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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에게 권하는 심리학 추천 도서 

 


빌 게이츠(Bill Gates)는 일주일에 책 한 권을 읽고, 한 번 책을 펼치면 한 시간 남짓 독서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시간을 가장 가치 있는 자원으로 여기는 그가 아무 책이나 읽을 리 없겠지요. 인터넷 언론사 ‘쿼츠(Quartz)’가 소문난 다독가인

게이츠의 독서 취향을 분석한 기사를 낸 적이 있습니다. 2010년 1월부터 2018년 5월까지 8년간 게이츠가가 추천한 책 185권을 분류했는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이 다양한 주제를 다룬 과학 서적이었습니다. 게이츠 본인도 인정한 바입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자신이 주장하는 바를 과학적 증거들과 함께 제시한 책을 주로 읽는 것입니다.

심리학 책을 고를 때도 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심리학을 좀 배워볼까 합니다. 직원들의 마음, 고객의 마음을 좀 더 이해하고 싶어요. 그런데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까요?” 이런 궁금증을 가진 리더들을 위해 과학적 증거로 무장한 심리학 책들을 골라보았습니다. 방대한 실증연구들의 결과를 전문가의 노련한 렌즈를 통해 조명한 책들입니다.

두려움 없는 조직: 심리적 안정감은 어떻게 조직의 학습, 혁신, 성장을 일으키는가 | by 에이미 에드먼슨(Amy Edmondson)


토론 문화를 만들고 싶은데, 이야기 좀 하자고 하면 직원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이 입을 꾹 닫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찍힐까 봐, 들킬까 봐, 독박을 쓸까 봐, 그래봤자 소용없으니까. 그들의 속마음은 이럴 겁니다. ‘다른 의견을 내봤자, 괜히 입만 아프지. 삐딱한 사람으로 오해나 받기 십상이야.’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 입 열었다가 내 밑천만 드러나면 어떡해.’ ‘좋은 아이디어니까, 자네가 알아서 추진하라고? 지난번에 새로운 의견을 냈다가 일이 두 배로 늘었잖아.’

리더로서 직원들의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을 챙겨야 하는 이유는 이것이 성과와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심리학자 에이미 에드먼슨(Amy Edmondson)의 연구에 따르면 심리적 안전감은 개인과 조직의 혁신 역량을 향상합니다. 에드먼슨이 심리적 안전감과 조직의 효과성의 관계에 대해 25년 동안 진행한 연구의 결과를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 리뷰하고 싶다면 『두려움 없는 조직』을 읽으면 됩니다.

2012년, 구글은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에 착수해서 2년 넘는 시간 동안, 180개 팀을 대상으로 고성과를 내는 팀의 특성이 무엇인지 알아보았습니다. 다섯 가지 특징이 드러났는데 우선 네 가지를 말하면, 팀원들이 서로에게 의지하고 있었고(Dependability), 역할과 책임이 명확했으며(Structure & Clarity), 일의 의미를 느끼면서(Meaning), 자신이 중요한 영향(Impact)을 미치고 있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네 가지 요소의 근간을 제공하는 것이자 고성과를 이끌어낸 요소들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이 심리적 안전감이었습니다.

심리적 안전감의 정의는 위험을 감수하는 행동을 했을 때 이것이 초래할 결과에 대한 개인의 지각(Perception)입니다. 심리적 안전감을 느끼는 직원은 성과를 내고자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해도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후환이 두렵지 않다는 뜻입니다. 실수를 저지르더라도 비난받지 않을 것이고, 언제라도 문제점이나 이슈를 제기할 수 있다고 여기며, 위험을 감수하는 일을 해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구성원이 이렇게 안전감을 느낄 때 혁신이 일어납니다.

저자가 서문에 밝혔듯이, 그의 연구는 조직의 위계질서나 직급 문화를 깨부수자는 주장이 아닙니다. 비슷한 위계질서가 존재하는 조직들에서도 심리적 안전감의 정도가 판이하고 위계질서가 강한 환경에서도 현명한 리더는 직원들의 심리적 안전감을 촉진함으로써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복잡성과 불확실성이 짙어지는 요즘 시대에 새로운 도약을 위해 리더가 읽어야 할 필독서라고 생각합니다.

언제 할 것인가: 쫓기지 않고 시간을 지배하는 타이밍의 과학적 비밀 | by 다니엘 핑크(Daniel Pink)


누구를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가? 중요한 의사 결정을 앞둔 리더가 매우 신경을 쓰는 사항입니다. 그런데 어쩌면 이보다 더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그 만남을 ‘어느 시간대’에 할 것인가를 정하는 일입니다. 다니엘 핑크(Daniel Pink)의 책, 『언제 할 것인가』를 읽고 나면 아마도 시간 선택에 조금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미팅 시간을 정할 때 어떤 점들을 고려합니까? ‘오전에 만나야 오후 일정에 지장이 없겠지? 점심시간 직후에 보는 게 더 편하겠지?’라고 생각하거나, 아무 생각 없이 비어 있는 시간으로 정할 수도 있고 이동 경로를 따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런 것들은 형편에 따라 챙겨도 되고 그러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꼭 염두에 둬야 할 원칙을 단 한 가지만 꼽는다면 나 혹은 상대방의 ‘인지적·정서적·신체적 상태’입니다. 시간에도 ‘급’이 있습니다. 에너지와 집중력이 짱짱한 알짜배기 시간이 있고 축 처지는 ‘찌꺼기’ 시간이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업무는 가장 급이 높은 시간에, 찌꺼기 시간에는 단순 업무를 할당해야 하는데 거꾸로 할 때가 제법 있습니다.

책에 소개된 한 연구에 따르면 6년 반 동안 2100개 이상의 상장회사에서 시행한 2만6000건이 넘는 전화 회의를 분석한 결과, 회의를 언제 열었는지에 따라 회의 참석자들의 기분이 달라졌고 이는 회사의 주가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자들은 논문에서 투자자들과의 소통, 중요한 협상이나 의사결정은 오전 시간에 하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했습니다.

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서 써야 하는 바쁜 리더일수록 자신의 몸과 마음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세밀하게 모니터링해야 합니다. 우리의 몸에는 서캐디언 리듬(circadian rhythm)이라고 불리는 생체시계가 내장되어 있습니다. 24시간 주기 리듬인 이 시계는 세포 안에서 정교하게 작동하면서 다양한 생체리듬을 만들어냅니다. 대사작용과 체온조절, 호르몬 분비, 자고 깨는 것과 같은 생리학적 기능뿐만 아니라 정서 상태와 인지적 능력, 행동도 생체시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제부터 습관처럼 이 질문을 떠올리면 어떨까요. “이 일을 ‘언제’ 해야 가장 좋은 퍼포먼스를 낼 것인가?”

HABIT: 내 안의 충동을 이겨내는 습관 설계의 법칙 | by 웬디 우드(Wendy Wood)


혹시 ‘습관’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숙제가 밀린 학생처럼 마음이 찜찜할 때가 있습니까? 아마도 좋은 습관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보다는 원하는 습관을 만들지 못해서 고민하는 사람, 나쁜 습관을 없애지 못하는 자신을 원망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입니다. 몇 차례 시도가 실패로 끝난 후, 한동안 외면하고 살다가도 ‘습관 만들기’를 아예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좋은 습관이 성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까요. 습관을 주제로 한 책들이 이목을 끄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겁니다.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습관에 대해 뭐라고들 얘기합니까? 제가 지금까지 습관을 만들기 위해 시도한 방법들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도대체 습관의 정체가 무엇인지, 학자들이 지금까지 뭘 알아냈는지 궁금하네요.” 도움이 되는 답을 주고 싶었지만 막상 시중에 있는 대중서들 가운데, 실증 연구에 기반해서 습관의 형성 원리와 작동 방식을 분석한 책을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주저함 없이 추천할 만합니다. 이 책의 저자 심리학자 웬디 우드(Wendy Wood)는 습관 연구의 대가입니다. 심리학자들 중에서 ‘습관’을 자신의 주요 연구 주제로 삼은 학자는 많지 않은데, 그가 지난 30년 동안 수행한 수많은 연구에서 집중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무엇이 행동을 지속하도록 만드는가?”

여러분은 리더로서 어떤 습관을 가지고 싶은가요? 리더의 습관 목록에는 무엇이 포함될 수 있을까요? 공감하는 리더, 효율적으로 소통하는 리더, 직원의 노력을 인정하는 리더, 직원에게 자율적인 권한을 부여하는 리더가 되고 싶습니까? 그런데 공감과 소통, 인정과 존중의 행동이 반복되고 지속되어야 그런 리더가 될 수 있습니다. 리더에게 습관 만들기는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가 아닐까요?

다행히도 웬디 우드는 습관을 만들기 위해 고통을 견디면서 자신과 치열하게 싸워 이기라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책 소개문에 쓰인 문구, “당신은 습관 설계자인가, 만성 노력 중독자인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제 그만 ‘노력’하고 자신이 처한 상황과 환경의 조건을 바꾸는 것으로 습관을 만들라고 제안합니다. “습관은 애쓰지 않고 투쟁하지 않는다”는 그의 주장이 습관 만들기에 다시 도전하는 여러분에게 용기를 줄 것입니다. 덧붙여, 이 책을 읽은 후, 좀 더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궁금하다면 스탠퍼드대학의 심리학자 BJ 포그(BJ Fogg)가 쓴 『습관의 디테일: 위대한 변화를 만드는 사소한 행동 설계』를 읽으면 됩니다.

사회적 뇌: 인류 성공의 비밀(Social: Why Our Brains Are Wired to Connect) | by 매튜 리버먼(Matthew Lieberman)


UCLA대학의 심리학자이자 뇌과학자인 매튜 리버먼(Matthew Lieberman)이 쓴 이 책은 대중서치고는 상당히 묵직합니다. 초반 몇 챕터만 읽어도 ‘인간이 사회적 존재’라는 명제에 담긴 심오한 의미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학술 논문은 부담스럽고, 일반 대중서로는 지적 호기심이 채워지지 않는다면 이 책이 흥미로운 읽을거리입니다. 자기계발서에 소개되는 심리학 연구에 익숙한 사람도 여태껏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신기한 ‘사람 이야기’를 접할 수 있습니다. 이 책에는 생소한 뇌과학 전문용어가 많이 등장하고 때로는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할까?’ 싶을 정도로 연구 절차가 세밀하게 소개되어 있습니다. 리버먼의 핵심 주장은 이겁니다. “우리의 뇌는 사회생활을 위해 만들어졌다. 함께 어우러져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다른 사람들과 연결’을 위해서 설계되었다.” f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 기법을 사용한 다양한 뇌과학 연구 결과를 그 증거로 제시합니다.

우리가 얼마나 ‘사회적’인 존재인가 하면, 하던 일을 멈추고 휴식하는 순간에도 우리 머릿속은 ‘사람’ 생각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어떤 과제에도 집중하지 않고 소위 ‘멍 때리는’ 순간에도 우리 뇌는 멈추지 않습니다. 이때 우리의 뇌에서는 사회 인지 네트워크(social cognition network)가 활성화되면서 주변 사람들에 대한 생각이 시작됩니다. ‘지난주 회의 때, 김 팀장이 좀 힘들어 보였는데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이 상태가 뇌의 디폴트 세팅(default setting), 즉 기본값입니다. 사람의 뇌는 휴식 시간에 ‘타인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떤 목표를 추구하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사람’만큼 우리의 관심을 끄는 존재는 없습니다. 우리는 타인과 연결되기를 원하고 교류를 기대하며 그들에게 인정받기를 바랍니다. 또 그만큼 상처도 많이 받습니다.

인간의 사회성을 이해하는 것이 리더에게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연봉이나 복지제도를 개선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구성원들 사이의 우호적인 연결을 중시하는 조직문화를 조성하는 것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대부분의 직장인이 이직을 결심하는 진짜 이유는 아마도 일이 싫어서가 아닐 겁니다. ‘일’을 떠나는 게 아니라 ‘사람’을 떠나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 인간 사회성의 본질에 대한 통찰을 얻는다면, 리더로서 구성원들이 서로를 수용하고 존중하며 일할 수 있도록 돕는 고품격 관계 문화를 만드는 것이 왜 중요한지 체감할 수 있습니다. 은밀하게 일어나는 직장 내 괴롭힘에 예민하게 대응하고 소외되거나 배척당하는 직원들이 없는지 성실하게 살피는 조직문화가 만들어진다면 이 또한 직원들에게 강력한 동기부여 요인이 될 것입니다.

성과 향상을 위한 코칭 리더십(Coaching for Performance) | by 존 휘트모어(John Whitmore)


코칭 리더십을 발휘하는 리더는 직원의 잠재 능력을 믿어주고 그를 파트너로서 존중합니다. 직원 입장에서 보면 지시적인 리더보다 훨씬 더 인간적입니다. 그런데 코칭 리더십의 목적은 ‘따뜻한 리더 되기’는 아닙니다. 그 목적은 아주 명백하고 단순합니다. 성과 창출입니다.

어떻게 하면 성과를 올릴 수 있을까요? 코칭 리더십이 집중하는 단 하나의 질문을 꼽으라면 이것입니다. “인간은 도대체 어떤 조건에서 자발적으로 일에 몰두하는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일에 열심히 몰두한 적이 있을 겁니다. 어떤 상황에서 그렇게 했는지 기억하나요? 사람은 ‘남의 일’을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어떤 직원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면 그건 그가 업무를 ‘자신의 일’로 인식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하면 ‘남의 일이 아닌 나의 일’로 업무를 인식하도록 만들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지시하거나 통제하지 않으면서 부하가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까요? 그 레시피가 코칭 리더십에 담겨 있습니다.

코칭 리더십을 배우기 위해 읽어야 하는 책을 하나만 추천한다면 이 책입니다. 이 분야를 개척하고 긴 세월에 걸쳐 비즈니스 세계에 적용한 존 휘트모어(John Whitmore)가 코칭의 개념과 방법을 이 책을 통해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코칭 리더십은 모든 구성원에게 효과적입니다. 그런데 특히 MZ 세대와 협업하기 위해 애쓰는 리더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요즘 리더들은 MZ세대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MZ가 열광하는 콘텐트’, ‘MZ가 질색하는 표현들’, 이런 제목을 단 기사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합니다. 그런데 이런 노력은 실효성이 별로 없습니다. 내적 동기 유발에 초점을 둔 코칭 리더십을 발휘했을 때 MZ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더불어 저자가 강조했듯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는 코칭하는 리더가 될 수 없습니다. 책에서 제시한 구체적인 방법들을 현장에 적용해 보고 차이를 느끼고 경험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 조지선은… 연세대학교 객원교수, 심리과학이노베이션연구소 전문연구원이다. 스탠퍼드대에서 통계학(석사)을, 연세대에서 심리학(박사·학사)을 전공했다. SK텔레콤 매니저, 삼성전자 책임연구원, 아메리카 온라인(AOL) 수석 QA 엔지니어, 넷스케이프(Netscape) QA 엔지니어를 역임했다. 『못난 게 아니라, 조금 서툰 겁니다』의 저자이자 유튜브 ‘한입심리학’ 채널 운영자다.

202303호 (2023.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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