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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환이 만난 혁신 기업가(26) 이문주 쿠캣 대표 

MZ세대는 요즘 ‘쿠캣’ 홀릭 

푸드 콘텐트 회사 ‘쿠캣’이 온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하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창업 7년 만에 전 세계 3000만여 명에 달하는 MZ세대 구독자를 확보한 쿠캣의 다음 행보는 자연스레 글로벌 시장으로 향했다. K푸드의 세계화를 주도하는 주요 플레이어가 되겠다는 포부를 가진 이문주(34) 쿠캣 대표를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이 만났다.

▎쿠캣마켓은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고객들이 쿠캣마켓에서 직접 콘텐트를 보고 제품 구매까지 원스톱으로 이루어지도록 시스템을 보완한다. 이문주 대표는 “쿠캣마켓 회원수가 100만 명을 돌파하면서 이 플랫폼을 콘텐트 커머스로 진화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먼저 독자들에게 쿠캣이 어떤 회사인지 간단히 설명해달라.

사용자들에게 트렌디한 고품질 푸드 콘텐트를 제공하는 푸드 컴퍼니라고 하겠다. 음식의 트렌드와 레시피를 영상 콘텐트로 만들고 PB 제품들을 직접 유통하며 푸드 콘텐트에 커머스를 접목해 성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국내 최대 음식 커뮤니티 ‘오늘 뭐 먹지?’와 레시피 동영상 채널 ‘쿠캣’, 간편식 전문 푸드몰 ‘쿠캣마켓’을 비롯해 70여 개 푸드 콘텐트 채널을 운영 중이다.

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다가 창업 수업을 듣고 창업의 길로 들어선 것으로 알고 있다. 쿠캣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대학교 4학년 때 ‘캠퍼스 CEO’라는 교양수업을 들었는데, 이게 인생의 터닝 포인트였다. 이 수업에서 원하는 조건을 검색하면 장소를 추천해주는 ‘모두의 지도’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만들었는데, 학생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얻으면서 대기업에서 투자 제의까지 받았다. 이때 창업을 결심하고 법인 설립 후 인력도 채용했다. 그러나 약속된 투자가 9개월간 연기되더니 결국 무산됐다. 의기투합했던 친구들이 하나둘 떠나고 인턴 직원 한 명만 남게 됐다. 이 친구가 현재 쿠캣 전략 이사로 지금껏 함께 일하고 있다.

대기업 투자가 무산되면서 급하게 투자금을 확보하느라 고생이 많았을 것 같다. 어떻게 해결했나.

지인분들을 통해 엔젤투자자들의 도움을 받았다. 투자를 받지 못하면 당장 망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투자 유치를 위한 미팅 준비에 모든 걸 쏟아부었다. 다행히 씨엔티테크, 빅베이슨캐피탈 등 스타트업 투자사 대표님들께서 5분 피칭을 듣고 바로 투자를 결정해주셔서 시드머니를 확보할 수 있었다.

페이스북 페이지 ‘오늘 뭐 먹지?’를 운영하던 그리드잇과 합병하면서 ‘모두의 지도’ 사업을 과감하게 버리고 쿠캣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 그리드잇 대표였던 윤치훈 현 쿠캣 CPO(상품이사)와 어떻게 의기투합하게 되었나.

모두의 지도와 그리드잇에 모두 투자하신 씨엔티테크 전화성 대표님의 소개로 만나게 됐다. 당시 ‘오늘 뭐 먹지?’는 페이스북 팔로워 수가 이미 국내에서 가장 많은 채널이었지만, 채널 활용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내 강점은 사업 기획 능력이었고, 윤치훈 대표는 마케팅에 강점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서로 약점을 보완하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사명은 그리드잇을 유지한 채 내가 CEO, 윤치훈 대표가 CMO를 맡게 됐다.

2015년 합병 당시 ‘오늘 뭐 먹지?’는 이미 구독자 200만 명 이상을 확보한 인기 채널이었다. 이와 별도로 ‘오늘 뭐 먹지?’의 영문 버전인 ‘Cookat(쿠캣)’ 채널을 오픈한 이유는.

해외 유저들에게 제대로 된 K푸드 레시피를 소개하는 채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마침 ‘테이스티’라는 영미권 푸드 콘텐트 채널이 골드만삭스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으며 성장하고 있었다. 해외에서 이미 성공한 사례가 있으니, 우리도 이 성장세를 타고 한국 음식이라는 분야를 선점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쿠캣’이라는 이름의 탄생 일화가 궁금하다.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쿠캣 사무실에서 만난 이문주 쿠캣 대표(왼쪽)와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
2016년 채널을 만들 때 ‘쿡앳홈’으로 하려다가 너무 긴 것 같아 ‘홈’을 빼고 ‘쿡앳’, 그래서 발음대로 ‘쿠캣’이 됐다. 요리하는 고양이 콘셉트로 가자고 해서 마스코트도 고양이로 정했다. 나도 렉돌 두 마리를 키우고 있다.

합병 이후 쿠캣은 푸드 콘텐트 기업으로 빠르게 성장해왔다. 음식은 익숙하지만 푸드 콘텐트라는 비즈니스는 생소하다. 이 사업에 확신을 가진 배경은 무엇이었나.

당시 글과 사진 중심이던 페이스북에서 영상까지 볼 수 있게 되면서 앞으로는 모바일에서도 영상 콘텐트를 다 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우리가 잘하는 음식 관련 콘텐트 프로바이더로서 더 성장해야겠다고 판단했다. 그리드잇이 페이스북의 성장세를 눈여겨보고 ‘오늘 뭐 먹지?’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빨리 진입했고, 이것을 토대로 푸드 콘텐트 분야의 리더가 되고자 했다.

쿠캣은 푸드 콘텐트 제작에서 남다른 경쟁력을 보유한 업체로 인정받고 있다. 인기 있는 콘텐트를 꾸준히 만들 수 있는 비결은.

투자금으로 푸드 스타일리스트팀을 만들고, 전문 PD도 영입하고, 스튜디오도 만들면서 콘텐트의 ‘질’ 향상에 집중했다. 그 결과 2016년부터 팔로워가 하루에 만 명씩 늘면서 6개월 만에 구독자 400만 명을 확보할 수 있었다. 푸드 콘텐트로 제품을 소개하면서 간편결제 기능을 추가하는 등 여러 비즈니스 모델을 시도해볼 수 있는 플랫폼이다. 시리즈B 투자에서 50억원을 유치하면서 오프라인 매장을 열고, PB 제품을 만들고, 해외 유통도 해보면서 우리만의 정답을 찾아나갔다.

다양한 시도 끝에 찾은 정답은 무엇인가.

‘모두의 지도’를 운영하면서 사용자들이 생각보다 맛집을 많이 찾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오히려 퇴근 후 집에서 저렴하게 제대로 된 한 끼를 먹는 게 큰 관심사였다. 그래서 사용자들이 관심을 보인 콘텐트를 중심으로 간편식(HMR), PB제품들을 만들었고, 이렇게 론칭한 PB 식품몰 쿠캣마켓이 인기를 끌면서 오프라인 매장 오픈으로 이어졌다.

음식과 레시피를 소개하는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오프라인 식품 제조업체로 확장한 것이 흥미롭다. 어떤 계기로 식품 제조업에 진출하게 됐나.

2015년에 합병할 때부터 푸드 콘텐트로 사용자들을 확보하고 이들에게 좋은 제품을 기획 및 개발해서 유통하겠다는 계획이 있었다. 콘텐트를 만들수록 확실하게 알 수 있었던 건 영상을 올릴 때마다 어디서 살 수 있는지, 직접 만들어줄 수 있는지, 사용하는 제품은 무엇인지 문의가 많아서 자연스럽게 제품 판매로 이어졌다.

첫 PB상품으로 대방어장을 선보였는데 이게 대박이 났다.

‘오늘 뭐 먹지?’에서 겨울철만 되면 대방어회 콘텐트가 대박이 났다. 대방어로 장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통영에서 대방어를 공수해 판매했는데 매일 완판 행진을 기록했다. 연어장이나 새우장은 있는데 왜 대방어장은 없을까 하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출발한 거다. 그때부터 독특한 장류들을 만들면서 장류 맛집으로 유명해졌다. 2019년에는 매콤크림닭갈비를 만들었는데 올해 로제 붐이 일면서 매출이 급상승했다.

쿠캣만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우리는 SNS상에서 통하는 콘텐트를 만들다 보니 사용자들이 뭘 좋아하고, 어떤 것에 반응하는지를 잘 아는 회사라고 생각한다. MZ세대 1~2인 가구는 혼자 헤비하게 먹을 이유가 없기 때문에 가치 중시 소비, 새로운 음식에 대한 니즈, 먹는 즐거움이 주요 관심 포인트다. 이들을 위한 새로운 음식 조합을 계속 만들어나가면서 질 좋은 간편식, 디저트, 다이어트 제품 등을 합리적인 가격에 유통하는 게 우리의 목표다. 장기적으로는 독특한 제품이나 콘텐트를 기획하면서 푸드 트렌드를 리드하겠다는 게 우리의 비전이다.

트렌디한 콘텐트를 만드는 데 구성원들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다.

우리 콘텐트 크리에이터들은 모두 인스타그래머이자 유튜버들이다. 각자 자신의 SNS 채널에서 푸드 트렌드를 팔로우하면서 매주 다양한 정보를 회의에서 공유한다. 일반 식품기업의 경우 MD 파워가 센데 우리는 콘텐트 크리에이터들과 MD들 간의 협업이 더 중요하다. 식품기업들은 유통해서 안 팔리면 회수 리스크도 있고 유통사들과의 관계도 있는데, 우리는 다양한 자사 채널을 통해 리스크를 헤징할 수 있어서 독특한 제품들을 주저 없이 기획하라고 장려한다.

지난달 320억원 규모의 시리즈D 투자를 유치했다. 총 9개 투자사가 참여했는데 CJ그룹과 신세계그룹 계열의 기업형 벤처캐피털 2곳이 참여해 주목을 받았다. 이번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던 비결은.

1~2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HMR 시장이 성장하고 있고, 푸드 콘텐트라는 카테고리에서 독특한 색깔을 내고 있는 곳이 흔치 않아 관심을 많이 받았다. 앞서 GS와의 제휴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협업하려는 곳도 늘었다.

이번 투자금을 바탕으로 어떻게 성장해나갈 계획인지.

SNS 채널 이외에 쿠캣마켓 플랫폼에서도 콘텐트를 볼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쿠캣마켓이 론칭 2년 만에 100만 명이 찾는 대형 온라인 몰이 되었기 때문에 앞으로는 쿠캣마켓 안에서 영상으로 제품을 보고 구매로 이어지는 콘텐트 커머스로 진화해나갈 것이다.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변화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쿠캣 채널에서 많은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홍콩에만 이미 3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 중인데, 앞으로의 해외 진출 계획이 궁금하다.

K팝, K드라마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한국 음식을 찾는 수요도 커지고 있다. 쿠캣은 2016년부터 해외 사용자들에게 한국 음식을 맛있게 먹는 방법을 알려왔기 때문에 해외시장에서도 성장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시아에서 문화를 이끄는 도시는 서울, 도쿄, 상하이 정도인데, 일본은 방사능 이슈가 있고 중국은 음식 신뢰도가 높지 않아 한국 음식이 이 부분을 충족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한국 식품 대기업들이 해외에 많이 진출해 있지만, 우리는 새로운 자극이 되는 회사가 되고자 한다. 현재 홍콩 4호점 오픈을 준비하고 있고,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에도 곧 진출할 예정이다. K푸드를 바탕으로 아시아 최고의 푸드 컴퍼니가 되는 것이 목표다.

- 정리=김민수 기자 kim.minsu2@joins.com·사진 지미연 객원기자

202108호 (2021.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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