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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대한민국 50대 부자] 코로나發 역풍에 맥 못 춘 한국 부자들 

 

‘신흥 자수성가형 부자들의 약진, 이에 비해 더욱 쪼그라든 전체 자산가치.’ 포브스코리아와 포브스글로벌이 조사한 ‘2020년 50대 부자’를 요약한 결과다. 슈퍼리치 50명 중 ‘흙수저’ 배경을 딛고 일어나 억만장자 대열에 들어선 자수성가형 부자들은 꾸준히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대한민국 부(富)의 지도를 바꾸고 있다. 반면 전대미문의 불확실성은 기업 펀더멘털 저하는 물론 전체 부의 가치도 쪼그라뜨렸다.

2020년 현재 대한민국 슈퍼리치 50명이 보유한 부의 가치는 지난해 대비 확연한 감소세를 드러냈다. 전체 조사 대상자 중 과반인 28명이 2019년 대비 자산가치가 줄어들었고, 반대로 전년에 비해 자산이 늘어난 이는 18명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사업 아이템으로 무장한 신흥 부자들의 약진은 계속됐다. 2년 전인 2018년 조사에서 22명이던 신흥 부자는 2019년 들어선 23명으로 늘었고, 올해 조사에선 24명이 부자 대열에 합류했다. 50대 부자 조사를 처음 시작한 2005년과 비교해보면 자수성가 부자들의 득세가 더욱 뚜렷하다. 15년 전만 해도 전체 50명 중 스스로 부를 일궈낸 이는 7명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한국 재계 특유 집단인 ‘재벌’ 오너 2~3세들이었다. 자수성가형 신흥 부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15년 만에 14%에서 전체의 절반에 육박하는 48%까지 뛰어오른 것이다.

신흥 부자들의 약진과 별개로 50명 전체 부의 감소 추세는 올해도 이어졌다. 경기 불황으로 인한 기업 실적 하락세가 뚜렷한 와중에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위기까지 덮친 결과로 풀이된다. 상장사 오너의 경우 증시 침체에 따른 주가 하락이 자산 감소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비상장사 역시 자산 평가 요소 중 하나인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지난해에 비해 대폭 떨어지면서 전체적인 자산 감소로 이어졌다. 실제로 2019년 조사에서 조사 대상 50명 모두 1조원이 넘는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난 반면, 올해는 하위 7명이 1000억원대 자산가치로 슈퍼리치 대열에 합류했다.

톱 10 내 지각변동 일으킨 ICT 신흥 부자들


부자 순위 최상단에 이름을 올린 이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다. 이 회장은 2005년 첫 조사 이래 한 번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지난해 19조8022억이었던 이 회장의 자산은 올 들어 20조8586억원으로 1년 사이 5.3% 늘었다. 1년 사이 1조원이 넘게 자산이 불어난 건 삼성전자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른 덕이다. 2019년 7월 15일 종가 기준 4만6450원이었던 삼성전자 주가는 정확히 1년 뒤인 올 7월 15일 5만4900원으로 18% 넘게 뛰어올랐다.

삼성전자 주가는 소위 ‘동학개미운동’을 주도하는 대표주로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동학개미운동이란 올 들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팔자’ 행렬이 이어진 증시를 개인투자자들이 매수세로 떠받치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시황을 주도하는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이 매도세로 돌아선 가운데, 이를 반전시킬 중장기 유망 종목으로 삼성전자만 한 우량주가 없다는 개미들의 판단이 주가를 크게 끌어올렸다.

실제로 반도체 업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의 펀더멘털은 견고한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는 올 2분기 잠정실적을 매출 52조원, 영업이익 8조1000억원으로 발표했다. 전 분기 대비 매출은 6%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25% 증가해 컨센서스를 큰 폭으로 넘어선 수준이다. 삼성전자 주가 상승의 수혜는 고스란히 오너 일가의 자산가치 증대로 이어졌다. 이 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지난해 7조1901억원이었던 자산가치가 올해 8조802억원으로 늘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의 자산 역시 각각 2조260억원, 1조8090억원으로 늘었고, 전체 순위도 지난해 대비 각각 5계단, 7계단씩 뛰어올랐다.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경제가 셧다운을 맞았지만, 바이오·헬스케어 대장주인 셀트리온을 거느린 서정주 회장의 입지는 오히려 더욱 단단해졌다. 2017년 자산 순위 12위에 머물렀던 서 회장은 2018년 들어 쟁쟁한 전통의 재벌 오너들을 제치고 2위에 올라섰다. 서 회장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이건희 회장을 이어 슈퍼리치 2위 자리를 지켰다. 서 회장의 공고한 위치 역시 주가 상승 영향이 크다. 2019년 7월 15일 18만3500원으로 장을 마친 셀트리온 주가는 1년 뒤인 올 7월 15일 현재 31만6500원으로 무려 72.5%나 급등했다. 그 사이 서 회장의 자산가치도 8조7224억원에서 13조7484억원으로 57.6% 급증했다. 서 회장은 특히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최근 완치자 혈액 내 중화항체를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며 7월 17일 첫 인체 투여를 위한 임상1차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와 별개로 자가면역 질환 치료제 램시마도 코로나19 증상 개선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당분간 셀트리온의 주가 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권혁빈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의장.
올해 50대 부자 조사에서 특히 눈에 띄는 건 상위 톱 10 내 순위 변동이다. 상대적으로 변화 폭이 크지 않은 10대 부자들의 순위가 예년에 비해 큰 진폭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변화를 주도한 건 역시 신흥 ICT 부자들이다. 지난해 전체 순위 10위에 올랐던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올 들어 자산가치 6조2712억원을 기록해 5위로 뛰어올랐다. 조사 대상을 자수성가 부자로 좁힐 경우 중 서정진 회장의 뒤를 잇는 상승세다. 권혁빈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의장도 지난해 대비 2계단 뛰어올라 6위에 올랐고,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도 8계단이나 상승해 사상 첫 톱 10 진입에 성공했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최고투자책임자의 상승세는 더욱 극적이다. 2019년 조사에서 1조827억원이었던 이 최고투자책임자의 자산가치는 1년 사이 2조502억원으로 89%나 급증했다. 자산 순위 역시 지난해 44위에서 올해는 14위에 랭크돼 30계단이나 뛰어올랐다. 조사 대상 50명 중 자산가치와 순위 모두 가장 가파르게 상승한 케이스다.

톱 10 내 순위 변화는 한국 사회 부의 지도와 산업·경제 구조가 과거와 다른 방향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음을 증명한다. ‘고정석’ 격인 1위 자리를 빼면 2, 3위에 오른 서정진 회장과 김정주 NXC 대표 모두 맨주먹으로 기업을 일으킨 기업가들이다. 김범수 의장, 권혁빈 의장, 김택진 대표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이들 중 서 회장을 제외한 4명은 모두 게임과 포털, 모바일 메신저, O2O 기반 생활 플랫폼 등 ICT 기반 기술기업들이다. 서정진 회장도 중후장대형 전통 제조업과 완전히 다른 길을 걷고 있는 혁신 기업가로 분류할 수 있다. 바이오산업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지난 2012년 세계 최초로 바이오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을 개발해낸 이가 바로 서 회장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울고 웃은 부자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상징하는 ‘언택트(Untact, 비대면)’ 트렌드는 올해 조사에서 두드러지는 특징 가운데 하나다. 상위 10위권만 봐도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4명이 대표적인 언택트 수혜 기업의 CEO 들이다. 전체 자수성가 부자 24명 중 ICT 기술기업의 수장이 9명이나 포진한 것도 이런 경향을 반영한다. 자산 순위 5위 김범수 의장과 14위 이해진 최고투자책임자가 대표적이다. 김 의장이 이끄는 카카오의 주가는 지난해 7월 15일 13만3000원에서 올 7월 15일 33만7500원으로 상승했다. 1년 사이 주가상승률이 154%에 달한다. 김 의장은 카카오 지분 14.2%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한게임 창업, NHN(네이버 전신) 공동대표를 거쳐 2010년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개발했다. 카카오톡 서비스 초기 “편한 건 알겠는데 수익 모델이 무엇이냐”는 우려를 사기도 했지만 현재 카카오는 게임·광고·음악·커머스·IP 비즈니스·모빌리티·결제·쇼핑 등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전방위 생활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2017년 7월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 상장하며 성장 모멘텀을 굳힌 카카오는 특히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언택트를 상징하는 대장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7월 15일 기준 카카오의 시가총액은 29조6481억원으로, 이미 현대차 등을 제치고 코스피 8위에 올랐다.

이해진 최고투자책임자가 창업한 네이버 역시 카카오와 함께 언택트 수혜주 2인방으로 꼽힌다. 지난해 7월 15일 11만8000원이었던 네이버 주가는 1년 후인 올 7월 15일 28만6500원으로 143% 급등했다. 네이버의 시가총액은 7월 15일 기준 47조615억원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이어 당당히 4위를 차지했다. 이 최고투자책임자는 네이버 주식 약 613만 주를 소유하고 있다. 네이버의 최대주주는 12.8%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이다.

작용 뒤엔 반작용이 따르게 마련이다. ICT 신흥부자들의 약진은 전통 부호들을 뒷순위로 밀어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조사에서 5조684억원이었던 정몽구 회장의 자산은 올 들어 3조8592억원으로 전년 대비 24%나 쪼그라들었다. 전체 순위도 5위에서 8위로 3계단 미끄러졌다. 같은 기간 정의선 부회장의 자산가치도 3조1442억원에서 2조3517억원으로 감소했다. 두 부자(父子)가 올해 조사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 것은 보유 주식의 주가 하락 때문이다. 지난해 7월 15일 13만8000원을 기록한 현대차 주가는 올 7월 15일 현재 10만9000원으로 떨어졌다. 1년 새 하락폭이 21%에 달한다.

지난해 조사에서 자산가치가 4조1255억원으로 평가됐던 서경배 회장도 올해는 3조6180억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순위도 6위에서 9위로 밀렸다. 서 회장의 자산 감소 역시 주가 하락과 맞물려 있다. 지난해 7월 15일 종가 6만2400원을 기록한 아모레퍼시픽그룹(아모레G) 주가는 올 7월 15일 현재 5만3300원으로 15% 가까이 빠졌다. 연결 기준 주력 자회사인 아모레퍼시픽, 이니스프리, 에뛰드 등도 모두 코로나19로 인한 영업 부진과 실적 악화에 빠졌다.

[박스기사] 체면 구긴 ‘금융 오너’ 삼인방


▎왼쪽부터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박현주 미래에셋대우 홍콩 회장,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
50대 부자에 이름을 올린 이들 중 금융업종에 속한 사람은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박현주 미래에셋대우 홍콩 회장,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 등 세 명뿐이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대세인 상황에서 이들 ‘금융 삼인방’이 차지하는 위상을 보여준다. 하지만 올해 조사에선 이들 모두 자산가치와 순위가 떨어져 체면을 구겼다.

신창재 회장의 자산가치 감소는 보험업 전반에 닥친 업황 부진이 반영된 결과다. 신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은 교보생명 지분 33.8%가 전부다. 지난해 조사 때 기준으로 삼았던 코스피 보험업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69인데 비해, 올해 조사에선 PBR이 0.35로 50% 가까이 떨어졌다. 신 회장은 현재 교보생명 상장이 무산되면서 재무적투자자(FI)와 맺은 풋옵션 계약이 발목을 잡아 보유 지분이 대폭 줄어들 수 있는 리스크까지 떠안은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선전했던 실적도 올 1분기 들어 대폭 악화됐다. 1분기 거둔 당기순이익 1211억원과 영억이익 1622억원은 각각 지난해 동기 대비 57.2%, 59% 쪼그라든 수준이다.

주식시장 침체는 증권업 기반의 금융사에는 치명적이다. 박현주 회장은 미래에셋그룹 주력 계열사인 미래에셋대우(증권)와 미래에셋생명(보험)에 지분이 전혀 없다. 다만 그룹 모체이자 지주사 격인 미래에셋캐피탈 지분을 34.3% 보유해 그룹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미래에셋캐피탈이 지배하고 있는 증권사와 보험사 지분을 박 회장의 자산으로 편입하는 이유다. 지난해 7월 15일 각각 7890원, 2795원이었던 미래에셋대우와 미래에셋생명 주가는 1년 뒤인 올 7월 15일 현재 7400원, 2795원으로 하락했다. 미래에셋캐피탈,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컨설팅 등 비상장 계열사의 PBR도 지난해 대비 큰 폭으로 떨어져 자산가치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도 주식시장 침체의 직격탄을 맞았다. 메리츠금융지주의 주력 계열사는 손해보험사인 메리츠화재와 증권사인 메리츠증권으로, 조 회장은 지주사인 메리츠금융지주의 지분 약 6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보험·증권업계가 고전한 지난해에도 메리츠금융그룹은 매출 22조3151억원, 영업이익 9623억4700만원, 순이익 7870억8700만원을 올리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다만 지난해 7월 15일 1만3550원이었던 메리츠금융지주 주가는 올 7월 15일 8930원까지 떨어졌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의 자산가치는 지난해 1조7071억원에서 올 들어 9800억원으로 감소하며 1조원대에 미치지 못했다.

※ 어떻게 조사했나

보유 주식의 지분가액을 집계했다. 코스피·코스닥 상장 주식은 2020년 5월 6일 주가와 주식 수를 곱해 산정했다. 비상장 지분의 가치는 지분율, 연결재무제표에 나온 기업별 주당 순자산, 5월 6일 기준 업종별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곱해 산정했다. 이후 비상장 기업임을 감안해 10% 가치를 감산했다. 단, 업계 평균을 내기 어려운 기업은 동일 업종 상장회사 3개의 PBR 평균치를 곱했다. 주당 순자산은 연결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했고, 배당금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치를 합산했다. 부동산과 그 외 금융자산은 반영하지 않았다. 다만 최근 보유 주식 매매를 통한 현금화로 큰 차익을 얻은 경우 이를 더했다. 지난해부터 조사 대상자의 배우자나 25세 미만 자녀 등 특수관계인 지분 가치는 합산하지 않았다.

- 장진원 기자 jang.jin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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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호 (2020.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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