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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재혼 그리고 신탁 

 

배정식 KEB하나은행 센터장
황혼이혼에 이어 황혼재혼이 늘면서 재산분할은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됐다. 전처 사이 자식과 후처 사이 자식이 얽히고, 상속이 꼬이면서 가족 간 싸움은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경우가 생긴다. 냉정한 결정이 필요한 때다. 신탁은 또 여기서 중재자 역할을 맡는다.

고령화 이슈는 많은 숙제를 던져준다. 특히 최근엔 황혼이혼이 대두되고 있다. 통계를 보면 2017년 기준으로 한국 남성은 평균 32.9세에 결혼한다. 대다수는 평생을 같이하지만, 이혼하는 이들을 보면 평균적으로 47.6세에 이혼을 했다. 재혼을 하지 않는다면 32.9세에 결혼한 남성은 평균수명인 79.7세까지 약 32년간 혼자 살아간다는 얘기다.

여성도 마찬가지다. 평균적으로 30.2세에 부모 곁을 떠나 결혼하고 약 13.8년 뒤인 44세에 이혼한다는 통계가 있다. 혼자 살면 평균 기대수명 85.7세까지 41년간 홀로 지내게 된다. 결국 황혼재혼은 황혼이혼만큼이나 중요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이혼도 점차 줄고 있다. 돈 때문이다. 청년세대들은 경제적인 문제로 만혼이 늘고 노년층 이혼도 줄고 있다. 자녀 취업이 늦어지니 이미 결심한 이혼을 미루는 경우도 많다. 그래도 같이 살기 싫은 건 어쩔 수 없다. 전체 이혼 건수는 줄고 있지만, 20년 이상 결혼생활을 한 부부들의 이혼은 계속 늘고 있다.

더불어 황혼재혼도 늘었다. 전체 이혼 건수는 2010년 5만3000건에서 2017년 4만2000건으로 줄었지만, 만 65세 이상의 경우 지난해 기준으로 전년 대비 남녀 각각 4.5%, 8.4% 늘었다. 사별한 경우도 포함된 수치다.

그리고 터지는 문제가 재산분할이다. 한쪽에선 이혼 후 자식들, 다른 한쪽에선 재혼 후 새로 아들딸이 된 자식들에게 쥐여줄 재산을 어떻게 나눌지가 큰 고민거리다. 사례 하나를 보자. 얼마 전 배우자와 사별한 박광철(가명·70)씨, 이혼 후 재혼한 김성일 가명·69)씨 얘기다.

먼저 박씨 사례다. 아내와 1년 전 사별한 후 50대 후반 여성과 재혼을 앞두고 있다. 상가주택에 거주하며 자영업을 해 경제적으로 꽤 여유 있다는 평가를 듣는다. 박씨의 두 아들은 아버지의 재혼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 겉으론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다는 말을 하지만, 속내는 상속관계에 있다. 어쩌면 상가주택을 제대로 물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게다가 재혼할 사람은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데다 전 남편 사이에 아들을 하나 두고 있다.

김씨도 젊었을 때 10년 결혼생활을 접고 15세 연하의 현 부인을 만나 전처, 현 부인 사이에서 각각 아들 하나씩 총 두 명을 키워왔다. 지금은 갓 중학생인 현 부인이 낳은 아들만 키우고 있다. 그러다 김씨 나이가 70세에 가까워질 즈음 전처 사이에서 낳은 장성한 아들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자금을 대달라고 찾아왔다. 물론 지금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 하지만 이미 큰아들에게 작은 집을 마련해준 상태라 현 부인과 중학생 아들의 미래가 걱정된다.

두 사례 모두 최근 상담 사례다. 재산상속 문제는 재혼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 부분을 명확히 해두지 않으면 경제적인 셈법 때문에 법적배우자 지위를 얻기도 전에 가족 간 큰 상처를 남길 수 있다. 그래서 이들에게 부부재산약정제도와 신탁제도를 소개했다.

부부재산약정제도는 민법상 제도로 부부가 혼인신고 전에 서로의 재산에 대한 관리부터 이혼할 경우 재산분할방법 등 여러 내용을 계약에 담는 것이다. 물론 아직 한국 정서상 마치 ‘계약결혼’ 같다 해서 받아들이기 어려워 현실적으로 활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신탁제도는 영미권은 물론 일본에선 생활 속에 자리 잡고 있는 데다 최근 한국에서도 활용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일단 두 사람에게 부부가 재혼 전 가진 재산은 각자의 노력으로 이룬 것이기에 별도로 관리하기 위한 신탁계약 체결을 추천했다. 신탁계약은 금전, 부동산, 주식 등 어떤 재산이든 수탁자인 금융기관과 협의하여 맡길 수 있으며 자신 뜻대로 관리·운용할 수 있다. 정기예금과 같은 안전자산도 좋고 투자형 상품으로 운용할 수 있다. 부동산이나 시설 등을 임대하는 식으로 수탁자에게 맡겨 관리할 수도 있다.

실제 박씨는 두 아들과 협의해 자신의 노후를 위한 재산과 상속할 재산을 구분해 신탁에 맡기기로 했다. 바로 유언대용신탁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재혼 후 보유한 재산은 현 배우자와 관련된 재산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김씨에게도 신탁을 권했다. 최근엔 자신의 건강 악화를 고려해 자금관리 계획을 미리 세워 의료비, 간병비를 뺀 나머지 금액을 안정적으로 현 부인과 자녀에게 주는 방법도 있다. 신탁으로 본인의 유고 시 어린 자녀가 재산관리 능력이 생길 때까지 보존하는 식이다. 더불어 성인이 될 때까지 지출할 교육비 등도 자동으로 지급되는 절차도 마련할 수 있다.

- 배정식 KEB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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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호 (2019.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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