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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건영·이상곤 고미코퍼레이션 각자대표 

동남아에서 비상하는 한국 이커머스 스타트업 

신윤애 기자
젊고 활기찬 베트남 이커머스 시장에서 큰 보폭으로 성장 중인 한국 회사가 있다. 그 주인공은 국내 1~2위를 다투는 대형 커머스 기업이 아닌 5년 차 스타트업 고미코퍼레이션이다.

▎장건영(왼쪽) 고미코퍼레이션 대표와 이상곤 대표.
요즘 국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절대 강자가 없는 상황에서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디지털 경쟁이 과열되고 있어서다. 쿠팡, 네이버가 점유율과 매출 규모에서 압도적으로 앞서고 있지만 조직, 인사, 전략을 재정비하고 매서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롯데, 신세계 연합군(SSG닷컴·지마켓)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반면 매년 20%대씩 성장하던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고성장세가 한풀 꺾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온라인 시장 성장률은 8.8%로, 한 자릿수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커머스 후발 주자인 동남아 시장, 특히 베트남의 분위기는 한국과 정반대다. 1억 명에 이르는 막대한 인구, 30대 초반의 젊은 국민연령, 8%대 높은 경제성장률을 앞세워 이커머스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베트남 전자상거래 및 디지털경제부(iDEA)는 2025년까지 베트남의 B2C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가 390억 달러(한화 51조원)에 이르러 인도네시아에 이어 동남아 역내 2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눈여겨볼 점은 베트남 이커머스 시장을 해외 커머스 기업들이 꽉 잡고 있다는 것이다. 베트남의 토종 플랫폼들이 힘 한번 제대로 못 써보고 자취를 감추는 반면, 싱가포르의 쇼피(Shopee)와 라자다(Lazada)는 매년 14%대 성장세로 시장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이 가운데 신흥 강자로 급부상 중인 우리나라 이커머스 회사가 있다. 그 주인공은 2018년부터 ‘고미몰’을 운영하고 있는 고미코퍼레이션(이하 고미)이다. 고미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매출액은 같은 해 상반기 매출액 대비 52% 증가했으며, 2021년에도 동 기간 매출액과 비교하면 426% 상승했다. 2022년 매출액은 연초에 예상한 500억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고미는 간략하게 말해 한국 제품을 동남아 시장에 판매하는 이커머스 기업이다. 좀 더 자세히는 한국 기업과 해외 진출 계약을 맺고, 자체 개발한 온라인 마켓 플레이스인 ‘고미몰’에 입점시켜 현지 오픈마켓과 오프라인 유통망을 기반으로 성공적인 수출을 돕는 브리지 역할을 한다. 단순한 가교 역할에서 끝나지 않고 수출 과정에 꼭 필요한 수입 허가 등록, 공급망 관리(SCM), 마케팅, 풀필먼트, CS, 정산에 이르기까지 올인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고미의 차별점이다. 장건영 고미 대표는 “한국 브랜드는 동남아 진출을 시도하며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동남아 고객들은 가품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브랜드에도 고객에게도 가장 믿을 만한 파트너가 돼주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현재 고미는 600개 넘는 브랜드와 파트너 계약을 맺고 1만4000개가 넘는 제품을 유통하고 있다.

고미의 강점은 ‘젊음’, ‘에너지’, ‘빠른 속도’다. 1989년생, 1991년생인 젊은 두 대표가 이끄는 스타트업인 만큼 새로운 시도를 겁내지 않고 하루하루 바쁘게 사업을 확장 중이다. 베트남에서 시작한 고미는 현재 태국, 인도, 싱가포르에 법인을 마련했고, ‘Gomi Play’라는 키즈 콘텐트와 커머스를 연계하는 OTT 서비스부터 온오프라인 통합 결제 허브 구축 비즈니스인 ‘Gomi payments’, 석유, 친환경 제품 등을 영업점으로 유통하는 ‘Gomi energy delivery’, 한국 상품 검색엔진인 ‘Gomi search’까지 영역의 제한 없이 동시다발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엔 자본력까지 갖추었다. 고미의 잠재력을 알아본 투자자들로부터 총 187억원(시리즈B까지 완료)이 넘는 투자금을 유치했다. 에너지 넘치게 국경 없는 커머스 시대를 열고 있는 고미의 장건영 대표, 이상곤 대표를 만났다.

한국이 아닌 베트남에서 시작한 이유가 뭔가.

장건영(이하 장): 창업하기 전에는 베트남에서 주재원 생활을 했다. 당시 근무하던 회사는 게임,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는 상장사였는데, 회사 사정이 안 좋아져 어느 날 갑자기 상장폐지가 돼버렸다.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고 베트남에 남아 함께 일하던 베트남 직원들과 부동산 관련 사업을 시작했다. 그중엔 뷰티 전시회나 박람회에 참여하는 한국 브랜드의 부스를 잡아주는 일도 있었는데 행사가 끝나면 우리에게 재고를 주고 가는 경우가 많았다. ‘이게 될까?’라는 궁금증으로 간단하게 사이트 하나를 만들어 재고를 판매해봤다. 생각보다 잘 팔렸다. 커머스 사업의 묘미를 그때 처음 느꼈고, 베트남에서 한국 제품의 인기가 높다는 걸 몸소 체험했다. 베트남에서 잘 알고 지내던 이상곤 대표에게 한국 제품을 베트남에 판매하는 커머스 사업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이상곤(이하 이): 당시 증강현실 게임 스타트업을 운영 중이었다. 대학생 때 개발한 게임을 론칭하고, 투자까지 받은 상태였다. 그러다가 장 대표의 제안을 듣고 흥미를 느껴 고미를 공동 창업하게 됐다. 베트남은 한국 제품의 선호도와 니즈에 비해 공급량이 현저히 적은데, 그 이유는 한국 제품이 인허가를 받아 정상 통관으로 베트남에 들어오는 시스템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많은 기업의 수출이 대부분 미국과 중국에 치중돼 있었다. 베트남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수출 시장을 선점할 수 있겠다는 기회가 보였다.


베트남 커머스 시장은 덩치 큰 글로벌 커머스 기업이 이미 장악하고 있다. 후발 주자인 고미는 어떤 경쟁력을 내세웠나.

장: 고미는 한국 법인보다 베트남 법인을 먼저 설립했다. 그만큼 현지화가 잘돼 있다. 또 수입허가부터, 물류 풀필먼트, CS, 정산 등 해외 진출에 필요한 모든 업무를 올인원으로 해결해준다는 것도 장점이다. 창고도 3966㎡(1200평) 정도의 규모로 주요 도시인 하노이, 호치민 두 곳에서 직접 풀필먼트를 운영함으로써 현지에서 빠르게 배송할 수 있고, 물류 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 베트남 최초로 두 시간 배송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이: 쇼피, 티키, 라자다를 우리 경쟁사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경쟁자가 아니라 우리의 판매 채널이다. 고미는 해외 진출을 돕는 올인원 솔루션을 제공하기 때문에 모든 이커머스 플랫폼은 우리에게 마켓 플레이스이자 협력 업체인 셈이다. 또 고미는 오픈마켓이 아니라 브랜드사와 정식 계약을 맺고 입점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최근 이슈가 되는 가품 관련 문제도 원천 차단된다.

동남아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한국 회사의 페인포인트는.

이: 동남아는 아직도 신용카드보다 현금, 즉 COD(Cash on Delivery) 결제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다. 현금 결제 비율이 70%대다. COD는 배송 기사가 고객에게 직접 돈을 받은 후 배송 업체를 통해서 정산하는 프로세스인데, 현지에서 대응할 수 있는 인력이 없다면 COD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한국에서 많이 쓰는 역직구 형태의 해외 진출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은 판매 데이터를 확보하려고 자사몰을 확장하는 추세다.

이: 상품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데이터는 브랜드 입장에서 매우 중요하고 필요한 자료다. 우리는 이 데이터를 확보, 가공해서 기업에 제공하는 서비스를 일찌감치 준비했다. 간략히 소개하자면, 우선 ‘Gomi partner’는 기업들이 해외시장에 빠르게 진출하고 판매와 물류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운영할 수 있게 도와주는 SaaS 솔루션이다. 정보 관리, 수출입 인허가, 매출 리포트, 정산 시스템 등의 기능을 보유하고 있다. ‘Gomi insight’는 동남아시아의 마켓플레이스 데이터를 분석해 상품 소싱 및 등록, 마케팅, 운영에 관한 인사이트 도출에 도움을 주는 SaaS 솔루션이다. 키워드 검색량을 분석해 마켓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가격 흐름 등을 분석해 가격 전략 수립에 도움을 주는 솔루션이다.

장: 예를 들어 고미몰에 입점한 브랜드는 쇼피, 티키, 라자다 같은 제휴몰에도 동시에 입점되는데 어디에서 얼마나 팔렸는지 데이터가 궁금하지 않겠나. 이때 고미 파트너 센터에 로그인하면 각 판매 채널에서 어떤 제품이 어떤 가격에 얼마나 팔렸는지 모든 판매 데이터를 볼 수 있다. 국내에선 이커머스 기업들이 앞서 말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지만 베트남에는 이런 서비스가 아직 없다.

어려운 가운데, 투자를 받아 화제가 됐다.

장: 물건을 쉽게 확보하기 위해 이미 계약이 되어 있는 총판사와 계약을 하지 않고, 무조건 브랜드사와 직계약을 한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베트남 현지에서 잘 팔릴 만한 상품을 소싱한 것도 주효했다.

이: 우리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품을 선정한다. 베트남 고객들이 많이 검색하는 키워드 등을 추출해서 관련 카테고리, 제품을 소싱하는 것이다.

커머스 외에도 사업 영역이 다양하다.

이: 지난 1월 싱가포르에 ‘고미플레이’라는 합작법인(JV)을 설립했다. ‘고미플레이’는 키즈 콘텐트를 기반으로 교육·학습 콘텐트를 제공하고, OTT와 TV 채널에 유통하면서 캐릭터를 활용한 상품을 온오프라인으로 유통하는 비즈니스를 할 예정이다. 특이한 건 OTT와 커머스를 연계했다는 점인데, 넷플릭스에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예를 들어 뽀로로를 시청하면서 뽀로로 치약, 칫솔을 동시에 구매할 수 있는 구조다. 구매 과정은 고미몰로 연결돼 진행된다. 베트남에서는 연간 100만 명 가까운 신생아가 태어난다. 한국의 2.5배다. 교육열도 만만치 않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키즈 관련 산업이 유망하다고 판단했다. 유튜브나 다른 OTT의 경우엔 한국의 키즈 콘텐트에 자막만 넣어 제공되기에 글자를 모르는 아이들이 보기 어렵다. 이 점에 착안해 우리는 자체적으로 더빙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곧 출시할 예정이다.

장: 최근엔 영국의 국민크림 ‘E45’의 더마 브랜드와 아시아 최초로 독점계약을 맺었다. 이 브랜드는 지금까지 국내에 공식 유통되지 않았고, 맘카페와 입소문으로 해외 직구로만 유입되고 있었다. E45 브랜드 모회사는 한국 아모레퍼시픽 시가총액의 약 3배가 될 정도로 규모가 큰 글로벌기업이다. 본사와 이야기해보니,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를 타깃팅하고 싶어 했다. 우리는 아시아 뷰티의 중심국인 한국 회사라는 점과 동남아 유통시장까지 갖고 있다는 점을 피력해 계약을 따낼 수 있었다. 제품은 내달 출시 예정이다.

대부분의 사업이 외국에서 이뤄지는데 왜 본사는 한국에 있나.

이: 대부분의 투자를 한국에서 받았기 때문에 한국에서 의사결정을 해야 되는 일이 상당히 많다. 또 한국 제품을 소싱하는 입장에서 본사가 한국에 있는 게 더 유리하더라. 게다가 한국 기업들과 정산할 때 베트남 현지에서 외화로 진행하면 뱅킹 이슈나 환차 손익 등 관련 이슈가 생기기 마련이다. 파트너사와 신뢰를 쌓기 위해 모든 정산은 한국에서 한화로 진행한다.

앞으로의 목표는.

장: 콘텐트와 커머스가 결합된 새로운 소비 문화를 정착시키고 싶다. 또 지금은 한국 상품을 동남아에만 내보내고 있지만 앞으로는 더 많은 국가로 뻗어 나갈 텐데 그때 최고의 파트너로서 국경 없는 커머스 솔루션을 제공하고 싶다. 그 일환으로 올해 하반기부터 유럽 진출에도 박차를 가할 생각이다.

이: IT 기술을 기반으로 한 솔루션으로 10년 내 100개 국가까지 진출하는 게 목표이자 꿈이다.

- 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사진 최영재 기자

202304호 (2023.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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