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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혁신기업 한국 TOP 100 | 국내 최초 기업 혁신역량의 정량 평가 

혁신 경쟁력 최강 기업들 

이진원 기자
기존 기업 지식재산권 평가는 단순히 특정 기술특허를 얼마나 많이 보유하고 있는가를 기준으로 삼았다. 혁신기업 평가는 심사위원단을 구성해 주관적인 정성 평가로 진행해왔다. 반면, 포브스코리아는 7억 건에 달하는 지식재산권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한 아스타뮤제와 공동으로 ‘파워 혁신기업 TOP 100’을 선정하면서 국내 기업이 보유한 지재권의 질적 평가와 혁신인재를 정량화한 ‘혁신인재 집적도’를 기반으로 차별화했다.

캠브리지 사전에서는 혁신인재(Innovator)를 ‘새로운 디자인, 제품 등을 개발하거나 수행하는 방법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현대사회에서 새로운 발상은 일반적으로 특허나 논문 형식의 배타적인 방법으로 구현되며 독창성과 창의성을 대외적으로 평가받는다. 이렇게 공표된 지식재산권은 이후 실효성, 피인용 정도, 연구의 시장 기대치, 공동연구, 연구기금 유치 등에 따라 영향력의 크기가 결정된다.

파워 혁신기업 TOP 100은 지재권의 영향력에 초점을 맞췄다. 영향력을 평가하기 위해 특허건수뿐만 아니라 특허의 파급력과 특허 보유자의 역량을 종합적으로 파악했다. 이를 ‘혁신인재 집적도’로 명명하고 기업 단위는 물론 인물 단위로 지재권이 갖는 파급력을 점수화했다.

구체적으로 구분하면 ▶지재권의 시간적·지리적 실효성 및 영향력 ▶혁신의 개방성 ▶기업별 혁신인재 파워 등을 종합했다. 이번 조사는 혁신인재의 새로운 발상을 기술로 구현하고, 이 기술이 기존 업계의 판을 바꾸는 비즈니스로 발전시킨 국내 혁신기업들을 조명하기 위해서다.

데이터분석을 담당한 아스타뮤제의 가와구치 노부아키(川口伸明) 혁신창출사업부장에 따르면, 이번 조사에서 상위권에 오른 업종은 바이오테크, 헬스케어, 화학, 소재정보학(material informatics) 기반의 소재 개발, 나노테크, 반도체 활용 센싱 등이다.

가와구치 부장은 “혁신 기술력이 뛰어난 인재가 모이면 혁신 비즈니스가 가능해진다”며 “상위에 오른 업종은 지적 집적도가 중요한 업계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기계, 생활잡화, 식품 등 대량생산이 이뤄지는 업계는 생산인력이 많아 혁신인재 집적도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았다.

혁신인재 집적도는 같은 업계라도 기업의 성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헬스케어 부문에서는 대량생산 기업에 비해 신규 바이오칩 개발사의 혁신인재 집적도가 높다. 자동차 부품 업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전기자동차 부품 개발사가 높은 혁신인재 집적도를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와구치 부장은 “이번 평가 기준의 특성상, 업계에 영향력 있는 특허와 논문을 다수 발표하며, 대외 공동 연구에 적극적인 기업이 결론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며 “조사결과 바이오테크, 나노테크 분야 등 첨단 분야가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는 기업의 혁신을 특허의 영향력과 특허권 보유자의 가치를 정량적으로 평가해 한국 기업들의 혁신 역량을 측정했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1527개사 소속 혁신인재 47만 명 평가

조사는 자산 규모 5000억원을 기준으로 대기업/중견기업 리그와 중소기업 리그로 나눠서 진행했다. 대기업/중견기업 리그에서는 쟁쟁한 대기업을 제치고 세계 최초 기술을 19개나 보유하고 있는 주성엔지니어링이 1위에 올랐다. 주성엔지니어링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태양전지 제조 장비 사업을 한다. 세계 최초로 신개념 플라스마 기술인 LSP(Local Space Plasma)를 개발해 증착 장비에 적용하여 양산하고 있다. 임직원 424명 중 65%인 275명이 연구개발 인력이며, 이 중 71명이 혁신인재로 평가됐다. 고득점을 받은 특허로는 ▶플라스마 발생 장치 및 플라스마 발생 방법(특허번호 KR102108896B1) ▶맨홀 환기 제어 장치(KR102045298B1) ▶박막 증착 장치 플라스마 생성 장치 및 박막 증착 방법(KR102010762B1) 등이다. 매년 매출액의 15.1%를 R&D에 투자한다.

배터리 강자인 LG화학/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가 각각 2위, 3위를 차지했다. 조사 과정에서 LG화학과 물적분할한 LG에너지솔루션을 묶은 것은 LG에너지솔루션 명의의 특허 출원이 2021년 11월부터 등록되고 있어 배터리 관련 특허와 논문 대다수가 LG화학 명의이기 때문이다. LG화학/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사업 관련 특허 2만3610건, 2500명 이상의 연구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중 1818명이 혁신인재로 평가됐다. 고득점을 받은 특허로는 ▶신경층용 구성물(KR102096275B1) ▶블록코폴리머(US10287429B2)▶플렉서블 플라스틱 필름(KR102107738B1) 등이 있다.

2차전지, IT 및 자동차 소재, 에너지 분야 전문기업인 삼성SDI는 약 2000명의 R&D 인력 중 986명이 혁신인재로 평가됐으며 고득점을 받은 특허로는 ▶리튬 이차 전지용 음극 및 이를 이용한 리튬 이차 전지(KR102094993B1) ▶감광성 조성물 및 이를 포함하는 양자점 고분자 복합 패턴(US10324373B2) ▶비접촉식 충전 시스템 및 이를 포함하는 에너지 저장 시스템(KR101508302B1) 등이 있다.

이 밖에 이지바이오(4위), 한온시스템(5위), 엠케이전자(6위), SK케미칼(7위), 에코프로(8위), SFA(9위), 코스맥스(10위)가 ‘톱 10’에 이름을 올렸다.

주요 대기업들의 순위는 삼성전자 11위, 아모레퍼시픽 16위, CJ제일제당 20위, 삼성정밀화학 29위, SK이노베이션 38위, 삼성중공업 46위, SK텔레콤 48위, 현대오토넷 55위, LG디스플레이 77위, SK하이닉스 93위였다. 삼성전자가 10위권에 진입하지 못한 까닭은 전체 생산인력의 비중이 높은 탓이다.

R&D 주력하는 강소기업들 고득점

중소기업 리그에서는 원천 나노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바이오시네틱스가 1위를 차지했다. 물에 거의 녹지 않는 난용성 물질을 물에서 잘 풀리는(분산되는) 물질로 변형하는 나노 입자화 및 나노 약물 전달 시스(DDS) 기술은 시장과 업계에 파급력이 큰 기술로 평가받았다. 바이오시네틱은 이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나노 의약품의 개발과 사업화에 주력하고 있다. 바이오시네틱스의 연구 인력 중 9명이 혁신인재로 평가됐다. 고득점을 받은 특허는 ▶신규 의약품 조성물(PH12017501081B1) ▶아프레피탄트 의약품 조성물(US10058510B2) ▶초음파를 이용한 도세탁셀 하이드레이트(docetaxel hydrate) 조제방법(KR101508302B1) 등이다.

2위에 오른 선바이오는 안전한 생체적합 고분자(PEG)를 의약품 또는 기타 목표물의 표면에 화학적 공유결합으로 부착하는 기술을 활용해 바이오시밀러 의약품 및 신약개발 사업을 하고 있다. 13명이 혁신인재로 평가됐으며, 특허 중에 ▶폴리에틸렌 글리콜 하이드로겔 주입(KR101637883B1) 구강건조증의 예방·치료·개선용 폴리에틸렌 글리콜 유도체를 포함하는 구강청결제 및 약학적 조성물(KR101526258B1) 등이 고득점을 받았다.

3위 툴젠은 유전자가위 3종을 모두 독자 개발해 국내 최초로 사업화한 기업이다. 툴젠은 최근 학계와 생명과학 산업계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CRISPR(Clustered Regularly 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s)/Cas 시스템 기반의 유전자가위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툴젠은 최근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방식의 혈우병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다. 임직원 중 56%가 전문 연구개발 인력이다. 보유 특허 중에 ▶Campylobacter jejuni CRISPR/CAS 시스템 유래 RGEN을 이용한 게놈 편집(US10519454B2) 등이 고득점을 받았다.

이어 10위권에는 안지오랩(4위), 이비테크(5위), 노브메타파마(6위), 피플바이오(7위), UXN(8위), 에브리봇(9위), 비엔에프코퍼레이션(10위)이 포함됐다. 특히 중소기업 리그에서는 헬스케어 기업이 많이 포함됐는데 10위권 내 8개, 100위권 내 37개였다. 중소기업 리그에서 상위에 오른 기업들은 적은 임직원수에 생산보다 연구개발이 주력인 곳이 많아 상대적으로 혁신인재 집적도 점수가 높게 나타났다.

※ 방법론
2000년 이후의 한국 기업 소속의 특허출원인, 논문 저자, 그랜트 수혜자를 집대성해 인물 단위로 통합했다. 인물이 보유한 기술 한 건 한 건에 대해 기술적 정량 평가와 더불어 인물의 공동연구 네트워크 중심 지표 등 아스타뮤제 고유의 7개 평가지표에 따라 컷오프했다. 그 결과 지재권 소유자 중 한국의 혁신인재 47만 명을 최종 추출했다. 이를 소속 기업으로 다시 묶어 해당 기업의 임직원수로 나눠 총 1527개사의 기업별 혁신인재 집적도를 점수화했다. 혁신인재 집적도의 비교는 기업 규모와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다. 따라서 2021년 하반기 기준으로 자산규모 5000억원 이상 및 임직원 1000명 이상인 대기업/중견그룹 리그와 기준 미만의 중소기업 리그로 나눠 순위 작업을 진행했다. 단, 순위에 들었지만 일부 논란이 있는 기업들은 제외했다.

※ 아스타뮤제는 - 일본 도쿄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세계 193개국, 39개 언어, 7억 건 넘는 무형자산 데이터베이스를 구축, 운영하고 있다. 미래 창조성장 영역 136개와 지속성장개발목표(SDGs)에 대응한 사회적 해결과제 105개를 자체적으로 분류해 관련 지식재산권을 분석한다. 머신러닝을 통해 영역별·기업별·목적별로 고도의 예측 알고리즘을 개발했고 기업, 금융기관/투자가, 공공 기관 대상으로 데이터분석 및 무형자산 시각화 서비스를 제공한다. 구체적 비즈니스 모델은 데이터분석 및 예측 기반 컨설팅, 얼터너티브 데이터 및 평가 스코어링 제공, 기업가치 평가, 비즈니스 의사결정 지원 툴, 전문인력 채용지원 SaaS, 인게이지먼트 플랫폼 등이다.

- 이진원 기자 lee.zinone@joongang.co.kr

202203호 (2022.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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