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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명품 시장의 신흥 강자들] 안시찬 자안그룹 대표 

라이선스 브랜드 들고 글로벌 무대로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은 2017년 온라인 쇼핑몰 ‘24세브르스닷컴’을 오픈했다. 이듬해 리치몬트그룹은 온라인 명품 리테일 그룹 ‘육스네타포르테’를 인수했다. 명품 소비의 장이 온라인으로 옮겨왔다는 방증이다. 국내 패션·뷰티 기업인 자안그룹도 일찌감치 플랫폼을 만들었다. ‘셀렉온’이다.

▎셀렉온 모바일 앱의 메인 화면(좌). 셀렉온은 매치스패션·육스 등과 컬래버레이션을 진행 중이다(우).
“2019년, 세계 3대 명품 거래 플랫폼 ‘파페치’의 영업손실이 4700억원이었습니다. 잘나가는 플랫폼도 판매대행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단 얘기죠.”

안시찬 자안그룹 대표가 말했다. 그는 “‘셀렉온’은 판매대행 외에도 독점 유통권을 가진 글로벌 브랜드를 판매해 흑자를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유사 플랫폼들이 수백억~수천억원대 거래액을 유지하면서도 영업손실을 면치 못할 때 셀렉온은 100억원대 영업이익을 냈다. 셀렉온의 2018년 영업이익은 101억원, 2019년엔 150억원이었다.

자안그룹은 글로벌 브랜드 라이선스(판권) 사업을 하는 19년 차 패션그룹이자 명품 판매 플랫폼 셀렉온을 서비스하는 회사다. 2016년 출시한 셀렉온은 자안그룹의 독점 유통사와 구매대행·병행수입 셀러의 제품을 거래한다. 현재 이곳에선 1000종이 넘는 럭셔리 패션·뷰티 브랜드의 제품이 거래된다.

안 대표는 20년 가까이 한 그룹을 이끌어온 수장답게 셀렉온의 수익구조를 전략적으로 다각화 중이다. 그는 “현재 셀렉온은 B2C 서비스만 하고 있는데 곧 B2B 서비스로 수익 채널을 확장한다”며 “지금까지 획득해온 라이선스를 활용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셀렉온이 준비 중인 B2B 서비스는 자안그룹이 취득한 글로벌 브랜드 라이선스를 나눠 팔거나(재라이선스), 수령한 주문을 생산업체에 의뢰(OEM)해 다른 유통업체에 납품 혹은 직접 유통하는 방식이다.

“온라인·모바일에서 24시간 열리는 브랜드 박람회라고 보면 되죠. 자안그룹은 누디진, 하이드로겐, 팀버랜드 등 100여 개 럭셔리 브랜드의 독점 라이선스를 갖고 전 세계에 유통해왔습니다. 이젠 소비자를 신세계인터내셔날이나 LF, 코오롱인더스트리 같은 유통사로 확대하는 거죠.”

안 대표는 셀렉온의 성장을 위해서라면 경쟁사와 함께하는 컬래버레이션도 마다하지 않는다. 셀렉온 사이트에서 ‘매치스패션’, ‘육스’ 등 글로벌 명품 거래 플랫폼의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도록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안 대표는 “글로벌 앱을 사용하면 결제·반품·교환·CS 등의 절차가 복잡한 반면 셀렉온은 국내 기반이라 사용하기 편리하다”며 “우리에겐 품목을 확장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파페치와는 현재 제휴 조건을 검토 중이며 곧 서비스가 시작된다.

셀렉온의 영향력은 해외까지 뻗어가고 있다. 일본 신주쿠에 있는 ‘루미네’라는 유명 백화점을 비롯해 일본의 번화가 곳곳에서 ‘셀렉온 뷰티 셀렉트숍’이란 매장을 볼 수 있다. 여기서 셀렉온은 자안그룹의 셀렉온을 뜻한다. 안 대표는 “셀렉온에서 판매하는 뷰티 제품에 자신들의 제품을 더해 편집숍 형태로 운영한다”며 “브랜드명을 빌려주고 로열티를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이 같은 형태로 숍을 늘려갈 생각은 있지만 자체적인 오프라인 숍 운영 계획은 없다”고 단언했다.

100번 찍어 넘어온 누디진

다만 온라인·모바일을 활용한 해외 사업에는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안 대표는 “자안그룹 매출은 국내에서 30%, 해외에서 70% 발생한다”며 “플랫폼을 영어·중국어·일본어 등 5개 국어로 번역해 해외 유저가 이용하기 쉽도록 재출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해외 소비자의 취향을 고려한 아이템, 콘텐트도 추가한다.

“우선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아시아권에 진출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베트남 같은 나라는 아직 온라인·모바일 환경에서 명품 수요가 적어요. 워낙 시장에 이미테이션 제품이 많다 보니 미국·유럽 등 현지에서 사는 것 외에는 명품 소비가 잘 일어나지 않죠. 동남아 시장 진출을 위해 가성비 좋은 브랜드를 보유한 쇼핑몰·소호몰을 인수해 판매 품목을 다양화할 생각이에요.”

사실 안 대표는 ‘누디진’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30만원이 훌쩍 넘는 ‘프리미엄 진’이 돌풍을 일으키던 2011년, 스웨덴의 프리미엄 청바지 ‘누디진’을 정식 수입해 국내에 알렸다. 당시 누디진은 ‘누디진 마니아’라는 카페가 따로 운영될 정도로 많은 팬을 보유한 브랜드였다. 자안그룹의 자양분이었던 누디진은 든든한 사업 파트너로 10년 넘게 함께하고 있다.

“미국 UCLA에서 MBA 공부를 하던 시절 다양한 브랜드를 컨설팅하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저를 좋게 본 브랜드 오너들이 총판을 맡아보라는 제안을 했죠. 그렇게 브랜드 유통 및 라이선스 사업에 뛰어들었어요. 미국에서 10년 정도 사업하다 한국에 왔는데 그때 ‘자안그룹’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들여온 브랜드가 누디진이에요.”

누디진이 대기업이 아닌 안 대표를 택한 이유가 뭘까. 안 대표는 “라이선스를 꼭 따고 싶다는 열정이 잘 전달된 것 같다”고 답했다.

“누디진에 연락한 횟수만 100번이 넘어요. 그러던 어느 날 독일의 행사장에서 미팅을 하자는 답변이 왔어요. 당장 독일로 날아갔죠. 10분 정도 어필할 기회가 있었는데 한국 기업이지만 미국·일본·중국·대만·유럽 등에도 유통 경험이 있다는 점 등을 강조했습니다. 이미 국내 대기업 유통사가 수백 번 문을 두드렸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제가 누디진에 더 많은 정성을 쏟을 것 같다며 계약을 하자더군요. 그렇게 인연이 시작됐습니다. 현재는 누디진 브랜드의 한국·대만·중국·베트남의 독점유통업체로서 좋은 파트너십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자안그룹은 문을 연 후 이렇다 할 고비 없이 차근차근 성장했다. 셀렉온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안 대표는 여전히 목이 마른 듯했다. “아직 보강할 부분이 많죠. 기술(IT)적인 것도 그렇고, 풀필먼트센터(셀러에게 재고를 위탁 받아 관리하고 직접 배송하는 거점)도 그렇고…. 젊은 층을 잡으려면 SNS 콘텐트도 보강해야 해요.”

안 대표는 M&A로 부족한 부분을 개선해나갈 생각이라고 했다. 올해는 풀필먼트 사업을 위해 대규모 글로벌 코스닥 상장사인 자안주식회사(구 한솔씨앤피)를 인수했고, IT 관련 기업도 인수를 검토 중이다.

“한솔씨앤피를 활용해 온라인 사업을 공고히 하는 풀필먼트 기지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플랫폼 기능을 고도화하기 위해 IT 업체도 알아보는 중이죠. 인공지능(AI) 기술로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것부터 시작하려고 합니다.”

안 대표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플랫폼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밝혔다.

“100년 전통을 지닌 미국 백화점 시어스와 바니스 뉴욕 등이 파산 신청을 했어요. 요즘 소비자들은 아무리 값비싼 명품이어도 오프라인 매장보다 온라인 유통망을 선택하기 때문이에요. 그 장소는 셀렉온 같은 플랫폼이 되겠죠. 플랫폼이란 사실 빈 곳이에요. 거기에 어떤 콘텐트를 담느냐가 중요하죠. 우리 목표는 콘텐트를 다양화, 다각화해 풍성하고 유용한 플랫폼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러한 플랫폼은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언택트 서비스의 첨병 역할을 할 것입니다.”

- 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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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호 (2020.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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