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될성부른 떡잎 

 

딜런 필드는 피그마를 디자인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스타트업으로 만들었다. 먼저 의견을 듣고 시장과 고객이 연구개발을 주도하도록 함으로써 기업가치 100억 달러를 달성했다.
지난 4월, 딜런 필드(29)는 약 10년 전 스타트업을 하려고 브라운대를 중퇴한 이래로 가장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다. 자신이 설립한 디자인 소프트웨어 업체 피그마(Figma)의 가상 콘퍼런스에서 필드는 피그잼이라는 온라인 화이트보드 세션용 도구를 공개했다. 피그마는 에어비엔비, BMW, 줌 등을 고객으로 둔 인기 기업이다. 그리고 몇 시간 뒤 필드는 자신의 아내 엘레나가 첫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필드는 팬데믹 시기 대부분을 피그마 사용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보냈다. 고객을 직접 만나기 위해 우크라이나, 나이지리아 등으로 출장을 다니면서 격리 기간에는 고객이 올린 문의 글을 읽고, 영업 팀의 피드백을 훑어보고, 트위터에서 사용자에게 답변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10월까지 필드에겐 계획이 있었다.

피그마의 도약

피그마의 주요 제품은 디자이너를 비롯한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시각효과를 만들 수 있는 가상 캔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피그마를 사용해서 초기 아이디어를 표로 만들거나 순서도를 만들 방법은 없었다. 그래서 포스트잇이 가득 붙은 집이나 사무실 벽의 디지털 버전인 피그잼이 출시됐다. 필드는 “브레인스토밍 세션을 할 때는 아주 유연한 공간을 만들고 모두가 ‘사소한 것에 신경 쓰지 말고 재미있게 해 보자’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6개월 동안 전력을 다한 끝에 피그마는 디스코드, 넷플릭스, 스트라이프 등 고객으로부터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해 피그잼의 공개 베타 테스트 버전을 출시했다. 필드는 이 제품이 25% 정도 완성됐으며 앞으로 차차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충분히 하다 보면 마치 시장이 제품을 내게서 뽑아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미 피그마에는 팀원과 채팅을 할 수 있는 오디오 기능이 추가됐다. 또 한 가지 자주 요청되는 기능은 타이머다.

어도비는 1980년대 디자이너들에게 인기 있는 소프트웨어였다. 올해 클라우드 100대 기업에서 7위를 차지한 피그마가 출시됐을 때쯤 사람들은 유럽산 제품인 스케치와 인비전(52위)도 사용하고 있었다. 2016년 출시된 피그마는 이미 사용자 수백만 명을 보유하고 있으며,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연 매출은 2020년 7500만 달러에서 두 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 바이든의 대선 캠프는 캠페인에 사용된 모든 시각 자료를 피그마로 관리했다. 그리고 2020년에 미국 전역에서 휴지가 품절됐을 때 킴벌리클라크는 재주문 양식을 피그마의 툴로 만들었다.

지난 6월 피그마는 투자자들로부터 2억 달러 투자를 유치했고, 기업가치는 100억 달러가 됐다. 포브스의 추산에 따르면 피그마 지분 10%씩을 보유하고 있는 필드와 공동 설립자 에반 월레스(31)는 억만장자에 가깝다(포브스는 비상장 기업 할인율 10%를 적용한다).

현재의 사명은 간단하다. 구글닥스가 워드프로세싱에서, 깃허브가 코딩에서 차지한 역할을 피그마는 디자인에서 차지하려는 것이다. 필드는 “전체 경제가 물리 세계에서 디지털로 이전될 것이고, 디자인은 그 마지막 장이 될 것”이라며 “디자인은 팀 스포츠이며, 본질적으로 협업”이라고 말했다.

필드는 캘리포니아 소노마 카운티에 있는 IT 특성화고등학교에 다닐 때 친구들을 위해 로봇과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링크드인에서 여름 인턴을 하던 중 사회적 영향력 프로그램 구상을 도우면서 임원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필드는 브라운대 컴퓨터공학 학부생 모임에서 월레스를 만났다. 월레스는 픽사에서 여름 동안 일을 하면서 3D 풀 속에서 튀어 다니는 공을 렌더링하는 알고리즘을 고안해 픽사를 놀라게 했다. 이후 필드는 플립보드에서 인턴십을 마친 뒤 2012년 학교를 중퇴하고 틸 펠로(Thiel Fellow)가 되어 10만 달러로 사업을 시작했다. 월레스는 학업를 마친 뒤에 합류했다. 그로부터 수년 동안 두 사람은 드론용 소프트웨어부터 유행 이미지 제조기까지 다양한 소프트웨어 개발을 시도했고, 마지막에는 어도비의 사진 편집 앱을 연구해 지지자들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사진에 자신의 얼굴을 넣게 해주는 도구를 만들었다.

그 후 필드는 데스크톱이 아니라 공유 가능한 웹 브라우저상에서 다양한 이미지를 편집하는 기술을 개발해 어도비의 포토샵에 도전했다. 이 아이디어로 플립보드 이사 대니 리머의 VC 기업인 인덱스 벤처스, 링크드인의 당시 CEO인 제프 와이너 등을 끌어들여 2013년 400만 달러의 시드 라운드를 성사시켰다. 모질라 전 CEO인 존 릴리 그레이록 파트너스 투자자에게 투자를 거부당한 것도 전화위복이 됐다. 필드는 굴하지 않고 릴리에게 계속해서 의견을 요청했다. 릴리가 어도비전 CEO인 브루스 치즌이 도움이 될 거라고 말하자, 필드는 치즌의 연락처를 알아내서 조언을 들었다. “필드는 멘토를 찾고 진실을 탐구하는 데 아주 뛰어난 성격을 지녔다”며 “필드는 자신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을 만나도 결코 굴하지 않고 정보를 얻으려 한다”고 말했다. 릴리는 2015년 피그마에 대한 그레이락의 시리즈 A 투자를 주도했다.

더 어려운 것은 그 모든 정보를 바탕으로 다음 행보를 결정하는 일이었다. 피그마 제품의 테스트 버전은 출시되기까지 수년이 걸렸다. 좌절한 직원들은 제품을 출시하기도 전에 하나둘 회사를 떠났다. 필드의 멘토인 와이너는 “질문을 하는 것도 좋지만 자신의 직감을 버리지는 말라”고 조언했다.

피그마가 앞으로 나아갈 때가 되면, 기다리면서 제품을 계속 개선하라는 직감이 항상 필드의 뇌리를 스쳤다. 그러나 한 마이크로소프트 사용자가 무료 스타트업 도구에 대한 의구심 때문에 피그마 채택이 느려지고 있다고 경고하자, 필드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다시 연구 모드로 돌아가서 모델을 선정하고, 호주의 소프트웨어 업체 애틀래시안에서 영감을 받아 편집기 하나당 12달러 또는 45달러로 단순하게 가격을 책정했다. 하지만 많은 사용자가 계속해서 무료 버전을 이용했다.

이후 구글 등 대기업 고객이 대규모 거래 할인을 요청하자 필드는 전화기를 집어 들고 할인이 왜 안 되는지 설명했다. 그는 “우리 제품을 보고 받아들이거나, 우리 제품을 선택하지 않거나, 둘 중 하나”라고 말했다.

최근 투자금 2억 달러를 새로 유치한 피그마는 해외 확장에서 우선순위를 어떻게 정할지 결정해야 한다. 이미 사용자 중 80%가 미국 밖에 있고, 최근 투자 라운드에는 브라질의 베이스 파트너스 등 글로벌 마인드를 지닌 전략적 투자자들까지 참여했다. 그리고 잠재적인 인수합병(피그마는 지금까지 스타트업 2개를 인수했으며, 그중 하나는 피그마의 모바일 앱을 개편했다)과 모든 것을 갖춘 솔루션이 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새로운 기능도 고려해야 한다. 현재 개발 중인 피그잼은 프런트 엔드 부문을 맡을 것이다. 디자인을 완성된 제품으로 만들기까지 필요한 나머지 서비스도 개발해야 한다.

그 후반 단계가 회사의 미래지만, 필드는 너무 멀리 보지 않으려고 주의한다. 고객 기반이 굉장히 넓고 계속 성장 중이기 때문에 사용자가 원하는 것은 “수백만가지”라고 필드는 말했다. 너무 많은 요구에 응답하면 피그마의 소프트웨어가 정신이 없어질 것이다. 필드는 거의 매일 트위터를 확인하면서 피그마와 디자인에 관한 의견을 찾아보거나 고객이 지원팀에 보내는 의견을 올라오는 족족 읽는다. 필드는 “모든 사람이 만족하지는 않는다. 만족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런저런 것들을 고치길 원하는데, 그런 의견을 보면 현재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만족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정말 신난다. 그런 사람들을 볼 때 동기부여가 많이 된다”고 말했다.

항상 균형을 추구하는 필드는 하이브리드 근무를 발빠르게 추진하는 IT 기업 CEO 가운데 한 명이다. 직원들은 샌프란시스코의 마켓스트리트에 있는 피그마의 새 본사에 일주일에 이틀만 출근하면 된다. 지난 7월 본사를 방문한 필드는 “우리는 눈을 크게 뜨고 사업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스기사] 클라우드 100

쏟아지는 투자금이 새 기업 32개를 ‘포브스 선정 최고의 클라우드 비상장 기업’ 순위에 올려놓았다. 신규 진입 기업 가운데 2개는 중국 기업이며, 이로써 미국 외 기업은 15개가 됐다. 6년 연속 베세머 벤처 파트너스와 세일즈포스 벤처스에서 집계하고 있는 ‘클라우드 100’의 올해 시장가치 총합은 5140억 달러로 1년 전과 비교하면 거의 2배에 달한다. 1위인 스트라이프는 미국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스타트업으로서 전체 액수에서 거의 5분의 1을 차지한다. 한편 지난해 순위에 올랐던 16개 기업은 이미 상장했다. 상위 25개 기업은 다음과 같다. 전체 목록, 선정 방법, 기업 프로필 등의 정보는 FORBES.COM/CLOUD100에서 볼 수 있다.

1. 스트라이프 CEO: 패트릭 콜리슨 기업가치: 950억 달러 결제 소프트웨어

2. 데이터브릭스 CEO: 알리 고드시 기업가치: 280억 달러 AI 중심 데이터 플랫폼

3. 캔바 CEO: 멜라니 퍼킨스 기업가치: 150억 달러 디자인 소프트웨어 호주 기업가인 퍼킨스와 공동 설립자 겸 COO인 클리스 오브레흐트는 기념할 만한 한 해를 보냈다. 두 사람은 1월에 결혼했고, 3개월 뒤에는 2012년 호주 퍼스에서 설립한 캔바(세 번째 공동 설립자인 캐머런 애덤스는 조금 뒤에 합류했다)가 150억 달러로 가치평가를 받아 투자금 7100만 달러를 유치했다. 이로써 두 사람은 각각 자산 약 20억 달러를 보유한 억만장자가 됐다. 현재 고객 5500만 명과 300만 유료 고객(아메리칸 에어라인, 킴벌리클라크, 세일즈 포스 등)이 캔바의 온라인 디자인 및 출판 도구를 이용하고 있다.

4. 하시코프 CEO: 데이브 맥재닛* 기업가치: 51억 달러 인프라 자동화

5. 토스트 CEO: 크리스 콤패라토* 기업가치: 80억 달러 음식점 소프트웨어

6. 플레이드 CEO: 잭 페레 기업 가치: 134억 달러 오픈 뱅킹 플랫폼

6. 피그마 CEO: 딜런 필드 기업가치: 100억 달러 디자인 소프트웨어

8. 서비스타이탄 CEO: 아라 마데시안 기업가치: 95억 달러 도급업자 매칭 서비스 마데시안과 공동 설립자 바헤 쿠조얀은 아르메니아 대학생 스키 여행에서 만났다. 도급업자인 자신들의 아버지가 사업을 더 잘 운영하도록 돕기 위해 서비스타이탄을 설립했다. 타이거 글로벌, 세쿼이아 등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받은 이 서비스 공급업체는 HVAC, 배관, 전기, 기타 주택 및 상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7500개사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9. 체크아웃닷컴 CEO: 기욤 푸사즈 기업가치: 150억 달러 결제 플랫폼

10. 프레시웍스 CEO: 기리시 마스루부탐 기업가치: 35억 달러 고객 참여 유도

11. 깃랩 CEO: 시드 시브랜디 기업가치: 60억 달러 개발 소프트웨어

12. 어텐티브 ★ CEO: 브라이언 롱 기업가치: 70억 달러 SMS 마케팅

13. 재피어 CEO: 웨이드 포스터 기업가치: 50억 달러 워크플로 자동화

14. 메일침프 CEO: 벤 체스트넛 기업가치: 100억 달러 마케팅 플랫폼

15. 클라비요 ★ CEO: 앤드루 비알레츠키 기업가치: 95억 달러 마케팅 자동화 플랫폼 약 10년 전 비알레츠키는 사용자가 로드 레이싱과 훈련용 지도를 찾도록 도와주는 달리기 테마 웹사이트를 개발하고 있었다. 그러나 고객 정보를 바탕으로 고객의 경험을 맞춤 설정하는 소프트웨어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 문제의식이 클라비요를 설립하는 계기가 됐다. 2012년 설립된 클라비요는 고객의 거래 및 행동 데이터를 분석하도록 돕는다. 빠르게 성장 중인 클라비요는 지난 5월 투자금 3억2000만 달러를 유치했다. 기업가치는 95억 달러로 지난 7개월 동안두 배가 됐다.

16. 에어테이블 CEO: 하위 리우 기업가치: 58억 달러 소프트웨어 제작

17. 토크데스크 CEO: 티아고 파이바 기업가치: 30억 달러 콜센터 소프트웨어 \

18. 태니엄 CEO: 오라이언 힌다위 기업가치: 92억 달러 사이버 보안, 시스템 관리

19. 삼사라 CEO: 산지트 비스와스 기업가치: 54억 달러 산업용 oI T

20. 셀로니스 공동 CEO: 알렉산더 린케, 바스티안 노미나커 기업가치: 111억 달러 업무 관리

21. 호핀 ★ CEO: 조니 부파랫 기업가치: 56억5000만 달러 가상 이벤트 플랫폼 ‘클라우드 100’에 새로 진입한 호핀의 플랫폼은 트위치나 뉴욕 제츠 같은 고객이 대면 행사처럼 접수, 엑스포, 인맥 교류 등을 갖춘 온라인 행사를 개최하도록 지원한다. 런던에 거주하는 27세 엔지니어 부파랫이 2019년 설립한 이 업체는 팬데믹 도중 호황을 맞이했다. 연간 반복 매출은 이미 지난 12개월 동안 8500만 달러를 넘어섰으며, 앤드리슨 호로비츠, 제네럴 캐털리스트, IVP 등 최고 수준의 투자자들로부터 투자금 5억6500만 달러를 유치했다.

22. 카르타 CEO: 헨리 와드 기업가치: 68억 달러 자산관리

23. 브레이즈 CEO: 빌 매그너슨 기업가치: 8억5000만 달러 고객 참여 유도

24. 루브릭 CEO: 비풀 신하 기업가치: 33억 달러 데이터 관리

25. 구스토 CEO: 조슈아 리브스 기업가치: 38억 달러 급여, 복지, 인사

※ HOW TO PLAY IT

피그마가 벌이고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은 팬데믹 이후의 세계에서 호황을 맞고 있다. 가트너는 전 세계 최종 사용자의 클라우드 서비스 투자가 올해 23% 증가한 332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흐름에 동참하고 싶은 투자자들은 퍼스트 트러스트(First Trust), 위즈덤트리(WisdomTree), 글로벌 X(Global X) 등 클라우드 컴퓨팅 ETF를 눈여겨보는 것이 좋다. 이 ETF들은 눈길을 끄는 클라우드 이름을 지니고 있지만 0.45%~0.65%의 비용 지급비율을 보인다. 대다수 IT 기업은 클라우드 기업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비슷한 노출을 얻을 수 있으며, 뱅가드(Vanguard)의 정보 기술 ETF에서는 0.01%의 비용지급비율을 제공한다. 클라우드 투자에서 실적 개선과 배당금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은 배당금이 4.6%인 IBM을 고려해볼 만하다. John Dobosz는 포브스 배당금 투자자 및 포브스 프리미엄 소득 보고서의 편집자다.

※ 멋진 수집가 암호화폐 스타트업 CEO와 결혼한 딜런 필드 피그마 CEO는 NFT와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상승장을 지켜보다가 올라타는 건 정말 즐거운 일이죠.”

- ALEX KONRAD 포브스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포브스 코리아 온라인 서비스는 포브스 본사와의 저작권 계약상 해외 기사의 전문보기가 제공되지 않습니다.

이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202109호 (2021.08.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