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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로저스 특별 인터뷰 

“최악의 경우를 걱정하고 대비하라” 

지난 7월 내내 한국을 둘러싼 정치, 외교, 경제적 격랑이 거셌다. 6월 말 오사카 G20정상회담 직후 깜짝 북미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열렸고 이후 일본은 한국에 무역 전쟁을 선포했다. 한반도 정세가 급변할 것을 예측하고 반복적으로 언급해왔던 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는 일련의 변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그의 의견을 듣기 위해 포브스코리아는 싱가포르에 거주하고 있는 그와 7월 2일과 16일 두 차례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짐 로저스는 미·중에 이어 한·일 간 촉발된 무역 분쟁의 끝은 승자 없이 상처뿐인 결과를 낳을 것으로 전망했다. / 사진:뉴시스
변화를 예측하고 한 발 앞서 움직이는 자, 이것이 언제나 성공하는 투자자의 충분조건이다. ‘금융계의 인디애나존스’라고 불리는 짐 로저스는 투자전문회사 로저스 홀딩스 회장을 맡고 있으며 조지 소로스와 함께 퀀텀 펀드를 창립해 4200%라는 기록적인 수익을 거둔 전설의 투자전문가다. 그가 최근 수년간 주목하고 있는 투자처는 바로 한반도. 향후 수년 내 급변을 예측하고 그의 투자 포트폴리오의 중심을 한반도로 옮기고 있다. 그는 북한의 금화를 모으고 있고 북한 리조트 개발회사인 아난티의 사외이사로 참여 중이며 38선이 열리는 동시에 하늘길부터 뚫릴 것으로 보고 대한항공 주식을 매집했다. 이러한 투자 판단을 내리기까지 그는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예측을 시도했다.

물론 예측에는 수많은 불확실성 변수가 존재한다. 로저스 회장은 현재 글로벌단위로 확산되고 있는 무역 분쟁이 제3차대전과 같은 경제 전쟁으로 확산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미·중에 이어 한·일 간 촉발된 무역 분쟁의 끝은 승자 없이 상처뿐인 결과를 낳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리고 일본의 이번 무역규제 저변에는 남북경협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으며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끈질기게 시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무역 분쟁과 보호무역주의는 지난 오사카 G20정상회담에서 가장 큰 안건이었다. 회담 직후 일본은 반도체 소재의 대한 수출 제재를 발표하기도 했다. 투자가로서 현재의 글로벌 무역 분쟁을 어떻게 보는가?

역사적으로 볼 때 무역 전쟁은 언제나 진행형이었고 절대적 승자도 없었다. 각 국가가 경제와 사회를 개방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애석하게도 “나는 무역 전쟁을 선호한다. 무역 전쟁은 좋은 것이다. 우리는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이러한 정책기조는 심각한 글로벌 경제 위기를 가져올 것이라고 본다. 모든 부분에서 부채가 늘어갈 것이고 무역 전쟁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곧 다가올 수 있는 경제 위기는 우리 인생에서 겪은 것 중 최악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무역전쟁이 유발하는 기업 부채가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한일간 무역 분쟁이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예측하는가?

무역 분쟁은 항상 이런 식으로 시작한다. 처음에는 작게 시작하지만 점점 다른 국가의 사례를 모방하며 키워간다. 서로 명분을 답습하고 이용한다. 무역 전쟁이 작은 분쟁에서 시작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사례를 쉽게 볼 수 있다. 일본은 한반도 개방을 반대하기 때문에 이를 간섭하고 방해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일본은 (무역 전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며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시도할 것이다.

그렇다면 무역 분쟁으로 인한 최악의 결과는 무엇인가?

각국 간 무역분쟁은 심화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한동안 모든 이해관계자가 안도할만한 ‘좋은 뉴스’를 내놓을 수 있다. 하지만 미국 경제가 침체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무역 파트너에 대한 비난을 시작할 것이고 이번에는 중국뿐 아니라 한국, 일본, 독일, 멕시코, 캐나다 모두를 겨냥할 것이다.

무역 전쟁은 곧 다가올 수 있는 일생일대 최악의 경제 위기를 촉발하는 이유 중 하나다. 한국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하지만 희망적인 것은 다른 나라보다 정도는 덜할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은 북한이란 새로운 시장의 개방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포브스코리아의 이 기사를 읽고 미래에 대한 방향을 얻길 바란다. 그리고 최악의 경우를 걱정하고 대비하라. 그렇지 않으면 곧 다가올 경제 소용돌이에서 생존하지 못할지 모른다.


▎짐 로저스는 최악의 경제위기가 무역전쟁 등으로 곧 시작될 것이고 이를 걱정하고 대비하라고 경고했다. / 사진:뉴시스
올해 2월 2차 북미회담 결렬 때도 지속적으로 북한의 경제 개방과 한반도 통일을 낙관적으로 봐 왔다. 지난 6월 30일 DMZ에서 있었던 깜짝 북미회담을 어떻게 바라봤는가?

이번 3차 북미회담을 통해 트럼프 미 대통령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매우 좋은 홍보 기회를 가졌다. 이번 깜짝 회담은 앞으로 북미 간 의견 조율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란 신호로 볼 수 있다. 미국은 북한의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이려 할 것이다. 나는 아주 뿌듯한 마음으로 북미 DMZ 회담을 지켜봤고 한반도 정세가 긍정적이라는 데 더 강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남북관계도 점점 더 발전할 것이다. 모든 한국인이 평생 전쟁상황을 걱정했지만 이제는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순간이었다. 앞으로 좋은 뉴스가 더 많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주한미군이다. 중국, 러시아 그리고 한국도 언젠가는 주한미군이 떠나기를 원할 것이다. 그렇지만 주한미군은 계속 주둔하려 할 것이다. 왜냐하면 중국, 러시아 국경 가까운 곳에 미군이 주둔할 수 있는 곳은 한반도밖에 없기 때문이다.

향후 한국, 북한, 미국 관계가 지속적으로 긍정적인 기조를 유지해가는 데는 수많은 변수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의 개입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실패 등이다. 어떤 위협 변수와 리스크를 예의 주시해야 하는가?

앞서 이야기했듯이 주한미군 주둔 문제가 이슈가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군이 철수하도록 미국을 설득해야 하고 자주국방을 이뤄야 한다. 문 대통령은 지금은 한국과 북한으로 분단돼 있지만 두 나라는 반만년 역사 동안 자주국방을 해왔다는 점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필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한국과 북한이 한 나라였을 때 모두 극복해 왔다. 중국의 개입이 북한의 경제 개방, 통일을 저해한다는 시각도 있지만 나는 이를 우려하지 않는다. 북한이 국경을 개방한다면 중국은 더욱 적극적으로 한반도를 대상으로 교역과 관광사업을 추진할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미국 워싱턴 정계가 남북한이 추진하려는 방향에 더 많이 개입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고 지금의 대북 정책 기조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는가?

현재 상황으로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이 낙선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한다.

지속적으로 대북 투자가 유망하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아직 직접투자는 가능하지 않다. 현재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 있는지 혹은 어떻게 투자를 준비하고 있는지 말해달라. 북한 금화를 모으고 있다고 들은 적이 있다.

그렇다. 나는 북한 금화를 어느 정도 갖고 있다. 북한에는 주식시장이 없기 때문에 직접투자는 쉽지 않다. 현재 나는 대한항공 주식을 일부 갖고 있다. 국경이 개방되면 대한항공이 북한 노선을 확장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 13년 동안 패쇄돼 있는 금강산 리조트 개발업체 아닌티의 주식을 갖고 있고 사외 이사다. 나도 지속적으로 북한 관련 투자처를 찾고 있다. 북한과 관련해 다른 유망 투자처가 있다면 나에게 말해달라.(웃음) 나는 미국인이기 때문에 북한 투자가 금지돼 있어서 현재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기는 어렵다.

이미 두 차례 방북한 것으로 알고 있다. 조만간 방북 계획이 있는가? 그리고 혹시 북한 당국과 접촉한 적이 있었는가?

현재로서는 계획은 없다. 미국인의 북한 여행 금지가 해제되면 곧바로 방문할 것이다. 나는 북한 관계자를 몇 명 만난 적은 있지만 공식 접촉도 아니고 어떠한 관계도 맺고 있지 않다.

한국 기업들은 아직 구체적인 남북경협 사업 준비를 표면적으로 드러내지는 않고 있다. 한국 기업들에 조언하고 싶은 게 있다면?

이미 많은 한국 기업이 대북사업에 관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휴전선이 개방되면 어떤 식으로 대북사업에 참여할지 고민해야 한다. 한국기업들은 북한의 개발과 시장 개방에 있어 가장 좋은 특혜를 갖고 있다. 지역적, 언어적 등 모든 점에서다. 한국 기업들은 대북사업과 관련한 숙제를 시작할 때다. 그 시기는 생각보다 아주 금방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다.

얼마나 빠르게 그 날이 올 것인가?

남북한 국경은 이미 개방되기 시작했다. 휴전선에서 무장 병력이 철수하고 있고 지뢰가 제거되고 있다. 나는 남북한 교류가 국경을 넘어 본격화되는 시점을 2020년 말 전으로 본다. 어쩌면 더 빨리 올지도 모른다.

궁극적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결정과 북한의 미래를 어떻게 예측하는가?

일단 남북 간 국경이 열리면 상황이 어떻게 바뀌더라도 사람들이 오가고 사업이 진행되고 돈이 월경하기 시작할 것이다. 이것이 중요한 점이다. 김 위원장은 이미 북한 내 자유무역지대를 여러 곳 조성했다. 그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적극적으로 투자 유치에 나설 것이다. 세상에 북한이 좋은 투자처라는 것을 알리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무엇을 해야 할지 잘 알고 있다. 그는 스위스에서 자라면서 북한과 스위스가 무엇이 다른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금강산 리조트 개발업체인 아난티의 사외이사인데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한국 경제가 현재 침체돼 있고 모든 기업이 대북사업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는 상황에서 아난티에 가장 큰 호재는 금강산 리조트를 재개장하는 것이다. 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지만 재개장할 여건이 갖춰진다면 곧바로 리노베이션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북한 외에 러시아나 베네수엘라에 대한 투자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선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투자는 미국인인 나에게 불법이다. 하지만 내가 투자 인생에서 배운 점은 혼돈과 비극의 시점에 투자에 들어간다면 분명 5~6년 후에는 그 투자가 일반적으로 성공적이었다는 것이다. 만일 베네수엘라 정부가 붕괴된다면 그 시점에 투자하고 싶지만 미국 정부의 제재로 할 수는 없다. 러시아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투자할 수 있고 이미 투자를 했다. 한동안 러시아는 투자자들에게 외면받았지만 최근 점점 많은 사람이 러시아가 투자처로 나쁘지 않다는 점을 깨닫고 있다. 나도 러시아에 대한 인식을 바꿨다. 저평가돼 있고 아직 많은 이가 투자 자산을 갖고 있지 않은 러시아 채권에 투자하고 있다.

한편, 현재 디지털 기반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메가트렌드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당신이 갖고 있는 투자 원칙은 무엇인가?

투자에 나서려면 명석한 기업가들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어떤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는지 얼마나 열정적인지 봐야 한다. 그들을 찾은 것만으로 성공적인 투자를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 사람들이 전 세계 수백만 명이며 모두가 알리바바그룹의 마윈 회장 같지는 않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실패하고 있다. 마윈 회장과 같은 혁신성과 추진력을 중심으로 투자를 판단하면 큰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테크놀로지 중 가장 관심 갖고 있는 분야는 무엇인가?

특히 블록체인과 인공지능 기술에 관심이 많다. 최근 삼성이나 알리바바와 같은 글로벌 대기업이 블록체인 기술에 투자한다는 소식에 주목했다. 암호화페 자체에는 관심이 없지만 블록체인 기술의 확대를 주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은 것이 있는가?

한반도는 앞으로 국경이 개방되면 적어도 20년 동안은 세계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투자처가 될 것이란 점이다.

- 이진원 기자 lee.zinone@joongang.co.kr

201908호 (2019.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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