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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층 명확해야 하는 후계자 선정기준 

 

자식이라고 무조건 기업을 물려주는 시대는 지났다. 경영자가 자식의 경영능력을 못 미더워사가 아니다. 기업이 지속적으로 살아남으려면 후계자 찾기는 한층 정교해질 수밖에 없다.

가업승계의 기본조건은 후계자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후계자가 없어서 고민하는 경영자도 의외로 많다. 자녀가 없어서가 아니라 자녀들이 승계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자녀들이 회사에 들어와 일하고 있다고 해서 후계자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특히 자녀가 여러 명이면 그에 따른 문제가 심각할 수 있다.

중견기업을 운영하는 박 회장은 아들만 셋을 두고 있는데, 모두 회사에 들어와 일을 하고 있다. 그의 고민은 승계구도에 관한 것이다. 큰아들이 처음 회사에 들어왔을 때, 그는 첫째 아들을 후계자로 생각하고 경영 수업을 시켰다. 하지만 부사장까지 오른 큰아들은 박 회장의 기대에 못 미쳤다. 오히려 형보다 늦게 들어온 둘째 아들이 더 큰 능력을 발휘했다. 또 유학을 마치고 해외에서 경험을 쌓고 온 셋째 아들은 국제적인 감각도 있고 열정도 남달랐다. 그는 회사를 책임지고 이끌어갈 후계자를 자녀의 서열대로 해야 할지, 실력 위주로 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박 회장이 후계구도를 명확하게 하지 못하고 시간을 끄는 사이 자녀들은 중년이 되었고, 서로 보이지 않는 경쟁심으로 인해 매사에 의견충돌을 일으키며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여기에 며느리들의 경쟁심이 더해져 가족관계에서도 긴장감이 감도는 상황이다.

자녀가 한 명이든 여러 명이든, 승계문제는 항상 있다. 자녀마다 재능이나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고, 기업에 대한 기대나 관심도 다르기 때문이다. 가족들이 이에 대해 서로 솔직하게 얘기하며 함께 승계계획을 세우면 좋겠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오히려 많은 오너경영자가 이 문제를 애매하게 다룬다. 어떤 기준이나 원칙도 세워두지 않은 채 자녀들을 경영에 참여시켜 경쟁을 유발하는 것이다. 승계를 둘러싼 자녀 갈등은 대부분 자녀들의 욕심 때문이 아니라, 부모의 후계자 선정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생긴다.

그렇다면 부모들이 후계자 선정 문제를 미루거나 회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녀 중 누구를 선택하더라도 선택받지 못한 자녀들이 원망하거나 섭섭해할까 봐 걱정되기 때문이다. 어느 자녀 하나 포기할 수 없는 부모로서 어쩔 수 없는 고민일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불확실한 상황이 오래가면 가족관계가 파괴되는 극단적인 결과를 낳기도 한다. 비즈니스에서 경쟁은 결코 나쁜 것이 아니지만 반드시 건전해야 한다. ‘건전한 경쟁’이란 상대방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목표를 놓고 자신과 경쟁하는 것이다. 반면, ‘파괴적인 경쟁’은 모든 경쟁자가 경쟁의 룰을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오로지 상대를 이기기 위해 하는 것이다. 명확한 기준과 원칙이 없이 치열하기만 한 경쟁은 결국 기업에 독이 될 수밖에 없다.

후계자 선정 문제는 감정적이거나 개인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가장 중요한 문제인 만큼 최대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혼자 해결하려 하지 말고 승계위원회를 구성하여 가족, 이사회, 경영진 등이 함께 의견을 모아야 한다. 실제 연구에 따르면 공정한 기준으로 후계자를 선정하면 당사자들도 결과를 쉽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어떤 기준으로 후계자를 선정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가장 유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신뢰의 핵심 ‘실력’

첫째, 무엇보다 실력이 우선되어야 한다. 자녀의 성별이나 출생순서는 부차적인 문제다. 후계자의 능력은 경영자뿐 아니라 경영에 참여하는 다른 가족과 직원들의 신뢰를 얻는 데도 필수적이다. 후계자가 신뢰를 얻지 못하면 사업에 참여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통합하거나 후계자로서 정당성을 얻기 어렵다. 따라서 부적격한 후계자가 조직 내에서 권한을 확대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후계자 선정은 반드시 분명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진행되어야 한다.

둘째, 자발적 승계 의지가 있어야 한다. 연구에 따르면 후계자의 자발적 승계 의지는 능력 못지않게 기업의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만일 본인이 원하지 않는데 부모의 강요로 기업을 물려받으면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이런 후계자는 회사에 대한 헌신도가 낮고, 자기 삶의 주도권을 빼앗겼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부모는 처음부터 기업에 참여할 의사가 있고 자격 있는 자녀에게 동기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오너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능력 있는 자녀가 기업에서 일하기를 원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다른 기업에서 이미 자리를 잡았거나, 변호사나 의사 등 자신의 전문분야가 확실해서 이미 삶을 충분히 즐기고 만족하기 때문이다. 한 중소기업 오너경영자는 자신의 승계 기준을 이렇게 얘기했다. “첫째 아들은 실력 있고 똑똑해서 미국 유학 가서 잘 살고 있는데, 둘째 아들은 형보다 부족해서 어디 취직하기도 힘들 것 같아 회사 와서 일하라고 했습니다.” 결국 둘째 아들이 회사를 맡게 되었고, 회사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는 당연한 결과다. 성공적인 승계를 원한다면 능력이 있는 자녀에게 동기부여해야 한다.

반드시 피해야 하는 ‘원칙없는 경쟁’

셋째, 명확한 기준과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장자 우선주의 때문에 성별이나 출생 순서에 따라 후계자를 선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장남이 아닌 다른 자녀가 승계하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이는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자녀들은 대개 후계자 선정 기준이 무엇인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선정되는지 모르기 때문에 부모 눈치만 살피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람은 누구나 근본적으로 권력욕을 갖고 있는데, 불확실한 상황이 오래 지속되다 보면 경영권을 놓고 형제간 또는 부자간 갈등이 생기게 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후계자 선정이 경쟁의 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최고를 뽑는다는 미명하에 원칙 없는 경쟁으로 자녀들을 밀어넣었다가는 자칫 가족과 회사 모두를 망가뜨릴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 김선화 ㈜에프비솔루션즈 대표

201903호 (2019.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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