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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영 대기자의 ‘CEO의 서재를 위한 비즈니스 고전’(14) 

매슨 피리 『모든 논쟁에서 이기는 방법』 

논리는 힘이 막강하다. 논쟁술은 감성과 비논리마저 이성적·논리적으로 접근해 흡수해버린다. 한 발 더 나간 논쟁(論爭)은 서로 의견이 다른 사람들이 각각 자기주장을 말이나 글로 논리적으로 다투는 것이다. 매슨 피리는 여기엔 ‘일정한 논리’가 있다고 귀띔한다.

▎사진:Saland73
논쟁의 역사와 정치의 역사에서 기념비적(monumental)이며 기억할 만한(memorable) 일이 1960년 9월 26일 일요일 아침에 60분 동안 펼쳐졌다.

미국 대선 역사상 최초의 TV 토론에서 민주당 존 F. 케네디 후보와 공화당 리처드 닉슨 후보가 맞붙었다. 싸움에는 승자와 패자가 있는 법. 라디오 청취자는 닉슨이 이기거나 비겼다고 평가했다. TV 시청자는 케네디의 손을 들었다.

닉슨에게는 안됐지만, 1960년은 라디오 시대가 아니었다. 당시 미국 가구의 88%에 ‘테레비’가 있었다. 최대 약 7400만 명에 이르는 TV 시청자가 이 역사적인 논쟁의 현장을 지켜본 것으로 추산된다. 눈을 감고 들으면 닉슨이 더 조리 있게 논리적으로 말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TV에 이미지로 보이는 케네디가 더 건강하고 더 자신감 넘치게 보였다.

닉슨은 시선 처리가 불안했다. 케네디는 TV 카메라를 자신 있게 응시했다. 지금은 ‘TV 카메라가 청중의 눈이니 카메라 렌즈를 똑바로 바라보라’가 모든 논쟁술 교과서에 나오는 상식이다. 그때만 해도 ‘고급 정보’였다.

이성 그리고 이성의 딸·아들인 논리는 힘이 막강하다. 하지만 이성이 감성을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 논리가 억지를 이긴다는 보장도 없다. 그러나 적어도 문명사회에서는, 이성과 논리가 기본이요 원칙이다. 감성과 비논리는 ‘플러스 알파’, ‘양념’에 불과하다. 또 논쟁술은 감성과 비논리마저 이성적·논리적으로 접근해 흡수·통 합해버린다.

그런데 논쟁(論爭)이란 무엇인가. 서로 의견이 다른 사람들이 각각 자기주장을 말이나 글로 논하여 다투는 게 논쟁이다. 여기서 ‘논하다’는 “의견이나 이론을 조리 있게 말하다”이다.(야비하고 치졸한 ‘꼼수형’ 논쟁 수단을 동원할 때도 일정한 논리가 필요하다.)

이러한 논쟁에 대한 정의를 우리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꼼꼼히 살펴보면 두 가지가 빼꼼 고개를 내민다. 첫째, 2개 이상의 서로 충돌하는 다른 의견이 있기에 논쟁이 필요하다. 불교의 서방정토(西方淨土)나 그리스도교의 신국(神國)에서는 의견이 단 하나로 통일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날, 지금의 인간 사회에서는 유일한 의견만 있는 사회는 전체주의 사회다. 둘째, 논쟁은 주먹싸움이 아니다. 말이나 글로 ‘점잖게’ 하는 게 논쟁이다.

말이나 글로 ‘점잖게’ 하는 논쟁


논쟁의 순우리말은 말싸움·말다툼이다. 정의는 동일하다. “말로 옳고 그름을 가리는 다툼”이다. 이상하게도 ‘글싸움·글다툼’이라는 말은 없다. 왜 없을까. 우리 일상 언어생활에서 말싸움·말다툼은 많아도 ‘글싸움·글다툼’은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명의 초기 단계에서 중간 단계로 넘어갈 때, 주먹질을 ‘말질’이 대체한다. 문명이 성숙하면 ‘말질’이 ‘글질’로 진화한다.

‘CEO의 서재를 위한 비즈니스 고전’의 독자는 이미 CEO거나 미래 CEO를 꿈꾸는 고귀한 분들이다. 두 유형의 독자 중에는 우리 속담 “지는 게 이기는 게다”를 삶의 모토로 삼고 있는 분이 많으리라. 왜(Why)? 한주먹거리도 안 되는 저급한 상대와 지루한 혈투로 ‘상처뿐인 영광’이라는 트로피를 안기보다는 너그럽게 양보하는 것이 도덕적으로나 실익 면에서 승자가 되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책의 저자는 “논증에서는, 중요한 문제는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합리적이고 독단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이기 사소한 점은 양보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말과 글 그대로(literally)’ 생사나 사활적 이익이 걸린 경우라면, 악착같이 죽기 살기로 싸워 이겨야 한다. 말싸움·글싸움에서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논쟁술의 대가에게 강의를 듣거나 논쟁술에 대한 책을 읽어야 한다. 논쟁술의 최고봉은 아리스토텔레스(기원전 384~322)이지만 그의 저작들은 21세기 독자들이 읽기에 좀 따분하다. 책이라기보다는 직방 효과 높은 ‘수면제’라고나 할까.

일단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 『시학』등을 가까운 훗날의 숙제로 남겨둔다면, CEO와 ‘우드비 CEO(would-be CEO, 장차 CEO가 되려고 하는 사람)’는 무엇을 읽어야 할까. 논쟁술에 대한 책은 홍수를 이룬다. 무엇을 우리 독자들이 읽을 것인가. 고심(애씀) 끝에 선정 기준을 3가지로 좁혔다. 첫째, 고전이거나 사실상 고전 반열에 오른 책일 것. 둘째, 재미있을 것. 셋째, 책도 중요하지만 저자도 흥미로운 사람, 영감을 주는 사람일 것.

이 세 기준에 맞춰 선정한 책이 매슨 피리의 『모든 논쟁에서 이기는 방법(How to Win Every Argument )』이다. 영문판 부제는 ‘The Use and Abuse of Logic’이다. 심하지 않게 가벼운 정도로 의역한다면, ‘논리의 선용과 악용’이 되시겠다. (이 책 영문판은 2006년에 초판, 2015년에 제2판이 출간됐다. 초판을 번역한 한글판은 2007년에 나왔다. 한글판은 현재 품절 상태다. 알라딘을 비롯한 온오프라인 중고 서점에서 살 수 있다. 초판과 재판이 큰 차이는 없다.)

이 책을 영어로 읽는다면, ‘argument’가 우리말로는 (1) 논쟁·언쟁·말다툼, (2) 주장, (3) 논거를 의미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자칫 헷갈릴 수 있다. 우리말로 ‘논쟁은 논거가 뒷받침하는 주장을 펴는 것이다’라고 하면 이해에 무리가 없다. 영어로는 ‘Arguments are arguments supported by arguments’이다.

이 책은 우선 ‘출판사의 경고(Publisher’s Warning)’가 인상적이다. 책 뒤표지에 이렇게 적혀 있다. “이 책을 나쁜 사람이 손에 쥔다면 위험하다. 우리의 권장 사항은, 여러분이 이 책으로 무장하되 다른 사람의 손에는 닿지 않게 하라는 것이다. 만일 이 책을 선물하신다면, 받는 사람을 신뢰하는 경우에 한정하시라.”

『모든 논쟁에서 이기는 방법』의 저자는 매슨 피리(Madsen Pirie)다. 애덤스미스연구소(Adam Smith Institute, ASI) 창립 소장이다. 1978년 창립된 ASI는 국내경제·국제경제 정책을 개발하는 세계적인 싱크탱크다. 자유시장경제와 고전적 자유주의를 표방한다. ASI는 초당파 싱크탱크이지만, 마거릿 대처 총리 시대(1979~1990)에 정책연구센터(CPS)와 경제문제연구소(IEA)와 더불어 국유산업 민영화에 지적인 기반을 제공한 것으로 유명하다. 매슨 피리는 스코틀랜드 최고 명문인 에든버러대학(역사학 석사)과 세인트앤드루스대학(철학박사)에서 공부했다. 피리는 11~14세 어린이를 위한 과학소설(SF)을 3권이나 쓴 작가로 팬이 많다.

『모든 논쟁에서 이기는 방법』은 서론에 해당하는 맨 앞 30페이지 다음에는, 91개 오류를 a에서 z까지 알파벳 순서로 정리했다.(한글판은 가나다순이다.)

이 책에는 circulus in probando, cum hoc ergo propterhoc, petition principia, quaternioterminorum, tuquoque 등 생경한 라틴어로 이름 붙인 오류가 나온다. (영어도 골치 아픈데 라틴어까지 나를 괴롭히겠다고?) 논리에 대한 연구가 고대 그리스에서 출발했지만, 로마제국을 거치며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저자와 함께하면 전혀 기죽을 필요 없다. 그는 최대한 재미있고 유머 있게 논쟁술의 세계로 안내한다.

논쟁술 기반인 논리 연구, 고대 그리스에서 출발


▎작자를 알 수 없는 ‘언쟁하는 네 명의 남자들’. 19세기 이탈리아에서 그린 작품이다. / 사진: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매슨 피리가 소개하는 오류들은 추론(推論, inference) 과정이 틀어질 때 생긴다. (여러분이 내린 결론이 터무니없는 주장이 아니라, 전제·증거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을 논리적으로 밝히는 과정이 추론이다.)

하지만 논리보다는, 비논리가 강할 때가 더 많다. 이 책은 논리보다 비논리가 어떻게 정치의 세계와 비즈니스의 세계(특히 광고의 세계)를 장악하고 있는지 많은 사례를 인용하며 밝히고 있다. 아직은 많은 사람이 논쟁술을 모른다. 사람들이 논쟁술을 알기 전까지는, 정치의 세계에서 비논리적인 ‘말꼬리 잡기’나 인신공격이 통할 것이다. 또 광고의 세계도 비이성적·비논리적인 메시지로 소비자를 자극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91가지 오류 중에서 딱 다섯 가지를 선별해 소개한다.

1. 지고(至古) 논증(argumentum ad antiquitam, argument from antiquity)

단지 오래됐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것이 좋거나 옳다고 여기는 오류다. ‘그 자신’이 보수파에 가까운 저자는, “영국 보수당은 ‘지고 논증’이다. 애국주의건, 영국의 위대함이건, 규율이건 오래된 것은 좋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수십 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기업은 ‘지고 논증’이라는 논리적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2. 사람 공격에 의한 논증(Argumentum ad hominem)

상대편의 주장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편 자체를 공격하는 것이다. 아무개는 ‘친일파다’, ‘빨갱이다’라는 식으로 논점을 흐리는 것이다. 기업 현장에서는 이런 오류가 나올 수 있다. “우리 홍길동 사원의 주장은 틀렸다. 왜냐하면 그는 신입사원이고 아직 업무 파악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홍길동 사원이 오늘 처음 출근했더라도 부장·상무·전무·부사장보다 더 우리 회사의 문제점이나 앞으로 나아갈 길을 잘 파악하고 있을 수 있다.

3. 냉소적인 논증(Non-anticipation)

이 오류에 대해 한글판은 ‘과거에 다 해본 것이라고 응수하라’고 나와 있다. 상당한 기간 회사가 유지되다 보면, 이런저런 다양한 사업을 건드려보기 마련이다. 성공하는 경우도 많지만 실패하는 경우는 더 많을 것이다. 5년 전, 10년 전에 실패했더라도 오늘부터 차근차근 준비해 시도하면 성공할 수 있는 사업 아이템도 많다. 근거가 충분하다면, ‘해봤는데 안 됐다’는 주장에 ‘깨갱’할 필요는 없다.

4. 학교 다니는 모든 남자애도 다 아는(Every schoolboy knows)

우리말 표현으로는 ‘삼척동자도 다 아는’, ‘초등학생도 아는’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오류다. 모든 논쟁 참가자는, 논쟁에 참여하기 전에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그리고 평소에 독서를 많이 해야 한다. 책은 안 읽더라도 최소한 신문·잡지를 많이 읽어야 한다. 모르면 뭔가 떳떳하지 못하고 불안하다.

5. 허수아비(The straw man)

상대편 입장을 의도적으로 왜곡해 ‘허상’을 만들고 그 ‘허상을 공격하는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으며 ‘논리적인 오류도 엄연히 설득 세계의 일부다’라는 생각이 든다. 모르고 범하는 오류도 있고 알면서도 고의로 저지르는 오류도 있다. 어쨌든 논쟁술은 정치와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꼭 필요하다.

※ 매슨 피리의 말말말…

- 조크는 청중을 내 편으로 만들 수 있지만, 논쟁을 이길 수는 없다.(A joke might win an audience, but it does not win an argument.)

- 편익도 비용도 금전적일 필요는 없다.(Neither the benefits nor the costs need to be monetary.)

- 오래됨을 옳음의 지침으로 생각하는 게 오류라면, 단지 새롭다는 이유로 뭔가가 더 옳다고 생각하는 것 또한 오류다.(If it is a fallacy to suppose that age is a guide to correctness, it is also fallacious to suppose something to be more right simply because it is new.)

- 합리적으로 보이는 최상의 방법은 실제로 합리적이 되는 것이다.(The best way to seem reasonable is to actually be reasonable.)


※ 김환영은… 중앙일보플러스 대기자. 지은 책으로 『문학으로 사랑을 읽다』 『곁에 두고 읽는 인생 문장』 『CEO를 위한 인문학』 『대한민국을 말하다: 세계적 석학들과의 인터뷰 33선』 『마음고전』 『하루 10분, 세계사의 오리진을 말하다』 『세상이 주목한 책과 저자』가 있다. 서울대 외교학과와 스탠퍼드대(중남미학 석사, 정치학 박사)에서 공부했다.





202004호 (2020.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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