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마세라티 105년의 헤리티지 

르반떼 트로페오 

마세라티가 최근 국내에 출시한 르반떼 트레페오는 ‘슈퍼 SUV 시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590마력, V8 엔진을 장착해 시속 300㎞를 넘나들고, 제로백은 3.9초에 불과하다. 질주본능에 우아한 인테리어를 갖춰 마세라티의 DNA가 고스란히 담겼다는 평가다.

▎이탈리아 모데나에서 프로토타입 모델로 제작된 르반떼 트로페오는 험한 기상 조건, 도로 환경에서 퍼포먼스를 시험 받았다.
올해 3월 열린 ‘2019 서울모터쇼’에서 마세라티는 SUV 르반떼의 ‘트로페오’ 모델을 소개하며 “슈퍼 SUV”라고 표현했다. 슈퍼카는 적어도 500마력을 넘는 출력과 고성능 퍼포먼스를 보여야 하는데 주로 페라리나 맥라렌, 람보르기니와 같은 정통 스포츠카 브랜드가 이에 해당한다.

2016년 르반떼 출시 전부터 기획 단계에 오른 르반떼 트로페오는 이탈리아 모데나에서 프로토타입(prototype, 개발 과정에서 다양한 테스트를 거쳐 수정) 모델로 제작되어 험한 기상 조건과 도로 환경에서 슈퍼 SUV의 한계를 넘는 퍼포먼스를 시험 받았다. 이탈리아 페라리 마라넬로 공장에서 제작된 8기통(V8) 엔진은 590마력, 최대 토크 74.8㎏·m의 괴물 같은 힘을 낸다. 제로백(시속 0→100㎞)은 불과 3.9초, 최고 속도는 시속 304㎞에 달한다.

질주본능 품은 디자인과 파워트레인


▎르반떼 트로페오는 마세라티의 플래그십 세단 콰트로포르테 GTS V8 엔진을 재설계해 고성능으로 끌어올렸고, 최상급 피에노 피오레 천연가죽과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최상급 원단 사용 등 인테리어에도 공을 들였다.
마세라티 측은 “브랜드 역사상 가장 강력한 V8 엔진과 첨단 Q4 사륜구동 시스템을 결합했고, 통합차체컨트롤(IVC) 시스템을 채택했다”며 “마세라티가 105년 동안 추구해온 독보적인 기술력, 창조적인 디자인의 헤리티지를 보여주는 모델”이라고 말했다. 105년 마세라티의 유산이 트로페오에 어떻게 담겼는지 살펴보았다.

우선 외관 디자인. 전면은 블랙 피아노 색상의 더블 수직 바를 사용한 전면 그릴로 공격적인 디자인에 초점을 맞췄다. 트로페오 전용으로 디자인한 보닛은 엔진 열을 식혀주는 배출구를 적용해 역동성을 강조했다. 슈퍼카 특유의 낮은 그릴 아래에는 스포츠 범퍼가 3개의 독립된 에어 인테이크 디자인을 채택해 스포티함을 더했다. 풀 매트릭스 LED 헤드라이트는 바이-제논 라이트 대비 20% 높은 시인성, 32% 낮은 발열, 두 배 이상 늘어난 수명을 자랑한다. 주변에 다른 차량이 감지될 경우 상대 차량에 방해되지 않도록 헤드라이트의 방향을 즉시 조절해준다.

후면부로 갈수록 차량은 풍성하고 유연한 곡선을 자아낸다. 마치 스포츠 쿠페를 보는 듯 루프의 선이 급격히 떨어져서 디자인에서도 속도감이 느껴진다. ‘SUV는 투박하고 남성적이다’라는 편견을 깨기에 안성맞춤이다.

르반떼 트로페오는 마세라티의 플래그십 세단 콰트로포르테 GTS의 530hp V8 엔진을 재설계했다. 엔진은 페라리의 마라넬로 공장에서 페라리 파워트레인 개발팀과 공동 수작업으로 제작했다. 실린더 뱅크에 신형 터보차저를 하나씩 설치하는 트윈터보차저 디자인과 고압 직분사 방식을 채택해 반응이 빠르고 효율적이다. 이 때문에 3.9초에 불과한 제로백과 304㎞/h의 최고 속도가 가능했다.

특히 트로페오에만 적용된 새로운 ‘코르사(Corsa)’ 주행 모드는 최대 가속 성능을 발휘한다. 코르사 모드를 실행하는 즉시 신속한 기어변속 속도, 낮은 에어 서스펜션 높이, 스카이훅 댐핑, Q4 사륜구동 시스템을 최적화해 맹렬한 파워를 발휘하면서도 안정성을 보장한다.

심박수, 혈류량 올리는 특유의 엔진음


업그레이드된 트윈 터보 V8 엔진에는 지능형 Q4 사륜구동 시스템을 접목했다. 정상주행 조건에서는 주행 역동성과 연료 효율성을 위해 구동 토크를 모두 후륜에 전달하지만 급코너링이나 급가속 시, 또 날씨와 도로 상황에 따라 15분의 1초 만에 전륜과 후륜 비율을 0 대 100에서 50 대 50으로 전환한다.

르반떼 트로페오는 뒤 차축에 기계식 차동제한장치(LSD)를 장착했다. 모든 노면 상황에서 절대적인 안전을 보장해주는 이유다. 비대칭 구조로 이루어진 차동제한 장치는 동력 가동 상태에서 록업(lock-up) 25%를, 동력 비가동 시에는 35%를 지원한다. 또 향상된 섀시는 안전성을 극대화하면서 놀라운 가속 성능을 발휘하고 장거리 주행에도 편안함을 제공해준다. 특히 차량 전후 무게를 50 대 50으로 완벽하게 배분할 뿐 아니라 동급 차량 대비 가장 낮은 무게중심을 구현했다.

또 트로페오는 르반떼 GTS와 함께 마세라티 SUV 모델 최초로 통합차체컨트롤을 전자식 주행 안전장치에 도입했다. 차량 제어 능력 상실을 방지하는 통합차체컨트롤은 차체 움직임이 불안정하면 즉각적으로 엔진 토크를 낮추고 각 바퀴에 필요한 제동력을 분배한다. 주행 상황에 따라 향상된 안전성은 물론이고 속도를 높이는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이다. 또 전륜에 더블 위시본과 후륜에 멀티 링크 서스펜션 레이아웃을 장착해 슈퍼카 수준의 정밀한 핸들링과 탁월한 조종 안정성을 보장해준다.

마세라티의 상징인 고유의 엔진음 역시 트로페오에서 빛을 발한다. 섬세하면서도 묵직한 힘으로 운전자의 가슴을 뛰게 하는 이 엔진음은 마세라티 엔진사운드 디자인 엔지니어, 튜닝 전문가, 피아니스트, 작곡가가 참여해 악보를 그려가며 조율한다. 이때 ‘작곡’한다는 표현을 사용할 정도로 엔진음에 각별히 공을 들여 도로 위의 예술품을 탄생시킨다.

아름다운 소리를 내기 위한 마세라티의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다. 2012년 9월 일본 시즈오카에 있는 사운드디자인 라보합동회사, 주오대학 음향시스템 연구실과 함께 ‘엔진음 쾌적화 프로젝트’ 실험을 진행했다. 콰트로포르테의 엔진음과 5가지 바이올린의 소리를 들려준 뒤 피실험자의 심박 수, 혈류량 등을 측정해 어떤 악기와 비슷한 반응을 이끌어내는지를 확인했다. 콰트로포르테의 엔진음은 세계적인 바이올린 ‘스트라디바리우스’와 비슷한 반응을 이끌어냈다. 소음으로 여겨지는 소리마저 도로 위의 감미로운 예술품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최상급 소재를 사용한 달리는 예술품

르반떼 트로페오의 백미는 외관보다 실내에 있다. 르반떼 트로페오에 적용된 피에노 피오레(Pieno Fiore) 천연 가죽은 마세라티만 위해 독점적으로 제작된다. 생산 기간이 일반 가죽 대비 약 20% 오래 걸리지만 북유럽 지역의 황소 가죽으로 제작되어 뛰어난 내구성과 실크처럼 매끄러운 촉감을 제공한다. 피에노 피오레 천연 가죽으로 마감한 스포츠 시트와 도어 패널은 시간이 지날수록 매끄러운 질감과 개성을 더한다.

이탈리아의 유명 럭셔리 남성복 브랜드 에르메네질도 제냐(Ermenegildo Zegna)의 최상급 원단도 실내에 사용한다. 트리베로에서 특허 받아 생산되는 100% 천연섬유 제냐 멀버리 중 최고급 실크 소재로 시트와 도어 패널, 차량 천장 라이닝, 차양 및 천장 조명기구 등의 내장재에 적용했다. 다양한 테스트 과정을 거쳐 완성되는 제냐 실크는 통기성이 뛰어나며 특수 코팅을 입혀 마모를 최소화하고 얼룩이 생기는 현상을 방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박스기사] 마세라티 삼지창 디자인의 유래


마세라티를 상징하는 브랜드 로고는 ‘삼지창’이다. 로마의 신 넵투누스(Neptunus)의 삼지창에서 따왔다. 넵투누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을 말한다.

1910년경 카레이싱 드라이버이자 기술자였던 마세라티 가문의 넷째 알피에리는 ‘오피치네 알피에리 마세라티(OfficineAlfieri Maserati)’라는 조그만 사무실을 열었다. 마세라티의 전신이다. 이후 1914년 마세라티 가문 여섯 형제는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마세라티’를 설립했다. 당시 형제들은 레이싱 카를 주문 제작하는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했다. 모든 제작을 수작업으로 진행했다. 그리고 1926년 자체 제작한 마세라티 ‘티포 26(Tipo 26)’를 세상에 발표했다. 이것이 마세라티의 첫 차다.

이때 여섯 형제 중 유일하게 자동차 전문가가 아닌 예술가로 활동했던 다섯째 마리오가 볼로냐 마조레 광장에 있는 넵투누스 조각상의 삼지창에서 영감을 얻어 마세라티를 상징하는 ‘트라이던트(삼지창)’를 디자인했다. 바다 신의 강인함과 활력을 상징하는 이 엠블럼은 마세라티의 모든 경주용 자동차에 적용됐다. 1937년 마세라티 형제가 회사를 오르시 가문에 넘기며 마세라티는 본사를 볼로냐에서 모데나로 옮겼다.

-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201907호 (2019.06.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