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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POWER LEADER 30 | Food & Beverage] 외식식품업계 - 박영식 SG다인힐 대표 

금수저 출신, 끝없는 도전으로 새 길 개척 

조득진 기자
2019년 외식업계 파워리더 2030 중 최고 기대주는 박영식 SG다인힐 대표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외식업계 2세지만 끝없는 도전으로 9개 브랜드를 선보이며 ‘업스케일 다이닝’ 시장을 개척했다. 도전은 성공을 불렀고, 성공은 또 다른 도전을 가능케 했다.

“외식업계 오너가 2·3세 중 가장 성공한 케이스.”

박영식(39) SG다인힐 대표에 대한 외식업계 전문가들의 평가다. 삼원가든 박수남 회장의 2녀 1남 중 막내로, 이른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지만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자기의 브랜드를 앞세워 사업을 지속하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뉴욕대에서 호텔경영을 전공한 박 대표는 2004년 삼원가든 지원경영팀에 입사하면서 자연스럽게 경영 수업을 받았다. 그러나 아버지와는 다른 길을 택했다. 2007년 독립법인 SG다인힐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전문 외식 브랜드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투뿔등심, 붓처스컷, 썬더버드, 블루밍 가든, 꼬또 등 외식 브랜드 9개, 매장 23곳을 경영하고 있다. 삼원가든도 해외점 3개를 포함해 4개로 늘었다. 프로골퍼 박지은이 그의 누나다.

1월 중순 오스테리아 꼬또 서울 압구정점에서 만난 박 대표는 “아버지께서 늘 강조하시는 ‘기본에 충실하라’를 지키면서도 1년에 하나씩은 새로운 브랜드를 선보이고자 노력했다”며 “지난해 매출은 600억원 정도로 전년 대비 주춤했지만 그렇다고 조바심을 내지는 않는다. 도전과 실험 단계에서의 비용”이라고 말했다.

‘多브랜드, 少매장’ 전략으로 리스크 최소화

업계에서 박 대표를 주목하는 첫 번째 키워드는 ‘다(多) 브랜드, 소(少)매장’ 전략이다. SG다인힐이 현재 운영 중인 브랜드는 모두 9개로 한식, 중식, 양식을 넘나든다. 다양한 브랜드로 적은 수의 매장을 운영하면서 리스크 요인을 줄인 게 성공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다양한 브랜드 운영의 장단점은 분명하다. 박 대표는 “외식업계에서는 크게 히트 친 브랜드도 2년을 넘기는 경우가 많지 않다. 패스트 팔로어 때문”이라며 “브랜드가 성숙기를 지나 하락기에 접어들 때 타격을 줄이려면 적은 수의 매장을 운영해야 하고, 또 보유하고 있는 다른 브랜드로 대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수익 구조의 다원화’인 셈이다. 단점도 많다. 박 대표는 “본사의 관리조직 등 고용 부담이 크고, 업무 집중이 안 되는 면도 있다. 게다가 브랜드 론칭 때마다 기획, 마케팅 업무가 많아 직원 교육에도 상당한 공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직원의 이직률도 높은 편이다.

두 번째 키워드는 ‘실패에서 얻은 교훈’이다. 그는 대학 졸업 후인 2004년 12월 삼원가든 내에 있던 커피숍을 리모델링해 퓨전일식집 퓨어멜랑쥬를 열었다. 야심찬 데뷔작이었지만 첫 실패작이기도 했다. 강화도 갯벌장어구이가 주 메뉴로, 스시와 그릴 요리를 한꺼번에 제공하는, 당시로선 파격적인 음식점이었지만 경쟁력이라고 믿었던 다양한 메뉴가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 메뉴 준비에 손이 많이 갔고, 주방이나 홀 직원도 덩달아 늘다 보니 인건비 관리에 실패한 것이다. 2007년 5월 문을 연 사케·와인바 메자닌도 실패로 끝났다. 모호한 정체성이 손님의 발걸음을 돌리게 했다.

연이은 실패에서 얻은 메뉴 관리 노하우는 성공의 밑받침이 됐다. 2008년 선보인 블루밍 가든이 대박을 친 것. 목 좋은 자리에 고품격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들어서자 강남 소비층이 몰렸다. 블루밍 가든은 매장 수를 늘리며 SG다인힐의 초기 주력 부대가 됐다.

이후 박 대표는 후속 브랜드를 잇달아 내놓았다. 그러나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다. 스페인 파스타 전문점 ‘봉고’와 수제 햄버거집 ‘패티패티’, 이탈리안 스테이크 하우스 ‘비스떼까 꼬또’, ‘붓처리’ 등은 현재 사라진 브랜드다. 가장 아쉬운 브랜드는 오픈 당시 큰 인기를 끌었지만 3년 만에 문을 닫은 봉고다. 그는 “입지 선정, 과다한 고용 시스템 등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 언젠가 다시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심은 박 대표가 ‘버틸 때’와 ‘버릴 때’를 확실히 구분했다는 것이다. 안 되는 사업장은 미련 없이 접고 새로운 브랜드를 속속 론칭하는 전략이 주효했다. SG다인힐을 알리는 데 일등 공신 역할을 한 블루밍 가든이지만 매출이 꺾이기 시작하자 매장 수를 6개에서 2개로 줄였고, 투뿔등심과 붓처스컷이 회사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매장 신규 진출엔 심사숙고한다. 박 대표는 “안정성을 추구하는 아버지는 잘되는 브랜드의 매장 확장에 집중하자고 하시지만 실패하더라도 끊임없이 도전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라며 “지금 잘된다고 매장을 20개로 늘렸다가는 브랜드 유통기한이 끝나면 20개 매장이 무너지게 된다”고 말했다. 잘나갈 때 위기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SG다인힐 브랜드의 공통점은 고가 전략을 쓰는 ‘업 스케일 다이닝’이다. 박 대표는 “좋은 음식을 만들려면 좋은 식자재가 필요하다. 고객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수 있으나 다른 매장과 비교했을 때 합리적인 가격에 최고의 가치를 제공한다는 것이 우리 브랜드의 철학”이라고 말했다. 이는 부친의 철학과 일맥상통한다. 박수남 회장은 ‘외식업은 기본적으로 맛·서비스·청결이 중요하다’며 석 삼(三)에 으뜸 원(元) 자로 식당 이름을 지었다. 요즘 외식업계에서 기본으로 꼽는 ‘QSC(Quality·Service·Clean)’를 이미 40여 년 전부터 실행한 것이다. 박 대표는 “오늘 오전에 아버지를 뵈었는데 또 강조하셨다”며 웃었다.

자체 브랜드로 ‘업스케일 다이닝’ 시장 개척

업계에서는 박 대표가 유명 글로벌 브랜드를 수입하지 않고 독자 브랜드를 개발한 것에 박수를 보낸다. 그동안 대기업이나 외식업계 2·3세들은 흔히 집안의 부를 바탕으로 외국의 유명 브랜드를 들여와 프랜차이즈 형태로 사업을 진행했다. 이미 검증된 브랜드로 위험부담을 줄이면서 시장을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SG다인힐은 모든 브랜드를 자체 개발했다. 박 대표는 “브랜드를 론칭하기 전에 비슷한 콘셉트의 서비스가 시장에 진출했는지, 이미 진출했다면 우리의 차별화된 경쟁력은 어느 정도인지를 분석한다”며 “다행히 SG다인힐은 콘셉트를 정하고 가격을 책정해 그에 맞는 퀄리티를 유지하는 시뮬레이션에 강한 편이다. 다양한 브랜드를 론칭한 경험 덕분”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의 도전은 진행형이다. 지난 2017년 7월 오픈한 건강식 레스토랑 ‘썬더버드(SUN THE BUD)’는 기존 브랜드와 확연히 차이가 난다. 몸에 좋으면서 맛도 좋은 1석 2조 콘셉트로 개발한 식당으로 닭가슴살과 에너지바, 샐러드 등을 매장 식사뿐 아니라 테이크아웃 형태로도 판매한다. 단백질·탄수화물 함량, 혈당지수 등을 계산해 요리하는 것이 특징이다. 박 대표는 “지난해 연말에서야 흑자를 내기 시작했다. 정착되면 소형 매장을 여러 곳에 낼 것”이라고 말했다.

‘요괴라면’을 선보인 옥토끼프로젝트도 같은 맥락이다. 온라인 유통회사, 요식업, 패션, 인테리어, 무역, 코스메틱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뭉쳐 시작한 옥토끼프로젝트는 일종의 식품 기반 플랫폼 비즈니스다. ‘국물떡볶이맛’, ‘봉골레맛’, ‘크림크림맛’이라는 발칙한 라면 만들기에 성공해 화제가 됐다. 대형 업체들이 카르텔을 이루고 있는 시스템에서 작지만 실험적인 도전과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박 대표는 “외식업 매장 운영뿐 아니라 협업을 진행해 신메뉴 개발, 리테일 분야 개척 등을 공부한다”고 말했다.

수익성 개선, 인재 확보는 여전한 숙제


▎사진:SG다인힐 제공
박 대표가 진단한 SG다인힐의 단기 과제는 수익성 개선이다. 그는 “인건비와 원재료 가격이 상승하고 있어서 외식업계의 타격이 크다. 게다가 국내 외식업계는 포화상태가 된 지 오래라 해외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SG다인힐은 ‘삼원가든’ 브랜드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2개 매장, 미국 뉴욕에 1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박 대표는 인도네시아의 외식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2013년 자카르타에 롯데백화점이 진출하면서 함께 입점했다. 화교 등 상류층을 대상으로 중식, 일식 식당과 삼원가든이 입점했는데 우리만 살아남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엔 뉴욕 맨해튼 옛 신라식당 자리에 해외 3호점을 오픈했다. 해외 매장은 현지 니즈에 맞춰 육류 외에도 볶음, 찌개, 탕 등 다양한 한정식을 선보이고 있다. 그는 “인도네시아의 대형 외식그룹이 삼원가든 브랜드로 싱가포르와 호주에서 마스터 프랜차이즈를 하고 싶다 하여 1월 말 만날 예정”이라며 “미국은 직진출, 동남아는 마스터 프랜차이즈로 운영하는 투 트랙 전략”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인재 확보와 인력 양성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박 대표는 “지금까지 메뉴 개발 등 브랜드 론칭에서 제 역할이 너무 컸다. 이젠 좋은 인재를 찾아서 키우는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양한 시각과 의견, 경험들이 모여야 가치 있는 음식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최고 식당’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매장이 잘돼 수십 개씩 지점을 내면 훨씬 더 빨리 돈을 벌겠지만 요즘 소비자들은 ‘나만이 알고 있는 식당’을 원한다. 고객이 누구를 모시고 와도 선택이 실패하지 않을 단골 음식점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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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호 (2019.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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