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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핀테크 CEO]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 대표 

캐시노트로 소상공인 매출관리의 신기원을 열다 

장진원 기자 jjw@joo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우후죽순으로 난립하는 핀테크 업계에서 서른셋 젊은 CEO가 써내려가는 성공 스토리가 눈부시다. 스타트업 창업 3년 만에 대형 금융사를 뛰어넘는 결제 데이터 비즈니스를 시장에 안착시킨 김동호 대표 이야기다.

▎소상공인 매출관리 서비스 '캐시노트'의 가맹점은 5월 현재 27만 곳이다.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 대표는 올 연말이면 캐시노트를 통한 가맹점들의 매출규모가 120조원을 넘을 것으로 자신한다.
“사장님 가게에 단골손님이 몇 명이나 되는지 아세요?” 장사에 도가 텄다는 김 사장님이라도 이 같은 질문에 선뜻 명쾌한 답을 내기는 어렵다. 머릿속에 스치는 얼굴이 없진 않지만, 막상 그 손님이 한 달에 몇 번이나 가게를 찾는지, 와서 뭘 먹는지는 가물가물하게 마련이다. 한 발 더 나아가 단골이 얼마를 팔아주는지, 즉 매출 기여도나 재방문율 같은 기록을 수치로 뽑아내기란 언감생심이다. 손안에 명확한 ‘데이터’가 없기 때문이다.

사장님들의 해묵은 고민을 풀어줄 해결사로 최근 선풍적인 인기몰이에 나선 서비스가 있다.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 대표가 내놓은 개인사업자용 재무관리 서비스 ‘캐시노트’다. 지난 2017년 4월 첫선을 보인 후 ‘써보니 좋더라’는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더니, 출시 2년 만인 올 5월 현재 서비스 등록업체 수만 전국 27만 곳에 달할 정도로 폭풍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출시 초기 한달에 300곳 수준으로 늘던 가맹점은 2018년에는 한 달에 1만 곳, 올해 들어선 한 달에 3만 곳씩 늘고 있다. 유니콘 기업 반열에 올라선 ‘배달의민족’의 서비스 이용 가맹점 수가 9만여 곳 수준임을 감안하면, 캐시노트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캐시노트’ 등록업체 수 27만 곳 돌파


▎30대 초반에 두 차례 성공적인 스타트업 창업을 이끈 김동호 대표. 규제를 비관하기보다는 '조금 더 대담한 시도'로 시장 선점에 나선 전략을 성공 비결로 꼽았다.
캐시노트는 자영업 등 개인사업자에게 신용카드사의 결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그날그날의 매출정보를 알려준다. 카드대금 입금 일정, 미지급 대금, 카드사에서 보류(누락)된 매출 정보 등도 주요 서비스다. 이 밖에도 세금계산서 알림, 재방문 고객(단골) 분석 등도 이뤄진다. 계좌 간편조회, 절세 진단, 손님들의 리뷰 알림 같은 부가 기능까지 장착했다.

이용 편의성도 캐시노트의 강점이다. ‘국민 메신저’라 불리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해 따로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다. 대신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등록 후 간단한 정보 입력만으로 이용할 수 있다. “정확한 매출 규모와 입금 현황을 알 수 있어, 내장사에 대한 감이 잡힌다”는 게 사장님들의 평가다. 김 대표가 한국신용데이터라는 다소 딱딱한 사명을 선택한 것도 영업 현장에서 뛰는 사업주들에게 신뢰감을 얻기 위해서였다.

나이 서른셋의 젊은 최고경영자(CEO)이지만, 김 대표는 이미 두 차례 성공적인 스타트업 창업을 이끌어낸 노련한 CEO이기도 하다. 2011년 100% 모바일 기반의 리서치 기업 ‘오픈서베이’가 그의 첫 도전이었다. 현재 오픈서베이는 카카오와 페이스북, 유한킴벌리, 이케아 등 1300여 곳에 달하는 대형 기업고객을 유치하며 리서치업계에 안착했다. 김 대표는 2016년 1월 전문경영인에게 대표이사 자리를 내어주었고, 현재는 비상근 이사로 재직 중이다.

“사업 초기에는 열정과 실험 자체가 성장 동력이었요. 하지만 규모가 커질수록 전문성과 안정성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저의 부족한 점을 채워줄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가 온 거였죠.”

김 대표는 두 차례 창업에 성공한 비결로 ‘타이밍’을 꼽았다. 2011년만 해도 생소했던 모바일 리서치라는 아이템으로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2016년 두 번째 창업 기회를 엿보던 김 대표의 눈에 들어온 것이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금융 서비스였다.

“은행이나 신용평가사에서 개인의 신용등급을 조회하면 90% 이상 확인이 가능합니다. 반면 사업자등록번호를 입력하면 조회율이 5%에 불과해요. 지금도 소상공인이 은행과 금융거래를 하기 위해선 종이서류를 7개씩 싸들고 가야 해요. 더 놀라운 건 서류를 받아든 은행원이 일일이 타이핑해 정보를 입력한다는 거죠. 데이터 화가 안 돼 있기 때문입니다.”

소상공인들의 매출 정보를 데이터화하기로 마음먹은 후 내놓은 첫 작품은 2016년 12월 출시한 ‘크레딧체크’였다. 저축은행이나 P2P대출 업체와 손잡고 내놓은 비대면 신용평가 서비스였다. 다른 한편으론 ‘카카오톡처럼 모든 사업자가 쓸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자’는 계획도 세웠다. “크레딧체크가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바탕으로 캐시카우 역할을 해주면서, 새로운 서비스(캐시노트)는 장기적인 데이터 축적을 위한 베팅이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캐시노트를 출시한 지 석달 만에 가맹점이 1만 개를 넘어섰어요. 제가 생각했던 베스트 시나리오보다 몇 배나 빠른 성장세였죠. 성공 가능성을 확신한 후 크레딧 체크는 과감히 정리했습니다.”

올해 5월 기준 캐시노트의 등록업체 수는 27만 곳을 넘어섰다. 배달의민족의 실제 서비스 이용업체 수가 9만 곳, ‘야놀자’의 유효 고객이 1만7000여 곳, ‘여기어때’가 1만 개 내외라는 김 대표의 설명은 캐시노트의 저력을 수치로 증명해준다. 캐시노트 프로세스 안에서 일어나는 매출 규모는 이미 한 달에 6조원을 넘어섰다. 현대카드가 5조5000억원, 신한카드가 9조7000억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캐시노트 안에서 주요 카드사에 버금가는 재무(매출) 데이터가 쌓여가는 셈이다.

“국내에서 1년간 오프라인을 통해 거래되는 카드결제 규모가 500조원입니다. 올해 말이면 캐시노트 가맹점은 50만~60만 곳, 그 안에서 이뤄지는 거래 규모만 12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합니다. 국내 어떤 카드사보다 훨씬 많은 거래 데이터를 확보하는 거죠.”

국내 어떤 금융사보다 방대한 데이터 확보

김 대표는 캐시노트를 단순한 매출관리를 넘어 ‘매출확대’ 플랫폼으로 진화시키고 있다. 마케팅 캠페인이 대표적인 예로, ‘매출 늘리기 서비스’라는 직관적인 이름도 붙였다. 예를 들어 지난 한 달간 5만원 이상 결제한 고객에게 커피 한 잔을 무료로 제공하는 이벤트를 캐시노트가 직접 사업주에게 제안하는 방식이다. 올 1분기에만 500개 매장에서 테스트에 나섰다. 해당 마케팅이 성과를 낼 경우에만 성공보수를 받는 과감한 방식도 업주들에게 환영을 받고 있다.

“누가 어디서 얼마나 결제했는지 데이터가 있기에 가능한 방식이죠. 특정 조건을 충족한 사람에게 어떤 혜택을 줄 것인지 자동으로 생성합니다. 일종의 공장자동화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아요. 사장님 입장에선 ‘100% 효과가 있는 마케팅’이니 마다할 이유가 없죠.”

정확하면서도 방대한 데이터를 확보하자, 대형 금융사와 ICT 업계도 캐시노트의 가능성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최근 부산은행은 사업자대출을 받는 고객에게 캐시노트의 유료서비스(매출 시계열 분석 등)를 1년간 이용할 수 있는 쿠폰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 안에 시중은행 3곳 및 인터넷전문은행과도 비슷한 업무제휴를 맺을 예정이다. 김 대표는 “캐시노트가 내년 상반기까지 가맹점 100만 곳 확보에 성공하면 더는 업계 내 경쟁이 무의미해진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제 막 창업 3년 차를 맞은 스타트업의 미래는 그동안 유치한 투자실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40억원 투자에 나선 카카오를 비롯해 신한카드, KT, 이니시스, 두나무 등 내로라하는 ICT 기업과 금융사들이 현재까지 약 100억원을 출자했다. 벤처캐피털(VC)이 나서 자금회수(엑시트)에 신경을 써야 하는 대개의 스타트업 투자 사례와 달리 “전략적투자(SI)로 더욱 긴 호흡의 거버넌스 구축이 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특히 카카오의 경우 단순 출자를 넘어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해 가고 있다. 캐시노트의 방대한 오프라인 결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향후 오프라인 사업 영역을 함께 확대해간다는 밑그림이다.

과기정통부가 주관하는 ‘마이데이터’ 사업자 선정도 사업 확장에 날개를 달아줄 전망이다. 마이데이터는 은행이나 카드사 같은 금융사에 흩어진 개인 신용정보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금융 컨설팅과 소비성향을 분석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정부는 데이터경제 활성화의 일환으로 올해 마이데이터 사업에 1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올해 나이 서른셋. 성공적인 스타트업 창업을 두 번이나 이끌어낸 비결에 대해 젊은 CEO는 ‘조금 더 대담한 시도’를 꼽았다. 3~10년 전에 비해 정부당국의 분위기가 “이보다 더 전향적일 수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사실 규제는 별 문제가 아니에요. 업계에서 돌 맞을 수도 있겠지만, 규제는 어디에나 있게 마련입니다. 규제 안에서 대안을 찾는 게 차라리 낫죠. 소셜커머스의 부침을 보세요. 좀 된다 싶으면 우르르 몰려가는 쏠림현상은 핀테크라고 다르지 않아요. 반면 파이가 작더라도 없는 시장을 선점하는 편이 장기적인 비즈니스 측면에선 훨씬 유리합니다.”

201906호 (2019.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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