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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기업에서 배운다 | DB쉥커(DB Schenker) 

140년 된 물류기업 DB쉥커의 디지털 혁신 

물류산업이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교역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는 건 부정하기 어렵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140년 전통을 자랑하는 DB쉥커가 세계 물류 시장을 선도하는 이유를 기술과 사람의 ‘혁신’ 덕분이라 꼽는다.

▎DB쉥커는 140년 전통을 바탕으로 디지털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물류기업 중 하나다. 본사 물류센터의 모습. / 사진:쉥커코리아
#1. DB쉥커는 단 6일 만에 독일 하노버에 자리한 6개 전시 홀과 센터를 병동으로 탈바꿈했다. 코로나19 환자를 위한 의료장비와 보급품을 빠르게 전달해 10만㎡ 규모 임시병동에 병상 460개를 놓았다. 나머지 전시장은 응급시설, 욕실, 급식시설 등 의료진 1000여 명이 일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2. 올해 7월, 독일 언론은 DB쉥커가 진단키트 운송량을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DB쉥커는 코로나19 감염자가 많은 국가를 대상으로 항체 신속 진단키트를 운송했다. 한국 제약사 SD바이오센서가 만든 진단키트를 운반할 항공기를 배치해 운송한 것이다. SD바이오센서는 항공기 운항 감소에 따라 증가하고 있는 진단키트 생산량을 운송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DB쉥커코리아는 서울 근교의 시설에서 전 세계 각지로 의료물자를 운송할 솔루션을 고안해냈고, SD바이오센서가 의뢰한 지 이틀 만에 물량을 신속하게 운반할 수 있었다.

올해 코로나19 이후 종합 물류기업 독일 DB쉥커(DB Schenker)가 거둔 성과 중 일부다. 상당수 항공편이 줄줄이 취소되고 모든 운송 서비스에 차질이 생겼을 때 DB쉥커는 발 빠르게 대응했다. 한국의 사례는 독일 본사에서 선례로 다룬 사안이었다.

9월 21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만난 디어크 루카트 DB쉥커코리아 대표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혁신(innovation)이었다. 코로나19로 물류산업의 성장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자율주행 로봇이 특정 물품을 컨베이어벨트로 이송하거나, 자동화 포장 시스템 등 급격한 ‘혁신’이 이뤄지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루카트 대표는 “물류산업에선 언제, 어디서든 갑작스런 일이 생겼을 때 대응이 가능한 역량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DB쉥커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코로나19와 같은) 긴박한 상황에서도 대응이 가능했다”며 “DB쉥커의 혁신은 물류, 사람, 디지털화에 모두 적용된다”고 말했다.

그만큼 세계시장에서 물류산업 간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특히 바이러스를 예방할 항균, 위생 품목을 비롯한 의약·제약 물품, 반도체 등 환경에 예민한 물품 수송에서 글로벌 교역 조건은 더 까다로워졌다. 코로나19는 물류산업 패러다임을 실험하는 잣대가 됐다. 루카트 대표는 “전염병 대유행 이후 글로벌 공급망에 변화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는 데다 보호무역주의가 팽배해지면서 글로벌화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졌다”며 “하지만 글로벌 교역은 역내에서만큼은 더 증가할 것이다”라며 덧붙였다. “우리는 거대한 규모의 공급망과 네트워크, 글로벌 시장에 적합한 매우 높은 수준의 기술을 갖추고 있습니다. 온도, 습도, 충격에 민감한 반도체 장비나 제약 약품의 경우 물류뿐 아니라 통관과 규제 면에서도 전문지식이 필요한데, DB쉥커에는 국제자격증을 취득한 전문가도 대거 포진해 있습니다.”

독일 쉥커(Schenker)는 독일 국영 철도주식회사(Deutsche Bahn, 도이치반) 그룹에 속한 100% 지분 자회사로, 글로벌 화물 운송·물류 서비스 기업이다. 철도가 특히 발달한 유럽 내에서는 가장 큰 기업으로 세계 3위 안에 든다. 쉥커는 항공·항만·육로 운송을 관리하고 철도는 화물만 취급한다. 일반 승객이나 가정에 배송하는 택배 사업군이 없어 일반인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계약 물류, 전시 물류, 항공 운송, 해상 운송, 육로 운송 등 물류 서비스 전반을 담당해 업계에서는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한다.

1872년 설립된 쉥커는 19세기 철도 회사인 레일리온(Railion)과 해운 회사인 쉥커가 합병해 종합 물류 전문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2002년 도이치반 그룹에 인수되며 DB쉥커로 이름을 바꿨다. 본사는 독일 에센(Essen)에 있고 전 세계 130여 개국에 직원 7만2000여 명을 두고 있다. 매출도 2013년 한 해를 제외하고 지난 10년간 꾸준히 성장했다. 물론 그해마저도 전년과 같은 매출액을 기록해 경영엔 문제가 없었다. 2019년 DB쉥커 글로벌 매출은 444억 유로(59조6000억원)였다.

“글로벌 물류회사는 디지털화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가장 초점을 맞춥니다. DB쉥커는 앞으로 AI 기술에만 358억 달러(약 41조원)를 투자할 계획입니다.” 루카트 대표가 말한 ‘기술혁신’은 대부분 디지털화에 있다. 현재 DB쉥커는 무인트럭을 이용한 운송 기술을 개발했고, 3D 배송 서비스는 이미 상용화 단계에 이르렀다. “스웨덴에서 운영된 세계 최초 자가 무인트럭은 운전석을 없앤 작은 사이즈이지만 적재율을 높이고 에너지 소비량은 낮췄다”며 “다양한 업무 분야에서 로봇 활용을 추진하고 있고, 완전 무인화로 운영되는 자동화된 창고 시설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60조원 매출, AI 기술에 41조원 투자 계획


▎2m 장신 디어크 루카트 쉥커코리아 대표는 30년 간 쉥커에 몸 담은 전문가다. 그는 “기술혁신과 사람에 대한 투자는 코로나19 이후 물류산업에서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 사진:김현동 기자
최근에는 물류 플랫폼 ‘커넥트 4.0(connect 4.0)’도 개발했다. 고객이 직접 온라인에서 배송할 주소를 입력하고, 배송 방법을 선택하면 가격 정보를 확인해서 배송과정, 보험까지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루카트 대표는 “우리의 ‘e-쉥커’ 시스템은 고객이 견적부터 트래킹까지 온라인 쇼핑처럼 활용할 수 있다”며 “‘DB쉥커 스마트박스’는 컨테이너 움직임이나 온도·습도까지 확인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DB쉥커 본사는 지난해 직원용 핸즈프리 스마트 안경도 도입했다. 창고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독일 내 주문 픽업에서 사용하는 피카비(PICAVI)사의 스마트 안경이다. 구글 글라스로 배송 물품 정보를 안경 센서에 투영해 오류를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핸즈프리 솔루션이다. 루카트 대표는 “무엇보다 우리는 애널리틱스, AI, 데이터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 개발과 데이터 기반 문화를 추진하는 등 데이터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며 “자율주행, 군집주행, 3D 프린터, 증강현실, 로봇공학을 접목한 파괴적이고 혁신적인 기술로 선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물류 비즈니스에서 DB쉥커는 독특하게도 자사 항공기나 선박 자산을 갖고 있지 않다. 루카트 대표는 “무거운 자산을 가볍게 하는 건 빨리 혁신하기 위한 ‘유연성’의 필요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IT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는 만큼 자사 운반 수단은 관리나 운용 면에서 비효율적입니다.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혁신 기술 도입이 어렵고 환경오염 이슈에서도 자유롭지 않지요. 적재적소에 맞는 항공기나 선박을 선택해 파트너십을 맺고 배치하는 게 더 빠릅니다. 오히려 우리는 상품들을 디지털화할 수 있는 창고시설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어요.”

DB쉥커가 확보한 창고시설은 전 세계 750여 개로 면적은 2776만㎡(약 840만 평)에 이른다. 자동차, 소비자, 전자, 산업 및 의료 사업부를 위한 포괄적인 개별 솔루션 포트폴리오를 방증한다.

DB쉥커는 한국에서도 입지가 견고하다. 쉥커코리아는 동북아 물류 허브를 구축하기 위해 2006년 1만㎡ 면적의 인천 물류센터를 설립했고, 전국 12개 물류센터와 12개 사무소에서 650여 명이 일하고 있다. 국내 글로벌 물류 공급업체 중 매출 1위다. DB쉥커의 운영 방향은 국가별 지리적 조건에 따라 많이 다르다. 루카트 대표는 “유럽에서는 철도 운송에 따른 물류 서비스의 연결이 중요하지만 분단국가인 한국에서는 철도보다 인천, 부산 등지를 중심으로 항공과 항만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쉥커코리아는 또 “국내에서 ‘의약품 운송서비스 품질 인증(CEIV Pharma)’을 받은 물류기업은 우리가 유일하다”며 “‘아무나 할 수 없는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쉥커의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CEIV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항공 화물로 의약품을 운송할 수 있는 자격을 증명해주는 국제 인증이다.

1972년 대리점을 시작으로 한국에 진출한 DB쉥커는 1997년 한국법인을 설립했다. CJ, SK, BMW, 애플, 화이자, 머크, 사노피 등 대기업·글로벌 제약사들과 손잡아 탄탄한 재무 건전성을 자랑한다. 수출입 부문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쉥커코리아는 한국의 지리적 조건 때문에 오히려 항만과 항공 쪽이 강한 쉥커가 경쟁우위에 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루카트 대표는 2015년 1월부터 쉥커코리아를 이끌고 있다. 일본, 싱가포르, 베트남, 인도 등지를 거치며 30여 년간 쉥커에서 아시아권을 담당했다.

젊은 인재에 대한 투자

루카트 대표의 또 다른 혁신은 ‘인재’다. DB쉥커의 목표 중 하나이기도 하다. IT 기술이 발전하며 물류산업은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협력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100년이 넘은 전통은 스타트업을 받아들이는 데 더 적극적이다. “스타트업과의 연계는 요즘 글로벌 물류산업에서 중요한 이슈로, 참신한 아이디어, 방향성, 경쟁력을 잘 갖춘 기업과 함께 시너지를 내고자 합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실행할 수 있는 실무 경험이 만나면 덩달아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가 지난해 한독상공회의소와 함께 독일식 일학습병행제 ‘물류 전문가 양성과정(베르푸스빌둥)’을 도입한 것도 인재 육성에 투자하기 위해서다. 베르푸스빌둥은 독일 물류산업에서 사용하는 현장 교육과정으로, 쉥커코리아에 입사하는 트레이너를 대상으로 직업에 필요한 지식과 현장 학습을 가르친다.

‘젊은 혁신’을 추진하는 루카트 대표의 비전은 또 다른 그의 직함인 유럽상공회의소(ECCK) 회장을 통해서도 발휘 중이다. 지난 7월 루카트 대표는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기관, 기업과 함께하는 간담회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중소기업벤처부와 유럽 기업 간 협력의 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취지에서다. 그가 스타트업의 혁신 아이디어에 얼마나 관심이 높은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 외에도 이케아, 샤넬, H&M, 도이치뱅크, 악사(AXA) 등 20여 개 유럽 기업 임원들이 참석해 ‘한국판 뉴딜’과 국내 혁신 벤처·스타트업에 대해 논의했다. “독일은 이미 정부와 산업계가 함께 기업 연구개발을 위해 지원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루카트 대표는 또 재임 기간에 젊은 유럽 기업인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주니어보드’를 신설할 계획이다. 제약·바이오·화학·자동차 등 대형 제조업 분야뿐 아니라 젊은 유럽 스타트업의 이야기도 새겨듣겠다는 의미다. 그는 “유럽 스타트업들이 이미 한국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그동안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했다”며 “주니어 매니저의 지식과 경험이 혁신의 동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는 한·EU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 10주년인 동시에 한·EU 자유무역협정(FTA) 공식 서명 10년이 되는 해다. 한국 내 360여 개 유럽 기업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ECCK는 매년 하반기 『ECCK 백서』를 발간해 한국 정부에 건의한다. 20여 개 업종에서 한국 규제 이슈를 지적하고 제안하는 백서는 올해 ECCK 회장을 맡은 루카트 대표에게 더 뜻깊다. 루카트 유럽상공회의소 회장 및 DB쉥커코리아 대표는 “올해 10년을 기념하며 많은 부분에서 업데이트하고 수정했다”며 “특히 기후변화와 디지털 경제를 비롯한 한·유럽연합(EU)의 공동 의제에 대해 협력을 강화하자는 취지로 백서에 담은 ‘혁신’ 의제가 잘 실현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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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호 (2020.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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