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AI 기업 중 가장 많은 특허 보유대학에서 정보통신공학을 전공한 이 대표는 3학년 재학 시절인 1993년 컴파일러(프로그램 언어를 컴퓨터가 이해하는 1과 0으로 변환하는 프로그램)를 만들었고, 이듬해에는 자연어 처리 관련 기업을 창업한 경험도 있다. 대학원 재학 시 첫 회사를 매각했고, 이후 대기업 연구소에 입사해 딥러닝 연구개발에 뛰어들었다.“지식의 표현, 학습, 추론, 의사결정이 AI의 기본이에요. 그 방법이 대규모 메트릭스와 미분방정식을 푸는 것인데, 이게 요즘 이야기하는 딥러닝이나 머신러닝이죠. 연구소에서 일한 경험이 이후 솔트룩스 창업에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이 대표는 창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철저하게 AI와 데이터라는 두 가지 사업 목표에만 매진해왔다. 처음에는 PDA 등에서 작동하는 통번역 엔진을 개발했다. 초기 2년간은 연구개발에만 몰두했고, 3년 차부터 매출이 발생했다. 이 대표는 창업 4년 차부터 자연어 처리 전 분야로 사업 역영을 확대했다. 이를 통해 기계가 사람처럼 글을 읽고 요약하거나 문서를 분류하는 텍스트마이닝 기술을 국내 최초로 상용화했다. 데이터의 의미를 이해하고 추론하는 시맨틱기술, 몇천 권 분량의 책을 기계가 읽고 사람처럼 분석하는 비정형 텍스트 분석 등을 국내 최초로 시도하고 상용화한 곳도 솔트룩스다. 현재 솔트룩스는 AI가 사람처럼 데이터를 읽고 공부하는 지식학습 특허, 질문에 대해 스스로 학습한 내용을 기반으로 답변하는 심층질의응답 특허 등에서 글로벌 톱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솔트룩스의 주요 비즈니스 모델은 ‘AI Suite’로 부르는 통합 AI 플랫폼이다. NH농협은행의 AI 상담 시스템, 한국전력의 인사채용 챗봇, KBS의 프로그램 추천 서비스, LG유플러스 디지털 휴먼 캠페인, 통일부와 함께한 디지털 휴먼 프로젝트 ‘내 생애 첫 평양친구’ 등이 모두 솔트룩스의 AI Suite에 기반한 서비스들이다. 특히 지난해 가을 통일부와 서울시, 솔트룩스가 함께 만든 인공지능(AI) 앱 ‘평양친구’는 실제 새터민들을 대상으로 AI가 평양의 언어(사투리)와 생활, 교육, 건축, 음식 등을 학습해 만들어낸 디지털 휴먼이다. 지난해 CES에선 트럼트 미국 대통령을 재현한 디지털 휴먼 ‘AI트럼프’를 선보여 관람객들이 대화하기 위해 긴 줄을 서야 할 정도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이 대표는 디지털 휴먼을 “AI 산업의 종합선물세트”라고 표현했다. 데이터 학습, 분석, 추론, 의사결정 등 AI의 핵심 기술이 한데 녹아 발현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3D와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같은 XR(확장현실) 기술까지 성숙하면 앞으로 무한한 시장이 열릴 거란 전망이다. 이 대표는 특히 올해가 본격적인 비대면 디지털 휴먼 시장의 분기점이 될 거라 예상했다. 코로나 이후 달라진 라이프스타일과 사회경제적 어젠다가 비대면(언텍트) 관련 시장을 확장할 것이고, 이를 디지털 휴먼이라는 툴에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솔트룩스는 공공 금융기관의 창구 상담사를 AI로 대체하는 서비스를 올해 말 선보일 예정이다. 상담 창구에 앉은 고객이 사람 대신 AI와 대화하는 셈이다.솔트룩스는 오는 7월 20일 전후로 코스닥 상장이 예정돼 있다. 상장을 통해 마련한 자금은 글로벌 비즈니스에 집중 투자할 방침이다. 현재 솔트룩스는 미국과 베트남에 법인을 설립해 진출해 있는데 AI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클라우드 비즈니스가 핵심 사업 모델이다. 창업 이후 10년간 한 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는 비결을 묻자 이 대표는 “멈추지 않는 R&D 덕분”이라고 답했다.“번 만큼 쓰는 거죠. 매년 매출의 30%를 연구개발에 쏟아붓고 있어요.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도 누적적자가 2조원에 달합니다. AI 업계에 여전히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는 뜻이죠. 이번 상장을 계기로 다시 한번 AI 리딩 컴퍼니로 도약하고 싶습니다.”- 장진원 기자 jang.jinwon@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