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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환이 만난 혁신 기업가(9) 신애련 안다르 대표 

“안 된다고 할수록 ‘블루오션’이라 확신했죠” 

정리=김민수 기자 kim.minsu2@joins.com·사진 원동현 객원기자
일상복과 운동복의 경계가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일과 휴식의 조화를 중요시하는 2030세대를 중심으로 운동(athletic)과 여가(leisure) 요소를 결합한 ‘에슬레저’ 시장이 전성기를 맞이했다. 에슬레저룩이란 운동에 적합하면서도 일상에서도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복장을 말한다. 이 시장의 가장 핫한 아이콘은 28세에 매출 400억원을 기록한 신애련 안다르(andar) 대표다.

▎안다르 레깅스에 셔츠, 니트조끼를 매치한 신애련 대표. 안다르는 요가복을 일상복처럼 입을 수 있도록 제품 카테고리를 확대하고 있다.
“옷에 나를 맞추는 게 아니라 내게 맞는 옷을 만들고 싶었다.” 올해로 4년 차를 맞은 신 대표의 창업 동기는 명확했다. 요가 강사로 하루에 길게는 12시간씩 입어야 했던 요가복의 불편함을 줄여보겠다는 의지가 옷에 문외한이던 그를 요가복 전문 브랜드의 대표로 만들었다. 마침 형형색색의 등산복이 가득했던 아웃도어 시장이 지고 에슬레저 시장이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특히 2016년 요가를 기반으로 한 프리미엄 기능성 스포츠웨어 브랜드인 룰루레몬이 국내에 상륙했고, 2030 여성들을 중심으로 한 요가·필라테스 붐과 맞물리면서 수요가 급증했다. 시장조사기업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3년 4345억원이었던 국내 레깅스 시장 규모는 △2016년 6380억원 △2017년 6800억원 △2018년 6950억원으로 성장했다. 2015년에 안다르를 창업한 신 대표는 이 같은 니즈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개척자로 뜨거운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인터뷰에서 만난 그녀는 “이제 시작”이라며 이 시장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내비쳤다.

대한민국에서 창업을 꿈꾸는 사람은 많고, 짧은 기간 내에 성공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다. 대표께서는 ‘안다르’를 창업 3년 만에 매출 400억원대 회사로 키우면서 많은 이의 롤 모델이 된 것 같다. 창업 에피소드를 알려달라.

요가 강사 시절 매일 입어야 하는 요가복이 너무 불편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잠깐 입고 벗는 정도라면 상관없었겠지만, 직업상 매일 10시간 이상 착용해야 했는데 장시간 착용하고 나면 몸에 자국이 심하게 생길 정도였다. 요가 인구는 많은데 요가복은 굉장히 한정적이라는 생각에 ‘내가 직접 만들어봐야겠다’고 결심하게 됐다.

지금은 ‘룰루레몬’ 같은 요가복 전문 해외 브랜드도 많이 생겼는데.

내가 요가 강사로 일하던 시절에는 해외직구 하면 3주 이상 기다려야 했고 그마저도 좋은 품질의 제품을 찾기 힘들었다. 그땐 사람들이 요가원에 비치되어 있는 운동복을 구입해 입었는데 그런 옷들도 6만~8만원대였다. 그런데도 땀에 젖으면 마르지 않아서 몇 번씩 갈아입어야 했다. 그래서 2~3벌씩 갖고 다니는 분이 많았다.

모두가 불편하다고 느끼지만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 나서는 건 쉽지 않은 부분인데.

이런 옷에 내 몸을 맞춰야 한다는 게 화가 났다.(웃음) 그래서 나만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주변에서 한번 만들어보라는 호응도 많았다. 운동 자체도 좋아했지만 전공이 뷰티 쪽이었기 때문에 외적인 부분들에 항상 관심이 많았다. 예뻐 보이는 동시에 내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옷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떻게 시작했나.

원단 시장부터 찾아갔는데 내가 찾는 원단이 없었다. 기능성 웨어를 말하면 등산복 원단을 줄 정도로 시장이 형성돼 있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시작하면 이 시장을 개척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첫 제품을 어떻게 만들었나.

면목동을 2주 동안 구석구석 돌면서 등산복, 기능성 원단을 취급하는 봉제공장들을 다 두드려봤다. 거의 대부분 문전박대를 당했는데 마지막에 찾아갔던 곳에서 돈도 없고 어린 친구들이 뭐라도 해보려는 모습을 기특하게 여겼는지 받아주셨다. 요가복을 만들어본 적도 없는 곳이었는데 만들어주면 다 팔 수 있으니까 만들어만 달라고 했다. 당시엔 거의 공장에서 살다시피 했다. 패턴도 없어서 첫 패턴을 공장에서 잡았다. 샘플이 나오면 공장에서 바로 입어보고 수정하면서 2015년에 12가지 무늬와 12가지 색상으로 만든 첫 제품을 출시했다.

시장에 나와 있던 제품들과 어떻게 달랐나.

당시 요가복은 거의 단색이었다. 해외 브랜드는 기술력이 좋아서 좋은 원단에 화려한 컬러감과 무늬를 썼는데 국내에서도 이런 제품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고군분투 끝에 12가지 무늬를 만들어 첫 제품을 출시했다. 이게 포인트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실제 도움을 받은 분이 있었나.

남편이 말만 하지 말고 직접 만들어보라고 등을 떠밀어줬다. 같이 원단을 찾아서 한두 달을 돌아다녔다. 많은 분이 자금도 없이 어떻게 사무실을 구하고 시작했냐고 물어보시는데, 당시 까페24 창업센터에서 초기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달에 25만원만 내면 공동사무실을 빌려줬다. 시작할 때 큰 도움이 됐다.

단색 요가복밖에 없던 시절에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대안을 제공했다고 볼 수 있겠다. 판매는 어떤 방식으로 시작했나.

전국 요가원과 헬스장 등 5600여 곳에 전화를 돌렸다. 요가복 특성상 입어보고 원단을 느껴봐야 하기 때문에 한 달여 동안 일산, 천안, 평택, 수원, 안양 등을 돌며 방문판매를 했다. 요가센터를 중심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매출이 급격히 늘었고 백화점에서 입점을 제안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면세점을 포함해 오프라인 매장이 30곳으로 늘었다고 들었다.

맞다. 백화점 입점 전 2016년에 팝업스토어를 열었는데 고객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요가 강사들 사이에서 뜨고 있는 브랜드가 백화점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다더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매출이 급성장했다. 화려한 패턴의 요가복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몸소 체험했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애슬레저 의류 시장 규모는 2016년 1조5000억원에서 2020년 3조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5년 온라인 쇼핑몰을 기반으로 론칭한 안다르의 매출은 첫해 8억9000만원에서 68억원(2016년), 180억원(2017년), 400억원(2018년)으로 매년 300% 이상 성장했다. 올해 목표 매출은 800억원이다. 신 대표와 남편, 지인 두 명이 모여 시작한 안다르는 현재 임직원 160여명 규모로 커졌다.


▎신애련 안다르 대표와 김익환 한세실업 대표. 신 대표는 안다르의 대표 제품인 에어쿨링 레깅스(에어쿨링 NEW 뉴지니 8.2부 플럼와인, 3만9000원)와 안다르 이크네 숏슬리브 블랙(3만9000원)을 착용했다.
나이키나 아디다스 등 글로벌 스포츠웨어 브랜드 제품과 차이점은 무엇인가.

일단 스포츠웨어와 에슬레저(athletic+leisure)시장의 경계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요가나 필라테스 또는 그냥 일상에서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들은 나이키, 아디다스보다 룰루레몬이나 우리 브랜드를 선호한다. 제품의 감성이 다르고 소비자들이 선택하는 포인트도 다르다. 나이키나 아디다스의 경우, 정장에 입을 수 있는 레깅스는 없지만, 안다르 제품은 재킷에 코디하거나 일상복으로도 착용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안다르는 스페인어로 ‘걷는다’는 의미로 알고 있다. 브랜드명으로 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에슬레저 느낌을 잘 살릴 수 있는 언어라고 생각했다. 스포티함과 일상이 적절히 공존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서양 사람들에겐 운동이 생활이다. 아침 조깅, 퇴근 후 헬스장이 일상으로 자리 잡다 보니 일상에 운동을 포함하는 옷이 필요했고 에슬레저룩도 그렇게 생겨났다. 해외와 국내 시장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외국에서는 체형에 상관없이 레깅스 착용이 일상화돼 있다. 서양 여성들은 일상에서 티셔츠 한 장에 레깅스만 착용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서도 몇 년 전부터 일상생활에서 레깅스를 착용하는 게 조금씩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Y존이 부각되지 않는 ‘시리레깅스’를 만든 것도 이 같은 고민의 결과물이다.

신제품 출시 주기가 궁금하다.

매달 120종 정도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매주 신상품이 나온다고 보면 된다. 소비자들의 피드백을 빨리 반영하는 게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재고도 거의 없다. 초도 물량이 2~3주면 거의 소진되는 사이클이다.

안다르의 기업문화는 어떤가.

요가복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요가와 필라테스 수업을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출퇴근 자율화, 워킹맘 지원, 사내유치원 설립 등을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에슬레저 시장이 뜨거워지면서 경쟁사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안다르의 시장 공략 전략은.

시장 규모가 빠르게 커질 수 있기 때문에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위기감은 못 느낀다. 아직 보여드릴 게 많다. 그래서 아직 시작도 안 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올해 첫 캐주얼 컬렉션과 키즈 라인을 선보였고, 곧 임산부 라인도 출시한다. 또 플러스 사이즈 모델을 기용하고 사이즈 스펙을 늘려나가려고 한다. 레깅스는 몸매가 안 되면 못 입는다는 생각을 타파하기 위해 인식을 바꾸는 마케팅도 점진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기업이 먼저 나서서 인식을 바꾸는 노력을 하면 소비자들도 천천히 받아들일 거라 생각한다.

※ 김익환은… 노동력 위주의 제조업인 한세실업에 IT를 접목해 성과를 내고 있는 혁신 CEO다. 한세드림, 한세엠케이, FRJ 등 패션 자회사들의 경영에 직접 참여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끌며 지난해 1조70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최근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관심을 갖고 국내외에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1911호 (2019.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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