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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항공택시’ 

포기하기엔 시장이 너무 크다 

DAN REED 포브스 기자
요즘 10억 달러는 예전만 못하다지만, 우리가 도시에서 생활하고 이동하는 방식을 20년 안에 바꿔버릴 신기술에 10억 달러가 투자됐다면, 분명 대단한 기술이란 뜻이다.
10억 달러가 향한 곳은 수직이착륙(VTOL, Vertical Take Off and Landing), 혹은 전기 수직이착륙(eVTOL) 항공기다. 바로 ‘하늘을 나는 차’다. 조종석에 파일럿이 탑승해 직접 운전하거나 지상에서 원격 조종, 혹은 자율주행으로 운행되며 수직 이륙 및 착륙이 가능한 항공기를 통칭해서 VTOL로 부른다. ‘전기’라는 말이 앞에 붙으면 화석연료 대신 전기 배터리로 구동된다는 뜻이다.

업계에 따르면, 비행 자동차 시장에 유명 억만장자와 대기업이 투자한 금액만 벌써 10억 달러, 아니 20억 달러에 육박할 수도 있다고 한다. 그 돈으로 개발된 전기, 혹은 하이브리드/전기 VTOL 종류만 135개 이상이다. 헬리콥터처럼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이들 항공기는 인구밀도가 높고 복잡한 도심에서 교통체증이 심한 도로와 고속도로 위를 낮은 고도로 비행한다. 독일 컨설팅그룹 롤랜드버거는 지금부터 6년 후인 2025년에는 eVTOL이 약 3000대 운항되고, 2050년에는 9만8000대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비행 자동차 대부분은 시내 택시와 공항 셔틀, 도시 간 운송 서비스로 이용될 전망이다.

1월 초 열린 라스베이거스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 벨 헬리콥터는 eVTOL 콘셉트 모델 ‘넥서스(NEXUS)’를 선보였다. 초대형 전기 로터 6개가 달린 헬리콥터 모양의 몸체에는 승객 5명이 탈 수 있다. 넥서스는 이번 CES에서 신형 스마트폰이나 인공지능, 오디오, 게임, 최첨단 장비보다 큰 관심을 받으며 언론에 집중 보도됐다. 텍스트론의 자회사 벨이 경쟁사 에어버스를 비롯한 다수 업체와 함께 개발 중인 넥서스는 우버의 도시 간 항공운수 서비스 ‘엘리베이트(Elevate)’를 위한 것이다. 우버는 엘리베이트 서비스를 5년 후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윤곽 드러낸 ‘하늘을 나는 차’

개발 단계에 있는 135개 VTOL/eVTOL 차량은 대부분 초기 테스트 단계를 넘기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실물 모형 단계에서 끝나버리는 모델도 있을 것이다. 소비자 시장을 겨냥해 빠르게 개발 중인 기술 제품은 그런 운명을 맞이하기 쉽다. 자동차도 그랬다. 1908년 자동차 개발에 뛰어든 업체는 253개에 달했지만, 1929년에는 44개로 확 줄었다. 미래 VTOL/eVTOL 비행 자동차를 향한 경주에 뛰어든 업체의 생존율도 비슷할 것이다. 경쟁은 분명 더 치열할 것이며, 기업 수는 조만간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그도 그럴 것이, 20세기 초반 자동차와 달리 21세기 VTOL 개발사들은 정부 규제당국과 함께 일하며 이들의 요구사항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추가 과제가 있다. 100년 전만 해도 존재하지 않았던 까다로운 안전·환경·법적 규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JP모건 체이스는 지난달 발간한 85쪽 분량 보고서에서 무인 및 자율운행 상업용 경비행기 시장이 2040년까지 무려 1조5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 예측했다. 미국 항공우주국부터 민간 경제학자, 블룸버그 뉴스에 이르는 다양한 전문가도 비행 자동차 시장의 가치가 2040년에는 6150억 달러에서 3조 달러까지 성장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니까 현재 60세 미만인 미국인이라면 대부분 저고도 비행 eVTOL 택시가 정기 운행되는 모습을 생전에 보게 될 것이다. 30세 미만 사람들은 항공택시를 가끔 이용하거나 아예 단골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해서 비행 자동차가 어떤 어려움이나 난관 없이 순항할 거란 뜻은 아니다. 난관은 엄청나게 많다. 기술·법·재무·사회적 차원에서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벨과 에어버스, 보잉처럼 항공기 제작 경험이 많은 대기업이라 해서 반드시 성공하란 법이 없고, ‘듣보잡’ 스타트업이라고 실패하란 법도 없다. 대형 항공기 제조업체들은 당연히 지갑이 두둑하고 경험도 많지만, 포드와 크라이슬러, GM처럼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자동차 기업들도 20세기 초에는 시장을 일으켜보겠다고 애쓰는 스타트업에 지나지 않았다. 마차와 기차 생산으로 뛰어난 엔지니어링 역량과 생산 설비, 풍부한 자금을 축적한 유력 후보들은 모두 자동차 산업에서 살아남지 못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21년 후인 2040년, VTOL과 eVTOL 항공기가 일상적으로 운행되려면 어떤 난관을 넘어야 할까?

애니메이션 [우주 가족 젯슨]에 나올 법한 비행차가 상용되기까지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에너지원이다. 친환경 에너지 프로젝트는 대부분 전기나 하이브리드 전기를 솔루션으로 선택한다. 전기모터 자체는 연소엔진과 비교했을 때 무게가 훨씬 가볍지만, 구동 배터리의 무게가 상당하기 때문에 전기모터 453g당 에너지 발생량은 석유터빈이나 내연엔진, 연료탱크의 5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5인승 비행 자동차를 1시간 이상 운행할 수 있는 경량 배터리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는 있지만, 그 정도의 에너지효율과 주행성능이 하루아침에 완성될 리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1~2년 안에 비행 자동차가 우리 머리 위를 날아다닌다는 호언장담은 에누리를 과감히 빼고 들어야 한다. 충전소 사이 거리와 시간도 개발과 출시 과정에서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결정적 요소다.

의회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이 벌이는 논쟁 때문에 연방항공국(FAA)이 문을 닫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항공관제시스템이 민영화되지 않는다 해도 유인 혹은 무인으로 인구밀도가 높은 곳에서 저고도 주행하는 상업용 비행 자동차를 어떻게 통제·감독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FAA 관제전문가들도 기본적 개념밖에 가지고 있지 않다. 게다가 이를 지원할 기술적 수단은 아예 없다. FAA는 고도비행 항공기의 충돌을 막는 데 능숙하지만, 이는 항공기 사이 거리가 멀고 항공기가 육지 바로 위나 근처의 위험물보다 훨씬 높은 고도에서 운항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게다가 FAA는 지금껏 크게 기술을 업그레이드한 적이 없고, 예상 비용을 제대로 맞춘 적도 없다. 저고도 관제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안전하게 도입하는 작업은 분명 FAA가 경험한 어떤 업무보다 큰 과제가 될 것이다.

FAA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와 운전자의 안전 비행을 인증하는 규제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누구도 해본 적 없는 일이다. 게다가 이들 자동차가 날아다닐 도시 주민과 자치정부, 주정부가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만들어야 한다. 소송이라도 발생한다면, 원고 측 변호사는 분명 이 과정에서 내려질 모든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3조 시장’

항공사들은 벌써부터 파일럿이 부족해 난리다. 항공 운전 면허 취득에 너무 많은 돈과 비행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규제당국은 (직접 탑승 혹은 원격 조종으로) 항공택시를 운항할 파일럿의 면허 조건을 어떻게 정해야 할까? 만약 100% 자율주행으로 이루어진다면, 어떤 프로그램과 시스템이 있어야 위태로운 순간 인공지능이 인간 파일럿보다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도심 저고도 비행 VTOL/eVTOL이 운행될 경우, 각 도시 혹은 도시권은 이착륙 시설, 연료 보급 ·유지보수 센터, 통신시설 및 관제탑 등 기반시설을 구축해야 한다. 이때 어떤 시설이 필수일까? 시설 설치·유지 비용은 누가 부담해야 할까?

비행 자동차를 구매 또는 이용하려면 어느 정도의 돈을 내야 할까? 비행 자동차 개발·생산비와 기반시설 및 시스템 설치에 들어갈 대대적 비용을 상쇄할 수 있을 만큼 이용자를 확보하려면 어느 정도의 가격이 적당할까? 승객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기 위해 가격을 낮게 책정한다면, 투자자들은 충분한 투자수익이 발생할 때까지 기다릴 수 있을까?

현재 구상 중인 VTOL/eVTOL 항공기는 헬리콥터보다 훨씬 소음이 적고 머리 위를 날아간다 해도 사람들을 놀라게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소비자 이용률은 서비스 도입 후 10년간 충돌 사고의 건수와 원인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대략 나열한 어려움만 해도 상당하다. 이들 중 어느 하나라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VTOL/eVTOL 경주에서 많은 주자가 기권을 택할 것이다. 산적한 이들 난관을 해결하기가 매우 어려운 만큼, 초기 투자자 대부분이 예상·기대하는 저고도 도심 간 항공운송 시대의 빠른 발전은 이루어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연간 시장수요가 3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비행 자동차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신기술 개발·혁신을 원하는 사람이나 신기술에 투자해 큰돈을 만지려는 사람 모두, 장애물이 압도적으로 높다 해도 포기하고 돌아설 리가 만무하다. 무지개 끝에 묻힌 황금이 수많은 사람과 기업을 끌어들일 만큼 많다면, 누군가는 반드시 그걸 손에 넣기 마련이다.

- DAN REED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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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호 (2019.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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