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agement

Home>포브스>Management

스포츠마케팅에서 배운다 

감동 드라마에 브랜드를 얹어라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스포츠는 열정과 감동의 드라마다. 어떤 드라마나 영화도 이처럼 극적인 스토리를 그려내긴 힘들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최정상에 오르는 과정에서 스포츠 스타는 대중에게 감동과 희망을 전한다. 게다가 스포츠는 반칙과 편법이 없는 정의로운 현장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수익 창출을 극대화하려는 기업에 스포츠 현장은 자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최적의 마케팅 영역이다. 기업은 스포츠 스타를 후원하거나 스포츠 빅 이벤트를 유치해 브랜드 노출 효과를 노린다. 스포츠가 주는 ‘감동’과 ‘희망’ 메시지에 자사의 브랜드를 얹는 작업이다. 게다가 스포츠 후원 활동을 자연스럽게 CSR(사회적 책임활동)로 연결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이미지를 각인시킨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이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스포츠가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이를 후원하는 기업의 스포츠마케팅도 강화되고 있다. 브랜드가치뿐 아니라 수익성 향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스포츠마케팅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자동차업계다. 빠르고 강함을 추구하는 스포츠 특성이 자동차와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기업이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로, 프로야구단(기아타이거즈)과 프로축구단(전북현대모터스)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모비스에도 프로농구팀인 현대모비스 피버스가 있다. 이들 기업은 생산 공장이 있는 지역을 연고지로 프로팀을 운영하면서 지역과 자사 근로자들에게도 소속감을 심어 주고 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스포츠마케팅에서 잔뼈가 굵었다. 올림픽, 스포츠 스타 등을 마케팅에 활용해 대성공을 거뒀다. 그동안 단거리 육상 역대 일인자 우사인 볼트, 현대축구 세계 최고의 선수 리오넬 메시, 테니스 스타 마리아 샤라포바 등이 삼성전자의 광고 모델이나 홍보대사를 거쳐 갔다. 이 덕분에 세계인들의 머릿속엔 ‘삼성=글로벌 브랜드’라는 공식이 각인됐다. 삼성전자는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공식후원기업(TOP)으로 선정된 이후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까지 공식 후원사로 활동한다.

두산도 스포츠마케팅에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프로야구를 비롯해 핸드볼, 양궁 종목 선수단을 운영한다. 글로벌 무대에서는 미국메이저리그(MLB), 미국프로골프(PGA), 유럽축구 등을 후원하고 있다. 두산그룹 측은 “두산밥캣, 두산인프라코어 등 계열사가 있는 북미 현지 영업을 위한 공격적인 마케팅”이라고 설명했다.

SK는 비인기 종목에 투자하면서 ‘기적의 드라마’ 효과를 보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비인기 종목으로 꼽히는 핸드볼 단체의 수장이고, 사촌 형인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은 2003년부터 대한펜싱협회를 이끌고 있다. SK그룹이 강조하는 ‘사회적 가치 창출’을 이루고 있다는 평가다.

스포츠정신을 상품에 접목해 수익 창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브리타마 아레나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e스포츠 경기장.
농심은 중국 라면 시장을 겨냥해 중국의 국민스포츠인 ‘바둑’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1999년 중국에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면서 한국기원과 함께 ‘농심 신라면 배 세계바둑최강전’을 시작했다. 중국 현지 정서와 문화를 접목하는 동시에 농심의 인지도와 신라면 브랜드를 부각시키는 효과가 상당해 업계에서는 ‘辛(신)의 한 수’로 평가한다. 아모레퍼시픽은 18년째 유방 건강관리 중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마라톤을 접목한 ‘핑크런 캠페인’을 펼쳐 지난해까지 32만 명을 참가시켰다.

젊은 고객을 일찌감치 충성고객으로 만들기 위한 금융권의 스포츠마케팅 경쟁도 치열하다. KB금융그룹은 2006년 피겨의 김연아 선수를 시작으로 봅슬레이, 쇼트트랙, 스켈레톤, 피겨, 컬링 등 동계스포츠 후원 영역을 크게 넓혀가고 있다. 이 종목들에서 좋은 성적이 나오면서 브랜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축구 국가대표팀 공식 후원은행, K리그 타이틀 스폰서를 맡고 있는 KEB하나은행도 골프에 이어 테니스까지 후원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신한은행은 2020년까지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타이틀스폰서 계약을 맺었다. 신한은행 측은 “840만 명 관중과 1억 명 이상의 시청자를 확보한 프로야구의 타이틀스폰서는 마이카대출과 모바일 디지털 플랫폼 ‘쏠(SOL)’을 중심으로 한 마케팅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학계에서는 이를 스포츠 자체를 후원함으로써 동질 효과를 노리는 니치마케팅(niche marketing)으로 분석한다. 스포츠의 ‘열정’과 ‘깨끗함’을 자신들의 상품에 접목해 수익 창출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것이다. KB국민은행이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를 단순히 후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피겨 Queen 연아사랑 적금’이라는 상품을 출시한 것이 대표적이다. 김도균 경희대 교수(체육대학원)는 “스포츠마케팅 방식이 소비자의 시간을 빼앗고 출시한 상품을 각인시키는 방식에서 마음을 빼앗는 방식, 더 나아가 일상생활에 개입해 친숙한 이미지와 신뢰를 심는 패턴으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상화폐 활용해 쌍방향 소통 나서기도


▎2014 소치 동계올림픽 개막식장에서 미국 선수들이 ‘갤럭시 노트3’를 꺼내 들고 현장을 촬영하는 모습. 삼성전자는 선수단 전원에게 ‘갤럭시 노트3’ 를 전달했다. / 사진:삼성전자
‘스포츠로 브랜딩하라’는 말은 스포츠를 통해 벌어들이는 경제적 효과를 잘 설명한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얻은 26조4600억원의 경제적 효과 중 기업 이미지 제고 효과가 14조76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공식후원사를 맡은 KT는 최대 1조2800억원의 직·간접적인 경제효과를 창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스포츠마케팅의 영역은 상당히 다양하다. 최근엔 경기장을 찾는 관람객에게 가상화폐를 지급하는, 이른바 ‘팬 토큰(Fan Token)’을 도입하는 프로스포츠 구단이 나타났다. 프리미어리그의 리버풀, 세리에A의 유벤투스, 리그 앙의 파리 생제르망, MLB의 LA다저스 등이다. 이들은 경기장을 찾은 팬에게 가상화폐 형태의 토큰을 지급하고, 팬 토큰 보유자들은 유니폼 등 구단 관련 상품 구매뿐 아니라 구단 로고 유니폼 색상, 경기장 음악 결정권까지 다양한 권한을 부여받는다. 또 친선경기나 전지훈련, 구단 자선행사 등에도 함께할 수 있다.

새로운 시장도 속속 열리고 있다. 특히 e스포츠는 틈새시장에서 주류 스포츠로 부상하면서 마케팅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큰 수익원이 되고 있다. 지난해 여름 치러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선 시범종목으로 채택되면서 달라진 위상을 증명했다. 글로벌 게임 리서치 업체 뉴주는 2021년까지 e스포츠산업이 연평균 27%씩 고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축구연맹(UEFA)은 ‘2019 UEFA e스포츠 챔피언스리그’ 개최를 목표로 한다. 글로벌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를 비롯해 코카콜라, 인텔, 로레알 등이, 국내에서는 삼성전자, SK텔레콤, KT, 한화생명 등이 e스포츠 프로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실버 스포츠산업도 기업들이 놓칠 수 없는 마케팅 영역이다. 한국보건스포츠산업진흥원이 발간한 ‘고령친화산업환경 변화 및 대응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노년층 건강·레저·스포츠·문화 등 관련 산업 규모는 2020년 72조8305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2010년 27조3800억원보다 3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자료에 따르면 시니어들의 월평균 신용카드 사용액은 177만원으로 각각 124만원과 136만원을 기록한 30대와 40대보다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이들의 구매력 등을 감안하면 향후 기업들이 눈여겨봐야 할 또 하나의 시장인 것이다.

/images/sph164x220.jpg
201904호 (2019.03.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