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다름과 틀림 

 

자폐와 발달지연을 위한 첫 번째 박람회 오티즘 엑스포는 나에게도 큰 감동이었다.

“사람이 너무 많았지만 정말 편했다. 아이가 갑자기 소리 지르고, 아무렇게나 주저앉아도 아무도 이상하게 보지 않아요.” “아이 태어나서 진단받고 이렇게 마음 편하게 체험 부스에 다녀가고 또 아무렇지도 않은 시선으로 왔다 갔다 할 수 있었던 건 처음이었습니다. 아이가 민폐가 아니라 주인이었던 좋은 기회였습니다.” “20여 년 특수교육 인생에서 제일 기쁜 날이었습니다.” 조직위원장을 맡아 7월 12~13일 양일간 치른 자폐와 발달지연을 위한 첫 번째 박람회, 오티즘 엑스포에 다녀가신 분들의 이야기다. 연인원 4000명을 목표로 개최한 전시회에 사전등록 인원이 1만3000명을 넘기며 웹사이트가 마비되기도 했으며, 연인원 2만 명으로 추산되는 관람객이 다녀갔다. 수용인원 80명인 강연장에서는 200명이 넘는 수강자가 복도에까지 앉아서 진지하게 강연을 들었다.


오티즘 엑스포가 첫 회 행사인데도 이렇게 큰 관심과 이목을 끌고 단순한 엑스포가 아니라 발달장애 가족이 함께하는 축제의 장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오티즘 엑스포가 성공적인 행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소외된 자폐인 가족들의 삶의 응어리가 분출되었기 때문이다. 발달장애아의 부모는 평생 정신적, 경제적으로 커다란 짐을 지고 살아가야 한다.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보는 세상의 차가운 시각은 그 고통을 더 가중시킨다. 발달장애아 어머니 중 절반 이상이 우울증을 겪고 있고, 극심한 스트레스로 많은 부모가 이혼한다. 자폐인으로서, 자폐인 가족으로서 평생 차가운 시선을 느끼며 살다가 자폐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공간에서 이들은 평화와 위안을 얻었던 것이다. 발달장애아들의 어머니는 아이의 장애보다 세상의 차가운 시선에 더 힘들어한다. 한국인들은 ‘다르다’라고 말해야 할 상황에 ‘틀리다’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전 세계에서 가장 집단주의적인 문화를 가진 한국에서 자폐인이나 자폐인 가족으로 살아가는 것은 여전히 험난하다. 약자에 대한 배려와 다양성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까지 긴 세월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이번 오티즘 엑스포에서 희망과 가능성을 확인했다. 많은 기업과 개인들이 선뜻 후원을 해줬고,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노력, 발달장애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20년 전 규모가 작았던 한국의 게임업계가 전시회를 통해서 게임산업을 활성화했듯이, 발달장애계도 오티즘 엑스포를 기반으로 네트워크가 더 단단해지고, 서로 공유하고 배우며 협력하며 성장하게 될 것이다. 이제 첫 단추를 끼웠다. 다음 오티즘 엑스포에서는 더 알찬 기획과 공감, 참여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 김정웅 서플러스글로벌 대표

201908호 (2019.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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