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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민·이혜민 핀다 공동대표 

건강한 대출 생태계 만들기 

김영문 기자
금융업은 엄격한 규제산업이라 혁신을 발휘하기 힘든 분야다. 2018년 금융혁신지원 특별법이 제정된 이후 환경이 많이 달라지긴 했으나 여전히 규제와 맞닿아 있다. 핀다는 특별법이 논의되기 전부터 녹록지 않은 대출 환경을 바꿔보겠다며 금융당국의 문을 두들겼다.

▎지난 10월 대출 중개·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기업 핀다 앱 누적 설치 건수가 100만 건을 돌파했고, 누적 대출 승인 금액은 400조원을 넘겼다. 박홍민·이혜민 핀다 공동대표는 “‘마이데이터’ 사업 본허가를 받아 앞으로 더 정교한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 생활 속 현금흐름을 디자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시중에 몰아치는 ‘대출 한파’가 매섭다. 지난 10월 주요 시중 은행들이 신용·전세·주택담보 대출을 한데 묶어 한도를 지정했고, 대출받으려고 새벽부터 은행에 줄을 서는 일까지 벌어졌다. 금융당국의 규제 탓이다. 전세·집단 대출이 막힌 사람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금융당국은 일단 서민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 전세대출만큼은 풀어주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대출 절벽’ 사태 이전에도 은행 문턱은 꽤 높았지만, 규제 당국까지 나서서 쥐고 흔드니 서민들은 더 불안하다.

“저는 더 그랬어요. 직장을 다니다가 잠시 백수 생활도 해봤고, 창업도 했습니다. 백수일 때는 은행 상담조차 거절당했지만, 창업 후 사업이 안정되자 거꾸로 대우(?)를 받기도 했죠. 재정 상황에 따라 상담 편차(?)가 좀 심하잖아요.(웃음) 그래도 대출이 꼭 필요했기에 은행 문턱이 닳도록 오간 것 같습니다. 물론 각종 IT 기술로 대출상담 절차가 간편해지긴 했으나 상담을 거쳐야 하는 건 우리 어머니 세대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더라고요.” - 이혜민 공동대표

“혜민님과 얘기하면서 ‘대출 현실’에 많이 공감했어요. 금융권 종사자였던 저조차 막상 대출을 받으려고 하면 늘 막막했거든요. 저도 처음 대출받았을 때 얼마나 떨었던지…. 실제 대출금이 얼마나 나올지, 대출금이 나오긴 나오는 건지 통장에 숫자가 찍히는 그날까지 잔뜩 긴장했죠. 저뿐만이겠어요? 대출은 우리 생활 속 문제인데, 뭔가 쉽고 정확하게 정보를 알아보고 신청할 방법이 없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 박홍민 공동대표

지난달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핀다 사무실에서 만난 박홍민(43)·이혜민(38) 공동대표는 창업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캐피털(VC) ‘500스타트업’에서 시작됐다. 박 대표는 500스타트업의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을 받던 파일공유 서비스 업체 스파이카(선샤인) 최고마케팅책임자(CMO)였고, 이 대표는 500스타트업의 어드바이저였다. 한국에서 대출받기 어려웠던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다 한국에 들어와 함께 창업하기로 결심했다.

두 사람 모두 신인이라고 하기엔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들이다. 유학을 다녀온 후 한국 자산운용사에서 일한 박 대표는 컨설팅 기업 넥스트랜스를 거쳐 대용량 파일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파이카에서 CMO 역할을 맡았고, 500스타트업의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 지원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생활하며 본사를 미국으로 옮기는 작업을 담당했다. 이 대표는 STX지주회사 신사업전략기획실에 다니다 창업에 뛰어들었다. 화장품 샘플 구독서비스 ‘글로시박스’, 유기농 식재료와 유아용품을 배송하는 ‘베베앤코’, 실리콘밸리 헬스케어 스타트업 ‘눔’ 코리아 대표까지. ‘전문창업가’로 불리는 그의 남편도 잡플래닛을 차린 황희승 대표다.

47개 금융사 대출상품, 1분 내로 조회


▎박홍민 핀다 공동대표.
2015년 9월 의기투합한 두 베테랑은 비대면 대출 중개와 관리 서비스를 표방한 핀다를 세웠다. 핀다 앱에서 총 47개 금융사의 대출·카드·투자·보험 등 1만여 개가 넘는 금융상품 중 개별 상황에 맞춰 대출조건을 1분 내에 조회하고 대출신청까지 할 수 있다. 저축은행, 캐피털사, 카드사뿐만 아니라 1금융권도 핀다 곁에 섰다. 특히 지난 8월 업계 최초로 온라인투자연계금융사인 렌딧과도 손잡아 렌딧의 개인신용 중금리대출까지 신청할 수 있게 됐다.

시장 반응도 뜨겁다. 지난 10월 15일 기준으로 핀다 앱의 누적 다운로드 수는 100만 건을 돌파했고, 대출 중개 누적 승인액도 412조원을 넘어섰다. 물론 설립 초기에는 대출모집인이 한 금융사의 대출 상품만 취급하는 ‘일사 전속주의’ 규제 탓에 서비스 자체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2019년 5월 금융위원회가 혁신금융서비스 대출 중개 부문 1호 서비스로 핀다를 지정한 후 가파르게 성장했다. 핀다는 대출 과정만 간소화한 게 아니라 대출과 신용 정보를 쉽게 조회하고 연체 없이 대출금을 갚아나갈 수 있도록 ‘대출 통합 관리 서비스’도 제공한다. 투자사들도 핀다에 과감하게 베팅했다. 올해 1월 핀다는 1000억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115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 유치를 마쳤다. 같은 달 ‘마이데이터’ 사업 본허가까지 받으며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더 정교하게 끌어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 ‘생활 속 현금흐름을 디자인하고 싶다’는 두 대표의 얘기를 더 들어봤다.

최근 대출 규제로 핀다를 찾는 이가 크게 늘었겠다.

박홍민 대표(이하 박 대표): 확실히 플랫폼을 통한 대출이 늘었다. 개인 신용정보 등이 담긴 증빙서류를 제출할 필요도 없다. 가입만 하면 제휴를 맺은 금융사와 이용자 정보를 한 번에 연동해 맞춤형 대출상품을 추천해준다. 그만큼 대출 부문에서 ‘정보의 비대칭성’이 컸고, 은행 문턱이 높지 않았나 싶다. 덕분에 ‘어떻게 하면 고객이 가장 좋은 조건의 대출을 쉽게 받을 수 있을까’란 우리의 목표이자 미션은 더 굳건해졌다.

마이데이터 사업 본허가를 받았다. 서비스는 어떻게 달라지나.

이혜민 대표(이하 이 대표): 지금까지는 신용평가사에서 정보를 받아 대출상품을 추천해줬다. 하지만 고객의 승인을 받아 여러 금융사에 퍼져 있는 고객의 금융 정보인 마이데이터를 활용하면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정교화할 수 있다. 특히 대환대출 절차가 까다로운데 제휴 금융기관의 대출금리를 한눈에 비교하고, 고도화된 신용정보를 토대로 금리가 더 낮은 대출로 쉽게 갈아탈 수 있는 서비스 출시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더 나아가 금융 이력이 부족한 신파일러(Thin-filer), 돈 관리는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막막한 고객, 더 나은 금융상품의 기회가 있는지도 모르고 지나치는 고객들에게 초개인화된 맞춤형 금융상품을 선보일 수 있다.

처음에는 제휴 금융기관이 한 곳이었다고 들었다.

이 대표: 그랬다. 딱 한 곳이어서 비교하고 싶어도 비교를 할 수 없었다.(웃음) 금융이 어려운 분야라는 걸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현행법을 따져보는 것보다 개인정보가 충분하지 않은데 어디까지 대출 정보를 보여줄 수 있을지, 따져볼 게 한둘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핀다는 회원가입도 받지 않고 대략적인 신용정보만으로 대출 정보를 주겠다고 했으니…. 처음에 멘토링을 해준 회사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하지만 은행 지점에서 상담할 때 보여주는 수준의 정보는 우리가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은행들이 쉽게 정보를 주지는 않았을 텐데.

박 대표: 대놓고 거부감을 드러내는 은행도 많았다. 핀다 앱에서 자기네 은행 로고와 상품 정보를 빼달라는 요청도 많았다. 그래도 상품 정보를 끌어올 수 있는 방법은 모두 강구했다. 단순 무식하게 인터넷에서 긁어오거나 금융기관이 공시한 정보를 끌어오기도 했다. 금융기관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보기도 하고, 가상으로(?) 은행의 대출상담 고객이 돼 대출 한도와 이자 데이터를 쌓기도 했다. 그만큼 모든 대출 정보를 고객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일념이 있었다. 핀다 앱을 통해서 고객들이 대출에 나서자 은행들의 태도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힘들었겠다.

박 대표: 두 번 정도 큰 고비가 있었다. 한 번은 2018년 즈음으로 고객에게 대출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기조차 쉽지 않아 서비스가 성장하지 못했다. 규제의 벽을 실감했던 때다. 자금도 고갈돼 직원을 줄일까도 고민했다. 2020년에는 조직의 성장통으로 고생 좀 했다. 조직원이 50여 명으로 늘어나자 10명일 때와는 운영이나 협업 방식이 완전히 달라져야 했다. 막연하게 핀다는 수평적인 조직이라는 표현만으로 팀 간에 생기는 벽(?)을 허물 수는 없었다. 고객과의 접점을 늘려도 모자랄 판에 내부 소통조차 순탄하지 않았으니 얼마나 답답했겠나. 신입이 고참 직원들의 멘토가 되는 역멘토링까지 도입해 유기적인 조직이 되는 한편 고객과의 소통도 늘리고자 했다.

고객들이 뭘 제일 많이 요청하던가.

이 대표: 당연히 대출이 급해 우리를 찾았지만,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하는 고객이 많았다. 우선 대출 정보를 확인하려면 개인의 신용정보나 연락처를 입력해야 하는데 과거 쏟아지는 대출 관련 스팸문자를 떠올리는 이가 많았다. 우리는 대출 과정에서 생길 불편을 하나라도 없앨 심산으로 200여 개 넘는 금융기관에서 받을 수 있는 스팸문자를 막는 서비스도 내놨다.

일부에서 대출을 권유(?)한다는 시선도 있다.

이 대표: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대출이 필요한 고객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고, 조금이라도 저렴한 이자 조건을 제시해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고자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구더기 무서워 장을 포기할 수 없듯이 대출을 안 좋게만 볼 수도 없지 않나. 대출은 받고 끝나는 게 아니라 제때 상환해야 한다. 우리가 대출비교만큼이나 ‘대출관리’ 서비스에 신경쓰는 이유다. 고객 입장에서 어떤 대출을 먼저 상환하고, 어떤 대출로 갈아타면 좋을지 등을 계획할 수 있다. 고객이 자신의 현금흐름을 한눈에 보는 것이다. ‘핀다대출안심플랜’도 또 다른 안전장치다. BNP 파리바 카디프생명과 손잡고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한 사망 또는 80% 이상의 장해로 대출금 상환이 어려워지는 경우에 보험금으로 대출기관에 남은 대출금을 상환해주는 단체보험서비스를 제공한다. 보험료는 핀다에서 전액 부담한다.

“클라우드로 보안 문제 해결”


▎이혜민 핀다 공동대표.
고객정보를 안전하게 지키면서 1분 내에 대출조건을 확인하려면 쉽지 않겠다.

박 대표: 초기부터 AWS 클라우드를 도입한 덕에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 창업 초기 서버용 컴퓨터를 구축하고, 개발자를 고용하는 건 부담이 큰데, 우리는 처음부터 클라우드를 도입해 개발자 1명과 디자이너 1명으로 팀을 꾸릴 수 있었다. TV 광고 이후 대출 정보를 비교하려는 고객이 폭증했지만, 클라우드 덕분에 서비스 중단을 겪지 않았다. AWS 클라우드는 마이데이터 사업 본허가를 받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금융당국이 가장 꼼꼼하게 보는 게 보안인데, 클라우드 기반이라는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미 AWS 클라우드의 네 군데 서울 리전(데이터센터)은 금융보안원의 기본보호조치 104개, 금융분야 추가 보호조치 32개 분야의 평가를 모두 통과한 상태였다.

최근 은행과는 어떤 관계를 유지하고 있나.

박 대표: 긍정적으로 변했다. 은행을 비롯한 많은 금융기관이 플랫폼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플랫폼에서 어떤 상품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지 우리와 머리를 맞대기도 한다. 마이데이터 사업이 본격화되면 고객 데이터를 더 구체적으로 확보해 은행과 함께 새로운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상생 관계가 공고해지는 셈이다. 대환대출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 핀다에서 6개월 사이 총 3번의 신규 대출을 받은 고객이 있다. 처음에는 20%대 금리의 대출을 받았는데 마지막에는 7%대 금리의 대출로 갈아탔다. 은행 입장에서 이자 수익이 줄었다고 할 것 같지만, 오히려 상환하지 못할 리스크가 줄어든다는 의미가 더 크다. 결국 여신 생태계가 훨씬 더 건전해진다.

앞으로 국내 금융 환경이 또 달라지지 않겠나.

이 대표: 그렇다. 창업할 때 해외 사례를 참고했다. 규제 환경이 달라 그대로 따라 할 수는 없지만 추구하는 바는 읽을 수 있었다. 미국에서는 개인자산관리(PFM)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트, 크레디트카르마, 에이콘스, 너드월렛 등을 참고했다. PFM은 여러 금융기관에 흩어져 있는 개인의 금융데이터를 모아 소득과 소비 등을 분석해 생애주기에 맞춰 맞춤형 자산관리를 컨설팅하거나 관리해주는 서비스다. 국내에서 이제 막을 여는 마이데이터 사업이라고 보면 된다. 궁극적으로 국내 금융시장도 PFM을 필두로 한 생활 금융 플랫폼이 보편화되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 대표: 궁극적으로는 마이데이터 사업을 넘어 종합금융으로 가야 하지만, 당분간 ‘대출’에만 집중하려고 한다. 마이너스통장, 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 전세대출 등 당장 목돈이 필요해 허덕이는 이가 너무 많다. 여전히 ‘사람들이 가장 최적의 대출을 받고 잘 갚을 수 있도록 돕겠다’는 우리의 미션은 유효하다.

박 대표: (그러기 위해서) 좋은 분들이 핀다와 함께해야 한다. 새로운 것, 자신의 방식과 다른 의견을 반기는 사람이면 좋겠다. 업무 프로세스 전체를 완성된 형태로 봐주는 책임감 있는 사람이면 핀다와 꼭 맞다. 서로 의견을 내며 발전하기 위해 새로운 것을 찾고자 하는 이라면 누구든 주저 없이 핀다의 문을 두드려달라.

-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

202111호 (2021.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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