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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웰빙] 유정은 한국내면검색연구소 및 마보 대표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라” 

벤처기업의 요람 실리콘밸리와 세계 금융의 중심지 월스트리트가 명상에 빠졌다. 세계 최고의 격전지라 할 수 있는 이곳에서 스트레스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유정은 한국내면검색연구소 및 마보 대표는 기업문화를 위한 마음챙김 프로그램을 국내에 도입하고 명상 애플리케이션 ‘마보’를 개발한 인물이다.

▎서울대 조직심리학 박사, IBM GBS, 액센추어, 삼일PwC 인사조직 컨설턴트, 현 한국내면검색연구소 대표, 현 마음챙김명상앱 ‘마보’ 창립자 및 CEO.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의 마음가짐 근육이 단단히 훈련돼 있다는 것을. 웬만한 동요에는 흔들리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지난 1월 13일 영하의 날씨에 진행한 유정은 한국내면검색연구소 및 마보 대표 인터뷰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약속했던 인터뷰 및 촬영 장소에 사정이 생겨 급작스레 장소를 이리저리 옮겨야 했고 결국 야외에서 촬영해야 했다. 여러 해프닝이 있었지만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곧바로 주제에 집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유 대표는 심리학자와 글로벌 기업 인사조직 컨설턴트를 거쳐 지난 2013년 구글의 ‘내면검색 프로그램(Search Inside Yourself : SIY)’을 국내에 도입했다. 구글은 스트레스성 업무가 많은 엔지니어의 정서 안정을 위해 마음챙김 명상을 기반으로 내면검색 프로그램을 설계했다.

“국내에서는 마음챙김 명상을 잠깐 쉬면서 스트레스를 이완하는 훈련으로 생각하는 분이 많아요. 하지만 프로그램은 힐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일종의 인지훈련입니다. 뇌과학을 기반으로 외부 자극을 다스리는 동시에 인지능력을 높이는 것입니다.”

구글 내면검색 프로그램은 7주에 걸친 20시간 교육으로 삶의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목적이다. 프로그램은 3단계로 구성된다. 1단계 주의력 훈련이다. 주의력은 모든 고차원적 인식 및 감정 능력의 기초다. 주의력을 훈련해 평온하면서도 청명한 마음 상태로 만들기 위한 것이다. 이는 감성 지능의 토대를 형성한다. 2단계는 자기이해와 자기통제다. 훈련된 주의력을 이용해 자신의 감정흐름을 고해상도로 인식하는 단계다. 이를 통해 우리는 생각의 흐름과 감정을 제3자의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선명하게 관찰할 수 있다. 3단계는 유용한 정신습관의 창조다.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습관적·본능적으로 제일 먼저 하는 생각이 ‘이 사람이 행복하길 바라는 것’이라고 상상해보라. 이런 습관은 직업인으로서의 인생 전체를 바꾼다. 왜냐하면 상대는 이러한 순수한 선의를 무의식적으로 포착하여 신뢰하게 되고 이는 고도의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 대표는 “과거 리더십 교육은 스킬 중심이었으며, ‘어떻게’를 이야기하지 않았다”며 “경청하는 방법을 마음챙김 기법으로 교육하면서 스스로 체험하고 훈련하게 해 근본적 변화를 유도한다”고 설명했다.

“요가처럼 디지털 웰빙 대중화할 것”


마음챙김 프로그램의 효과는 기업의 생산성을 높여 궁극적으로 이익을 높이는 것으로 입증됐다. SAP 조사에 따르면, 프로그램 도입 후 직원참여지수 증가, 병가 감소 등 유의미한 결과를 통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들어간 비용 대비 투자수익률(ROI)을 조사해보니 200%로 측정되었다. SAP의 경우 직원참여지수가 1%포인트 증가할 때마다 영업이익이 5000만~6000만 유로(645억~773억원), 비즈니스건강문화지수가 1%포인트 증가할 때 영업이익 8500만~9900만 유로(1095억~1275억원)가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유 대표는 논문과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등의 보고를 인용해 설명했다. “팀 안에 부정적인 이슈가 발생했을 때 의사소통이 줄어들고 소극적이 되며 공격성도 나타난다”며 “이때 부정적 이슈를 개인 문제로 보지 않고 사건 자체를 중심으로 전환하는 힘이 마음챙김 명상을 통해 길러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훈련 과정에서 1차적으로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2차적으로 팀과 인간관계를 긍정적으로 바꾸고, 3차적으로 팀이 역동성을 띠는 효과가 나타난다.

특히 디지털 시대를 맞이하며 과거에 비해 개인에게 입력되는 정보량이 몇 배로 증가했지만, 인간의 뇌는 아직 그렇게 많은 정보를 처리하게끔 진화하지 않았다. 그래서 많은 사람의 마음속에 언제나 뭔가 놓치고 있는 듯한 불안감이 깔려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포털 사이트에서 코트 쇼핑을 검색하면 몇천 개가 나와요. 수십 개 정도라면 그 안에서 고를 수 있지만 이를 넘어서면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아요. 머리가 아파오고 입이 마르는 등 몸의 신호로도 나타나죠.”

이때 필요한 것이 나의 주의를 환기하는 일이다. 나의 주의력을 의도적으로 내 몸과 마음으로 되찾아오는 시도다. 이를 통해 판단·인지의 왜곡을 막고 눈앞에 벌어지는 일을 명확하게 알아차릴 수 있다.

그는 디지털 웰빙에 대해 기술에 종속당하지 않고 자신의 시간을 현명하게 쓰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정의했다. 이미 실리콘밸리에서는 ‘위즈덤 2.0(Wisdom 2.0)’ 방식으로 발현됐다. 위즈덤 2.0이 등장한 배경은 ‘기술과 지혜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다. 위즈덤 2.0은 설립자 소렌 고드해머, 미국 명상계의 대부 잭 콘필드, 구글 내면 검색 프로그램 창시자 차드 멍 탄이 주축이다. 유 대표는 이들과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고 지난해 3월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행사에서 2020년 서울 행사를 선포했다. 오는 10월 16, 17 양일간 열릴 서울 행사에 위즈덤 2.0샌프란시스코의 핵심 인사들이 대거 참가할 예정이다.

그는 디지털 웰빙과 마음챙김 등이 아직은 국내에 생소한 개념이지만 가까운 미래에 그 중요도가 빠르게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약 15년 전만 해도 요가가 특별한 것이었으나 지금은 대중화한 것처럼 디지털 시대가 전개될수록 마음챙김 명상의 수요가 확대될 것”이라며 “특히 디지털 네이티브인 Z세대에는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이미 미국, 영국의 공립학교 교과 과정에는 마음챙김 명상이 포함됐는데, 이는 아이들이 잠재적으로 우울증, 공황장애 등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유 대표는 지난 2016년 마음챙김 명상을 애플리케이션으로 제작해 언제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 ‘마음 들여다보기’란 의미의 ‘마보’ 앱은 과학적인 마음챙김 기법을 우리말 콘텐트로 주의력 집중훈련을 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혜민 스님의 ‘꼬끼리’와 더불어 국내 명상 앱 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높다. 영어권에는 명상 앱이 2000개가 넘을 정도로 활성화했다.

유 대표의 목표는 마음챙김 명상의 저변을 국내에 확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제까지 기업에서 강의하며 기업문화를 바꾸려 했고 하나의 수단으로 마보 앱을 제작했다. 그리고 오는 3월에 개최되는 위즈덤2.0코리아도 같은 맥락이다.

“현대사회의 화두는 첨단기술을 어떻게 현명하게 이용할 수 있을까예요.위즈덤 2.0에서 성공한 IT기업 대표, 다양한 분야의 교육과 코칭 관계자, 건강 및 웰빙 분야 종사자가 모여 대화를 나눌 거예요. 테마는 여러 가치와 신념을 융합하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방향을 재설정하려는 노력입니다.”

유 대표는 우리 사회도 개인적 평화를 추구할 뿐 아니라 다음 담론으로 세상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논의할 때라고 강조한다. 그는 “국내 많은 리더가 사회적 지위와 성공을 위해 달려왔다면 이제 ‘어떻게 다 같이 잘 살 수 있을지’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메시지를 전했다.

- 이진원 기자 lee.zinone@joongang.co.kr·사진 지미연 객원기자

202003호 (2020.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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