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스타트업에 찾아온 겨울 

 

잘나가던 스타트업이 투자 실패로 고꾸라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타트업의 긴 겨울이 시작됐다.
2021년은 수많은 기업이 투자를 받던 스타트업 투자 호황기였다. 2022년 들자 인플레이션 우려, 금리인상,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 등으로 금융시장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2021년 7월 3조원이 넘는 투자액 대비 2022년 7월에는 약 8000억원으로 72.7%나 쪼그라들었다. 명실상부 세계 최고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와이컴비네이터는 지난 2분기 투자 포트폴리오 회사 창업자들에게 ‘생존하는 전략’으로 바꾸라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

1. 경제가 얼마나 나빠질지 예측할 수는 없지만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2. 가장 안전한 방법은 비용을 절감하고 향후 30일 내에 현금으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을 늘리는 것입니다. 목표는 투자를 받지 못해도 성장률이 충분해 살아남는 것(Default alive)이 되어야 합니다.

3. 현금으로 버틸 수 있는 여력이 없다면 기존 투자자나 새로운 투자사가 지금 자금을 조달할 의향이 있는 경우 그것을 취하는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 조건이 지난 투자라운드와 같다고 해도 말입니다.

4.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능력 여부와 관계없이 회사가 향후 24개월간 생존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대표의 책임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5. 많은 경쟁자가 계획을 잘 세우지 않고 높은 현금 소진을 유지하며 다음 라운드 투자를 준비하다가 망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경기 침체기에 살아남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시장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투자를 받기 어려워진 스타트업들은 하나둘 쓰러져가고 있고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조짐들이 보인다. 얼마 전엔 한 수산물 당일 배송 플랫폼이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전 직원 권고사직을 하기도 했다. 유명 데이터분석 솔루션 회사는 추가 투자 유치에 실패해 아예 사업을 접는 일도 벌어졌다.

이런 어려운 시기에 “그럴 줄 알았다, 대표자가 방만한 경영을 했다” 등 비난하는 소리들이 들린다. 하지만 단순히 회사나 대표의 문제라기보다는 시장이 그런 회사들을 만든 건 아닌가 생각한다. 적자가 나더라도 물류창고를 짓고, 대대적인 마케팅을 하고, 채용 속도를 빠르게 올린 이유는 매달 찍히는 성장률이 다음 투자 유치를 만들고, 대규모 투자 유치로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 경쟁사를 압도하려는 스타트업의 생리 때문이다. 닷컴버블 때와 같은 실수를 반복했던 것은 아닐까.


극초기 스타트업은 아직 유의미한 매출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에 무게를 두겠지만 초기부터 후기까지 다양한 단계의 스타트업에는 모두 ‘성장’이 아닌, ‘실적’ 중심의 잣대를 들이댈 수밖에 없는 시기다.

이런 가운데 사업의 본질인 매출과 영업이익에 집중하는 회사들이 결국 살아남고, 긴 겨울이 지나 봄이 오면 주목받게 될 것이다.

- 홍승표 빅인사이트 대표

202210호 (2022.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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