중국서법문화연구원에서 서법이론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중국 정부의 서법장학생 한국인 박사 1호였다. 서울과 베이징ㆍ선양 등에서 개인전 13회 개최, 마니프서울국제아트페어 등 주요 아트페어 3회, 다수의 국내외 기획전에 참여했다. 주요 수상경력으로는 제1회 서울서예대전 대상, 제17회 월간서예대전 대상, 동아미술대전 특선2회, 제6회 KBS전국휘호대회 금상, 대한민국미술대전 서예부문 초대작가 등이 있다.

최수앙 | 내면심리 재해석한 독보적 인체조각


▎1. Wriggle, Oil on Resin, 31×23×94㎝, 2014. / 2. I slets of Aspergers (Type-V,I,III,IV,II), Oil on Resin, 2008~2010 / 3. The One, Oil on Resin, bronze, 50×50×78㎝, 2007(부분)
최수앙 조각가는 인체를 모티브로 한 병리학적 주제 또는 관련된 용어를 작품으로 옮겨 큰 주목을 받아왔다. 놀랍도록 사실적인 형상성은 ‘최수앙식 인체조각’이란 닉네임을 만들어낼 정도로 독창성을 인정받았다. 겉으로는 다양한 관점에서 인간의 몸을 탐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인간 내면의 잠재적이고 심리적인 면모를 시각화한다고도 볼 수 있다. 그래서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소통의 부재에 주목해 마치 자화상이 투영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생동감이 넘친다.

최수앙의 작품은 조각으로서 정형화된 이미지나 표현들은 철저하게 배제한다. 오히려 작가 내면의 느낌과 인식에서 출발하여 사회적, 심리적, 정서적인 요소들을 한데 혼합해놓았다. 그의 조각이 보여주는 디테일이 큰 호응을 받는 이유는 아마도 외부에 드러난 사람들의 상처와 고통의 모습을 넘어, 가라앉고 잠긴 상처의 뿌리까지 아우른 배려와 교감의 역할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작가주의적 관점에서 인간의 몸이 지닌 다양한 언어와 패턴을 해석하는 최수앙의 노력은 우리가 속한 사회와 환경을 어떻게 재인식해갈 것인가를 끊임없이 되묻고 있는 듯하다.


※ 최수앙(1975~)... 서울대학교 미술대학과 동 대학원에서 조소를 전공했다. 뉴욕ㆍ파리ㆍ베이징ㆍ싱가포르ㆍ서울 등에서 14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수십 회의 국내외 주요 기획전에 초대되었다.2014 김세중청년조각상을 수상했고, 2009 ‘2010 내일의 작가’ㆍ2007~2008 서울문화재단 Nart 기금 등에 선정됐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성곡미술관, Maison Particulèi re Art center(벨기에 브뤼셀), 미술은행, 캔 파운데이션, 코오롱문화재단 등 여러 곳에 소장되어 있다.

김준식 | 종합미술기법의 ‘팔색조 회화’


▎1. 금 매화-12지간, 한지에 유채, 120×50㎝(12폭), 2015 / 2. 금 매화-12지간(부분)1 / 3. 금 매화-12지간(부분)2
김준식 작가는 한국보다 중국에서 더 유명하다. 작업실도 이미 중국 심천으로 옮겼고, 작품 활동무대도 홍콩과 중국 본토까지 확장하고 있다. 중국 내 가장 영향력 있는 미술잡지 중 하나인 ‘중국 BAZAAR(时尚芭莎)’에 비중 있게 소개됐는가 하면, 베이징에 있는 중국미술관에서의 개인전 진행이 논의될 정도이다. 젊은 나이에 이미 세계인이 탐을 내는 중국시장에 깃발을 꽂은 셈이다. 기법상으론 극사실주의 회화지만, 소재로 삼은 캐릭터는 팝아트적 요소가 강하다. 바탕재료 역시 한지와 캔버스를 번갈아 사용하고, 채색기법은 유채ㆍ금박(金箔)ㆍ먹을 혼용하여 동ㆍ서양화의 특성을 융합했다. 얼핏 3D 프린팅 뺨칠 정도의 실감나는 시각적 비주얼은 오로지 손작업으로만 완성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직접 수집해온 나뭇가지들을 작품대에 배열해놓고 장시간 근접거리에서 관찰한 기록화 성격으로 제작했다. 김준식 회화의 매력은 ‘다차원적 혼재의 하모니’인 셈이다. 부조입체처럼 극사실로 표현된 매화나무 가지엔 전통수묵의 사군자 매화와 유화로 그린 조화(造花)가 함께 피어 있다. 현재 김준식의 작품가격은 중국식으로 계산된다. 대략 ‘33×33㎝(1평방자)’에 약 250만원, 100호F(160×130㎝) 정도가 약 4500만원 정도다.


※ 김준식(1980~)... 2007년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했으며, 아시아를 대표하는 2세대 신진 팝아트작가로 각광 받고 있다. 서울ㆍ베이징ㆍ싱가포르 등에서 6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2017 Ballade-Animamix Contemporary Art(마카오미술관), 2017 Art Beijing(중국 베이징), 2017 The European Fine Art Fair(미국 뉴욕) 등 50여 차례 이상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현재는 중국 심천의 작업실에서 거주하며, 베이징ㆍ홍콩ㆍ싱가포르ㆍ도쿄 등 주로 아시아권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문형태 | 연간 500여 점 제작하는 에너자이저


▎1. Siamese, 40.9×53㎝, 캔버스에 유채, 2016 / 2. Pianoman, 캔버스에 유채, 45.5×53㎝, 2015
문형태 작가만큼 작품활동이 왕성한 예도 드물 것이다. 40대 중반에 이미 정식 개인전을 40여 회 이상을 치렀고, 작품 제작 역시 1년에 완성된 드로잉을 포함해 500여 점에 이른다. 정작 그의 작업실엔 작품이 거의 없다. 수치상으로만 본다면 놀라울 따름이다. 대중적 선호도와 인지도가 높다는 점은 분명하다. 유통된 작품량에 비해 리세일되는 수량이 거의 미비한 것을 보면, 문형태 작품에 대한 소장가의 애정도 남다르게 느껴진다. 작품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드로잉적인 자유분방함이다. 작가 스스로 ‘어리석은 선’이라고 부르는, 일정한 틀이나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필법이 압권이다. 붓 4개를 손가락 사이사이에 끼우고 작업하는 방식은 마치 ‘가위손’의 재능을 보는 듯하다. 그림들은 ‘마법 속 드라마 한 장면’처럼 특유의 끌림과 호소력이 짙다. 팬을 관리하는 비결은 철저한 자기관리 성격도 한몫 한다. 늘 막대포스트잇을 붙이며 작업시간을 체크하는가 하면, 아무리 작은 드로잉이라도 완성된 작품은 반드시 미리 액자에 꼭 끼워서 내보낸다. 문형태의 작품가격은 10년 사이 거의 10배가 상승했다. 2007년 10호(53×45.5㎝) 기준 30만 원 정도였던 것이 현재 310만원이고, 간혹 리세일되는 경매에서도 이 가격대가 유지되고 있어 고무적이다.


※ 문형태(1976~)... 조선대학교 순수미술학부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문형태의 러브레터(서울 카미스페이스), True iel s of Life(미국 첼시 에이블뉴욕), 생각하는 잠수함(서울 진화랑) 등 40여 회의 개인전과 170회 이상의 국내외 기획단체전에 초대되었다. 더불어 SOAF 2009 영아티스트 10인 선정, LA Art Show 2011 어메이징 아티스트 선정, LA Western Art Show 2011 “Emerging artist prize” 수상, SOAF 2009 Young Generation Art Artist 10 선정 등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마저 | 민화 변용한 플라스틱 멀티 회화


▎1. 까치와 호랑이 (부제_허술한 함정 Lax trap), Oil on canvas 185×100㎝ 2017 / 2. 2017년 금산갤러리에서 열린 마저 개인전.
마저 작가의 작품은 민화풍(民畵風)이면서도 춘화(春畵)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다. 한편으론 생화(生花)보다 더욱 생생한 조화(造花)를 보는 것 같다. 마치 노골적으로 꾸미고 나선 당당한 요색녀와 맞닥뜨린 당혹감도 느껴진다. 마저의 ‘플라스틱 화조민화’ 시리즈는 진정성을 상실한 ‘현대인의 이미테이션 삶’을 직설적으로 꼬집고 있다고도 할 수 있겠다. 처음엔 플라스틱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아이의 모습을 무심코 바라보다 시작된 회화 형식이지만, 지금은 그녀의 작품세계를 차별화하는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다. 마저의 작품방식은 장르의 경계가 없다. 유화(油畵)지만, 한국화 화법을 응용해 ‘겹겹이 쌓는 중첩 채색기법’으로 완성한다. 미술대학의 학부와 석사과정에서 서양화와 한국화를 교차하며 학습한 결과일 것이다. 특히 2차원적인 평면회화에서 출발해 3D 미디어 영상작품, 작품의 모티브를 활용한 가구디자인 제작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실제로 건축과 관련해 1000명의 네트워킹을 관리하는 SNS 계정도 갖고 있을 정도이다.

지난해 프랑스의 레지던시에 6개월간 다녀온 경험과 장식적 역할에 머물렀던 전통적인 민화의 특성을 현대의 실생활 속 가구에 접목하는 과정은 마저 작품을 더 폭넓게 이해할 수 있도록 유도해주었다.


※ 마저(1975~)... 동국대 서양화과와 홍익대 동양화과 학사 및 석사를 졸업했으며, 국내외에서 6회의 개인전을 열였다. 2017 한국미술의 풍경(서울 금산갤러리), 2016 아트로드77(경기도 헤이리 커뮤니티하우스), 2015 헬로 패턴전(충북 쉐마미술관), 2014 천년지애전 (중국 위해경제기술개발구 시민문화예술센터)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단행본으로는 『사랑초의 상념』(2003, 상아기획)과 『변주화론』(2005, 상아기획) 등이 있다. 현재는 2015년부터 경기도 헤이리예술마을의 Withartists Residency에 입주해 작품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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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호 (2018.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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