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2020 POWER CELEBRITY] 방송인 장성규 

방송사·플랫폼 넘나드는 ‘선넘규’ 

거침없는 그의 농담을 듣고 있으면 괜히 조마조마하다. 방송 심의에 걸리지 않을까 상대방이 화내진 않을까 위태롭다. 하지만 불편함과 재치는 한 끗 차이 아니던가. 장성규의 ‘선을 넘는’ 입담에 시청자들은 ‘센스 있는 개그’라며 박수를 보낸다. 장성규는 지난해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전향하며 본격적으로 방송인의 길로 들어섰다. 장성규는 최근 방송가에서 ‘프리선언 후 더 잘된 아나운서’로 꼽힐 정도로 성공 가도에 올랐다.

▎장성규는 지난해 신인상 ‘2관왕’을 달성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 사진:JTBC 스튜디오
“장성규라는 사람을 꽤 오랫동안 하찮은 사람이라고 여기고 무시했습니다. 과거의 제가 무시했던 장성규에게 사과하고 싶습니다. 성규야, 미안하다.”

지난해 ‘2019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라디오부문 신인상을 받은 뒤 밝힌 장성규의 수상 소감. 긴장한 듯 굳은 표정, 촉촉한 눈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가는 그의 모습에 시청자들도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재치와 감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장성규의 수상 소감은 그의 시상 이후 다수의 수상자가 패러디할 정도로 화제를 낳았다.

이날 장성규는 [전지적 참견 시점]으로 예능부문 신인상까지 거머쥐며 최초로 ‘신인상 2관왕’이란 타이틀을 얻었다. 프리랜서 아나운서가 된 지 1년도 안 돼 거둔 성과였다. 2019년, 누구보다 뜨거운 한 해를 보낸 장성규는 포브스코리아 서면 인터뷰에서 “큰 사랑에 그저 감사하지만 한편으론 ‘내가 이런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을까’를 날마다 고민하게 된다”며 “그럴 자격이 있는 좋은 어른, 좋은 방송인으로 여물어가기 위해 항상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잘 알려진 대로 그는 2011년 JTBC 1기 아나운서로 입사해 뉴스, 예능 프로그램, 유튜브 채널을 종횡무진하며 활약하다 지난해 프리랜서로 전향했다. 평소 코믹한 분장을 두려워하지 않고 아슬아슬한 농담을 즐겨하는, 끼와 예능감으로 똘똘 뭉친 장성규의 프리선언은 당연한 수순처럼 보였다. 방송가에서도 ‘자유의 몸’이 된 그에게 기다렸단 듯 앞다퉈 러브콜을 보냈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그는 “프리선언 하자마자 프로그램 7개에 고정으로 출연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2020년 4월 기준) 그는 [끼리끼리], [방구석 1열], [호구의 차트], [반반쇼], [내 안의 발라드], [리얼연애 부러우면 지는거다], [로드 투 킹덤], [가장 보통의 가족], [굿모닝FM 장성규 입니다] 등의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며 대세 방송인으로 자리 잡았다.

“사실 프리선언 할 때 주변에서 ‘종편 출신 아나운서를 지상파에서 찾아줄까’, ‘넌 안 돼’ 등 회의적인 시선을 많이 보내왔어요.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걱정이 많았죠. 프로그램을 하나씩 맡으면서 주변의 우려가 잦아드는 게 느껴지니 짜릿하더군요. 지금은 어렵고 힘든 순간들을 생각하는 것조차 죄송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요. MBC, KBS, SBS, CJ그룹을 비롯해 저를 찾아준 모든 방송국과 시청자분들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사랑합니다.”

데뷔 10년이 다 돼가는 장성규는 지금껏 40종류가 넘는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꾸준히 대중에게 이름과 얼굴을 알려왔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그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건 지난해. 유튜브 기반 웹예능 [워크맨]에 출연하면서부터다. 평소 ‘수위가 높다, 선을 넘는다’는 평을 받던 그의 입담은 유튜브라는 자유로운 플랫폼을 만나 날개를 달았다. 현장에서 처음 만난 사수를 ‘선배님’이라고 부르며 깍듯이 모시면서도 ‘꼰대 같다’는 표현을 서슴지 않는다. 아르바이트생들이 차마 묻지 못하는 야근수당, 복지혜택 등도 시원하게 대신 물어본다. 여기에 재치 있고 속도감 있는 편집이 더해져 재미가 배가된다. 시청자들은 ‘대리만족을 느낀다’, ‘통쾌하다’며 환호했다.

통쾌한 발언으로 시청자에게 ‘대리만족’ 안겨

장성규 하면 떠오르는 ‘선을 넘는 장성규(선넘규)’의 모습이 본모습인지 질문했다. 그러자 그는 학창 시절 일화를 예로 들며 자신을 ‘모태 선넘규’라고 정의했다. “제가 학교 다닐 땐 체벌이 어느 정도 가능한 시절이었어요. 어느 날 선생님께서 저를 혼내기 위해 손을 드셨는데 그 손바닥에 제가 하이파이브를 해버렸죠. 반 친구 모두가 폭소하고 선생님까지 웃음이 터져서 체벌을 받지 않고 넘어갈 수 있었어요. 멀쩡하게 생긴 사람이 이렇게 엉뚱한 행동을 하고 선을 넘으니까 귀엽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워크맨]에서 상사를 막 대하는 모습 또한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이 대리만족을 느낀다고 말해요. 제가 바로 대리만족을 주는 장성규, ‘대장’입니다.(웃음)”

언제나 장난기 넘치는 그지만, 화면 밖에선 누구보다 겸손하고 예의 바른 사람으로 꼽힌다. 그 비결을 묻는 질문에 그는 “소심한 성격 때문”이라고 답했다. 평소 장성규는 자신의 농담에 누군가 상처받지 않을까 혹은 무례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걱정이 많다. 녹화가 끝나면 출연자의 기분을 살펴 사과를 건네거나 본인의 기사와 댓글을 하나하나 확인한다. 그의 SNS에서는 악플을 캡처해 해명하는 게시물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어린 시절부터 눈치를 많이 보는 사람이었어요.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었죠. 사람들 눈치를 살피는 제 자신을 미워했던 시간이 길었고 그게 고쳐야 하는 단점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런데 요즘엔 때와 장소를 구분할 줄 알고, 내가 처한 공간의 공기를 섬세하게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선물 같은 존재더라고요. 눈치 보는 습관 덕분에 각 상황에 놓여 있는 지켜야 할 선들을 조금이나마 선명하게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장성규는 최근 방송가에서 ‘프리선언 후 더 잘된 아나운서’로 꼽힐 정도로 성공 가도에 올랐다. 하지만 여느 스타가 그렇듯 그에게도 어려운 시절이 있었다. 그는 스스로를 ‘느린 사람’이라고 칭할 정도로 느리게 성장해왔다. 말과 행동뿐 아니라 사회에 자리 잡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대학을 가기 위해 삼수를 했고 안정적인 직업을 갖기 위해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했다. 그러다 20대 끝자락에 이르러서야 아나운서란 ‘진짜’ 꿈을 찾고 도전을 시작했다. MBC 예능 [우리들의 일밤-신입사원]에 도전했고 최종 3인이 되진 못했지만 결선까지 올라 많은 이에게 인상적인 모습을 남겼다.

지난해 장성규는 에세이 『내 인생이다 임마』의 출간 소식도 알렸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까지 노력한 과정을 솔직하게 그린 책이다. 방송부터 집필까지 장르를 불문하고 쉴 새 없이 일하는 그에게 ‘쉬는 날은 있는지,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소하는지’ 물었다.“일주일에 한 번은 꼭 아들과 시간을 보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족이란 단어가 더 묵직하게 다가와요. 바빠질수록 틈틈이 가족과 함께하고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려고 합니다. 가장 귀한 스트레스 해소 시간이기도 하고요.”

장성규는 평소 여러 방송에서 ‘박수 칠 때 떠나고 싶다’, ‘연예대상을 받으면 바로 은퇴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방송인으로서 그의 목표는 어디까지일까.

“이미 다 이뤘습니다. 앞으로 주어지는 것들은 다 ‘덤’이라 생각합니다. 덤이라 여기는 것들을 다 내 것인 줄 알고 놓치지 않으려 하거나 내 스스로가 주위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없는 방송인이라 느껴질 때 자리에서 비켜주는 것이 목표입니다.”

- 가도에 올랐다. 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

202005호 (2020.04.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