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잃을 게 없다 

 

사업은 도전이다. 도전은 리스크를 피할 수 없다. 성공확률과 손실확률 사이에서 고민하게 마련이다.
사업은 끊임없는 선택의 결과물이다. 더 큰 이득을 얻기 위한 선택. 또는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 이득을 보기 위해 특정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 여러 인터뷰에서 나의 스타트업을 지금까지 살아남게 한 원동력이 무었이었냐는 질문을 받았다. “우린 잃을 게 없었어요.” 나는 입버릇처럼 이렇게 대답했던 것 같다.

손실이라는 두려움.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것들을 잃을까 봐 두려워하고, 같은 금액이라도 이득을 보았을 때보다 손실을 보았을 때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를 손실 회피(Loss Aversion)라고 한다. 당첨 확률이 800만 분의 1밖에 되지 않는 로또는 잘만 사지만, 조류독감이 유행한다고 하면 닭고기를 절대 먹지 않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다음과 같은 경우 당신은 어떻게 행동할까?

· 옵션 A: 1000만원을 확실하게 얻을 수 있다.

· 옵션 B: 1500만원을 얻을 수 있지만 20% 확률로 한 푼도 못 받는다.

이렇게 이익을 앞세운 경우 대부분 안전한 옵션 A를 선택했다.

· 옵션 C: 1000만원을 확실하게 잃을 것이다.

· 옵션 D: 1500만원을 잃을 수도 있지만 20% 확률로 한 푼도 잃지 않는다.

이 경우에는 대부분 옵션 D를 선택했다. 다른 예를 한번 들어보자. 600명이 살고 있는 마을에 갑자기 살을 갉아먹는 신종 박테리아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다음과 같은 박테리아 박멸 프로그램 중 어느 것을 선택할까?

· 프로그램 A: 200명을 무조건 살릴 수 있다.

· 프로그램 B: 3분의 1 확률로 600명 전체를 살릴 수 있으나, 3분의 2 확률로 전체가 죽는다.

이 경우 안전하게 200명을 살리는 프로그램 A를 선택한 이가 72%에 달했다.

· 프로그램 C: 600명 중 400명은 무조건 죽는다.

· 프로그램 D: 3분의 1 확률로 아무도 죽지 않지만, 3분의 2 확률로 600명 전체가 죽는다.


이 경우에는 78%가 확률의 도박에 맡기는 프로그램 D를 선택했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실험들을 통해 이익이 손해보다 2.5배 정도 높을 때 사람들이 이익을 좇게 된다고 밝혔다. 1만원을 잃을 수 있지만 2만5000원을 얻을 수 있는 구조를 가진 결정들에 쉽게 베팅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잃을 게 없다는 것은 꽤 무서운 말이다. 눈앞에 보이는 사소한 이득에도 비이성적으로 베팅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잃을 게 없다는 말 때문에 많은 것을 잃게 될 수도 있다.

- 여인택 피치스그룹코리아 대표

202210호 (2022.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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