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코로나19 시대 휴브리스(오만) 리더십] 글로벌 휴브리스 연구 동향 

ESG 경영 출발은 휴브리스 검증 

리더의 오만한 의사결정이 얼마나 큰 재앙을 가져왔는지 우리는 역사적으로 세계 경제위기 등 여러 사례에서 경험했다. ESG 경영이 강조되는 요즈음 세계 경영학계에서는 CEO의 휴브리스 감염 진단키트를 속속 개발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ESG 경영이 화두가 되면서 기업의 환경보호, 사회책임의무, 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고 있다. 기존의 이익지상주의에서 사회 전체의 이익까지 고려하는 경영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해졌다.

기본적으로 지배구조와 사회, 환경에 대한 인식을 주주 중심에서 이해관계자 중심으로 바꾸지 않으면 투자 유치뿐만 아니라 경영 성과를 내는 데도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ESG 경영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게 된 배경이 바로 주주자본주의의 한계에서 오는 위기감이었기 때문이다.

이와 발맞춰 최근 수년간 CEO의 휴브리스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CEO의 휴브리스는 심리적 편향성으로 인해 자신의 능력이나 판단력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으로 정의된다. 이와 관련한 연구는 CEO의 휴브리스가 기업전략이나 성과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규명한다. 휴브리스에 감염된 CEO는 합리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울뿐더러 지나치게 낙관적인 의사결정을 내려 기업전략이나 성과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물론 경영자의 이러한 성향이 때때로 위험 감수가 수반되는 불확실성이 높은 도전을 할 경우 오히려 긍정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없지 않다.

미국 공군사관학교의 케빈 데이비스, 존 마틴 교수는 ‘연속적인 기업인수 과정에서 CEO의 학습과 휴브리스 중 무엇이 가치 창출을 감소시키는가(learning or Hubris? Why CEOs Create less Value in Successive Acquisitions)’라는 논문을 내놨다. 많은 기업이 m&A를 통해 기업 성장을 도모하는데 m&A가 거듭될수록 주주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감소하는 현상의 원인을 분석했다. 연구는 CEO의 휴브리스나 과신에 따른 영향력을 조명했다. CEO가 학습을 통해 판단 및 통제 능력을 향상해 올바른 예상 가치를 판단하는지, 휴브리스나 과신이 작용하기 때문인지를 논의선상에 두었다. 투자자들이 휴브리스에 감염된 CEO를 식별하고 피할 수 있는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독일 WHU-Otto Beisheim 경영대학원 니하트 악타스 교수는 ‘휴브리스, 학습 및 m&A 의사결정(Hubris, learning, and m&A Decisions)’이라는 논문에서 “휴브리스에 감염된 CEO의 지나친 낙관주의와 자신감은 학습 과정을 거쳐 점진적으로 교정할 수 있다”고 서술했다.

이 논문에서는 휴브리스와 학습을 독립변수로 두고 종속변수를 m&A 결정과정(최적 목표 설정, 시너지 평가, 입찰 등)으로 설정한 모델을 설계했다. 주요 연구 결과를 보면 첫째, 과신으로 인한 휴브리스는 초과 지불 등으로 이어진다는 역학관계를 입증했다. 즉, 과도한 낙관주의로 인해 시너지 리스크를 과소평가하며 초과 지불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논문에서는 휴브리스에 빠진 CEO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그들은 주요 변수에 대한 완전한 지식을 갖고 있지 않다. ▶그들의 예측과 추정은 과도한 낙관주의와 과신에 영향을 받는다. ▶그들은 과거의 경험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둘째, 합리적 CEO는 학습을 통해 예측 능력을 향상하고 결과적으로 예상되는 시너지 리스크를 분산, 감소한다. 이를 통해 최적의 프리미엄을 증가시키고 거래 성공 확률을 높인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휴브리스에 감염된 CEO의 학습 교정은 매우 점진적이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내 연구로는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의 ‘최고경영자 휴브리스, 기업 지배구조 그리고 기업 성과’ 연구(차세정)가 눈에 띈다. 이 연구는 CEO의 휴브리스를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혁신 활동 두 가지 측면에서 규명했다. CSR 활동과 관련해 이 연구는 휴브리스 성향의 CEO는 다른 CEO에 비해 CSR 활동에 적극적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휴브리스 성향 CEO는 자신을 과시하고 싶은 ‘자기애 성향’과 더불어 ‘누구보다 CSR 활동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휴브리스 성향 CEO는 CSR 활동 중에서도 기업 생존이나 경쟁력과 직접적 관련이 없지만 사회적 주목을 끄는 데 유용한 2차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하는 CSR 활동에 더욱 적극적이었다.

기업의 혁신 활동에서도 휴브리스 성향 CEO는 위험 추구 성향이 강하며 ‘혁신으로 인한 성과를 높게 추산하고 이로 인한 불확실성을 낮게 추산하는 경향’이 있었다. 따라서 휴브리스 성향 CEO는 기업 혁신 활동에는 긍정적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영향력은 기업 지배구조에서 CEO의 지분이 높을수록 약화되고, 이사회의 독립성이 높을수록 강화됐다. 연구에서는 이사회의 독립성이 높을수록 기업의 단기적 재무 성과보다 장기적 성장 및 경쟁력을 중시하는 동기요인으로 혁신 활동에 영향력이 강화하는 것으로 풀이했다.

고성과 기업일수록 휴브리스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호주국립대(ANU) 연구진(디 펜 교수 외)은 영국 제조사를 대상으로 ‘재무 성과와 CSR, 기업 리스크 감수 및 규제 위반 동기’를 조사했다. 환경보건 및 안전 규정을 위반한 이력이 있는 영국 제조사 187개사를, 규정을 위반하지 않은 비교군 187개사와 비교했다. 연구를 주도한 디 펜 교수는 주요 결과에 대해 “뛰어난 재무 성과는 휴브리스나 과신으로 이어지기 쉽다”며 “휴브리스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든지 면책이 가능할 경우, 비윤리적이고 불법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에 따르면 규정을 준수하는 기업일수록 CSR을 유지하기 위해 추가 자원을 사용했지만, 휴브리스는 고성과자로 하여금 조직적 요소를 무시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펜 교수는 “경영자들의 휴브리스를 관리하는 좋은 방법으로 급여를 CSR 성과와 연결하는 등 재정적 인센티브를 제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CEO의 휴브리스 성향, 어떻게 감지할 것인가

CEO의 휴브리스 성향은 기업경영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주요한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주주 및 이해관계자는 이를 파악하고 관리해야 한다. 아일랜드 더블린 대학 연구진(존 콘로이 외)은 CEO의 휴브리스 성향을 역추적했다. 2008년 세계 경제위기는 부분적으로 CEO의 휴브리스에서 기인했다는 정의에서 시작해 금융권 CEO가 그에 앞서 주주에게 보낸 10년간의 메시지를 분석해 휴브리스 성향을 파악했다. 그리고 개인이 권력자의 위치에 머무는 시간이 길수록 휴브리스가 증가한다는 가정 아래 휴브리스 특성이 어떻게 강화되는지를 조사했다.

연구 결과 분석된 CEO 메시지 문장의 절반 이상이 자기애적 표현을 포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자기애적 문장의 45%에서 극단적 휴브리스 행동으로 묘사되는 증상이 나타났다. CEO의 과신과 관련해 단지 2%만 나쁜 소식을 담고 있었다. 좋은 소식의 절반은 CEO발이었으며 나쁜 소식은 외부에서 기인했다. 결론적으로 CEO가 주주에게 보내는 메시지에서 임상심리학에서 정의한 오만의 14가지 증상이 발견됐다. 가장 일반적 증상으로는 ‘현재 활동에 대한 메시아적 표현’, ‘3인칭 화법과 충성적 ‘우리’ 표현’, ‘개인적 견해를 조직으로 확대하는 과장된 자기 믿음’이었다. 이는 CEO의 근속연수가 길수록 더욱 두드러졌다.

2008년 은행으로부터 촉발된 세계 경제위기는 CEO의 휴브리스 증후군과 더불어 금융계 기업 사이코 패스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평가된다. 경영자 및 조직적 소시오 패스를 경계하기 위해 조직을 보호하는 문화진단 도구도 개발돼 있다. CEO 심사 과정에서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자아·성향 분석은 이사회가 찾는 CEO 특성과 관련해 미래 리스크 관리와 경고 역할이 가능하므로 업계도 주목하고 있다.

- 이진원 기자 lee.zinone@joongnag.co.kr

휴브리스 성향 측정

최근 경영학의 휴브리스 연구는 CEO의 언어와 메시지를 자연어 처리(NLP), 머신러닝으로 분석해 내용에 포함된 휴브리스 요소를 파악함으로써 휴브리스를 진단하는 과학적 방법론을 발전시키고 있다. 주요 판단 기준은 아래와 같다.

4가지 자기애적 표현

• 과장법
• 전형적 기업으로 셀프스타일링
• 자존감
• 전쟁 , 스포츠, 극단주의 등의 언어

14가지 휴브리스 증상(3가지 이상이면 휴브리스 성향으로 판단)

• 현재 활동에 대한 메시아(구원자)적 표현
• 3인칭 화법과 충성적 ‘우리’ 표현
• 개인적으로 성취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전능함에 가까운 과장된 자기 믿음
• 개인의 판단에 대한 과도한 신뢰와 타인의 조언과 비판에 대한 경멸
• 이미지와 표현에 대한 불균형적인 우려
• 불안초조, 무모함, 충동성
• 개인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춰 좋은 이미지를 만들려는 행동 성향
• 자신의 세계를 권력 행사하고 영광을 추구하는 경기장(arena)으로 보는 자기애적 성향
• 개인의 견해를 이익과 동일시하며 조직, 국가 단위로 확대
• 도덕적으로 넓은 비전을 허용하며 실용성, 비용, 결과 고려 필요성을 제거하려는 성향
• 주변인과 여론은 일반 법정이 아닌 신과 역사에 의해 판단될 것이라는 믿음
• 법정에서 자신을 입증할 수 있다는 흔들리지 않는 믿음
• 현실감의 상실: 점진적이고 빈번한 고립상태
• 과도한 자신감으로 핵심 사안에 대한 우려를 간과하며 악화 상황에 대해 무능력한 대처

※ 출처 : 오웬, 데이비슨(Owen and Davidson)

202103호 (2021.02.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