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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흐름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자본시장의 변동성이 극대화되고 있다. 돈의 가치가 한껏 높아진 상황이지만 이를 상회하는 기회가 있다면 투자로 이어질 것이다.
2008년 9월과 2020년 3월은 시장에 상당한 조정이 발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인한 금융위기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기 후퇴로 자본시장의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높아졌던 시기다. 이때, 한 명의 투자자 입장에서 백날 밤을 지새워 대응한다고 해서 전술한 시장의 흐름을 이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을 테다.

반대로, 금융위기로 하락했다가 반등하던 2009년의 시장, 혹은 갤럭시S가 출시된 2010년 하반기 모바일 시장에서는 노력한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성장할 기회가 있었다. 시간을 조금 더 과거로 돌려보면, 1980년대 후반(당시) 삼성반도체통신의 급격한 성장도 예시가 될 수 있다.

퍼스널컴퓨터의 폭발적인 보급을 주도한 애플 매킨토시는 1984년에 출시되었는데, 생산 단가를 낮추기 위해 당시 최신 기술이던 1메가바이트(M) 메모리 대신 256K 메모리를 채택했다. 이는 후발 주자였던 삼성반도체통신의 주력 생산 품목이었던 까닭에, 기술력에서 앞섰던 미국과 일본 반도체 회사를 제치고 삼성이 가장 많은 물량을 공급할 수 있었다. 이는 삼성반도체통신이 흑자전환하는 데 핵심 기반이 되었고, 이후 1988년 삼성전자에 흡수합병되어 주요한 사업 부문으로 자리 잡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기 후퇴를 막기 위한 확장적 통화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긴축 기조로 돌아선 지 6개월이 되었다. 금리(돈의 값)가 높아지는 거대한 흐름은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이 명확하지만, 이는 모든 투자의사 결정을 멈추게 한다는 뜻이 아니다. 돈의 값이 얼마이든, 이를 상회하는 기회가 있다면 결정하는 것이 투자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다만, 기준이 높아졌을 뿐이다.

거시환경에 변동성이 높을 때는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 안전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럴 때 규모를 떠나 아무런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위험이 더 클 수 있다. 봄에 비가 조금 덜 오니, 올해에는 벼를 안 심겠다는 이야기 아닌가. 오히려 이럴 때 심은 벼는 더 튼튼하게 자랄 수 있고, 추수할 때가 되면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할 것이므로 값어치 또한 높아질 것이다.

마찬가지로,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달라진 돈의 값을 빠르게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건 거대한 흐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달 비용이 높아진 환경에서는 종전과 다른 기준으로 자금의 용처를 결정하고, 조달한 비용을 상회할 것으로 기대되는, 선별된 기회에만 신중히 돈을 써야 한다.


즉, 높아진 돈의 값이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이라면, 우리가 노력할 수 있는 것은 그 기준을 상회하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매킨토시가 출시됐던 1984년의 미국 금리(미국 국채 30년물 기준)는 13.88%였다.

-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 대표

202210호 (2022.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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