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프 도벨리는 경영인이었지만, 세계적인 저술가로 더 유명하다. 그의 저서 『스마트한 생각들』은 250만 부나 팔렸고, 최근 저서 『불행 피하기 기술』도 인기다. 인간 심리를 비즈니스에 응용하는 데 도움이 되는 『맑은 사고의 기술』이란 저서에선 경영인으로서의 면모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누구나 크고 작은 결정을 한다. 결혼·출산·진학·취업·은퇴·창업·투자·기업 확장 등과 관련해 잘못된 결정은 인생이나, 비즈니스를 망칠 수 있다. 『맑은 사고의 기술』은 결정할 때 이성적·논리적 오류를 피하는 방법을 알려 준다.

『맑은 사고의 기술』은 ‘전설적인 경영자’라 불리는 잭 웰치(1935년생) 전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의 말을 이렇게 인용한다. “여러분은 간단하고 명료하게 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믿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얼간이처럼 보이는 것을 두려워한다. 현실에서는 정반대가 진실이다.(You would not believe how difficult it is to be simple and clear. People are afraid that they may be seen as a simpleton. In reality, just the opposite is true.)”

대부분의 사람은 생각이 복잡하다. 복잡하게 생각하는 것보다 단순하게 생각하는 게 훨씬 어렵다. 단순하게 보이는 ‘바보’가 되지 않는다면 잭 웰치처럼 될 수 없다. (YS는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DJ는 단순한 것을 복잡하게 생각하는 지도자라는 세간의 평가가 있었다. 두분 모두 걸출한 지도자였다. YS가 DJ보다 먼 저 대통령이 됐다.)

최고경영자(CEO)의 서재에 독일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1724~1804)의 『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비판』, 『판단력비판』, 『영구평화론』이 포함된 칸트 전집이 놓여 있다면 굉장히 폼이 날 것이다. 하지만 CEO의 독서 목록에는 개론서도 있어야 한다. 예컨대 인간 심리를 비즈니스에 응용하는 데 도움이 되는 롤프 도벨리의 『맑은 사고의 기술』과 같은 책이다.

▎한글판 『스마트한 생각들』 표지.

‘근대 철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르네 데카르트(1596~1650)는 기념비적 저작인 『방법서설(方法敍說)』(1637)에서 진리 추구의 수단으로 이성 중심의 ‘명석한(clear)’ 사고를 제시했다. (기업인은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인가. 기업인이야말로 ‘진리’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아닐까. ‘진리’를 추구하다 보면 자연히 ‘이익’이 생기는 것은 아닐까. ) 여기서 명석(明晳)하다는 것은 “생각이나 판단력이 분명하고 똑똑하다”이다.

『맑은 사고의 기술』은 명석한, 맑은 사고를 연마하기 위해 필요한 책이다. 우리말 제목은 『스마트한 생각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52가지 심리법칙』(2012)이다. 독일어판 『Die kunst des klaren Denkens』은 2012년, 영문판 『The Art of Thinking Clearly』는 2013년에 나왔다.

영문판 제목에 나오는 ‘clearly’를 영한사전에서 찾아보면 “또렷하게, 분명히, 알기 쉽게”라고 나온다. ‘clearly’는 기업인을 비롯한 모든 지도자에게 필요한 핵심적인 가치를 담은 단어다. 리더의 말이 또렷하고 분명하고 알기 쉬워야 팔로어(follower)를 이끌 수 있다. 그런데 리더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리더의 머릿속 생각에서 나온다.

리더의 머릿 속에서는 지극히 명료한 아이디어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팔로어가 이해할 수 없다. (예컨대 ‘창조경제’나 ‘소득주도성장’ 같은 국정 기조는 과연 국민·유권자의 몇 퍼센트에게 명료하게 전달됐을까.) 그 전에 리더와 팔로어 사이의 소통이 실패하는 경우가 많지만, 리더의 생각 자체가 명료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꽤 많은 수의 리더는 자신의 희뿌연 아이디어가 명료하다고 착각한다.

일차적으로 리더는 이성적으로, 논리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리더가 이성보다는 감성·감정·열정, 논리보다는 예감·직감에 의지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변칙(變則)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성과 논리가 원칙이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생각을 너무 많이 하면, 여러분은 여러분의 마음을 여러분 느낌에서 오는 지혜로부터 차단한다.(If you think too much, you cut off your mind from the wisdom of your feelings.)” 무슨 뜻일까. 생각을 너무 많이 하는 이성적인 사람은, 이성과 더불어 마음의 쌍두마차인 감성이 선사하는 지혜로부터 스스로를 배제한다. 결국 이성과 감성, 변칙과 원칙은 함께 가야 한다. 균형을 이뤄야 한다.

『명료한 사고의 기술』은 리더를 포함해 모든 인간 사고의 비이성적·감정적·감성적·비논리적 성향을 드러낸 심리학과 경제학 연구 성과를 각종 사례를 들어 들려준다.

독서 시장에 『명료한 사고의 기술』과 비슷한 책이 정말 많이 나와 있다. 거의 매주 몇 권은 나온다. 『명료한 사고의 기술』에 새로운 내용은 없다. 하지만 가장 포괄적이다. 또 가독성(可讀性·readability)이 아주 좋다. 실생활 속 적용성도 높다. 인간 심리·행동에 대한 연구를 예습·복습하는 데 편리한 책이다. 왕초보급은 이 책을 개론서로, 전문가·마니아급은 총정리를 위한 서적으로 삼을 만하다.

영문판의 경우 참고문헌을 제외하면 306페이지다. 분량이 많은 것 같지만, 워낙 술술 읽히기에 주말 이틀이면 충분히 독파할 수 있다. 사생활이나 비즈니스에 요긴한 인간 심리와 행동의 특징들을 이해하는 데 이 책만 한 지름길은 흔하지 않다.

『맑은 사고의 기술』은 저자 롤프 도벨리가 독일·네덜란드·스위스의 주요 매체에 기고한 칼럼들을 모은 것이다. 독일에서 80주 동안 베스트셀러 톱10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99가지 인간 사고의 오류 유형을 각기 3~4페이지 분량으로 정리했다. 처방도 제시했다. 비즈니스 사례가 많이 나온다. 유머도 돋보인다.

『맑은 사고의 기술』의 핵심은 인간의 사고와 인간의 조건(the human condition)의 관계다.

인간의 조건은 공부를 좀 더한 사람이나 좀 덜한 사람이나 동일하다. 또 지능이 상대적으로 높은 사람이나 낮은 사람이나 같은 잘못에 빠진다.

모든 인간은 석기시대 유전자, 석기시대 문화·관습·전통의 그림자 속에서 인공지능(AI) 시대를 살고 있다는 점에서 평등하다. 개별적 인간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가 석기시대 유전자나 문화·관습·전통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인간·인류는 항상 극복을 시도하는 존재다. 청동기 시대, 철기 시대, 농업 시대, 앞으로 본격적으로 도래할 인공지능(AI) 시대 또한 인류의 ‘연쇄적’ 자기 극복의 역사다.

하지만 석기시대의 잔영 때문에 인간의 자기 극복은 큰 희생을 초래했다. 저자는 “우리는 작고 점진적인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한다(We don’t notice small, gradual changes.)”고 했다. 하지만 우리는 크고 급격한 변화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왜일까. 석기시대는 그다지 변화가 많은 시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났을 때 세상에 자기밖에 없고 자기만 귀한 줄 안다. 그러다가 세상에는 엄마도 있고 아빠도 있고 형·오빠, 누나·언니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들 또한 나만큼 귀한 존재라는 것도 알게 된다. 사람은 개인주의자·이기주의자로 태어나지만 자라면서 공동체주의자로 성장한다.

서양이 세상의 나머지를 앞서간 비결 중 하나는 공동체주의에 더해 개인주의라는 도구를 추가로 확보한 것이다. 철학적 차원에서 개인주의의 맹아가 싹튼 것은 고대 그리스다. 16~18세기 계몽주의를 거쳐 19세기 초반에는 개인주의(individualism)이라는 말이 등장했다.

▎프랑스 파리 로댕미술관에 있는 오귀스트 로댕(1840~1917)의 ‘생각하는 사람’. / 사진:앤드루 혼

하지만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아직도 지배하는 것은 공동체주의다. 『맑은 사고의 기술』이 소개하는 상당수 사고 오류는 ‘무리 본능(herd instinct)’, 공동체주의와 연관됐다.

석기시대나 19세기에 비해 지금은 훨씬 안전하고 복합적인 시대다. 신속한 결정보다 신중한 결정이 더 중요한 시대다. 하지만 우리는 신속한 결정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저자 도벨리가 지적한다.

이 책은 비즈니스 성공을 포함한 성공에 영감을 준다. 하지만 성공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행복이다. 저자 도벨리는 다음과 같은 역사적인 일화로 성공과 행복의 비결을 제시한다.

교황이 미켈란젤로의 ‘다윗상’을 보고 감탄한 나머지 그에게 천재성의 비밀을 물었다. 미켈란젤로는 이렇게 말했다. “간단합니다. 나는 ‘다윗이 아닌 모든 것’을 제거했습니다.”

그렇다. 우리는 우리 인생에서 ‘행복이 아닌 것’, ‘성공이 아닌 것’을 제거하면 행복하고 성공할 수 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지 정확히 집어낼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는 확신을 가지고 우리의 성공이나 행복을 망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We can’t pinpoint exactly what makes us happy. But we know with certainty what destroys success or happiness.)”

모든 책은 당연히 비판적으로 읽어야 한다. 인간에게는 양면성이 있다. 인간은 이성적이면서 감성적·감정적이다. 이 책은 주로 인간의 비이성적 측면의 역기능을 부각한다. 우리는 우리를 잘 모른다. 우리는 우리 능력을 과대평가하거나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 책은 주로 과대평가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과소평가도 문제다.

이 책은 ‘과도한 자신감 효과(Overconfidence Effect)’와 관련해 낙관론자뿐만 아니라 비관론자도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성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자신감 부족 효과(Under-confidence Effect)’도 충분히 성립한다. (CEO에게 아부가 먹히는 이유는 CEO야말로 자신의 능력에 대해 자신감이 충만하면서도 동시에 부족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매몰비용 오류(sunk cost fallacy)’는 한마디로 하면 ‘본전 생각’이다. 많은 시간과 자금, 에너지들을 투자했을 때 발을 빼기가 힘들다. 저자는 특히 투자자들이 이 오류에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매몰비용 오류’ 때문에 상당수 혹은 대다수가 망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 오류 덕분에 ‘대박’을 치는 경우도 있다.

저자 도벨리는 스위스 출신이다. 스릴러 소설의 저자이기도 그는, 싱크 탱크 Zurich.Minds를 창립한 기업인이기도 하다. 그가 창립한 getAbstract는 논픽션과 픽션을 요약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도벨리는 독일어권 최고의 명문대학 중 하나인 장크트갈렌대에서 MBA와 경제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스기사] 『맑은 사고의 기술』에서 저자가 인용한 말말말…

“팩트를 무시한다고 해서 팩트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Facts do not cease to exist because they are ignored.)” 영국 소설가·평론가 올더스 헉슬리(1894~1963).

“죽음과 세금 외에는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다.(Nothing is certain but death and taxes.)” 미국의 정치가·과학자 벤저민 프랭클린(1706~1790).

“나는 예측하지 않는다. 과거에 예측한 적도 없고 미래에도 예측하지 않을 것이다.(I don’t make predictions. I never have, and I never will.)” 영국 정치가 토니 블레어(1953년생)

“만약 아무런 할 말이 없다면 아무 말도 하지 말라.(If you have nothing to say, say nothing.)”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1835~1910)

저자 도넬리의 말말말

“우리는 정보가 없는 것보다는 잘못된 정보라도 있는 것을 더 좋아한다.(We prefer wrong information to no information.)”

“악(惡)은 선(善)보다 더 강력하고 더 숱하게 많다. 우리는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것에 보다 민감하다.(Evil is more powerful and more plentiful than good. We are more sensitive to negative than to positive things.)”

“사람들이 함께 일할 때 개개인의 성과는 줄어든다.(When people work together, individual performances decrease.)”

※ 김환영은… 중앙일보플러스 대기자. 지은 책으로 『따뜻한 종교 이야기』 『CEO를 위한 인문학』 『대한민국을 말하다: 세계적 석학들과의 인터뷰 33선』 『마음고전』 『아포리즘 행복 수업』 『하루 10분, 세계사의 오리진을 말하다』 『세상이 주목한 책과 저자』가 있다. 서울대 외교학과와 스탠퍼드대(중남미학 석사, 정치학 박사)에서 공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