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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키움투자자산운용 대표 

실사구시 전력으로 '명가' 꿈꾸는 운용사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사진 김경빈 기자
지난 몇 년간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성장했다. 지난해 취임한 김성훈 대표가 마케팅본부장 시절부터 여의도를 훑고 다닌 덕분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최근 금융업계 굵직굵직한 이슈에서도 ‘키움’이 자주 거론된다. 한층 어깨가 무거워진 증권과 운용업 경력 24년 차 김 대표를 만났다.

▎김성훈 키움투자자산운용 대표는 업계에서 리더십과 추진력이 상당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최근 키움에 맡긴 법인들의 일임자금, 특히 채권 자금이 늘어난 데는 그의 공이 컸다. 회사 경쟁력 강화를 노리는 김 대표는 “임기 동안 헤지펀드, 대체투자 상품, 주식형펀드를 꾸준히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2013년 대비 운용자산 70%, 순이익 500% 증가’, ‘하이자산운용 인수 후보자’, ‘글로벌 얼터너티브 펀드 설정액 1200억원 돌파’,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지원.’

최근 ‘키움’에 시장의 이목이 쏠렸다. 특히 수식어들 모두 키움증권이 100% 출자한 키움투자자산운용 몫이다. 사실 키움증권의 출신성분(?)이 좀 특이하다. 이 회사가 속한 다우키움그룹의 역사는 1986년 1월 김익래(69) 회장이 설립한 ‘다우기술’로 거슬러 올라간다. 키움증권은 김 회장이 ‘무점포 증권사’를 표방하면서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2001년 자체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영웅문’으로 개인 투자자를 대거 주식시장으로 끌어모으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2014년엔 우리자산운용을 인수해 키움투자자산운용과 합병하면서 자산관리 분야에서도 꽤 큰손으로 자리매김했다. 더불어 키움저축은행, 키움캐피탈 등 각종 금융사를 더해 ‘종합금융그룹’으로 성장했다. 이 중에서도 최근 키움투자자산운용의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업계에선 여의도 ‘마케팅의 신’이라 불리는 김성훈(53) 대표가 버티고 있어서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김 회장도 지난해 대표로 취임한 그에게 키움투자자산운용이 양적·실적 성장을 이루는 한편 ‘증용사’(증권사와 운용사의 장점을 겸비한 조직)로 탈바꿈하기 위한 다양한 경영실험에 도전할 것을 주문했다.

최근 하이자산운용이 키움증권-키움자산운용 컨소시엄 대신 홍콩계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뱅커스트릿PE 품에 안겨 키움으로선 다소 아쉬운 일일 수 있겠다. 하지만 여의도 키움투자자산운용 본사 건물에 만난 김 대표는 덤덤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하이자산운용이 뱅커스트릿PE에 넘어갔다


알고 있다. 아쉽지만, 무리하게 인수하려고 자금을 대는 것도 인수합병(M&A)에선 위험한 일이다. 우리자산운용을 인수한 이후에도 자산운용업계 50위권 안에서 인수 가능한 매물을 찾아봤고, 2018년 12월 기준 35위권이었던 하이자산운용에 관심을 두게 됐다. 우리만의 생각과 전문지식, 노하우로 한 달간 실사했고, 적정가치를 산정해 낸 가격보다 홍콩계 사모펀드 가 더 높은 가격을 써냈을 뿐이다. 투자 밸류에이션을 따질 때 서로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뜻이다. 앞으로 적절한 매물이 나온다면 다시 도전할 생각이다.

대표 취임 이후 키움투자자산운용이 한결 가벼워졌다는 얘기가 있다.

업계에서 보면 증권사는 유목민 같은 존재고, 운용사는 농경사회에서 살던 농민 같은 존재다. 증권사는 발 빠르게 뛰어다니며 자금을 좇는다면, 운용사는 몰린 자금을 어떻게 굴릴까 고민하면서 다소 느릿하게 움직인다. 증권사에서 부지런히 뛰면서 운용사 마케팅을 맡다 보니 그런 차이가 확연하게 느껴졌다. 2014년 5월 우리자산운용과 합치며 같은 운용사라도 조직 간 성격 차가 크다는 것도 느꼈다. 좀 더 유연하고 빠른 조직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회장께서도 ‘실사구시’란 철학 아래 모두 동의하셨다.

운용사 조직을 어떻게 바꾸기 시작했나?

크게 두 가지였다. ‘각자 맡은 바 열심히’, ‘조직은 수평적으로.’ 많은 사람이 두 가지 축을 오해한다. 하나씩 보면 이렇다. 소위 ‘윗선’에서 운용팀에 어떤 투자를 하라는 식으로 관여해선 안 된다고 생각해 내건 기치였다. 운용팀은 전문지식으로 자금 운용을 잘해 수익을 내면 되고, 인사·총무 지원부서는 저마다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 서로를 종속적으로 보란 얘기가 아니다. 그럼 조직 어디선가 사달이 난다. ‘조직을 수평적으로’ 이것도 마찬가지다. 대리, 과장도 대표실에 쉽게 찾아온다. 윗선의 결재를 패스하란 게 아니라 대표가 결재할 사항은 담당자가 직접 와서 설명하란 얘기다.

확실히 달라졌나?

그렇다. 대표인 나도 아직 영업 일선에 나선다. 회사에 돌아와선 어떻게 하면 직원들에게 합당한 성과보수와 복지를 줄 수 있는지 고민한다. 그 한계는 최대주주의 이익에 반하지 않는 선까지다.(웃음) 잔재주와 리스크를 짊어진 투자가 아니라 원칙과 가이드에 충실한 투자를 했다면 다소 실적이 나지 않았더라도 운용팀에 책임을 묻지 않았다. 5년간 최고투자책임자(CIO)도 그대로고, 수익률 문제로 나간 펀드매니저도 없었다. 그들을 믿고, 굴릴 자금을 최대한 끌어오는 게 내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소명’이라니, 남다른 책임 의식이 느껴진다.

증권사 생활을 시작하며 생긴 나름의 ‘직업병’이다. 1994년 동부증권에 입사해 증권업계에 발을 들였다. 14년간 다닌 직장이었다. 기획실에서 근무했지만, 회사 마당발을 자처했다. 결재서류가 기획실에 당도하길 기다리기보다 대리 시절부터 온갖 부서를 돌며 마당발 역할을 했다. 결재서류를 챙기니 부서 민원도 자연스레 듣게 됐고, 해결사 역할도 하게 됐다. 그렇게 내 회사란 생각으로 영업 전선까지 나서며, 하루 3시간 이상을 자본 적도 없었다. 키움에 와서도 그 버릇(?) 그대로다.

키움에 와서도 행보가 남다르다. 증권에서 운용으로, 마케팅에서 대표까지.

동부증권을 떠나는 날, 야후 메신저에 등록된 1500명한테 인사 메세지를 보냈다. 영업 쪽에서 여의도를 하루가 멀다고 샅샅이 파고 다닌 덕분이었다. 인사 메시지를 돌리자마자 난리가 났다. 소개로 회장 면접을 봤다. 키움증권에 그렇게 발을 들인 뒤 또다시 여의도를 종횡무진으로 돌아다녔다. 정체된 조직이 변하려면 조직 간 인사이동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운용사까지 경험했다. 온갖 부서를 돌며 직원들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살폈고, 문제를 들었다. 조직을 바꾸는 ‘논리’를 생각해보면 어렵지 않다. 문제를 듣고 합리적인 해결 방법을 고안해 적용하면 된다. 하지만 ‘실천’이 어렵다. 성과보수 문제도 같은 맥락이다.

책임 의식엔 적절한 성과보수가 따라야 하기 때문인가?

당연하다. 단순히 일 잘했으니 주고, 운용 잘했으니 준다는 문제가 아니다. 그런 건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런 책임 의식의 기반엔 무엇보다 자율성을 보장해주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게 해야 한다. 영업 조직를 예로 들자면 굳이 업무 통제를 하지 않는다. 특정 요일을 정해 만나는 회의 말고는 나머진 자유롭게 움직인다. 묻는 건 실적뿐이다. 실적이 없으면 그야말로 논거다. 다른 팀도 마찬가지다. 성과보수는 이 두 가지를 철저하게 지킨 후 따라오는 법이다.

전통자산을 다루는 기존 조직과 헤지펀드 조직은 좀 다르지 않나?

성과보수 체계를 정교하게 만드는 과정은 조직의 큰 그림과도 연결된다. 그게 우리 숙제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키움투자자산운용도 전통자산을 다루는 기본 조직, 대체자산과 헤지펀드 조직을 분리해 서로 다른 성격의 자금과 조직이 자유롭게 능력을 펼치는 일 말이다. 한 조직당 운용자산(AUM)이 10조원은 돼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실제 성격이 다른 자금을 뭉쳐 두는 것도 문제다.

일부에선 외형 확대에서 키움만의 ‘정체성’이 퇴색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렇지 않다. 존재감이 떨어진 건 규모 문제다. 솔직히 다른 조직은 은행·보험 위탁 운용자산을 기반으로 업계 수위를 달려왔다. 하지만 키움은 일선 지점 영업조차 쉽지 않다. 대표인 나도 기관을 돌며 영업하면서 따온 자금이다. 우리자산운용을 인수하며 또 달라졌지만, 그런 기반 없이 지금까지 온 것도 많은 조직원의 노력이 있어 가능했다. 실제 대체자산에 투자하는 ‘키움 글로벌 얼터너티브 펀드’가 출시 8개월 만에 설정액 1200억원을 돌파했다.

대체자산 명가가 목표란 얘기인가?

좀 다른 문제다. 키움은 단순히 수익도 못 내면서 ‘색깔’을 운운하고 싶지 않다. 회장께서도 나도 항상 ‘실사구시’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잠시 운용업의 특성을 설명하면 이렇다. 다들 운용자산(AUM) 규모가 수십조원에 달한다고 말하지만, 실상 운용사가 갖는 운용보수는 10bp(0.1%) 미만인 경우가 허다하다. 수조원을 내준 정부 산하 기관은 7bp(0.07%)짜리도 많다. 정책적 요인이 생기면 대거 자금이 빠지기도 하니 운용사 입장에서 새로운 수익처를 발굴할 수밖에 없다. ‘대체자산투자’와 ‘헤지펀드’ 두 축에 관심을 두는 까닭이다.

또 다른 수익전략은 없나?

자기자본투자(PI)도 하고 있다. 금융기관이 자기의 돈을 직접 주식과 채권은 물론 부동산이나 인수합병(M&A) 금융 등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것이다. 우리 자기자본이 1400억원 정도 된다. 최근엔 메자닌(전환사채 등) 투자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해 4월 헤지펀드도 1300억원 정도 마련하고, 월별 성과와 전략을 추적하며 수익성을 타진하고 있다.

앞으로 계획과 목표가 있다면.

수익을 제대로 내는 조직, 모두에게 열린조직, 격벽을 허무는 조직이 되고 싶다. 그리고 사람을 중시하는 조직이라는 ‘색깔’이 뚜렷해졌으면 한다. 모기업인 다우기술의 기업문화가 사람을 쉽게 내치는 스타일도 아니고, 단기적인 성과를 위한 도덕적 해이도 단연코 지양한다. 내가 맡은 조직은 운용사이니 펀드매니저 개인의 창의력과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서 인재가 일하고 싶은 운용사가 되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 나부터 오늘도 내일도 대표 명함으로 기관 영업에 직접 나설 생각이다.

201907호 (2019.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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