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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격차’ 기술 주도할 10인] 한국 제조업 혁신의 주역들 

 

팀 쿡 애플 CEO는 올해 초 열린 콘퍼런스 콜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가 결합되는 제품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한국에도 세 영역의 벽을 넘어 서로 힘을 합치면 진화할 수 있다고 믿는 기업이 많다. 특히 반도체 강국답게 제조혁신 분야에서 활약이 두드러진다.(가나다순)
김영한 가우스랩스 대표 | SK하이닉스 혁신 맡은 AI 기업


▎ 사진:SK하이닉스
가우스랩스는 지난해 8월 SK그룹의 산업 인공지능(AI) 전문기업으로 독립했다. 특히 반도체 정밀 제조 공정에서 AI 솔루션으로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가우스랩스의 첫 무대가 SK하이닉스인 까닭이다.

실제 SK하이닉스가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설립하고, 9월에 한국 사무소도 마련했다. 자본금도 SK하이닉스가 2022년까지 5500만 달러 전액을 출자해 마련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가우스랩스의 AI 솔루션으로 공정관리부터 수율 예측, 장비 유지보수, 자재 계측, 결함 검사, 불량 예방 등 반도체 생산 공정 전반에 최적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해 포브스코리아가 만난 RTM과 비슷한 회사라고 할 수 있다.

가우스랩스 대표로는 세계적인 데이터 전문가로 꼽히는 김영한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종신 교수를 선임했다. 현재 미국 전기전자공학회(IEEE) 석학 회원으로, 지난해부터 SK하이닉스 수석연구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최고기술책임자(CTO)로는 아마존 출신의 머신러닝 권위자 윤성희 박사가 영입됐다.

김 대표는 지난해 SK하이닉스 뉴스룹 인터뷰에서 “SK하이닉스는 최근 인텔의 낸드 사업 부문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용인에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준비하고 있다”며 “AI 기술은 반도체 공정이 점점 정밀해지는 상황에서 사람의 눈으로 판별하기 어려운 웨이퍼(반도체 원재료) 결함을 컴퓨터 비전(Computer Vision) 알고리즘을 통해 판별할 기회”라고 말했다.

가우스랩스는 SK그룹의 전폭적인 지원하에 반도체뿐만 아니라 에너지, 바이오 등 제조 관련 관계사를 포함해 전 세계 고객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성기석 RTM 대표, 박진우 RTM 이사 | AI 반도체 제조 공정·진단 솔루션


▎ 사진:중앙일보DB
RTM은 인공지능(AI) 공정 제어·진단 솔루션을 개발하는 회사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하이테크 제조업 공정이 갈수록 고도화되면서 RTM을 찾는 기업이 늘고 있다. 2018년 6월에 창업한 RTM은 지난해 블루포인트파트너스와 킹슬리벤처스로부터 투자를 유치했고, 국책과제 수행기업에도 선정됐다. 반도체 건식 제거(드라이스트립·Dry strip) 장비 세계 1위 기업 피에스케이,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업체 유디에스와 구축한 공동연구 컨소시엄이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2020년도 산업기술 챌린지트랙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기술개발 사업’ 중 ‘실시간 공정 제어가 가능한 원자층식각장비 개발’ 과제에 참여하게 됐다. 더불어 실시간으로 바뀌는 미세 반도체 공정 데이터를 기반으로 공정 상태를 진단하는 AI 솔루션 개발도 맡기로 했다.

지난해 포브스코리아 인터뷰에서 성기석 RTM 대표는 “10나노급 반도체 제조 설비만 수만 대, 100만 개 넘는 센서가 쏟아내는 데이터만 45억 개가 넘는다”고 말했다. 박진우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지난해 다수 반도체, 배터리, 산업용 가스 관련 AI 기반의 공정 진단 데이터를 쌓았고, 공정 진단 솔루션 개발도 막바지 작업에 돌입했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한성과학고 시절부터 카이스트까지 학교 선후배 사이로, 성 대표는 미국 텍사스 A&M대학교에서 머신러닝(기계학습) 박사학위를, 박 이사는 카이스트에서 경영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개발 성과도 인정받았다. RTM은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최한 ‘ComUp2020’ 행사 중 ‘인공지능 챔피언십’ 최종대회에서 제조 분야 우승을 차지했다. LG사이언스파크의 소음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량을 탐지하는 문제를 제시해 호평을 받았다. 올해는 AI 공정 진단 솔루션과 관련해 공동출원 1건과 단독출원 4건을 진행 중이다.

유명환 엑세스랩 대표 | 글로벌 5대 ARM 서버 제조사


▎ 사진:액세스랩
엑세스랩은 ARM 서버 ‘V랩터’를 만드는 회사다. 영국 반도체 기업 ARM사는 서버·PC용 프로세서 시장에서도 전력 소모가 적고 가격이 저렴한 제품을 공급해 막강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엑세스랩은 ARM 중앙처리장치(CPU)를 가지고 기존 서버보다 저전력·고효율 서버를 개발했다. 2018년 창업 후 1년 만에 ARM 서버 V랩터를 공식 출시했다. 유명환 대표는 “2011년 저전력 고효율 ARM 서버를 만들기 시작해 8년 연구 끝에 개발에 성공했다”며 “기존 서버 형태가 아니라 기판 하나가 서버 한 대로, 일반 인텔 서버보다 성능은 3배, 전력은 25% 덜 쓰고, 투자대비효과(ROI)는 최소 10배 이상”이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 한국은 서버산업의 불모지나 다름없다. 국내 서버기업들이 메인보드부터 대부분 부품을 조립하고 보드부터 케이스, 서버 솔루션까지 직접 디자인하는 곳은 엑세스랩이 유일하다. 전 세계 통틀어서 ARM 서버 공급 기업은 5개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작은 V랩터-PEC은 테스크톱 PC 수준의 전력이면 충분하고, V랩터 SQ서버는 최대 768개 ARM 코어를 가동할 수 있어 세계 최대 수준을 자랑한다.

엑세스랩은 클라우드와 에지컴퓨팅, 5G 산업과 만나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미 ARM 서버 기술검증(PoC)을 마쳤고, 데이터센터뿐만 아니라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를 구축하는 거의 모든 산업 현장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이미 2019년부터 국내외 통신사, 반도체·장비 기업 등에 V랩터를 납품했고, 클라이언트 단말기 연구개발(R&D) 용역 사업도 수주했다. 올해 엑세스랩은 일본, 미국 진출을 본격화해 글로벌 ARM 서버 기업으로 자리매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윤성호 마키나락스 공동대표 | 현대차가 반한 AI 공정 솔루션 기업


▎ 사진:마키나락스
마키나락스는 2017년 12월 SK텔레콤에서 SK하이닉스 등 SK그룹 제조계열사의 데이터를 분석하던 팀이 사내벤처 프로그램으로 독립한 인공지능(AI) 솔루션 회사다. 가우스랩스, RTM과 마찬가지로 제조 분야 이상탐지(ADS), 최적화, 운영 플랫폼 구축이 주된 사업이다. ADS는 제조 장비와 설비에 부착된 온도, 압력, 진동 등 다양한 센서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분석, 대상 장비가 언제 고장이 발생할지 예측하는 솔루션이다. 반도체 장비는 물론 배터리, 로봇팔, 화학 반응로 등 다양한 생산장비에 적용할 수 있다.

SK텔레콤 사내벤처였지만, 지금은 네이버,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 LG테크놀로지벤처스 등이 주목하는 스타트업으로 이름을 알렸다. 초기 투자자로 SK텔레콤, 네이버, 현대차가 뛰어들었고, 이후 현대차와 LG를 필두로 한 투자자 그룹이 120억원을 추가로 투자했다. 특히 현대차가 마키나락스와 협력에 가장 적극적이다. 현대차 빅데이터실은 2018년부터 마키나락스와 신기술의 시장 출하 전 기술검증(PoC)을 진행했다. 이후 현대차는 정부가 지원하는 민간 주도 창업 사업인 팁스(TIPS)에 마키나락스를 추천했고, 현대차 스마트팩토리개발팀·AI연구실과도 기술검증에 나섰다.

실제 성과도 있었다. 마키나락스는 세 차례 진행한 현대차와의 기술검증 과정에서 현대차 제조 공정의 효율성을 높였다. 지난해 12월에는 현대로보틱스와도 산업용 로봇팔 이상탐지 기술 고도화와 관련해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미국 MIT 핵물리학 박사인 윤성호 공동대표는 “AI가 복잡한 제조 산업 이슈들을 해결하고 생산성과 가동률을 향상하는 등 생산 환경을 혁신하고 있다”며 “클라우드 기반 솔루션을 개발해 적용분야를 확장하는 한편 글로벌 진출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라고 했다.

이창수 올거나이즈 대표 | 솔루션만으로 AI 서비스 구현


▎ 사진:중앙일보DB
올거나이즈(Allganize)는 자연어 처리 기능(NLU)이 수반된 ‘앨리(Alli.ai)’라는 소프트웨어를 금융이나 보험 회사, 카드 회사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에 제공하는 AI 회사다. NLU란 일종의 자연어를 이해하는 과정이다. 쉽게 말해 인간의 언어를 컴퓨터를 이용해 처리하는 기술로 머신러닝(알고리즘을 통한 데이터분석, 학습한 내용을 기반으로 한 판단과 예측)을 해 더 편리하게 최적의 정보를 찾는 것이다.

기업은 AI 앨리만 도입하면 내외부적인 질의를 바로 처리할 수 있다. 실제 회사에는 수백 쪽짜리 매뉴얼과 보고서 같은 비정형 문서가 흩어져 있고, 이런 문서가 수십만 개가 있어도 앨리는 단 몇 초 만에 문서 속 답을 찾아준다. 새로운 인프라 구축이 필요 없다.

이창수 대표는 “비정형 문서는 곧 빅데이터다. AI 인지검색을 도입했고, 기존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하면서 데이터 처리작업 효율을 몇 배 이상 끌어올렸다”며 “전 세계 어떤 기업도 빅데이터를 별도로 분석하기 위해 전용 반도체나 서버를 갖추지 않아도 AI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카이스트 전산학과 학부와 대학원에서 자연어 처리 과정을 전공한 뒤 SK텔레콤에서 근무하다 창업에 나섰다. 첫 창업은 모바일 게임 이용자 분석업체인 파이브락스(5 Rocks)로 이 회사는 지난 2014년 미국 모바일 광고 플랫폼 운영사 탭조이에 인수됐다. 그 후 2017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빅데이터의 머신러닝과 딥러닝을 본격적으로 활용하는 올거나이즈를 창업했다. 창업 4년 만에 미국·일본·한국에서 금융·보험·제조·IT 대기업 70여 군데를 비롯해 총 600여 고객사를 확보했다.

전민용 블루닷 대표 | 동영상 전용 반도체 IP 기업


▎ 사진:블루닷
블루닷은 초고해상도(4K/8K), 초고화질 지원 비디오 인코더 반도체 설계자산(IP)을 개발하는 업체다.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면서 프로그래머블 반도체(FPGA, Field Programmable Gate Array)에 얹을 동영상 전용 IP에 주목했다. FPGA는 시스템 반도체와 메모리 반도체 특성을 동시에 갖고, 목적에 맞게 회로를 수정할 수 있는 반도체다. 고가이기는 하나칩의 구조 설계가 완성된 CPU, GPU보다 유연하게 쓸 수 있다. IP에 따라 CPU보다 20배 더 뛰어난 성능을 내거나 에너지 효율을 더 높일 수 있다.

전민용 대표는 지난해 포브스코리아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동영상 콘텐트 서비스(OTT), 주문형 비디오(VOD), 전자상거래, 온라인 게임 수요가 폭증해 트래픽은 몇 배씩 늘어난 상황”이라며 “데이터센터의 서버용 D램, CPU·GPU를 마냥 증설할 수 없고, 일정한 규칙 없이 동시다발적으로 고용량 데이터를 처리하는 환경에서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발 성과도 있었다. FPGA용 동영상 고해상도 처리를 돕는 ‘딥필드 SR’은 개발을 완료했고, 압축 효율을 두 배 이상 높여주는 ‘펄서(Pulsar) AV1’은 개발 마무리 단계에 있다. 특히 딥필드 SR은 웹사이트 ‘코쿤(www.kokoon.cloud)’에서 일부 기능을 써볼 수 있다. 지난해 블루닷은 인공신경망과 반도체 IP 개발, 클라우드·온프레미스 솔루션을 갖추는 데 집중했다. 상반기 내에 딥필드 SR과 펄서 AV1 솔루션이 준비되면 미국 반도체 기업 자일링스와 공동 마케팅에 나서고, 하반기에는 아마존과 기술 파트너십을 체결할 계획이다. 아마존 마켓플레이스 입점도 예정돼 있다.

최성환 인랩 대표 | 반도체 패키징 소재소프트웨어 개발


▎ 사진:중앙일보DB
인랩(Ihn Lab)은 반도체 공정용 고분자 점접착 소재, 쉽게 말해 접착용 필름을 만드는 회사다. 특히 실리콘 기판(웨이퍼), 금속선이나 범프, 솔더볼, 리드프레임, 몰딩 컴파운드 등을 한데 결합하는 반도체 패키징에 주목했다. 최성환 대표는 지난해 포브스코리아 인터뷰에서 “적층 접착은 웨이퍼 절단(칩 제조), 칩 선별과 접착, 몰딩, 검사 등을 끝으로 반도체가 완성될 정도로 접착은 중요한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해 삼성전자가 극자외선(EUV) 공정을 쓰는 7나노 시스템 반도체에 ‘엑스큐브(X-Cube)’를 적용한 것도 연산 처리하는 두뇌 부분인 로직과 캐시메모리인 SRAM 칩을 위아래로 쌓는 적층 기술이 핵심이다. 초미세공정 경쟁이 가속화될수록 SK하이닉스, 대만 TSMC, 미국 마이크론 등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들도 패키징 기술에 필요한 소재와 공정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 대표는 대학에서 고분자필름 분야 박사학위를 받고, 도레이첨단소재에서 고기능 재료응용그룹을 이끌었다. 인랩은 지난해 7월 중소벤처기업부가 앞으로 3년 간 집중적으로 육성할 BIG 3(시스템 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 분야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는 반도체 패키징뿐만 아니라 차량용 반도체, 인쇄 회로 기판(PCB),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패키징용 점착필름을 개발하고 있다. 관련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시도도 하고 있다. 완벽한 점착을 위해 제조과정에서 내열 수준과 특정 점착력을 구현하는 성분까지 조절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개발 중이다.

-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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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호 (2021.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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