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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호의 생각 여행(6) ‘초격리’ 시대, 르네상스의 희망을 꿈꾸다 

 


▎웅장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이탈리아 밀라노의 두오모 대성당 전경.
# 1. 세계인을 위로한 콘서트

지난 부활절, 평소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로 인종시장처럼 붐비던 밀라노 두오모 광장이 한 사람도 없이 텅 비어 있었다. 대신 인적이 끊긴 대성당 안에서는 유튜브로 ‘희망을 위한 음악(Music for Hope)’ 콘서트가 열렸다.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세계적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Andrea Bocelli)가 생방송으로 25분간 성가를 부르는 공연이었다. 텅 빈 대성당 단상에 홀로 서서 오르간 반주 하나에 맞춰 세계인을 위해 노래 부르는 장면은 참으로 감동적이었다.

보첼리는 이후 장소를 옮겨서 두오모 대성당 밖으로 나왔다. 청중 한 사람 없는 드넓은 광장 앞, 대성당 정문 앞에 홀로 선 성악가는 오로지 희망이라는 말 하나를 위해 노래했다. 그의 진정성이 전 세계인을 위로했다.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인터넷 영상에는 인적 없는 밀라노 두오모 광장과 많은 희생자를 낸 베르가모 시가지가 나타났다. 이탈리아를 넘어 인적이 끊긴 파리 에펠탑과 개선문 광장, 런던 트라팔가 광장, 그리고 항상 어깨를 부딪치며 걸어야 할 정도로 많던 관광객이 사라진 뉴욕 맨해튼 타임스퀘어 등 텅텅 빈 세계 유명 도시의 상징적인 장소들이 이어졌다. 유서 깊은 밀라노 두오모에서 열린 ‘희망을 위한 음악’ 콘서트는 분명 코로나19 사태의 고통을 딛고 일어나서 다시 희망의 부활을 꿈꾸는 세계인들에게 큰 위로가 되었을 것이다.

# 2. 르네상스가 들려준 희망의 꿈


▎두오모 성당 좌측에 있는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갤러리(Galleria Vittorio Emanuelle II) 통로. 이곳을 지나면 레오나르도 다빈치 입상과 라 스칼라 오페라 극장이 나온다.
10여 년 전 ‘르네상스 탐험대’를 조직해서 이탈리아를 여행한 적이 있다. 르네상스 연구 권위자인 김상근 연세대학교 교수의 안내로 르네상스 실제 현장과 역사를 탐구한 소중한 기회였다. ‘르네상스 탐험대’의 목적은 경제적·물질적으로 선진국에 진입한 우리나라가 역사에서도 우리 고유의 훌륭한 전통과 문화를 부활시켜 명실상부한 경제·문화 선진국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인류 문명이 화려하게 다시 꽃핀 르네상스 시대를 탐구하려 한 것도 그런 이유였다.

이런 생각은 필자가 유난히 이탈리아를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사업상, 혹은 개인적으로도 이탈리아의 크고 작은 도시를 찾은 횟수가 30~40회에 이른다. 이탈리아 방문이 늘어날수록 르네상스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베니스 옆에 자리한 도시 파도바에 있는 스크로베니 예배당을 찾으면 르네상스의 시작을 알리는 프레스코화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화가 조토는 중세 암흑기의 무표정했던 얼굴을 인간의 감정이 그대로 드러난 천사의 얼굴로 표현하며 르네상스를 꽃피웠다. 하얗게 눈 덮인 스크로베니 예배당 앞마당에 핀 빨간색 겨울 장미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당시 탐험대는 베니스, 파도바, 밀라노, 볼로냐, 플로렌스, 시에나, 아시시 등을 찾았다. 탐험대가 이탈리아로 출발하기 전 대원들은 이탈리아나 르네상스 전문가들로부터 강의를 듣고 책도 여러 권 읽으며 나름대로 준비를 했다. 여행 기간 동안에는 저녁 식사 자리에서 진지하고 깊이 있는 열띤 토론이 매일 열렸다. 인류 문명을 재탄생시킨 현장을 직접 찾아 역사와 문화를 학습하고 토론하며 지혜를 한 겹 두 겹 쌓아나간 경험은 참으로 의미 있고 값진 시간이었다. 특히 요즘처럼 전염병으로 인류가 고통받는 시기라면, 역사를 통해 얻은 르네상스 부활의 지혜로 위기를 극복해 희망의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더욱 강하게 꿈꾸게 된다.

# 3. 코로나 위기를 부활의 계기로


▎두오모 대성당 외벽에 붙어 있는 정교한 조각들.
밀라노 두오모 대성당은 거대하고 위엄 있으면서도 아름답다. 1386년 착공 후 완공되기까지 거의 60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아직도 조각되지 않은 돌들이 일부 남아 있지만 1965년에 마지막 게이트가 완성되면서 공식적인 공사가 마감됐다. 하늘을 찌를 듯 세워진 아름다운 첨탑과 대리석 벽에 붙은 수많은 조각, 성당 안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을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인류를 위한 세계문화유산은 하루아침에 탄생하지 않음을 성당을 보며 깨닫는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압축 성장을 하며 많은 성과를 이뤄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성수대교나 삼풍백화점이 무너져 내리며 성장이 외면한 실책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기도 했다. 이제는 진정한 선진국의 면모를 갖춰가길 바란다. 미래 비전과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을 가지고 충분한 시간을 지내면서 역사의 주춧돌을 쌓아야 한다. 밀라노 대성당을 완성하기 위해 60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듯, 장수 기업과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100년, 아니 1000년을 내다보는 비전과 정책, 전략이 필요하다. 제 임기 안에 모든 것을 마치려 하는 조급함과 단견을 넘어서 다음 대까지 이어지는 폭넓은 시야를 가져야만 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저녁 약속이나 모임이 대부분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집콕’이 가져다준 기회를 틈타 TV로 역사 다큐멘터리를 여러 편 보며 인류 역사를 정리하는 공부의 기회로 삼았다. 로마제국, 오스만제국, 러시아 같은 제국에 관하여 역사가들의 해설을 곁들인 내용은 국가의 흥망성쇠와 리더십에 관해 많은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해주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입상. 라 스칼라 오페라 극장을 마주 보고 있다.
특히 2차 세계대전에 관한 다큐멘터리는 전쟁이 발발한 역사적 배경과 그 참혹함, 인종 간 갈등, 전략전술을 총망라하는 현대사의 조감도를 보는 듯했다. 개인은 생존을 위해서 사투를 벌였고, 국가는 승전을 위해서 대량 학살과 파괴를 서슴지 않았다. 역사의 흐름 속에서 개인은 건강한 장수를 원하고, 기업은 장수 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하며, 국가는 불멸을 추구한다.

지금 우리의 좌표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개될 미래 불확실성에 어떻게 대처할 것이며 50년, 100년 후에 우리 기업과 나라의 모습은 어떠해야 할까? 안타깝게도 지난 4·15 총선에서는 어떤 리더에게서도 나라의 장래에 관한 비전 제시나 장기 전략을 듣지 못했다. ‘초연결 시대’에 ‘초격리 상황’을 경험하며 잠시 멈춰 선 위기의 시간은 역설적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점검하며 계획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국가는 미래 비전과 마스터플랜을, 기업은 장수 기업을 위한 플랜 B와 C를, 개인은 건강한 장수를 준비하는 기회로 활용하자.

※ 이강호 회장은… PMG, 프런티어 코리아 회장. 덴마크에서 창립한 세계 최대 펌프제조기업 그런포스의 한국법인 CEO 등 37년간 글로벌 기업의 CEO로 활동해왔다. 2014년 PI 인성경영 및 HR 컨설팅 회사인 PMG를 창립했다. 연세대학교와 동국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했고, 다수 기업체, 2세 경영자 및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경영과 리더십 코칭을 하고 있다. 은탑산업훈장과 덴마크왕실훈장을 수훈했다.

202006호 (2020.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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