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People

Home>포브스>CEO&People

김익환이 만난 혁신 기업가(6) 양지해 엠티콜렉션 대표 

“뭐든 가볍게 시작하는 게 멀티플레이어의 비결이죠” 

정리=김민수 기자 kim.minsu2@joins.com·사진 김현동 기자
‘I am who I am.’ 금빛으로 물들인 머릿칼과 화려한 패턴의 블랙 재킷을 걸친 양지해 엠티콜렉션 대표는 메트로시티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그 자체’다. 20대 중반에 패션기업 CEO가 된 그녀는 최근 패션업에서 보폭을 넓혀 라운지, 카페, 한식당까지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걸쳐 브랜드를 진화시키고 있다. 올해로 18년 차 경영인이 된 그녀의 비전을 들어봤다.

▎대표이사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김익환 한세실업 대표(왼쪽)와 양지해 엠티콜렉션 대표. 테이블 위에 놓인 강렬한 빨간색 핸드백은 (왼쪽부터) 19SS MF0407, MF0403.
‘세상에 하나뿐인 나 자신을 사랑하고 당당하게 표현하자.’ 메트로시티가 추구하는 브랜드 세계관이다. 메트로시티는 1992년 이탈리아에서 탄생한 패션브랜드다. 1997년 메트로시티 코리아로 라이선스를 시작, 2012년부터 본격적인 글로벌 라이선스를 전개하면서 이탈리아 브랜드를 국내에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2004년부터 엠티콜렉션을 이끌고 있는 양 대표를 김익환 한세실업 대표가 만났다.

메트로시티는 브랜드 세계관이라는 표현을 쓰던데 정의는 무엇인가?

세계적 브랜드 철학, 콘셉트, 아이덴티티보다 더 포괄적인 개념이다. 국내에선 아직 생소하지만 해외에선 브랜드가 표현하고자하는 메시지를 ‘세계관’으로 나타낸다. 텍스트로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에 영상과 이미지로 전개하는데, 굳이 설명하자면 브랜드의 애티튜드 같은 것이다. 메트로시티의 브랜드 세계관은 대담하고 포용력 있는 사랑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나 자신을 사랑하는 데서 출발한다.

패션업의 본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패션은 원래 자기가 꿈꾸는 대상을 표방하기 위한 목적에 가까웠다. 평민이 귀족을 따라 하고, 귀족은 왕족을 따라 하는 게 시작이었다. 지금은 자기만족이다. 개인적인 성향과 만족감을 중시하는 소비 형태로 바뀌었기 때문에 비싸든 싸든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구매하는 패턴이 두드러진다.

패션기업 CEO라서 SNS를 잘 활용하기로 유명한 걸로 알고 있다.

평소 텍스트보다 이미지나 영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믿는 편이다. 지금은 텍스트로 전달하지 못하는 제3의 정보나 감정들을 이미지나 영상으로 전달하는 시대다. 그래서 메트로시티나 여러 프로젝트, F&B 사업 등 모든 분야에서 내 머릿속을 시각화해서 직원들과 공유하고 있다.

사내에서 주로 활용하는 앱들은 어떤 게 있나?

가장 잘 활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중에 하나는 ‘핀터레스트(Pinterest)’다. 제 핀터레스트 계정에 패션, 음식, 건물, 디자인, 라이프스타일 등 분야별로 이미지를 올려 직원들이 볼 수 있도록 했다. 회의할 때도 제 핀터레스트 계정을 띄워놓고 설명하면 직원들이 “아 이거 봤어요”라며 소통이 빨라진다. 평소 아이폰과 갤럭시노트를 같이 사용하는데 아이폰은 핀터레스트처럼 사진 관련 앱을 사용할 때 쓰고, 갤럭시노트는 디자인을 수정할 때 주로 쓴다.

그 외 유용하게 사용하는 앱들이 있다면?

유튜브, 카카오톡, 네이버 밴드도 유용하게 쓰고 있다. 유튜브는 사내 교육부터 패션쇼까지 다양한 링크를 공유하고, 카카오톡은 해외 출장 시 가장 문제없이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라 즐겨 쓴다. 밴드는 업무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데 활용한다. 특히 외근하는 직원들이 매장 상황이나 공장 작업 현황, 진도율 등을 실시간으로 사진과 함께 올리기 때문에 업무 파악이 수월하다.

사내에서 직접 개발하지 않고 외부 오픈소스를 적극 활용하는 이유는?

물론 돈과 인력을 투자하면 자체 메트로시티 앱을 만들거나 사내 프로그램으로 녹일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건 가볍게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자기가 쓰는 앱만 쓰게 돼 있다. 그래서 오픈소스로 가장 친숙한 소프트웨어를 쓰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직원들의 참여도도 높다.

메트로시티는 2017년 패션업계 최초로 스마트오피스를 도입했다. 직급에 상관없이 자리를 직접 선택하는 자율좌석제를 도입해 매일 원하는 곳에서 업무가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었다. 자리 선택은 출근 선착순이다. 근무 문화가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서열주의도 파괴됐다. 메트로시티 만의 사내 문화는 대기업들이 배워갈 정도로 유명하다. 직원 간 예체능 대결, 러브모닝, 입사 백일파티 등이 대표적이다.

한때 유행이었던 기업들의 스마트오피스 도입은 대부분 성공하지 못했다. 엠티콜렉션의 성공 비결은 무엇인가?

우리는 스마트오피스를 도입하기 전부터 직급별, 부서별로 간담회를 꾸준히 열면서 의견을 공유했다. 또 보고 체계를 없애고 좌석만 마음대로 앉는 게 아니라 소프트웨어가 같이 개발돼야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진정한 스마트오피스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모니터링하며 초기 안착 과정에서의 불편함을 해소해나갔다. 실제 스마트오피스를 사용하는 것은 직원들이기 때문에 스스로 필요성을 느껴 잘 유지할 수 있도록 시뮬레이션에 6개월 이상 공을 들였다.


▎키친 미미미 용산아이파크몰점. ‘그로서리(grocery, 식재료)’와 ‘레스토랑(restaurant, 음식점)’의 합성어인 ‘그로서란트(grocerant)’를 표방한다. 오픈 첫달, 용산아이파크몰 전체 매출 톱5를 기록했다./사진 : 엠티콜렉션
도입한 지 3년 차에 접어들었는데 직원들의 피드백은 어떤가?

스마트오피스라는 하드웨어는 어느 정도 안착됐다. 궁극적인 목표는 ‘스마트워크’다. 지금은 다양한 그룹웨어를 통합하고 시스템을 준비하면서 스마트워크가 조금씩 실현되고 있는 단계에 와 있다. 하드웨어 준비가 끝나고 스마트워크를 향한 본격적인 소프트웨어 향상에 돌입했다고 볼 수 있다. 3년 만에 끝날 프로젝트는 아니고 앞으로 꾸준히 단계별로 점검하면서 보완해나갈 계획이다.

엠티콜렉션의 사내 교육 프로그램은 외부에서도 유명한 걸로 알고 있다. 비결이 뭔가?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는 직원들이 내용을 완전히 흡수해서 업무에 쓰기 위한 것이다. 교육은 딱딱하게 접근하면 안 된다. 교육을 수치화하거나 점수화하는 행위는 교육을 하는 쪽의 만족을 위한 행위다. 직원들이 스스로 재미있어하고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할 때 흡수도 훨씬 잘되고 수요도 생긴다. 그래서 우리는 재미있고 꼭 필요한 교육이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 다양한 방식을 고민했다. 지금은 이런 부분을 KPI에 녹여서 교육을 통해 업무에서 성과를 냈을 때 보람을 느낄 수 있는 단계로 진화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달라.

신제품 세일즈 포인트부터 디스플레이 방법까지 다양한 튜토리얼 영상들을 유튜브에 올린다. 실제 업무에 필요한 교육들이기 때문에 조회수가 높다. 이 같은 프로그램들은 인재개발팀이 직접 기획해 만든다. 영상 조회수가 낮으면 그보다 더 흥미롭고 효율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는 뜻이다. 외국어부터 엑셀 실무 익히기 등 다양한 온라인 프로그램이 있는데 직원이 프로그램을 완벽히 이수하면 회사가 100% 교육비를 지원한다. 반대로 이수하지 못하면 직원이 직접 돈을 내야한다. 사내강사 프로그램도 있다. 자재, 수선, CS등 각 분야에서 회사에서 가장 숙달된 부서장급들을 사내강사로 초빙한다. 당연히 강사비도 지급한다.(웃음)

엠티콜렉션은 독특한 사내문화로도 잘 알려져 있다.

출근시간인 9시30분에 전 직원이 모이는 ‘러브모닝’ 제도가 그렇다. 막내부터 팀장까지 휴가, 바캉스, 취미, 가족 등을 주제로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우리는 팀장 체제가 아니라 개개인이 업무를 맡아 책임을 져야 하는데 그러려면 신입사원이나 대리들도 발언권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업무 얘기만 하면 무거우니까 ‘오늘 출근길에 버스 타고 오면서 이런 노래를 들었는데 되게 좋더라’ 이 정도로 가벼운 대화로 아침을 시작하는 거다. 이렇게 하면 모든 직원이 서로 얼굴과 이름을 쉽게 알고 빨리 조직에 융화될 수 있다. 메트로시티 올림픽, 입사 100일 파티 등도 비슷한 활동들이다.


▎메트로시티 라운지 롯데월드몰점. ‘워너비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공간이다. /사진 : 엠티콜렉션
혁신의 정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혁신은 끊임없는 점검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기존 제도들을 다 바꾸는 것보다 여러 각도로 점검해봤더니 바꿀 필요 없이 그대로 가도 되겠다는 결론에 다다르는 것도 혁신이라고 생각한다. 혁신은 필요하지만 혁신만 필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끊임없는 자기 검점이 더 중요하다.

인재개발에 집중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브랜드는 일관된 메시지를 여러 방향으로 노출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는 전국 116개 매장이 전부 직영이기 때문에 TV나 매거진에서 보여지는 것뿐 아니라 직원들의 응대 수준이나 주변 환경 등 모든 것이 브랜드 이미지와 직결된다. 브랜드 톤에 맞는 공간과 감각, 이미지를 일관성 있게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2010년에 교육팀을 만들었고 지금은 인재개발팀으로 바뀌었다.

메트로시티 업무만으로도 많이 바쁠 것 같은데 푸드 분야까지 진출했다.

메트로시티는 브랜드 포지션상 아이디어들을 다양하게 실행하는 데 제약이 있다. 재밌고 센스 있는 아이디어들이 차고 넘치는데 이걸 구현한 게 ‘미미미’다. 전 세계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 사업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스몰 F&B 비즈니스에서 답을 찾았다. 처음엔 가볍게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외식 산업에 더 흥미가 생겼고 배우고 싶어졌다. 전문가에게만 의존하지 않고 직접 공부하며 파고들다 보니 메뉴와 인테리어 디자인 등 세부적인 것들까지 콘셉트를 짤 수 있었다. 청담만옥도 평소 한식에 대한 관심을 사업으로 승화한 케이스다.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야기가 있나?

메트로시티의 경우,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일본 현지 회사들과 미팅 중이다. 일본 법인에 각 분야에 전문인원들을 투입, 일본 주요 바이어들과 입점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지난달 말에도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몇 년 내에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나?

먼저 앞으로 3년간 일본, 중국, 미국에 뿌리를 잘 내릴 생각이다. 우리가 해외 시장에 완벽하게 적응할 수 있으려면 나라별로 브랜드 포지셔닝을 재정립해야 한다. 국내 시장에서 일군 입지와 상관없이 현지에서 1등 할 수 있는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그래서 앞으로 3년 동안 파트너십, 콘텐트 전략 등을 집중적으로 준비할 거다. 일단 잘 안착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면 그다음부터는 자본과 외부적인 환경에 대한 싸움이다.

메트로시티 CEO로서 목표는 무엇인가?

100년 이상 지속하는 글로벌 패션 비즈니스를 만드는 것이다. 꾸준히 100년 이상 롱런하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 ‘한국에서 좀 잘되니까 해외에서도 팔아볼까’가 아니라 제대로 준비해서 탄탄한 글로벌 입지를 다져나갈 계획이다.


※ 김익환은… 노동력 위주의 제조업인 한세실업에 IT를 접목해 성과를 내고 있는 혁신 CEO다. 한세드림, 한세엠케이, FRJ 등 패션 자회사들의 경영에 직접 참여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끌며 지난해 1조70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최근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관심을 갖고 국내외에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1907호 (2019.06.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