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People

Home>포브스>CEO&People

로베르토 콤파뇨 슬로웨어 CEO 

“멀티채널 전략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 추구” 

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슬로웨어는 지난 2012년 한국 진출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다. 유럽 시장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아시아 지역으로 외연 확장을 꾀하고 있는 로베르토 콤파뇨 CEO에게 시장 선점을 위한 브랜드 전략과 미래 비전을 물어봤다.

▎서울 청담동의 슬로웨어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만난 로베르토 콤파뇨 CEO. 1970년대 말부터 창업주의 뒤를 이어 해외 시장으로 브랜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슬로웨어는 느림의 미학을 추구하는 슬로 패션의 대표 주자다. 인코텍스(Incotex)를 시작으로 몬테도로(Montedoro), 글랜셔츠(Glanshirt), 자노네(Zanone) 등 4가지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1951년 창업주인 카를로 콤파뇨(Carlo compagno)가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군복용 바지(인코텍스)를 만들어 납품한 것이 시초다.

이어 1956년 아우터 전문 브랜드 몬테도로, 1960년 셔츠 전문 브랜드 글랜셔츠, 1986년 아방가르드 스타일의 니트웨어 브랜드 자노네를 탄생시켰다. 현재 이탈리아 밀라노를 비롯해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미국 뉴욕, 일본 도쿄 등 전 세계 주요 도시에 플래그십 매장을 운영 중이다. 4개 브랜드를 모두 아우르는 슬로웨어 그룹은 2003년 설립됐다.

지난 5월 3일, 아시아 지역 시장조사를 위해 한국을 찾은 로베르토 콤파뇨 CEO를 만났다. 부친인 카를로 콤파뇨의 뒤를 이어 1970년대 말부터 슬로웨어를 이끌고 있는 그는 “한국은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에 영향력이 큰 전략적인 요충지”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투자로 슬로웨어가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더 많은 소비자와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방한 목적이 궁금하다.

슬로웨어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으로의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이번 한국 방문도 그 일환이다. 그런데 막상 돌아보니 앞으로 더 자주 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 시장은 매우 흥미롭다. 신선하고 생동감 넘치는 신생 브랜드를 많이 접할 수 있었다. 특히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의 쇼룸 콘셉트는 매우 혁신적이어서 배울 점이 많았다. 한국에서 경험할 수 있는 새롭고 흥미로운 시도들은 미래 사업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도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은 수많은 패션 브랜드에 영향력이 큰 시장이다. 지속적인 투자로 슬로웨어가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더 많은 한국 소비자와 공유하고 싶다.

슬로웨어가 어떤 브랜드인지 설명해달라.

슬로웨어는 단순한 패션 브랜드가 아니다. 공통된 취향과 가치관을 공유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다. ‘남성들을 위한 멀티 브랜드’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팬츠를 시작으로 아우터, 셔츠, 니트 등 품목별로 가장 전문성 있는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는 슬로웨어가 타 브랜드와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이자 슬로웨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업 미션이다. 슬로웨어는 남성복으로 유명하지만 최근 유럽 지역의 편집숍을 중심으로 여성복 사업도 확장 중이다. 한국의 몇몇 슬로웨어 매장에서도 여성복을 만날 수 있다.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

슬로웨어는 무작정 유행을 좇기보다 옷장에 더 오래 간직하고 싶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퀄리티 좋고 친환경적인 옷을 위해 새로운 소재 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아이스코튼(IceCotton), 플렉스울(Flexwool), 로열 바타비아(Royal Batavia)가 대표적이다. 슬로웨어의 아이스코튼은 일반 강연사(직선의 실에 압력을 주어 구불구불하게 꼬아놓은 실)보다 10배 이상 꼬임을 주어 만든다. 이 실로 옷을 만들면 꼬임으로 생긴 공간으로 인해 시원하고 통풍성이 뛰어나다. 메리노울 원사 중 최고인 플렉스울은 가볍고 따뜻한 동시에 복원력이 좋아 100번을 세탁해도 새 옷처럼 입을 수 있다. 로열 바타비아는 여름 팬츠에 사용되는 면 소재의 일종이다. 특별한 가공 과정을 거쳐 매우 가볍고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새롭게 브랜드를 추가할 계획은 없는지?

현재 다섯 번째 브랜드를 위한 계획을 한창 추진 중이다. 가죽 제품 전문 브랜드 오피시나 슬로웨어(Officina Slowear)가 그것이다. 가죽으로 명성이 높은 베네치아 장인들과 협업해 신발과 가방을 생산할 예정이다. 훌륭한 장인들과 함께 사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슬로웨어에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이탈리아 지역 경제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자부심과 보람을 느낀다.

공통 취향 가진 남성들을 위한 멀티 브랜드


▎1951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탄생한 팬츠 전문 브랜드 인코텍스. 최고급 소재와 정교한 디테일, 특유의 편안한 핏으로 전 세계 남성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사진:슬로웨어
슬로웨어는 지난 2012년 삼성물산 패션부문에서 운영하는 멀티숍 란스미어를 통해 한국 시장에 첫선을 보였다. 국내 소비자들의 좋은 반응에 힘입어 같은 해 서울 청담동에 플래그십 매장을 연 슬로웨어는 2017년 란스미어 소속 브랜드에서 단독 브랜드로 독립했다. 현재 갤러리아압구정, 신세계강남, 신세계하남, 현대판교, 현대목동, 롯데본점, 롯데부산 등 총 7개 백화점 매장에서 슬로웨어 제품을 만날 수 있다.

슬로웨어가 한국에 진출한 지 7년째다. 그동안 경험한 한국 소비자들의 특징은 무엇인가?

그간 한국 소비자들에게 슬로웨어를 알리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결과도 대체로 만족하는 편이다. 한국 소비자들은 새로운 것, 혁신적인 것을 쉽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앞으로 더욱 성장할 잠재력이 크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하루빨리 유럽에 있는 라이프스타일 콘셉트의 매장을 한국에 도입하고 싶다. 슬로웨어 매장들은 소비자들에게 여유와 흥미로움, 새로운 쇼핑 철학을 제공한다. 내 집 같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책을 읽을 수 있고 레코드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단순한 쇼핑 공간을 넘어 브랜드의 철학과 가치를 경험할 수 있다.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남성복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나?

전 세계적으로 남성 패션 시장에서의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또 온라인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백화점 같은 전통적인 유통 시스템을 갖고 있는 브랜드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양한 유통 채널에 힘입어 하루가 멀다 하고 수많은 브랜드가 생겨나고 있으며, 독특한 디자인과 혁신적인 기능을 앞세운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슬로웨어의 사업 전략은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다. 슬로웨어는 모든 소비자를 위해 제품을 만들지 않는다. 슬로웨어의 철학과 가치관을 공유할 수 있는 소비자들을 위해 제품을 만든다.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채널을 매개로 우리 제품을 이해하고 지지하는 소비자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한다.

한국 소비자만을 위한 제품을 선보일 계획은 없는지?

지난 3월에 일본 패션 브랜드 나나미카와 협업해 기능성 의류를 선보인 바 있다. 조만간 프랑스 데님 브랜드 마리테 프랑수와 저버와 컬래버 라인 출시도 앞두고 있다. 한국에는 세계적인 브랜드나 훌륭한 디자이너가 많다. 그들과 협업해 전 세계 소비자들이 좋아할 만한 특별한 제품을 만들고 싶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슬로웨어의 전략은 무엇인가?

슬로웨어는 유통 채널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오프라인과 온라인 채널을 매개로 소비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우리 제품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제 온라인 채널 없이는 결코 성장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하지만 꾸준한 성장을 위해서는 오프라인 매장도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채널이라고 생각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우르는 멀티채널 강화 전략이 슬로웨어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가능케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201906호 (2019.05.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