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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인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18) 

페이스북은 왜 메타버스에 돈을 쏟아붓나 

스마트폰이 만들어낸 모바일 환경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왔다. 메타버스의 확장은 ICT 공룡들에게 또 다른 변곡점으로 다가오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가상·증강현실 기기 ‘레이밴 스토리’를 소개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최근 가장 많은 가상·증강현실 기기를 발표한 회사로 꼽힌다. 특히 오큘러스 퀘스트(Oculus Quest)는 증강현실 기기 중 최초로 대중적인 히트를 친 제품이며, 시리즈 1의 인기를 넘어 오큘러스 퀘스트 2는 더 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게다가 증강현실 글라스를 레이밴(Rayban)과 합작으로 출시하기도 했는데, 여기에도 혹평보다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인 페이스북이 왜 자꾸 증강·가상현실 하드웨어 제품을 출시하고, CEO인 마크 저커버그가 메타버스야말로 페이스북의 미래라고 밝히며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하는 걸까?

레이밴과 증강현실 글라스 내놓은 페이스북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데 성공한 페이스북의 가상·증강현실 기기 오큘러스 퀘스트 2 제품.
현재 페이스북의 상황은 안팎으로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미국 정치권은 빅테크의 독점적 행태에 브레이크를 거는 중이다. 그런데 마크 저커버그는 이에 한 치도 양보 없이 맞받아치며 그들에게 크게 이롭지 않은 여론을 형성했다. 또 내부고발자인 프란시스 하우겐(Frances Haugen)의 청문회 고발로 인해 회사의 경영방식과 기업문화도 도마에 올랐다.

정치권과 일부 여론은 페이스북을 분사해 독점적 지위를 해체하고 건강한 기업문화 유지를 위해 시민사회의 감독하에 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것이 현실이 된다면, 현재의 모습에서 개선된 플랫폼 구축을 위해 리더십 교체, 대대적인 노선 수정 및 프로세스 개선 등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만큼, 경영진 입장에서 마냥 달가운 상황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더 근원적이고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지니고 있다. 플랫폼이긴 하지만 다른 인프라스트럭처 혹은 운영체제 위에서 구현되는 2차 플랫폼인 만큼 1차 플랫폼 및 인프라스트럭처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사실이다. 인터넷만 있으면 모든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만큼 다른 기업에 의존하는 것이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지 않나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최근 애플과 에픽 게임즈의 소송전을 들여다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애플이 완벽하게 앱스토어와 하드웨어를 장악하고 있는 환경에서 에픽 게임즈 같은 게임 개발사들은 애플이 정해준 룰을 무조건적으로 따라야 하며, 반기를 들 경우 주어지는 페널티가 엄청나다. 또 플랫폼&하드웨어 시장은 선점과 확장의 기회를 놓치면 복기하기가 불가능에 가깝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윈도우 폰을 만들어 모바일 운영체제 시장에서 애플, 구글과 치열하게 경쟁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출혈이 너무 커 모바일 운영체제 시장을 포기하며 한 발 물러섰다. 빌 게이츠는 이에 대해 “자신이 내린 결정 가운데 가장 후회되는 일 중 하나”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페이스북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악화되고 있고, 플랫폼으로서 불안한 포지셔닝 때문에 페이스북은 자신들이 언젠가는 사람들을 연결하는 세계 최고의 플랫폼으로서의 지위를 잃게 될까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새로운 시장, 새로운 사용자, 새로운 플랫폼에 대한 연구와 진출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는 것이다. 특히 그들이 사활을 걸고 있는 조직인 ‘페이스북 리얼리티 랩(Facebook Reality Lab)’은 메타버스 시장을 선도하려는 비전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현재 메타버스 시장의 양대 산맥은 누가 뭐라고 해도 마이크로소프트와 페이스북이다. 이 둘의 지향점은 같을지 몰라도 시작점과 전개 방향은 반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그들이 가장 잘 알고 잘하는 B2B 시장을 필두로 성장 중이다. 정부나 기업에서 활용할 만한 기능을 탑재한 기기와 소프트웨어를 주로 만드는데, 미국 국방부나 나사(NASA) 혹은 자동차나 항공기 조립 등의 업무에 투입한다. 기기의 성능도 가능한 선에서 최상으로 맞추는 만큼, 가격대도 대당 3500달러 수준으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물론 일반 대중에게는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B2B 기준에서는 나쁘지 않은 가격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B2B를 기반으로 이 기술을 발전시키고 시장을 형성한 후 차근차근 B2C 영역으로 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가상·증강현실 기기가 스마트폰 대체할 것

반대로 페이스북의 대표 기기 오큘러스는 철저하게 대중을 먼저 공략한 제품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마찬가지로 그들이 제일 잘 이해하고 활용 가능한, 일반 사용자들이 뭘 좋아하는가를 기반으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만든다. 가장 중심적인 기능과 카테고리는 게임과 엔터테인먼트이고, 이를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의 기기를 저렴하게 판매한다.

기기 한 대를 판다고 해서 큰 수익이 나는 구조는 아니다. 하지만 합리적 가격 책정으로 현재까지 450만 대 넘게 판매됐고 이를 통해 가상현실 플랫폼으로서의 대중적 입지를 탄탄하게 다졌다. 이러한 대중적 기반 위에 하나둘 B2B 영역마저 넘보고 있다. 호라이즌 워크룸스(Horizon Workrooms) 같은 가상현실 협업 툴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이 업무용 서비스는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한 공간 안에서 함께 작업하는 듯한 경험을 선사해준다.

페이스북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레이밴과 협업해 증강현실 글라스를 시장에 내놓았다. 증강현실 글라스는 경쟁사인 구글(Google), 스냅챗(Snapchat), 매직 리프(Magic Leap) 등이 이미 발매한 적이 있으나 크게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 빈약한 기능과 콘텐트뿐 아니라 일상에서 쓰고 다니기 민망한 수준의 하드웨어 디자인이 문제였다.

하지만 이번에 페이스북은 이 문제를 상대적으로 가장 잘 해결한 제품을 내놓았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일반 선글라스와 차이가 거의 없는 디자인이고, 사용자 경험도 크게 복잡하지 않다. 또 일반적으로 골전도 스피커 기능이 장착된 선글라스의 가격대가 250달러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페이스북 증강현실 글라스의 가격(299달러)은 분명 매력적이다. 게다가 사진, 동영상, 동시통역 등을 제공하는 꽤 유용한 기기다. 물론 사진과 영상 퀄리티가 스마트폰에 비해 크게 뒤처지는 것이 사실이고, 모바일 앱에 비하면 활용할 수 있는 콘텐트도 제한적이다. 하지만 모든 플랫폼이 초창기에는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의 한계에 좌절하기보단 이 플랫폼을 통해 만들어낼 수 있는 미래의 가능성에 투자한다.

스마트폰의 발전에서 보아왔듯, 데스크톱이나 태블릿PC 같은 하드웨어 기기와 가상·증강현실 기기 사이의 경계도 무너질 것이다. 그때가 되면 가상·증강현실 기기가 스마트폰을 대체하는 순간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을 것이고, 이를 통해 페이스북은 다른 플랫폼과 인프라스트럭처에 대한 의존도를 대폭 줄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

비즈니스 운영 측면에 문제가 있거나 도덕적인 부분에서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플랫폼 종류와 사이즈에 상관없이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하지만 전 세계 사람을 연결한다는 페이스북의 기본 전제는 여전히 중요한 가치다. 그런 만큼 페이스북이 현재 겪고 있는 성장통과 가상·증강현실로의 도전은 흥미로운 변곡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이상인 MS 디렉터는… 마이크로소프트의 Cloud+AI 부서의 Design Convergence Studio를 총괄하는 Principal Design Manager로 일하고 있다. Deloitte Digital 뉴욕 오피스의 Head of design team을 맡았으며, 디지털 에이전시인 R/GA의 Product Innovation팀에서 Lead Designer로 근무했다. 베스트셀러 『디자이너의 생각법; 시프트(2019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뉴 호라이즌(2020년)』을 출간했으며 현재 유튜브 채널 ‘쌩스터 티비’를 운영 중이다. 수상 경력으로는 코리아 디자인 어워드(대상, 2017), Cannes Lions (Silver, 2013) 등이 있다.

202111호 (2021.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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