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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모빌리티 산업의 게임 체인저] 박일석 스트리스 대표 & 홍승환 스트리스 기술이사 

“3차원 정밀지도로 자율주행차 대중화 견인” 

국내 자율주행차 양산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해외에서 생산된 카메라와 레이더, 라이다 같은 고가의 센서에 들어가는 비용이다. 자율주행차의 제작비를 절감하려면 차량에 탑재되는 센서와 연산량을 줄여야 하고,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정확하면서도 저렴한 정밀지도다. 순수 자체 기술력으로 완성한 3차원 정밀지도로 자율주행차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는 스트리스 박일석 대표와 홍승환 기술이사를 만나 개발 스토리를 들어봤다.

▎지난 8월 10일 서울 마포 스트리스 본사에서 만난 박일석 대표(오른쪽)와 홍승환 기술이사. 순수 자체 기술력으로 완성한 3차원 정밀지도로 자율주행차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다.
정확한 도로 정보를 담은 정밀지도는 인지·판단·제어로 움직이는 자율주행 자동차에 반드시 필요한 핵심기술 중 하나다. 자율주행 차량용 정밀지도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보 수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카메라와 레이더, 라이다 같은 고가의 고성능 장비를 장착한 정보수집용 이동형측량시스템(MMS, Mobile Mapping System) 차량이 도로를 운행하며 각종 정보를 취합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MMS 차량으로 방대한 구간의 정밀지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엄청난 비용을 감내해야 했다. 특히 측정 장비에만 적게는 수억원, 많게는 수십억원이 들어가는 비용 문제도 해결해야만 했다.

스트리스는 정확하고 안전하면서도 가성비까지 탁월한 3차원 HD 맵(High Definition Map)과 MMS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한 정밀지도 시스템 개발 스타트업이다. 순수 자체 기술로 고품질의 정밀지도를 더욱 빠르고 저렴하게 제작하기 위해 공간정보, 인공지능, 로보틱스, 컴퓨터비전 분야의 석박사들이 모여 MMS를 직접 설계·제작하고, 캘리브레이션(Calibration, 보정) 알고리즘과 데이터 정합·가공을 위한 핵심 기술들을 개발하고 있다.

또 자율주행 기술에 주력하고 있는 여러 대기업의 센서 검교정과 정밀지도 프로젝트에 자사 기술을 적용하고 있으며, 자율주행 플랫폼의 정확한 측위(Localization)와 인지능력 향상을 지원한다. 네이버의 제주도 거리뷰(Street View) 지원을 비롯해 SK텔레콤의 5G 기반 자율주행차량용 MMS와 정밀지도 지원, KT의 차량 정밀측위 시스템 구축 지원 등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지난 8월 10일 서울 마포에 있는 스트리스 본사에서 박일석 대표와 공동 창업자인 홍승환 기술이사를 만났다. 박 대표는 “스트리스의 이동형측량시스템은 구글의 장비와 견줘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라며 “기존 장비를 사려면 대당 10억원가량이 필요하지만 스트리스는 자체 기술력만으로 장비 단가를 2억원대로 크게 낮췄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홍 이사는 “대부분의 자율주행 개발 기업들이 지도제작 전문 업체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불하고 데이터를 구입하지만, 촬영 지역이나 데이터 퀄리티, 업데이트 주기 등을 원하는 대로 조정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라며 “우리의 정밀지도 솔루션으로 이런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밀지도로 창업한 계기가 궁금하다.

박일석(이하 박): 연세대 대학원에서 3차원 공간정보 구현에 대한 연구를 하던 시절에 정밀지도 구축 산업을 접하게 됐고, 자율주행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임을 확신했다. 당시 모 기업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용자가 도로 정보에 대한 정확성과 정밀함을 원하고 있었고, 기술적인 측면에선 2차원에서 3차원으로 넘어가는 과도기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이를 구축하는 데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 했고, R&D도 명확한 방향성 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얻은 결론을 바탕으로 여러 대기업과 국책 사업에 제안을 했지만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대학의 작은 연구실에서 이렇게 큰 비즈니스를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대답만 돌아왔다. 하지만 우리가 가진 독보적인 기술로도 충분히 해외 경쟁 업체들을 따라잡을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고 지난 2017년 창업을 감행했다.

홍승환(이하 홍): 한마디 덧붙이자면 앞으로 정밀지도가 적용될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하다는 것도 창업의 큰 이유였다. 우선 미래 자동차산업의 정점으로 불리는 자율주행차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 정밀지도다. 라이다와 카메라, GPS 같은 고성능 장비를 장착해도 기본 데이터인 정밀지도가 없으면 정확도와 안전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정밀지도 기술은 제조업 생산설비 구축, 통신장비 설치, 시설물 관리, 스마트 팩토리, 건설 현장, 로봇 산업, 무인 경비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항공사진과 이동형측량시스템의 데이터를 융합한 3차원 정밀지도. 정밀지도 구축은 센서 기술과 데이터 기술이 가장 예민하게 만나는 분야이기 때문에 측위, 전기전자, 로보틱스, 컴퓨터비전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필요하다.
스트리스는 어떤 회사인가.

박: 스트리스는 한마디로 전국 단위의 고품질 정밀지도 데이터를 직접 생산하는 기술 스타트업이다. 정밀지도 구축은 센서 기술과 데이터 기술이 가장 예민하게 만나는 분야이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필요하다. 창업 초기 멤버를 측위, 전기전자, 로보틱스, 컴퓨터비전 석박사로 구성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들은 외부의 도움 없이 언제든지 실험과 변경이 가능한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실제 현장에서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을 빠르고 안정성 있게 서비스하는 것이 목표다.

스트리스가 보유하고 있는 핵심 기술을 설명해달라.

홍: 우선 융합 센서 동기화 기술이다. 차량에 탑재해 시속 80㎞ 이상의 고속에서도 데이터를 얻기 위해서는 적어도 1/100초 수준의 카메라와 라이다, 위성항법장치(GNSS)와 관성항법장치(INS)를 동기화해야 한다. 스트리스는 최대 1/1000초 수준을 구현하고 있는데 이는 시속 80㎞ 속도에서 2.2㎝ 오차를 의미한다. 다음으로 시스템 캘리브레이션 기술이다. 센서 동기화가 확실하다고 해도 현재 자율주행을 비롯해 센서를 활용하는 전 분야에서는 조립 과정 또는 센서 구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계적 변위에 대응해야 정확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 산출해주는 센서의 값이 정확한지 역검증 과정을 거쳐 인증해야 하며, 국내 MMS 장비 대부분은 우리 기술을 거쳐 인증됐다. 또 고정밀 측위 기술도 빼놓을 수 없다. 동기화와 캘리브레이션이 끝난 데이터라고 해도 도심지나 터널같이 센서 데이터 자체가 나빠지는 곳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후보정을 해줘야 한다. 이러한 후보정 기술은 자율주행 관점에서 측위 기술로 볼 수 있는데 우리는 이 분야에서 매우 정밀한 수준을 구현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대용량 데이터 관리 기술이다. MMS 장비 1대당 하루 200GB에 가까운 데이터를 취합해 이를 처리하고 지도를 그리기 위해서는 약 1.5배의 데이터가 생산되는지라 저장 공간이 적어도 500GB가량 필요하다. 우리는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자체 저장소를 구축하고, 공유 데이터는 최대한 경량화해서 활용하고 있다.

가성비 탁월한 정밀지도 만드는 기술 스타트업


▎거리뷰 이동형측량시스템을 탑재한 정밀지도 데이터 수집 차량. 스트리스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역량이 모두 집약된 이 시스템으로 기존 성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비용은 1/5 수준으로 낮췄다.
스트리스의 최대 강점은 뭔가.

홍: 한마디로 정확성은 높이고 가격은 낮춘 가성비가 아닐까 싶다. 자율주행용 정밀지도는 특수 장비인 MMS가 장착된 차량으로 일일이 골목골목을 누비며 만든다. 그렇다 보니 10000㎞ 구간에 대한 정밀지도 하나를 만들려면 차량 10대로도 6~7개월이 족히 걸린다. 측정 장비도 대당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을 호가할 정도로 비싸다. 이 때문에 우리는 기존 성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비용은 1/5 수준으로 낮춘 거리뷰 이동형측량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에는 고정밀 위성항법장치와 관성항법장치, 360도 카메라, 라이다 등이 장착된다. 차량이 이동하면 각 장치가 이미지 데이터를 만들고 후처리를 거친 후, 이를 하나로 합쳐 정밀지도를 만든다. 우리가 거리뷰 이동형측량시스템 가격을 기존보다 크게 낮출 수 있었던 것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역량을 모두 갖췄기 때문이다. 하드웨어를 자체 개발하면서 후보정을 위해 각 장치의 데이터를 일일이 손봐야 하는 번거로움도 사라졌고, 소프트웨어는 별도의 추가 보정이 필요 없을 정도로 업그레이드됐다.

창업 이후 가장 대표적인 성과를 설명해달라.

홍: 서울시의 3차원 데이터를 하나로 융합하는 기술에 성공한 것이다. 자율주행 정밀지도 구축 분야에서 서울 도심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복잡하고 어려운 지역으로 꼽힌다. 총거리만 3379㎞에 달하는 서울시의 2차로 이상 도로를 쉴 새 없이 주행하며 터널이나 고가 아래, 지하차도 등 항공사진으로 구축할 수 없는 모든 지역을 800개 이상의 3차원 데이터로 취합하고 이를 하나로 융합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향후 전국 단위는 물론 해외로도 영역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최근 가장 주력하고 있는 부분은 뭔가.

홍: 먼저 기술적인 부분에선 정밀지도 구축을 위한 전체 파이프라인(공정)을 올해 버전으로 다시 정리하고 있다. 특히 3개월 전부터 전체 공정을 안정화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우리는 2018년 6월부터 인력을 구성해 장비 개발과 프로세스 수립을 시도했고, 지난해 6월 하드웨어를 비롯한 프로토타입 전체를 구현했다. 이후 전체 공정을 재점검하고 필요한 기술과 프로세스를 추가해 지난 6월 HD 맵 솔루션 버전1.0을 완료했다.

박: 경영적인 측면에선 이 기간 동안 직원들이 매출보다는 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투자 유치는 물론 카카오맵이나 티맵 같은 플랫폼 기업들에 협업을 제안했다. 아울러 전체 공정 중 사업화할 수 있는 부분은 완전 분리했고,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조직을 별도로 꾸리고 있는 중이다.

신기술 개발, 비즈니스 확장 등 스트리스의 중장기 사업계획이 궁금하다.

박: 정밀지도 사업은 인프라 사업이기 때문에 개발, 확장, 유지관리로 이어지는 3단계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미 개발을 완료했고 이젠 확장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확장을 위한 사업 계획과 영업에 몰두하고 있으며, 동시에 해외 진출 가능성도 타진 중이다. 스트리스의 솔루션은 전 세계 어느 지역이라도 3개월 정도 기간에 구축 준비를 완료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을 십분 활용해 전 세계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위치 기반 서비스 기업들과 함께 해외 진출을 모색할 예정이다.

스트리스의 꾸준한 성장을 위해 필요한 것은 뭔가.

박: 회사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영업이나 인력 운영 부분에서 한계를 많이 느끼고 있다. 아울러 개발 분야의 중간관리자도 보강할 계획이다. 정밀지도는 생산과 납품 공정이 핵심인 인프라 사업이다. 사업 부분과 개발 부분이 유기적으로 교류할 수 있도록 조직을 더욱 강화해나갈 예정이다. 아울러 우리에게 정밀지도 구축과 확장은 가장 기본적인 목표이자 가장 큰 목표였다. 우리의 목표에 대한 결론은 아마도 3년 안에 마무리되지 않을까 싶다. 스트리스가 만든 자율주행용 정밀지도와 데이터가 모빌리티 플랫폼에서 상용화되고 일상에서 널리 이용되기를 바란다. 아직 그 뒤의 모습을 그리고 있지는 않지만 우리의 목표는 언제나 연구개발 기업으로 남는 것이다.

- 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사진 신인섭 기자

202109호 (2021.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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