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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구루 짐 콜린스 인터뷰 

“쇠퇴 겪을 유니콘 스타트업 더 많아진다” 

지식과 지혜가 집약된 경영 이론은 필연적으로 기업에 의해 성공적으로 발화한다. 클레이턴 크리스텐센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의 ‘파괴적 혁신’ 이론은 곧바로 도요타의 린(lean) 생산 시스템에 적용됐다. 그리고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학자이자 경영 컨설턴트로 불리는 짐 콜린스의 끊임없는 개선의 톱니바퀴 이론 ‘플라이휠’은 아마존 성공의 초석이 됐다. 포브스코리아는 짐 콜린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오늘날 기업과 경영자가 어떻게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있는지를 논의했다.

세계적인 석학이자 ‘경영의 구루’로 불리는 짐 콜린스(Jim Collins)는 성장하는 기업 혹은 실패하는 기업을 수년간 일일이 찾아다니며 자료를 모으고 인터뷰한 결과를 집대성해 그 특징을 끄집어내고 비교한다. 예를 들어 그는 일반적인 산업 동향을 통한 성장이 아닌 자체적 혁신으로 도약한 기업을 찾는다. 일정 기간 누적 주가수익률이 일반 시장을 능가한 기업을 추출한다. 1965~1995년까지 포천 500대 기업 중 이 조건을 충족한 기업은 단 11개사였다. 그들이 시장에서 도약할 수 있었던 원인을 분석해 성공 요소를 추출해내는 식이다.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를 집필할 때는 2000쪽 분량 인터뷰, 논문 6000건, 3억8000만 바이트의 정밀 데이터를 5년간 1만5000 시간을 들여 분석했다.

이렇게 발굴한 성공 혹은 실패의 인과관계에 대해 기업과 사회 각 분야 지도자들에게 직접 조언한다. 2001년 10월 닷컴버블 붕괴의 영향으로 아마존 주가가 폭락하는 곤경에 처했을 때, 아마존 설립자이자 CEO인 제프 베이조스는 짐 콜린스에게 전화해 “일부 기업이 도약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라고 질문했다. 짐 콜린스는 곧바로 아마존 캠퍼스를 방문해 ‘플라이휠’ 개념을 전하며 비즈니스가 본질적 추진력을 얻어 더 빠르게 성장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제프 베이조스가 짐 콜린스의 교훈을 모멘텀으로 삼아 아마존을 오늘날 1150억 달러 가치의 기업으로 성장시킨 사례는 재계의 신화처럼 남아 있다.

짐 콜린스는 그때를 회상하며 “제프 베이조스와 아마존에 대해 정말 놀랐던 것은 나의 조언을 받아들이고 곧바로 이를 적용해 발전시켰다는 것”이라며 “아마존은 플라이휠 개념을 수용해 아마존만의 방식으로 만들었고 곧바로 수익구조를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짐 콜린스는 이후 아마존의 변화와 성장을 다시 연구해 최근 단행본 『터닝 더 플라이휠』을 출간했다. 이 저서에는 아마존뿐만 아니라 월트디즈니, 보잉 등 플라이휠 전략을 확장해 적용한 사례가 소개돼 있다. 반면 수년간 추가 모멘텀을 창출할 수 있었음에도 플라이휠 전략 기회를 놓친 전자제품 소매업체 ‘서킷시티’, 중고차 체인마켓 ‘카맥스’ 등 실패 사례도 함께 담았다.

현재 미국 콜로라도주 볼더시에서 차기 연구 활동에 한창인 짐 콜린스에게 경영자들이 참고할 수 있는 통찰력 깊은 조언을 요청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짐 콜린스의 플라이휠 개념은 끝없는 개선 사이클 제안한다.
비즈니스 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경영 이론은 일반적으로 10년 동안만 유효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전 세계 경영진이 여전히 ‘고전’ 또는 ‘바이블’이라 불리는 당신의 책을 선택하고 참조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변화의 파도가 격렬하게 몰아치는 현대사회에서도 나의 책이 널리 활용되는 이유는 단 한 가지라고 봅니다. 최고의 리더는 예측할 수 없는 환경을 헤쳐나가기 위한 지침으로 변하지 않는 원칙을 찾아 헤매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특히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불확실성에 압도당할 때 리더들은 폭풍 속에서 닻으로 사용할 불변의 경영 원칙을 간절히 원합니다.

당신이 제안했던 여러 이론 가운데 집필할 때와 오늘날을 비교해 그 중요성이 더 커진 것이 있습니까. 혹시 수정할 부분은 없는지요.

저는 오늘날 여러 기업으로부터 나의 책에서 언급한 원리의 실제 적용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었어요. 특히 아마존의 사례에서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의 플라이휠 원리가 어떻게 활용됐는지 새로운 통찰력을 얻었죠. 위대한 기업으로 성장하려고 할 때 정해진 단일 액션, 전사적 프로그램, 킬러 혁신, 대박 행운, 기적의 순간 따위는 없어요. 오히려 거대하고 무거운 플라이휠을 계속 돌리는 느낌과 같아요. 막대한 노력을 기울여 플라이휠을 1에서 2, 2에서 4, 4에서 8, 그리고 수백 번, 수천 번, 수백만 번 돌립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플라이휠이 멈출 수 없는 모멘텀(Momentum, 운동량)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모든 개별 회전마다 누적된 모멘텀이 결국 획기적인 변화를 만듭니다. 아마존은 플라이휠 효과를 특화해 그들만의 모멘텀을 최대화하는 방법을 고안해 상용화했어요. 아마존은 각 플라이휠에서 일련의 움직임이 발화하는 방법을 알아낸 거죠. 그리고 플라이휠이 작용하는 기존 요소를 다음 구성 요소로 연계해 강력한 복합 효과를 만들어냈습니다.

아마존의 구체적 작동 논리를 설명하자면, 더 많은 상품에 더 싼 가격을 제시하자 방문 고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이는 제3의 판매자를 유치해 상품 다양성을 확보했어요. 이는 고정비용당 매출을 늘렸죠. 다시 플라이휠의 상단으로 돌아가 아마존은 추가로 더 많은 상품에 더 저렴한 가격을 설정할 수 있었어요. 이렇게 플라이휠을 반복적으로 회전하며 인공지능과 기계학습 등 디지털 기술을 적용해 가속도를 높였습니다. 저는 아마존의 사례에서 플라이휠 회전이 만들어내는 힘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이제부터의 도전은 아마존이 보여준 플라이휠의 힘을 각각 다른 기업의 고유한 플라이휠로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개별 기업의 플라이휠은 아마존과 상당히 다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모멘텀 논리는 견고하고 명확해야 한다는 점은 같습니다. 중요한 점은 바로 아마존이 플라이휠의 원리를 오늘날의 환경에 맞게 독특하게 적용했다는 점이에요. 마찬가지로 기업가들에게 여러 경영 원칙(고슴도치 개념, 핵심 보존 및 변화 자극, 5단계 리더십 등)을 현재 직면하고 있는 힘겨운 현실에 적용해볼 것을 권합니다.

최근 디지털 전환이 비즈니스 환경에서 주요 이슈입니다. 많은 기업이 인공지능, 블록체인, 빅데이터, 자율주행 등에 전략의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또 IT스타트업이 빠르게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거품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잔인한 사실(brutal facts)’은 무엇입니까.

새로운 기술에 의한 변화는 역사적으로 반복돼왔습니다. 기술 자체가 무엇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적절히 사용될 때 모멘텀의 추진력이 되죠. 기업들이 기술을 생산적으로 활용하려면 이런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져봐야 해요. ‘이 기술이 내가 세상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에 적합한가?’, ‘내가 가진 플라이휠의 모멘텀을 가속화하기 위해 이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경쟁사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필요한 기술은 무엇인가?’, ‘플라이휠의 추진력으로 승화할 수 있는 특정 기술을 어떻게 경쟁사보다 앞서 도입할 수 있을까?’, ‘잔인한 사실’은 기술이 아무리 혁신적이라도 기술 자체가 위대한 기업으로 만들어줄 수 없다는 점이에요. 반면, 추진력을 얻을 수 있는 기술을 도입하는 데 뒤처지면 플라이휠 모멘텀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에요.

저서 『위대한 기업들은 다 어디 갔을까』에서 과거에 성공했지만 살아남지 못한 기업들이 몰락하는 원인을 분석했습니다. 당신은 성공보다 실패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썼습니다. 최근에 관심 갖고 지켜보는 실패 사례는 무엇입니까.


나는 최근 여러 유니콘 스타트업의 몰락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어요. 그리고 5단계 쇠퇴 과정을 겪으며 몰락하는 유니콘이 수년 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냉정한 현실은 대기업이나 급성장한 기업도 의외로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질문에 대해 특정 기업을 언급할 수는 없지만, 『위대한 기업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에서 다룬 몰락하는 기업 연구의 핵심 내용을 말하고 싶네요. 기업 실패에 대한 가장 강력한 경고는 오만(Hubris)을 경계하라는 것입니다. 오만과 거만이야말로 기업의 자멸을 자초하는 지름길이에요. 쇠퇴의 1단계는 오만에 굴복하기 시작하는 순간입니다. 그리고 오만은 2단계 쇠퇴로 빠르게 이끄는데, 더 많은 것을 추구하는 고삐 풀린 욕망은 위대한 기업으로 가는 길을 방해하고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하는 것을 막아요. 오만이 몰아가는 폭주는 기업을 3단계 쇠퇴로 인도합니다. 리스크와 유해성을 부정하는 단계죠. 3단계에서 리더는 부정적 데이터를 과소평가하고 긍정적 데이터는 부풀리죠. 모호한 데이터는 긍정적 방향으로 받아들여요. 잔인한 사실에 맞서지 않고 회피하는 것은 언제나 치명적인 쇠퇴의 전조 증상입니다. 4단계에 접어들면 기업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쇠퇴에서 벗어날 방법을 필사적으로 찾으며 구원받기 위해 물불을 안 가리는 형국에 빠집니다. 4단계에서 오랫동안 벗어나지 못하면 결국은 최종 5단계의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5단계에서는 위기에 무덤덤해지고 자포자기 상태가 됩니다. 5단계에서 좌절이 누적되면 재정이 악화되고 조직원들의 정신은 황폐해지죠. 미래를 건설하려는 희망은 남아 있지 않아요. 일부 경우에는 리더가 물러나는 것으로 마무리되지만 극단적인 경우에는 기업 자체가 존속하지 못합니다.

당신은 책에서 ‘사람 최우선(People first)’을 강조했습니다. 비즈니스 환경과 기술은 매우 빠르게 변하지만 실제로 사람들은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속도 차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주요한 방법은 리더십 파이프라인에 젊고 강한 리더를 영입하는 것입니다. 기존 경영진이 하는 일보다 더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는 인재, 정말로 큰일을 하고 싶어 하는 인재, 대담한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인재, 변화와 진보에 열정적인 인재를 찾으세요. 그런 다음 그 인재가 조직을 이끌도록 환경을 마련해주어야 합니다.

한국 기업의 특징 중 하나는 가족경영입니다. 창립자 세대에서 2대, 3대로 사업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일부 오너 리스크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가족 거버넌스 비즈니스의 성공 요인을 말씀해 주세요.

위대한 가족기업과 그렇지 않은 가족기업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은 차이점이 있습니다. 위대한 가족기업의 경영진은 무엇보다도 회사의 목적에 집중합니다. 그렇지 않은 가족기업에서는 기업은 단지 가족 경영진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존재해요. 내가 진행한 사례연구에서 위대한 기업의 일부는 초기에 가족기업으로 출발했어요. 예를 들면 매리어트, 애보트, 프로그레시브 보험사, LL빈과 같은 기업들이죠. 이 기업들의 대부분은 2세, 3세 경영에서 가장 위대해졌어요. 창업자 세대에서 아무리 큰 성공을 했더라도 말이죠.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가족 경영진이 기업 목적을 최상위에 뒤야 한다는 점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그들이 더 큰 목표를 위해 열정을 바칠 수 있도록 이끌어요.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나 집필하고 있는 책이 있나요.

최근의 창작 활동은 3개 출판물 집필에 집중돼 있어요. 얼마 전 한 권을 출판했고, 다른 하나는 조만간 출판을 앞두고 있죠.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현재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요. 지난해 미국에서 출간한 저서는 아마존 등의 기업이 플라이휠을 어떻게 적용했는가에 대한 학습과 플라이휠 효과를 더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연구 결과입니다. 제목은 ‘터닝 더 플라이휠(Turning the Flywheel)’이에요. 그리고 조만간 출간될 책은 기존 서적 『기업가 정신을 넘어(Beyond Entrepreneurship)』의 확장판인 『기업가 정신을 넘어 2.0』입니다. 이번 출간은 첫 번째 버전의 공동 저자이자 제 인생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멘토였던 윌리엄 레지어를 기리기 위한 책입니다. 저는 항상 중소기업 경영자들에게 다가서고 가르치는 것에 열정이 있어요. 이 책은 내가 그들과 다시 연결될 수 있는 하나의 매개체라고 할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현재 대형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매우 기대가 되는데요. 자기 갱신(Self-Renewal)에 관한 주제입니다. 저에게는 기업이나 조직이 아닌 개인을 연구하는 최초의 프로젝트입니다. 지금 저와 저의 팀이 연구하고 있는 내용을 하루빨리 전 세계 독자들과 나누고 싶네요.

[박스기사] 짐 콜린스는?

짐 콜린스는 1958년 콜로라도주에서 태어나 스탠퍼드대 경영학 석사를 마친 뒤 HP와 매킨지에서 근무했다. 모교에서 기업가 정신을 주제로 한 정열적이고 창의적인 강의로 명성을 날렸으며, 스탠퍼드대학 명강의 상을 받았다. 지난 2017년 포브스의 ‘가장 위대한 100대 경영인(100 Greatest Living Business Minds)’으로 선정됐다. 현재 콜로라도주 볼더에 세운 자신의 경영연구소에서 저술과 기업 컨설팅 활동에 몰두하고 있다.

※ 저서
1992년: 『기업가 정신을 넘어(Beyond Entrepreneurship: Turning Your Business into an Enduring Great Company)』
1994년: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Built to Last: Successful Habits of Visionary Companies)』
2001년: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 Why Some Companies Make the Leap … And Others Don’t )』
2005년: 『비영리 분야를 위한 좋은 조직을 넘어 위대한 조직으로(Good to Great and the Social Sectors)』
2009년: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How the Mighty Fall: And Why Some Companies Never Give In)』
2011년: 『위대한 기업의 선택(Great By Choice)』
2019년: 『터닝더플라이휠(Turning the Flywheel: A Monograph to Accompany Good to Great)』

- 이진원 기자 lee.zinone@joongang.co.kr

202003호 (2020.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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