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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찬이 만난 부울경 혁신 리더(12) | 안병석 에어부산 대표 

부산과 세계를 잇는 LCC의 꿈 

장진원 기자
2003년 사스, 2008년 금융위기, 2015년 메르스, 2017년 중국의 한한령, 2019년 한일 무역분쟁과 코로나19 팬데믹 등 항공업계는 위기가 아닌 때를 찾는 게 더 어려워 보인다. 이런 가운데서도 에어부산은 국내 유일의 지역 기반 항공사라는 정체성을 고수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LCC로 자리 잡았다.

지난 2008년 10월 부산-김포 노선에 첫 취항한 에어부산은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를 대표하는 기업이다. 에어부산은 창립 당시 지역에 뿌리를 두었던 경쟁 LCC들이 수익성을 이유로 인천과 김포 등으로 허브공항을 옮긴 가운데서도, 부산(김해국제공항)이라는 지역 거점을 오롯이 유지해오고 있다. 현재 국내 항공사 중 지역기반 항공사라는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에어부산뿐이다.

에어부산의 모태는 지난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부산에선 지식서비스 산업을 중심으로 산업구조를 재편하려는 지역사회 의지가 강했다. 이에 따라 신공항 유치를 계기로 부산을 허브로 하는 지역 항공사 설립이 본격 추진됐다. 지역의 염원을 담아 부산상공회의소 등 주요 상공인들과 부산시가 주축이 돼 2007년 부산국제항공이 설립됐다. 이듬해인 2008년 2월에는 아시아나항공이 대주주로 참여해 현재 사명인 에어부산으로 출발했다.

지역민의 열의와 지자체의 의지가 중심이 돼 설립된 항공사답게 에어부산은 지역 교통 편익 제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 관광산업 활성화를 통한 지역경제 발전, 물류·관광도시 성장 등 설립 취지를 지금까지 충실히 이어오고 있다. 부산발 국제선 25개 운항, 지역 일자리 2000여 개 창출, 여행사·면세점 등 지역 관광산업 기반 마련, 인바운드 관광객 430만 명 유치를 통한 5조5000억원 경제효과 창출 등은 에어부산이 부산을 비롯한 동남권의 교통과 산업 발전에 기여해온 바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수치들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 세계가 리오프닝에 들어서면서 전 세계 항공사들이 맞닥뜨려야 했던 전대미문의 위기도 빠르게 진정되고 있다. 지난 2021년 초 에어부산의 수장으로 부임한 안병석 대표는 팬데믹이 최절정기에 달했던 시기를 헤쳐 나오며 구원투수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자금경색 등 유동성 해결을 위해 세 차례 유상증자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냈고, 항공기 26대 중 노후화된 기기 5대를 반납하는 등 체질 개선에도 적극 나섰다. 또 고용유지를 위해 정부를 설득해 유급휴직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기간 연장을 관철하는 등 컨틴전시플랜을 신속하게 가동하며 ‘위기 속 기회’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아시아나항공 창립 1년 차인 1989년부터 항공업에 몸담아온 안 대표는 업계를 대표하는 정통 ‘항공맨’으로 통한다. 아시아나항공 중국지역본부장, 경영관리본부장 등을 지낸 안 대표는 에어부산 부임 이후 팬데믹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며 대대적인 반등을 예고하고 나섰다. 최영찬 선보엔젤파트너스 대표가 안 대표를 직접 만나 지역 항공사의 의미와 비즈니스 전략을 물었다.

1989년 아시아나항공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고 들었다. 35년간 항공업 한 우물만 파왔다.

당시는 아시아나항공 설립 1년 차였다. 국적항공사가 대한항공밖에 없던 터라, 신생 항공사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애정이 대단했다. 어디나 마찬가지지만 사업 초창기라 제대로 된 시스템이 많이 부족했다. 386 컴퓨터가 최신 기종이던 시절에 발권 업무부터 투입됐는데, 도트프린터로 출력한 항공권을 현금을 받고 팔던 기억을 떠올리면 지금도 웃음이 나온다.

공항서비스, 영업, 총무, 인사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항공업계 위기의 순간을 다 겪어냈을 것 같다.

2000년대 들면서 여러 차례 위기가 찾아왔다. 2008년 금융위기 때는 정말 어려웠다. 신입사원을 채용하고도 1년여간 입사가 보류되기도 했다. 이후로는 메르스나 코로나19 같은 대규모 팬데믹이 전 세계 항공업계를 힘들게 했다.

근래에 전염병 이슈만 생각해도 사스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이후 코로나 팬데믹까지 왔다. 항공업계로서는 정말 헤쳐 나가기 어려운 난관이다.

2015년 중국지역본부장에 부임하자마자 메르스 사태가 터졌다. 양국 간 교류가 완전히 끊기다시피 했다. 항공·여행업계로선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한국에서도 메르스 환자가 나오자 중국인의 발길이 뚝 끊겼다. 가만히 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 고민 끝에 중국 전역에서 여행사 사장단 200명을 선정해 함께 한국을 찾았다. 그 정도 인원은 그때나 지금이나 유례가 없는 규모다. 그만큼 절박했다. 당시 박원순 시장에게 직접 요청해 ‘명동걷기행사’를 진행했고, 청와대에도 협조를 청해 ‘청와대 방문’까지 치러냈다. 명동은 중국 관광객들에겐 성지 같은 곳이다. 메르스가 진정되면서 2018년 양국의 방문 인원이 1200만 명을 넘어섰다. 중국에서도 양국 간 교류 활성화에 이바지한 공을 인정받아 산업포장을 받기도 했다.

에어부산 대표 부임 후엔 코로나 팬데믹이 터졌다. 이쯤 되면 위기관리 전문가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코로나 팬데믹은 30년 넘는 항공업 경력에서도 한 번도 겪지 못한 전대미문의 위기였다. 회사 대표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직원들의 고용안정이다. 위기 속에서도 기회를 찾으려면 지금까지 다져놓은 인적 자산을 지켜나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생각했다. 유급휴직에 대한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에어부산이 앞장서서 정부를 설득한 끝에 관철했다. 이와 함께 순환휴직, 불필요한 비용 절감 등을 적극 추진했다. 지역사회 도움도 컸다. 부산 강서구청과 부산상의 등 지역 기관에서 세금 감면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코로나 기간 동안 자금경색과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유상증자와 영구채 발행 등을 부산시민들의 전폭적인 관심과 지원 끝에 이뤄냈다. 이 자리를 빌려 지역사회와 묵묵히 힘든 시간을 버텨준 직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

말씀대로 에어부산의 성장과 위기 극복에 지역사회의 역할도 컸던 것 같다.

에어부산은 설립부터 지금까지 ‘지역 항공사’라는 국내에는 다소 생소한 기반을 이어오고 있다. 지역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태생부터 지역민의 염원을 담아 출발했기에, 지금까지 모든 성장과 위기 과정에 지역의 애정과 지원이 있었다. 코로나로 모든 지방공항이 셧다운됐을 때도 부산시와 지역 국회의원들의 도움으로 김해공항 국제선이 조기에 재개되고 정상화될 수 있었다. 우리도 활발한 노선 개발, 지역 인재 채용에 힘썼고, 이 밖에 여러 사회공헌활동으로 지역의 전폭적인 성원과 지지에 보답하려 한다.

부산시민으로선 김해-김포 노선만 안정적으로 확보돼도 이용 편의성 면에선 최고다.


부산과 서울을 잇는 노선은 우리 말고도 대체재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운행 편수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곳은 에어부산뿐이다. 비행기 3대가 이 노선에 매일 투입된다. 사실 국내선은 수익성 측면에서 국제선에 비할 수 없다. 효율만 챙겼다면 당장 부산-김포 운항 횟수를 빼서 중국이나 일본으로 돌리는 게 낫다. 정비비만 해도 장거리든 단거리든 비용은 똑같다. 장거리 노선이 그만큼 유지비용 면에서 유리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는 지역 기반의, 지역민의 사랑을 받는 지역 항공사인 만큼 그분들의 불편함을 외면할 수 없다. 지역사회에서 에어부산이 해야 할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려 한다.

인천공항 취항이 비교적 늦은 2015년에 이뤄졌다. 지역 항공사라는 기반 때문이었나.

인천공항에 취항을 못 했다기보다, 당시는 지역 항공사로서 지역민의 항공교통 편익을 제고하기 위해 김해공항 노선 확대에 중점을 둔 시기였다. 2015년만 해도 에어부산의 영업이익률이 8.7%로 국내 항공사 중 가장 높았다. 다만 김해공항은 커퓨(curfew: 야간운행금지)가 있는 공항이라 항공기 가동률이 타사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를 보충하기 위해선 수도권 시장 진출이 절실했다. 2019년 본격적으로 수익성 높은 해외 노선 발굴에 나섰고 닝보, 선전, 가오슝, 세부 노선에 취항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천 노선 운항도 중단됐다가 현재 인천발 7개 노선을 운항 중이다.

드디어 팬데믹이 관리 가능한 범위에 들어오고 국가들마다 리오프닝에 나섰다. 에어부산의 전략은 무엇인가.

코로나 종식 이후 관건은 빠른 회복이다. 모든 항공사가 동일한 조건에서 출발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어떤 기업이 더 효율적으로 이익을 창출하느냐가 숙제가 될 거다. 에어부산의 강점은 유연성에 있다고 본다. 한번 정해놓은 취항 노선에서 손익을 따지는 구조가 아니라, 고객 수요와 시기 등을 유연성 있게 조정하려 한다. 현재 에어부산이 운용 중인 비행기는 21대로 타사 대비 적다. 물리적으로 경쟁하기에는 버거운 상황이다. LCC 경영의 근간은 철저한 효율 추구이지만, 무리하게 장거리 노선을 확대하지는 않으려 한다. 김해공항의 우위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인천발 노선을 강화해 수도권 노선을 늘리고 점유율도 확대하겠다. 이미 지난해부터 비인기 노선 13개를 줄이고, 10여 개 신규 노선 취항을 시작했다. 지난해 대비 월등한 실적 회복과 4년 만의 흑자전환을 자신한다. 시장 회복세에 기대기보다 에어부산 특유의 유연성 확대가 바탕이 될 거다.

에어부산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전략도 궁금하다.

많은 부분에서 그간의 관행을 버리는 게 중요하다. 직원들에게도 항상 강조하는 대목이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는 정량화된 지표인 탑승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운임을 떨어뜨리곤 했지만 앞으로는 내실 있는 성장, 질적 성장을 강조해 수익과 매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안전’ 이슈를 빼놓을 수 없다. 지속적인 안전 고도화는 에어부산이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LCC 업계를 리드해온 원천이다. 안정적인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김해-하네다·송산·홍차오 등 전략노선을 개설하고 항공기 가동률 제고, 항공권 판매채널 다양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부산과 영남권에서 에어부산의 존재 의미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지역 기반을 고도화하기 위한 비전은 무엇인가.

설립 당시 지역 기반 항공사의 성공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하지만 그 비즈니스 모델을 발전시켜 지금은 국내 최고의 LCC로 성장했다. 에어부산의 모기지(母基地)는 결국 부산이다. 가덕도신공항이 열리고 2030 부산 엑스포가 개최될 무렵이면 부산이 아시아의 새로운 허브로 떠오를 것이다. 동남권 수요와 세계를 잇는 역할, 아시아 최고의 LCC가 에어부산의 꿈이다.

※ 최영찬 대표는… 선박과 플랜트 분야 제조업을 영위하는 선보공업의 차세대 경영인이다. 제조업체들이 스타트업 및 투자 생태계와 어떻게 공존하고 미래 사업을 만들지 고민하면서 선보엔젤파트너스와 기업 연합형 CVC인 라이트하우스를 창업했다. 200여 개 스타트업에 투자했으며, 컴퍼니빌딩 프로젝트와 기존 포트폴리오 기업을 공동경영 형태로 성장시키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창업한 2개 법인과 별도로 3개 프로젝트의 공동대표로도 활동하면서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가고 있다.

- 정리=장진원 기자 jang.jinwon@joongang.co.kr·사진 최재승 객원기자

202304호 (2023.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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