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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CK HITS(3) | ECONOMY 

9가지 주요 거시경제 트렌드 

이진원 기자
1. 스태그플레이션 조짐

세계은행과 여러 경제학자에 따르면 세계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경제불황 속 물가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상태)의 위험에 처해 있다. 지난 2022년부터 스태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제기돼왔지만 경제 낙관론에 묻혔다. 지난 1월 열린 다보스포럼에서도 글로벌 경제 낙관론이 고개를 들었고, 그 근거는 중국이 고강도 방역 정책을 풀고 경제활동을 재개한다는 점과 에너지 가격 상승세가 완화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대표적인 비관론자인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도 세계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을 점쳤다. 하지만 블룸버그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세계경제의 가장 명백한 위협”이라고 짚었고 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의 80%가 스태그플레이션이 세계경제의 장기적 위험이라고 답했다. 많은 경제학자의 의견을 반영한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보고서에서도 “낮은 성장률과 높은 인플레이션이 경제를 저해하고 있다”며 “향후 글로벌 경제 움직임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스태그플래이션”이라고 짚었다.

2. 내구재 시장의 위축

사람들이 경제에 긍정적인 시각을 가질 때 고가의 내구재를 구매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경제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는 경우 가전, 가구, 자동차 등 대형 소비를 미룬다. 소비자 지출의 향후 추세는 내구재 구매가 팬데믹 기간 동안 최고치를 기록한 이래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팬데믹 절정 기간에는 미국인의 내구재 구매는 팬데믹 이전 수준보다 30% 이상 높았다. 지난 2022년에도 소비자의 내구재 지출은 성장을 보였지만 팬데믹 기간에 비해서는 성장이 감소했다. 한편 미시간대학의 소비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2022년 대형 가정용 내구재 구매조건은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부분적으로 금리인상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대출 이자 부담이 늘어날수록 소비자는 고가 내구재 구매 자금을 줄일 가능성이 높다. 또 내구재 가격이 최근 1년 동안 14% 증가한 것도 시장 위축을 부채질한 요인이다.

3. 소비자 지출 감소로 인한 재고 증가


시장 전문가들은 경제성장 둔화와 물가상승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소비 예산을 축소함에 따라, 소매 판매가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맥킨지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많은 미국 소비자가 쇼핑할 때 ‘가치에 민감한 행동’을 취하기 시작했다고 보고했다. 이에 따른 소매업체의 큰 관심사 중 하나는 재고 변동이다. 많은 업체가 팬데믹 기간 동안 최고조에 달한 소비자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과잉 재고를 확보했지만 공급망 중단으로 인해 배송이 지연됐고 수요가 예상대로 적시에 실현되지 않았다. 일례로 지난해 월마트의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 지출이 줄어들면서 가구, 가정용품, 전자제품 등의 재고가 33%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 여파는 산업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 세계 최대 PC 제조사 중 하나인 휴렛팩커드(HP)와 델의 제품은 최근 팔리지 않아 팬데믹 초기보다 매장에 더 오래 머물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그리고 전자제품 수요가 위축되면서 반도체 재고가 급증하고 있다.

4. 유럽 에너지 위기로 경기침체 우려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면서 경제학자들은 유럽에서 러시아 에너지 상품에 대한 지속적인 제재가 유럽 경기침체를 촉발하고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유럽은 러시아에서 수입하던 에너지 물량을 대체하기 위해 다른 국가로 눈을 돌리고 있다. 러시아 에너지 상품의 두 번째로 큰 수입국인 독일은 2022년 3월 카타르와 에너지 파트너십을 맺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에너지 가격은 치솟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에너지 위기가 인플레이션 상승과 맞물려 장기간의 경기침체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유럽의 경기침체는 수출주도형 국가인 한국에 어려움을 가져올 수 있다. 한국은행은 유럽연합(EU)의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한국의 수출액(명목)이 최대 2조4000억원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수출 품목 중에 최종재 비중이 높은 탓에 유럽의 수요가 둔화하면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는 것이다. 유럽 내 생산 차질로 인한 직접적인 영향도 예상된다.

5.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해제와 글로벌 경제

올해 세계경제 회복의 열쇠를 쥐고 있는 중국 경제의 회복을 두고 국제기관과 전문가들이 각각 다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최근 중국이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과 봉쇄조치를 해제하고 일상 회복을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확진자 급증으로 문 닫은 공장들이 2~3주 만에 문을 열고 있고, 지난해 폐업했던 각 도시의 상가들도 속속 영업을 재개했다. 중국 내 전문가들은 14억 인구가 코로나19에 확진됐다가 회복되는 과정을 거쳐 올해 3~4월께엔 안정기에 접어들고, 그에 따라 경제도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 내다봤다.

반면 회의적 전망도 있다. 코로나19 확산이 한 번에 그치지 않고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더 강한 증상을 일으키는 새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할 수 있다. 또 3년 동안 이어진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억눌렸던 소비심리가 극적으로 반등하기 어렵다거나, 중국의 고도성장을 이끌어온 수출도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살아나기가 쉽지 않다는 전망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 경제기구들은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을 4% 초 중반대로 예측했다. 한편, 중국 내부에서는 일부 학자들이 6~8%의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중국의 경기 회복 수준은 2023년 세계경제의 반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6. 재정적 안정이 불확실한 잠재적 퇴직자

지난 1월 발표된 국민연금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타인의 도움에 의지하지 않고 생활할 수 있는 독립적인 경제력을 가졌다고 인식하는 국내 50대 이상 중고령자는 54.7%에 그쳤다. 10명 중 4.5명꼴인 45.3%가 혼자서 가계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정도의 고정적이고 안정적인 수입원을 확보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다. 조사 대상자들이 주관적으로 인식하는 노후 시작 시기는 평균 69.4세였는데, 스스로 노후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42.5%였고, 57.5%는 자신이 아직 노후 시기에 들어서지 않았다고 여겼다.

노후 시기에 접어들었다고 인식하는 중고령자들에게 어떻게 노후생활비를 마련하는지 물었더니(다중응답), 기초연금(25.6%), 자식 및 친척에게서 받는 생활비와 용돈(19.4%), 국민연금(15.2%), 배우자의 소득(11.0%), 일반적금 및 예금(10.2%), 근로활동(9.5%) 등을 통해 노후생활비를 충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노후 시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스스로 판단한 중고령자들에게 노후준비를 하는지 물어보니, 59.9%가 노후 준비를 하지 않는다고 답해 노후 시기에 경제적으로 곤란한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고물가·고금리 직격탄을 맞은 사람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도 형편이 여의치 않자 보험을 중도에 해지하는 경우가 지난해부터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금융연구원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까지 국내 생명보험사의 해약환급금은 모두 25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보험계약 해약을 설명하는 배경으로는 긴급자금, 이자율, 물가상승(인플레이션) 등이 주로 꼽히는데, 대체로 이런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7. 세계경제 위협하는 기후변화


▎ 사진:AP Photo
기후변화가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점점 커지고 있다. 기후변화는 이상기온, 폭우, 산불 등 모든 종류의 극한 기상현상과 관련이 있다. 기후변화는 기상이변 현상을 넘어 글로벌 경제도 위협한다. 기상이변으로 인한 자연재해로 지난해 전 세계 보험업계가 1150억 달러(약 150조원)에 이르는 손실액을 감당해야 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재보험사인 스위스리(SwissRe)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는 지난 10년간 보험업계의 연평균 자연재해 손실액인 311억 달러(약 40조원)보다 3~4배 급등한 수치다. 지난해폭염이 유럽 전역을 휩쓴 뒤 폭풍우와 우박 등으로 인해 발생한 ‘2차 자연재해’ 역시 손실액을 키운 요인으로 꼽혔다. 스위스리는 2차 자연재해만 따로 집계해도 500억 달러(약 635조원)에 이르는 보험 손실을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스위스리는 기상이변으로 인해 막대한 재산 피해를 낳는 사례가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는 추세라고 봤다. 스위스리는 2050년까지 총 경제적 가치의 감소율이 10%가 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S&P Global의 2022년 분석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해 2050년까지 전 세계 GDP가 최대 4.5% 감소할 수 있다.

8. 에너지 전환 비용을 증가시키는 그린플레이션

세계 각국이 기후변화 완화 노력을 시작함에 따라 세계경제는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 즉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으로 인한 에너지·재료 가격의 상승을 마주하고 있다. 현재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 감소, 아직 수요를 충족할 만큼 널리 보급되지 않은 재생에너지로의 무질서한 전환으로 인해 에너지 시장은 변동성을 겪고 있다. 화석연료는 여전히 전 세계 에너지 사용량의 84%를 차지하고 재생에너지는 11.4%에 불과하다. 전 세계 투자자들은 에너지 전환에 7550억 달러를 투자했지만,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는 기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향후 10년 동안 연간 4조 달러를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린플레이션의 또 다른 리스크은 수요 증가, 녹색 에너지와 관련된 중요한 재료의 공급 부족이다. 알루미늄, 코발트, 리튬, 니켈 등과 같은 광물이 포함된다. 게다가 일부 친환경 금속의 비용은 3배로 올랐다. 풍력터빈과 태양전지판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알루미늄의 가격은 2020년 톤당 1704달러였지만 2021년과 2022년에 가격이 급등했다. 코발트는 전기자동차, 이차전지의 핵심 소재 역할로 인해 수요가 급증했다. 코발트 가격은 2022년 3월 톤당 8만 달러 이상으로 급등했다.

9. 고용시장 한파

경기둔화와 기저효과 등의 영향으로 올해 취업자 증가폭이 지난해보다 크게 줄고, 실업률도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리나라 정부를 비롯해 국내외 주요 기관은 올해 한국경제성장률이 1%대에 머무는 등 경기둔화를 전망하고 있어 이에 따른 일자리 한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기에 지난해 취업자가 크게 늘었던 기저효과까지 겹쳐 올해 취업자 증가폭은 지난해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올해 15~64세 고용률이 인구 감소 영향으로 지난해(68.5%)보다 소폭 상승한 68.7%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실업률은 지난해 2.9%에서 올해 3.2%로 높아지고 취업자 증가폭은 지난해(81만6000명)의 8분의 1 수준인 10만 명으로 큰 폭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책연구기관인 KDI(한국개발연구원)는 올해 취업자 증가폭이 정부 전망치보다 적은 8만 명에 머물고 실업률은 3.3%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 이진원 기자 lee.zinone@joongang.co.kr

202303호 (2023.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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