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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 중고차 매매에 시동을 걸다 

 

아론 탄이 창업한 중고차 판매업체 카로는 이제 유니콘 기업이다. 그러나 만만치 않은 경쟁업체들이 동남아시아 온라인 중고차 시장에 뛰어들면서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경쟁은 어느 때보다 치열해졌다.
아론 탄(Aaron Tan, 37세)은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카로(Carro)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다. 그는 지금 정신없이 바쁘다. 동남아시아에서 중고차를 매매하는 온라인 플랫폼 카로가 지난 6월에 3억6000만 달러의 투자 라운드를 완료하고 기업가치를 10억 달러로 끌어올리며 유니콘으로 등극했기 때문이다. 전화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탄은 카로가 이제 막 시작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수년 후 최대한 빨리 ‘데카콘(뿔이 10개 달린 상상 속 동물로, 기업가치가 10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을 지칭)’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러나 그가 말한 대로 11자릿수 금액에 도달하려면 싸워 이겨야 할 상대들이 만만치 않다. 가장 막강한 경쟁자는 바로 카썸(Carsome)이다. 말레이시아 중고차 플랫폼 카썸은 카로와 정확히 같은 시장을 노리고 있기 때문에 정면 충돌이 불가피하다. 카썸은 7월에 기업가 패트릭 그로브가 창업한 캣차 그룹(Catcha Group)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2억 달러 규모의 주식 스와프를 통해 호주 증시에 상장된 아이카 아시아(iCar Asia)를 인수했다. 두 회사를 합할 경우 매출은 총 10억 달러에 도달하기 때문에 카썸은 말레이시아 최초의 유니콘 기업이자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온라인 자동차 마켓플레이스가 된다. 카썸은 향후 12개월 내 상장 추진을 고려 중이라고 공개적으로 발표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싱가포르에 기반한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캐러셀(Carousell)도 올해 초반 소비자가 내놓은 매물을 기업이 인수하는 C2B 입찰 플랫폼을 구축하고 자동차대출과 같은 금융상품을 제공하는 등 자동차 거래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하겠다고 선포했다.

카로는 자동차 매매의 거의 모든 단계에서 AI를 적용하여 경쟁자들과 차별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카로 플랫폼에 매물로 나온 자동차는 AI 소프트웨어로 검사하고 고객서비스는 채팅 봇을 통해 제공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카로는 게이밍 하드웨어 생산업체 레이저(Razer)가 이끄는 기업단에 들어가서 싱가포르 디지털금융 영업 라이선스를 낙찰하려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싱가포르 디지털금융 시장에 진입하려던 계획은 무산됐으나 카로는 창업 후 지난 6년간 자동차대출과 보험 등 핀테크 서비스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550억 달러 규모의 동남아시아 중고차 시장에서 카로의 입지는 튼튼하다. 활성 이용자가 2억 명이 넘고, 올해 3월까지 1년간 총거래액은 10억 달러를 돌파했다. 싱가포르는 정부에서 전체 차량 대수를 통제하는 자동차 증가율 0%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에 카로 중고차 거래의 70%는 싱가포르를 제외한 해외시장에서 발생한다. 해외시장에서 구축한 탄탄한 입지는 회사의 영업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임을 보여주는 척도다. 탄은 최근 모집한 투자금을 신규시장 진출에 투자하여 현재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에서 입지를 굳힌 카로의 영업 범위를 필리핀과 베트남으로 확장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재무 실적도 빠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매출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상승해 3억 달러를 기록했다. 탄은 카로가 2년 연속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고 자랑했(지만 정확한 금액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다른 온라인 경쟁업체들은 “매출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지금 모색 중인 반면 우리는 벌써 그 방법을 찾아냈다”고 탄은 말했다. “그것도 아주 잘 해내고 있죠.”

카로는 자체 투자사업부 지니 파이낸셜 서비스(Genie Financial Services)를 통해 3억5000만 달러가 넘는 자동차대출 신청을 심사하기도 했다. 탄은 “차입 금융으로 1억5000만 달러가 넘는 돈을 조달했다. 팬데믹 이후 전반적으로 투자가 둔화되고 은행들이 스타트업에 대출을 잘 해주지 않는 상황에서 대단한 일을 해낸 것”이라고 말했다. 카로는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고 금융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온라인 중고차 시장에서 경쟁업체 대비 “우위에 있다”고 오픈스페이스 벤처스 공동 창업자인 셰인 체슨이 말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창투사 오픈스페이스는 인도네시아 온라인 중고장터 주알로(Jualo)에 투자했으며, 카로는 이 회사를 2019년 인수했다.

탄은 “팬데믹이 카로의 영업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팬데믹 이후 글로벌 반도체 공급 부족이 심화되면서 자동차 생산이 감소했고, 그 결과 중고차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시장조사기관 모멘텀 웍스가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고차 인기 또한 상승 추세에 있다. 동남아시아 지역 소비자들이 좀 더 저렴한 자동차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동남아시아는 자동차 소유율이 낮은 만큼 중고차 시장이 성장할 여지도 아직 많다.

탄은 청소년 시절부터 컴퓨터에 관심이 많았다. 독학으로 프로그래밍을 익혔고 스타트업 2개를 창업했다. 스타트업은 싱가포르 경영대학 입학 후 학업에 집중하기 위해 둘 다 매각했다. 과학을 전공한 그는 최우등생으로 학교를 졸업했고, 국비 장학금으로 미국 유학을 마쳤다. 그가 자동차 매매에 큰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미국 유학 시절부터다. 당시 그는 부업으로 돈 많은 매수자에게 중고차를 판매하는 일을 하며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중고차의 가치를 제대로 책정하고 적절한 매수자와 매매 타이밍을 찾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었다고 탄은 말했다.

2010년 카네기멜론대학에서 컴퓨터과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탄은 싱가포르에 돌아와 싱가포르 거대 이동통신사 싱텔의 투자사업부 이노베이트(Innov8)에서 일했다. 그는 이노베이트에서 일한 5년간 벤처투자 커뮤니티에서 네트워킹을 하면서 투자자 우선순위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탄은 이노베이트의 동남아시아 투자를 총괄하다가 회사가 샌프란시스코에 진출하면서 샌프란시스코로 갔고, 2015년 다시 싱가포르에 돌아왔다.

카로는 탄이 전 직장 동료를 도와 싱가포르에서 온라인으로 중고차를 찾다가 중고차 상태나 가격에 대한 투명성이 부족하다고 느끼면서 시작됐다. 미국에서는 2012년 억만장자 어니스트 가르시아 3세가 창업한 중고차 딜러 사이트 카바나(Carvana)에서 클릭 몇 번만으로 사전 점검 때 차체 곳곳을 찍은 사진과 사고 이력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거의 모든 단계를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카바나는 큰 성공을 거두었고, 이를 지켜본 탄은 시장기회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후 그는 카네기멜론에서 함께 연구했던 아디티야 레스마나, 켈빈 층과 함께 2015년 카로를 창업했다.

카로의 성공은 역내 스타트업 허브로 자리를 굳히려는 싱가포르의 노력을 잘 보여준다. KPMG가 조사한 글로벌 순위에서 도시국가 싱가포르는 2021년 2년 연속 실리콘밸리의 뒤를 이어 세계 최고의 기술혁신 허브 2위로 선정됐다. 탄은 “싱가포르는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열어주는 활기찬 스타트업 생태계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카로는 싱가포르 정부 산하 투자사 EDBI와 B 캐피털, 인시그니아 벤처스 파트너스, 미쓰비시, 소프트뱅크 등으로부터 4억 달러가 넘는 자금을 모집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칭화대학교 최고경영자 MBA 과정까지 마친탄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는 카로를 ‘자동차 산업의 아마존’으로 키우기 위해 1~2개월 후 더 많은 투자금을 모집하기 위한 과정을 진행 중이다. 물론 최소 18개월 후 이야기지만, 그다음에는 회사를 미국 증시에 상장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10억 달러는 시작에 불과해요.” 그가 말했다.

※ 기어 변경 - 동남아시아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개인 승용차 이동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증가했다.

※ 오프라인 대 온라인 - 동남아시아에서 자동차를 구매하는 사람 대부분은 구매 전 차 상태를 직접 확인하는 걸 선호한다.

- ZINNIA LEE 포브스아시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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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호 (2021.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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