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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스콰이어스 인스타그램 비즈니스 & 미디어 총괄 부사장 인터뷰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진화 꿈꾸는 인스타그램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
지난 5월 글로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인스타그램 핵심 간부들이 한국을 찾았다. 매월 사용자만 10억 명이 넘는 인스타그램도 본격적으로 비즈니스 기회를 마련해보겠다는 취지에서다. 인터뷰한 짐 스콰이어스 부사장은 생산·판매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쇼핑 플랫폼’을 그리고 있었다.

▎짐 스콰이어스 인스타그램 비즈니스&미디어 부사장은 “한국은 세계적으로 가장 선진적인 모바일 기술을 가지고 있어 인스타그램에게 매우 중요한 국가”라고 했다. 기자간담회 이후 그는 하영일 SK텔레콤 통합서비스혁신센터장을 만나 디지털 광고·마케팅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말 한마디보다 사진이나 영상의 힘이 더 큰 시대다. 사람들은 라이브캠으로 여러 명과 소통하고, 현장 분위기까지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한다. 해시태그(#)대로 분류가 되니 언어만 잘 고르면 내가 올린 사진이 글로벌하게 전파되는 건 순식간이다. 팔로워가 늘어나는 건 말할 것도 없다.

이를 위해 사람들은 인스타그램을 선택했다. 누구나 언제든지 재미있는 사진이나 영상을 올리거나 남들이 올린 걸 볼 수 있다.

인스타그램의 성장세는 놀랍다. 매월 사용자만 10억 명이 넘는다.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달리 이미지만 업로드하면 해시태그 분류 시스템으로 콘텐트 유통기한도 상대적으로 길다. 인스타그램은 이 인기에 힘입어 소셜미디어 업계 판도도 바꿨다. 글로벌 조사기관 에디슨 리서치와 트리톤 디지털이 실시한 소비자 조사 결과(12~34세 사용자 중심)에 따르면 2015년 58% 사용점유율을 차지했던 페이스북은 2019년 29%로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사용점유율 15%였던 인스타그램은 26%로 뛰었다. 인스타그램이 모회사인 페이스북의 독주를 깬 셈이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은 최근까지도 별다른 수익모델이 없었다. 2012년 페이스북이 10억 달러에 살 때까지도 나이키 광고 하나를 넣어보려 했던 게 전부였다. 수익모델을 내놓지 않으니 저커버그가 너무 비싸게 주고 샀다는 얘기까지 돌았다. 지금은 미국에서 페이스북(그룹)을 해체해야 한다는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될 정도로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이제 인스타그램은 자체 내부 결제 기능을 도입해 비즈니스 플랫폼이 되겠다고 나섰다. 일각에선 페이스북이 줄어든 매출을 메우려는 시도라는 분석까지 나올 정도다.

좀 다른 얘기지만, 이미 한국에선 인스타그램을 활용해 성공한 사업가가 꽤 있다. 대표적으로 부건에프엔씨(임블리 쇼핑몰), 스타일난다 등이다. 물론 81만 명에 달하는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발판으로 문을 연 임블리 쇼핑몰에서 최근 곰팡이 호박즙 사건이 터지면서 ‘인스타그램’의 상업적 활용은 ‘뜨거운 감자’가 됐다.


▎세빛섬에 별도로 마련된 ‘하우스 오브 인스타그램’ 부스에서 스톤브릭, 오유글라스워크, 오이뮤, 오마치, 프루아, 비앤테일러, 프릴츠, 모나미, 헬리녹스, 하이브로우 등 다양한 국내 기업 및 브랜드가 인스타그램으로 비즈니스를 성장시킨 사례를 선보였다. 사진은 스톤브릭 부스.
공교롭게 짐 스콰이어스 인스타그램 비즈니스 및 미디어 총괄 부사장이 한국에 와서 ‘비즈니스 플랫폼’화를 선언한 시점과 맞물렸다. 최근 ‘임블리 사태’ 탓인지 지난 5월 7일 세빛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엔 발 디딜 틈 없이 많은 취재진이 참석했고, 관련 질문이 쏟아졌다. 그를 따로 만나 최근 상황과 진짜(?) 그가 말하고자 했던 비즈니스 전략 얘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한국을 찾은 이유가 뭔가?

한국은 인스타그램에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성장세에 놀랐다. 20년 동안 이 분야에 종사하면서 이렇게 빠르게 서비스가 성장한 사례를 본 적이 없다. 많이 놀랐다. 특히 한국 이용자 3명 중 1명꼴로 인스타그램에서 상품 정보를 보고 실제 구매에 나선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스타그램이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도약하는 데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없다고 생각했다.

왜 한국인이 인스타그램에 열광한다고 생각하나?

인스타그램은 한국 이용자 2000명을 포함해 전 세계 13개국 만 13~64세 연령의 2만1000명을 대상으로 소비자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한국 인스타그램 이용자 92%가 인스타그램에서 새 상품을 접한 후 구매와 관련된 행동을 취한다고 했다. 인스타그램에서 접한 후 따로 상품 정보를 검색하거나 브랜드 사이트에 들어간 경우, 실제 구매까지 이른 사례를 추가하면 거의 모든 사용자가 소비 행위에 인스타그램을 활용했다고 보면 된다. 타그램을 활용했다고 보면 된다.

‘한국’이라는 이유 때문은 아닌 건 같다. 인스타그램은 자신을 잘 표현할 수 있게 하고 어떤 아이디어도 구현할 수 있다. 더군다나 사랑하는 사람들, 관심사와 더 가까워질 수 방법을 준다고 생각한다. 한국 인도 마찬가지다. 유명 인사, 크리에이터, 케이팝, 음식 등 전 세계인의 공통 관심사를 가진 이들이 서로 손쉽게 연결될 수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비즈니스 플랫폼에 거부감을 가진 이도 있을 텐데.


▎서울 한강 세빛섬 내 마련된 ‘하우스 오브 인스타그램’ 부스.
상업적, 비상업적인 콘텐트의 균형 문제라고 생각한다. 지난 5년간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이 문제를 고민했다. 비즈니스 플랫폼화를 선언한 것도 사실 많은 사용자가 인스타그램에서 비즈니스, 각종 기업·브랜드와 소통하고 싶어 했다. 그렇게 발견한 신제품은 또 급속도로 퍼져 나갔고, 많은 브랜드가 수년간 혜택을 입었다. 인스타그램 특성상 비상업적 콘텐트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상업적 콘텐트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균형’의 방법이 궁금하다.

사례가 하나 있다.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있는 회사 예티(YETI)는 고가형 아웃도어용 쿨러로 시작해 지금은 다양한 아웃도어 제품을 판매한다. 이 브랜드는 인스타그램에 자신들이 후원한 익스트림 스포츠 현장의 영상과 사진을 올린다. 그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짜릿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엄밀히 말하면 이 콘텐트도 상업용이다. 상업용이라고 해서 매력 없다고 단정할 수 없는 이유다. 비즈니스 플랫폼화를 선언했다고 이용자들의 선택권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언제든 보기 싫으면 ‘신고하기’ 버튼을 눌러 광고 노출이 최소화되게 할 수 있다.

앞으로 추가할 결제 기능은 뭔가?

많은 이용자가 인스타그램에서 쇼핑 정보를 다각도로 얻어가길 원했다. 수많은 기업, 브랜드와 직접 소통해보고 싶어 하는 이용자도 많았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은 참고 정보만 줄 뿐이어서 별도의 쇼핑 플랫폼에서 구매해야 했다. 정보도 얻고, 바로 구매도 하는 일종의 이용자 편의를 개선하겠다는 취지에서 출발한 사업이다. 수년간 투자해 이용자들이 편하게 쇼핑할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어쩌면 이런 기능을 탑재하는 걸 이용자가 원한다는 데이터가 쌓일 때까지 걸린 시간인지도 모르겠다.

기업과 브랜드에 다가갈 방법도 있나?


▎인터뷰 중인 짐 스콰이어스 부사장.
방한 목적 중 하나다. 비즈니스 플랫폼화를 꾀한다고 했으니 주요 미팅 대상은 기업 관계자다. 이들이 인스타그램을 어떤 식으로 활용하면 브랜드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지 설명하고, 다양한 사례를 보여줄 작정이다. 상업화가 이용자를 이탈시키거나 브랜드 이미지를 나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설득할 참이다. 동시에 인스타그램이 과거나 지금이나 이용자와 진정성 있게 소통하는 소셜미디어라는 점도 강조할 생각이다. 진정성이야말로 기업의 매출을 늘리는 가장 효과적인 비결일 수 있다.

‘상업적 콘텐트’ 기준이 너무 막연하다.

인스타그램에서 상업적 콘텐트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첫 번째는 이용자가 팔로우하는 혹은 팔로우할 수 있는 비즈니스 광고다. 두 번째는 이미 팔로우하고 있는 비즈니스 계정에 뜨는 유기적인(organic) 콘텐트가 있다. 기업과 브랜드 마케터들이 어떤 콘텐트가 이용자들에게 가장 와닿는지를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퀄리티 있는 콘텐트를 만들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실제 한국에서 만난 기업이 있나?

한국 스타트업을 많이 만났다. 기자간담회 행사에 참가한 오이뮤, 하이브로우, 페스룸 등이 그 예다. 이들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지난해보다 인지도를 키워가고 있다. 스타트업 사례만 든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사실 인스타그램은 기업의 크기를 불문하고, 인스타그램이란 플랫폼에서 효율적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큰 기업 사례를 들면 지난해 애플 자회사인 비츠 바이 드레(Beats by Dre)이 한 인스타그램 캠페인이 대표적인 예다. 이 마케팅으로 구매량은 30% 증가하고, 웹사이트 트래픽이 11배나 늘었다. 다른 기업의 광고에서도 영감을 얻는다. 특히 TV를 보지 않을 때는 그림 액자처럼 보이는 삼성 더 프레임 TV 광고가 인상적이었다. 나도 바로 구매했다. 동시에 인스타그램이 삼성의 훌륭한 제품을 알리는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 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한국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아까 기자간담회에서 임블리 사태에 대한 질문이 가장 많았다.

한국에 와서 들었다. 특정 사건의 내막은 잘 모르겠다. 원칙적인 부분에서 답하겠다. 인스타그램은 기본적으로 플랫폼상에서 수많은 크리에이터가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하는 곳이다. 문제가 생겼을 때 인스타그램에 민원을 제기하는 것도 열려 있다. 많은 이용자가 관련 문제를 얘기한다면 오퍼레이션팀이 즉각 조사하고 인스타그램 내부 가이드를 어겼는지를 따져 계정 유지 여부를 결정한다. 자동화된 툴로 하는 필터 시스템도 있고, 사람들이 직접 면밀하게 검토하는 커뮤니티 오퍼레이션팀도 운영 중이다. 인스타그램에는 인플루언서 브랜드, 비즈니스 계정이 준수해야 할 커뮤니티 가이드라인과 상거래 정책이 있다.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위반하는 사례가 이용자들의 불편을 초래하는 행위라면 수차례 경고를 거쳐 폐쇄 조치까지 하고 있다.

페이스북에서고 일했다고 들었다. 큰 차이가 있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느꼈다. 페이스북은 내 삶의 여러 모습을 모든 사람과 소통하는 장이고, 인스타그램은 친한 친구와 관심사를 두고 소통하는 소셜미디어라는 점에서 차이가 분명했다. 공통점도 있었다. 첫 번째는 사람이 우선순위라는 것, 두 번째는 이용자의 안전과 보안, 최상의 긍정적 경험을 제공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페이스북에서 인스타그램으로 이용자가 많이 넘어간다는 얘기가 있는데 사실 페이스북 패밀리 서비스인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왓츠앱은 상호 보완적이고, 관련 플랫폼 모두가 함께 성장하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었나?

페이스북에서 일하다 인스타그램의 비즈니스 관련 업무를 맡았을 때다. 페이스북은 사실 PC 기반으로 출발했지만, 인스타그램은 모바일 버전으로 시작했다. 모든 시스템의 결이 다를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상업적인 콘텐트를 인스타그램에선 어떤 식으로 구현해야 할지 많이 고민했다. 이전 마케터들은 데스크톱 특유의 우측 광고에 익숙해 있어 모바일 환경에서 마케팅할 방법을 교육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최근엔 인스타그램의 스토리 기능을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인터뷰를 마치며 인스타그램이 이용자 곁에 어떤 모습으로 자리 잡으면 좋을지 물었다. 짐 스콰이어스 인스타그램 비즈니스 및 미디어 총괄 부사장은 갑자기 아들 얘기를 꺼냈다.

“올해 아들에게 우쿨렐레를 가르치는 게 목표다. 처음엔 기타로 시작했는데 손이 작아서 우쿨렐레로 바꿨다. 사운드오브기타(soundofguitars)라는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어린 친구들이 기타를 치는 모습에서 영감을 받았다. 솔직히 아들이 먼저 인스타그램에서 보고 가르쳐달라고 했다. 누군가는 잊지 못할 경험을 공유하고, 누군가는 영감을 받는 곳. 인스타그램의 진정한 존재가치인지도 모른다.”

201906호 (2019.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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