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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POWER CELEBRITY] 영화감독 봉준호 

오스카 수상 후 달라진 ‘봉준호 파워’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받은 오스카 트로피 4개에는 분명 숫자의 논리로만 말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 봉준호가 드높인 그 자신과 한국 영화계의 위상이 거대한 경제 효과를 낳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오스카 수상 후 달라진 봉준호 파워와 경계할 점을 들여다본다.

▎봉준호 감독이 지난 2월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작품상을 받으며 환호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부커프라이즈(Booker Prize)는 영어권 소설에 주는 가장 권위 있는 상이다. 소설계의 아카데미 작품상(오스카상)이라고 할 수 있다. 부커프라이즈에 대한 흥미로운 논문이 있다.

필자의 옛 동료인 아만다 샤키 시카고대 교수와 발라시 코바츠 예일대 교수의 논문 ‘명성의 역설: 수상 후 평가가 나빠지는 이유(The Paradox of Publicity: How Awards Can Negatively Affect the Evaluation of Quality)’다. 논문에 따르면 부커프라이즈를 수상한 작품은 판매가 크게 늘지만, 큰 불이익도 감내하게 된다. 수상 이후에 소설을 접한 독자들이 책을 싫어하고 부정적 리뷰를 남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왜일까? 수상작은 더 많은 독자를 끌어들이지만, 그 결과 소설과 맞지 않은 독자층까지 소설을 읽게 되기 때문이다.

아카데미상 수상은 영화인 인생의 최고봉이다. (영어가 아닌) ‘외국어’ 영화 최초의 작품상 수상은 한국과 비영어권 세계 영화사의 큰 획이요,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의 코즈모폴리턴 감성 발달의 증거다. 봉준호 감독과 영화 [기생충]은 역사적인 순간을 만들어냈다.

아카데미상 수상에는 다양한 이익이 따른다. 아카데미상 후보에만 올라도 많은 사례를 받는다. 작품의스오피스 관객수가 늘고, 감독과 배우가 받는 대우가 달라진다. 남녀 주연·조연상, 감독상 등 25개 개인상 후보들에게는 여행가방 몇 개를 가득 채울 만한 선물 보따리가 준비돼 있다. 포브스에 따르면 2020년 아카데미의 경우 스폰서들이 제공하는 선물 보따리는 22만5000달러(2억8000만원)상당이었다.

수상까지 하면 더욱 큰 특혜와 지속적인 보상이 주어진다. 오스카상 수상은 감독에게 더 큰 예산을 갖고 A급 배우와 일할 기회를 주며 글로벌 배급의 길을 열어준다. 어떤 프로젝트든 원하면 수행할 수 있다. 이런 이 점은 오래간다. 수상 후 평생 동안 만든 영화가 곧 ‘아카데미 수상 감독’ 작 아닌가.

아카데미 수상 후, 남들의 평판을 기다리지 않고 감독의 새 영화를 개봉일에 보려는 관객이 늘어난다. 전 세계 곳곳에서 그전에는 닿지 못했던 다양한 관객이 생긴다. 하지만 이러한 관객층 확대가 좋은 리뷰와 흥행으로 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부커프라이즈 수상작들과 마찬가지로 아카데미 수상자도 혹평과 공격의 대상이 되곤 한다.

봉 감독과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영화에 작품상을 수여했다고 아카데미 측을 공격한 것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트럼프 외에도 여기저기서 수상 후 [기생충]을 비방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 가수나 영화배우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듯이, 유명해지면 안티들이 생기기 마련이며 그런 안티 세력에 지속적으로 잘 대처해나가야 한다. 많은 이가 수상자를 혹평하여 수상자의 유명세로 자신을 돋보이려 할 것이다.


▎사진:뉴시스
수상 경력이 빛나는 감독의 차기작은 더 다양한 영화팬과 비평가에게 개봉될 것이고, 그러기에 수상작만큼 좋은 반응을 기대하기 힘들 수 있다. [기생충]을 먼저 찾은 관객들은 그런 류의 영화를 좋아하고 봉 감독의 과거 영화를 즐겼던 이들이었다. 그런 다음, 그들의 리뷰와 입소문, 영화의 수상 경력이 다시 수백만 명을 영화관으로 유도했다.

봉 감독의 차기작은 더 많은 시장에서 개봉될 것이며 개봉 첫 주에 더 다양한 관객과 영화비평가의 주목을 받을 것이다. 그들 중에는 봉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지 않을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래서 리뷰 평점이 낮아지고 입소문 또한 좋지 않을 수 있다. [기생충]만큼의 호평과 흥행을 기대하기 어렵다.

실제로 아카데미 수상 감독의 후속작은 상업적으로나 평론에서 고배를 마시는 경향이 있다.

2010년대 한 영화로 아카데미 감독상과 작품상을 모두 거머쥔 감독은 4명이다. [킹스스피치]의 톰 후퍼, [아티스트]의 미셀 하자나비시우스, [버드맨]의 알레 한드로 곤잘레스 아냐리투, [셰이프 오브 워터]의 기예르모 델 토로. 그중 델 토로 감독을 제외한 3명이 차기작을 발표했다.

영화비평 사이트 ‘로튼 토마토’를 살펴보면, 이들의 차기작 모두 아카데미 수상작에 비해 리뷰 점수가 낮다. 더구나 수상 시점을 기준으로 수상 이후의 작품들이 수상 이전 작품들보다 리뷰 점수가 낮다.

2011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을 수상한 하자나비시우스 감독의 차기작이 좋은 예다. 그의 아카데미상 수상 이전의 두 영화는 비평가의 약 75%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수상작인 [아티스트](2010)는 평론가의 95%가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후속작 두 개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각각 21%와 55% 수준이었으며 흥행도 참패했다.

필자는 [플란더스의 개] 이후 봉 감독의 모든 영화를 관람했을 만큼 팬이다. 미국 MBA 학생들에게 사회구조의 힘에 대한 좋은 사례연구로 봉 감독의 영화를 추천하곤 한다. 더 많은 사람이 봉 감독의 영화를 관람하고 봉 감독 특유의 세계관에 노출되길 바란다.

아카데미상을 받은 봉 감독은 이제 이전에 비해 더 풍부한 자원과 네트워크, 더 넓어진 시장 접근성을 확보했다. 하지만 그가 직면해야 할 중요한 리스크는 바로 선이 분명하지 않은 새로운 관객들에게도 노출된다는 점이다.

봉 감독이 새로운 자원을 슬기롭게 활용하면서 특유의 영화적 감성, 세계관과 고품질을 유지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사회구조를 깊이 이해하고 있는 봉 감독은 먼저 그의 핵심 추종자들의 심금을 울리고 그들로 하여금 다시 세상을 움직이게 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 추요한 교수는…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에서 한국인 최초이자 유일하게 정년 트랙 교수로 임용되어 5년간 재직하다 최근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KAIST에서 물리학 학사, 캘리포니아공과대학(Caltech)에서 물리학 박사, 미시간대 로스경영대학에서 경영 및 조직학 박사를 취득했다. 박사학위 과정 사이 13년 동안 전략 컨설턴트로 일하고, 벤처회사 2곳을 이끌었으며, 글로벌 헤드헌팅 기업의 아시아태평양 소비자사업부를 총괄했다.

202005호 (2020.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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