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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영 야놀자클라우드 공동대표 

‘테크 올인’ 하는 야놀자 

신윤애 기자
2년 전 야놀자는 ‘글로벌 테크 기업’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기술력을 고도화해 글로벌 호스피탈리티 시장의 디지털전환을 선두에서 이끌겠단 야심 찬 계획이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야놀자는 클라우드,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기술 기업을 비롯해 R&D 인재를 대거 끌어들이며 기술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야놀자의 디지털 혁신을 위해 합류한 이준영 야놀자클라우드 공동대표. / 사진:야놀자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7월. 야놀자가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17억 달러(한화 1조940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는 소식을 발표했다. 여행업계가 팬데믹 직격탄을 맞아 경영난에 시달리던 시기에 전해진 다소 뜻밖의 경사였다.

사실 팬데믹 와중에도 야놀자의 기세는 꺾일 줄 몰랐다. 2020년 야놀자의 연결매출액은 2019년 대비 16.7% 증가한 2888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도 109억원을 내며 창사 이래 첫 흑자전환을 달성했다. 팬데믹 기간에 오히려 더 크게 성장한 것이다. 야놀자는 어디서 돌파구를 찾았을까. 어떤 전략이 주효했을까. 계속 성장할 수 있을까. 대문을 나서는 것조차 두렵고 어려운 팬데믹 상황에서 이뤄낸 야놀자의 성과에 많은 궁금증이 쏟아졌다.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야놀자의 성공을 견인한 일등 공신은 오랫동안 축적해온 ‘기술력’일 것이다. 2005년 온라인 세상에서 탄생한 야놀자는 자사의 강점인 IT 기술력을 끊임없이 보강하고 발전시켰다. 자체 기술력을 고도화하는 한편, 경쟁력 있는 신기술을 내재화하기 위해 15개가 넘는 기술 기반 업체를 인수합병(M&A)했다. 이 전략으로 단숨에 국내 1위 여행·숙박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소프트뱅크 역시 투자 배경을 ‘여행서비스를 혁신하는 야놀자의 기술력’이라고 밝히며 야놀자의 기술경쟁력과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야놀자가 기술력을 보강하며 사업 다각화를 시작한 건 2016년 무렵이다. 호텔 예약 서비스를 제공하는 ‘호텔 나우’를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2019년엔 업계 최초로 개발한 호텔 자동화 솔루션 ‘와이플럭스’와 셀프 체크인이 가능한 ‘와이플럭스 키오스크’를 출시했고, 같은 해 국내 1, 2위 PMS(Property Management System, 호텔 자산관리 시스템) 업체인 가람정보통신과 씨리얼, 세계 2위 PMS 업체인 이지테크노시스까지 잇따라 손에 넣으며 2017년에 시작한 PMS 플랫폼을 완성했다. PMS는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예약, 숙박, 회계 등 호텔 자산관리를 지원하는 서비스다. 지난해에는 PMS 사업부를 따로 떼어내 야놀자클라우드라는 자회사를 설립했다. 야놀자클라우드는 170여 개국에서 서비스되고 있는데, 규모와 경쟁력 면에서 미국 오라클에 이은 글로벌 PMS 2위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야놀자는 2021년 아예 ‘디지털 테크 기업’이 되겠다며 대변화를 선언했다. 이수진 총괄 대표는 ‘테크 올인’이라는 비전을 선포하며 “글로벌 테크 기업으로서 시장을 이끌기 위해 기업문화부터 일하는 방식까지 모두 바꾸겠다”고 말했다. 비전 발표 이후 인터파크와 데이블, 산하정보기술(호텔 자산관리 시스템)을 인수하며 덩치를 키웠고, R&D 인력 또한 대폭 늘렸다. 2021년 하반기에만 300명 넘는 R&D 인재를 추가 채용했다.

지난해에는 이준영 야놀자클라우드 공동대표를 영입(당시는 야놀자 엔지니어링 수석 부대표. 지난 4월 야놀자클라우드 공동대표로 변경)하며 기술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했다. 이 공동대표는 삼성전자와 야후코리아를 거쳐 구글 미국 본사에 입사한 한국인 최초의 엔지니어이다. 구글 미국 본사에서 20여 년간 근무했고, 구글 코리아 R&D센터 설립을 주도했다. 한마디로 한국에서 손꼽히는 베테랑 기술 인력이다. 그는 ‘기술경쟁력 강화’, ‘글로벌 확장’ 등의 임무를 받고 지난해 5월 야놀자에 합류했다.

“야놀자는 B2C 플랫폼을, 야놀자클라우드는 B2B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제 역할은 야놀자와 야놀자클라우드의 R&D 영역을 모두 아우르는 것입니다. 저는 기술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고 믿는 사람이에요. 야놀자가 가진 기술력은 여행객에게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여행업체에는 디지털전환을 돕는 조력자로 작용할 것입니다.”

지난 4월 10일 야놀자 본사에서 만난 이 부대표는 자신의 역할을 이렇게 설명했다. 더불어 그는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은 여행업계가 경영난을 해결하기 위해 디지털전환을 서두르는 분위기”라며 “그 과정에서 우리의 역할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 부대표의 합류 과정부터 이후의 디지털 혁신 여정을 더 들어봤다.

야놀자를 선택한 이유가 뭔가.

구글에서 20여 년간 근무하며 많은 걸 얻었다. 사고방식, 일하는 법, 커뮤니케이션 노하우, 협력의 중요성, 기술이 가진 힘 등. 중고등학생이나 사회 초년생에게 내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 10년 전 책을 쓰고 강연을 다녔다. 이후 10년이 흘렀고 이제는 한국에서 직접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기회를 찾는 과정에서 이수진 총괄대표, 김종윤 야놀자클라우드 공동대표와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나누며 큰 울림을 받았다. 구글과 닮은 점이 많다는 생각도 들었다. ‘야놀자를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회사로 만들고 싶다’라는 이 총괄대표의 말에서 구글 초창기의 모습을 봤고, 구글처럼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보유한 ‘데이터 회사’라는 느낌을 받았다. 또 글로벌 확장을 바라는 마음과 고민을 들으면서 야놀자가 필요로 하는 역할을 내가 해낼 수 있겠단 확신이 생겼다.

야놀자가 데이터 회사라는 생각은 여전히 유효한가.


▎이준영 야놀자클라우드 공동대표는 “야놀자는 B2C와 B2B 플랫폼을 모두 갖고 있는 업계 유일한 회사”라고 설명했다. / 사진:야놀자 제공
그렇다. 데이터가 정말 많다. 다만 데이터를 분류하고 분석해 운영을 지원하거나 서비스를 만들어내려면 아직 갈 길이 남았다. 호텔을 예로 들어보겠다. 일반적으로 어떤 객실에 누가 언제까지 투숙하는지 등의 정보가 데이터로 쌓일 거다. 하지만 이 데이터에서 그치면 안 된다. 투숙객 정보를 활용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준까지 나아가야 한다. 이상적인 그림은 투숙객이 프런트를 거치지 않고 모바일로 체크인, 입실할 수 있어야 하고 객실은 투숙객이 선호하는 온도, 조도 등 룸 컨디션을 완벽히 세팅해두어야 한다.

야놀자는 숙박, 항공, 액티비티를 모두 다루는 종합 여행 플랫폼이다. 데이터 활용 영역이 무궁무진하겠다.

그럼에도 온프레미스 솔루션을 사용하면 데이터는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투숙객과 관련된 방대한 데이터가 호텔 안에만 쌓이는 거다. 우리는 2016년부터 AWS와 협업해 데이터를 호텔 밖으로 꺼내 다른 서비스와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활용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고객이 예약하는 동시에 예약정보는 물론 예약자의 동반자, 성향, 질병 등 개인적인 데이터를 모두 수집하고 항공, 숙박, 액티비티 같은 서비스에 동시다발적으로 연동한다. 복잡하고 어려운 작업이다.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뜻인가.

파편화된 데이터가 많고 이를 취합하는 과정도 어렵다. 무엇보다 데이터의 구조나 관계, 즉 ‘스키마(schema)’가 모두 상이해 이를 분석하고 한곳에 모으려면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구글에서 일한 경험이 기술적 난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되는가.

구글에서 ‘서치(search)’팀에만 20년간 근무했다. 간단히 설명하면 검색 키워드를 넣고 엔터를 누르면 가장 정확한 정보가 한 페이지에 집약돼 보이도록 하는 작업이다. 단 한 페이지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전문가가 머리를 싸매고 매달린다. 현존하는 웹 페이지가 수억 개, 아니 그 이상인데 이용자가 가장 선호하는 내용, 가장 필요한 내용을 0.2초 안에 찾아줘야 하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에서 파운데이션이자 기술적인 난도가 가장 높다고 여겨진다. 이를 빙산의 일각에 빗대기도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90%가 빙산의 일각인 10%를 안정적으로 떠받들 듯 보이지 않는 데이터와 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또 구글에서 데이터를 구조화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했는데, 방대한 데이터를 모아 구조화하는 작업이었다. 이를테면 오바마 대통령을 중심으로 그 인물과 관련한 정보를 정리하고 배우자 등 주변 정보 데이터까지 찾아 관계를 만들고 엮는 작업이다. 데이터를 모으고 만드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여기서 밸류를 만들어내는 역량이 회사의 기술경쟁력을 좌우한다. 야놀자에서도 이런 관점으로 데이터에서 어떤 밸류를 찾아낼 수 있을지, 야놀자의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갈지 그려보고 있다.

여행업은 이미 디지털화가 많이 진행돼 있지 않나. 예약부터 결제까지 모두 온라인으로 가능하다.

B2C에서는 맞는 이야기지만 B2B로 넘어가면 완전히 다른 상황이다. 정말 놀라운 이야기지만 아직도 고객관리를 수기로 하는 호텔이 많다. 101호 손님이 언제 체크아웃을 할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보려면 직접 전화를 해봐야 한다. 그렇게 얻은 답변은 직접 공책에 적어둔다.(웃음) 이들을 위해 탄생한 서비스가 PMS다. 야놀자는 2019년부터 PMS 시장에 뛰어들었고, 해당 사업부를 떼어 지난해 야놀자클라우드를 설립해 B2B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 고객의 정보, 일정, 성향 등을 파악했다면 이를 객실, 서비스에 적용하는 단계로 연결해야 한다. PMS에는 객실 설비들과 연결하는 룸 매니지먼트 시스템, 공실을 판매 플랫폼에 노출하도록 연결하는 채널 매니저 서비스, 객실단가에 사업주의 의견을 반영하는 RM(revenue management, 수익관리) 시스템 등을 제공한다.

야놀자의 경쟁력은.

야놀자 플랫폼과 야놀자클라우드, 즉 B2C와 B2B를 모두 갖춘 회사라는 점이다. 두 분야를 모두 다루는 여행플랫폼은 전 세계에서 야놀자가 유일하다. 우리는 A부터 Z까지 데이터를 확보하고, 유기적인 흐름을 만들 수 있는 비옥한 토양을 갖추고 있다.

합류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무엇인가.

입사 첫 주에 타운홀미팅을 진행했다. 그 자리에서 ‘원 팀(one team)’이 되자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야놀자가 최근 수많은 회사를 인수합병해 덩치를 키웠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조직원들의 문화나 업무 방식이 서로 다를 거라 생각했다. 첫 6개월은 이 차이를 줄이기 위해 팀을 드라이브했다.

11개월이 지났다. 그간 어떤 변화가 있었나.

실제로 원팀이 돼 일하고 있다. 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보통 R&D팀은 외부 비즈니스를 하지 않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만 상황을 예측하기 마련이다. 현장 사정을 모두 알고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때 사업부서의 세일즈 조직과 긴밀하게 상호작용을 한다면 실제 고객들이 어떤 불편함을 겪고 있는지, 어떤 서비스를 원하는지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런 생각으로 R&D팀과 세일즈팀이 함께 미팅에 참석하고, 업무 과정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일을 시작했다. 사업부에서 주는 인풋이 곧 필드의 인풋이기 때문에 효율적인 방법으로 이슈를 해결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됐다.

기술부서가 직접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론 어렵지 않나.

우리의 모든 생각의 중심엔 ‘사용자’만 있어야 한다. 이윤을 내야 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때때로 매출과 고객만족 사이에서 고민할 수 있지만 절대 양보나 협상을 해선 안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서비스를 세상에 론칭하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론칭하는 순간, 비로소 출발점에 서는 것이다. 서비스를 개선하고 고객 만족도를 높여가는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해야 한다. 현재 야놀자에는 다방면에서 이런 마인드가 생겨나고 있다.

고객 만족. 결국 초개인화 서비스가 답일 텐데 지금의 기술들로는 한계가 있다.

AI 솔루션을 잘 활용해야 한다. AI는 스스로 학습하며 똑똑해지는 방식이라 한 사람이 A를 좋아한다고 하면 A와 관련된 쪽으로만 학습 내용이 쏠리는 경향이 있다. 요즘엔 로직을 추가해서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좋아하는 콘텐트, 상품까지 확장해서 보여주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한 사람을 완전히 파악하는 초개인화 서비스는 기술적으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글로벌 진출 상황은 어떤가.

야놀자클라우드는 이미 170개 국가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엔 아직 디지털화되지 않은, 즉 우리의 서비스가 필요한 업체가 많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내부적으로는 한국팀과 글로벌팀의 협업 관계를 구축하려고 한다. 넥스트 이노베이션으로 글로벌의 문을 두드리려면 시중에 나와 있는 서비스나 시스템으로는 부족하단 생각이다. 두 팀이 협심해 국내외 마켓과 이용자 특성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공유한 다음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적용하면 글로벌에서도 경쟁력 있는 혁신 상품이 탄생할 것이다.

엔데믹으로 여행업계 분위기가 살아났다. 야놀자의 미래는.

얼마 전 지인과 함께 호숫가 근처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는데 굳이 여행이 아니더라도 고객의 모든 여가가 우리의 사업 영역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아가 사람들이 여행, 레저, 여가를 온전히 즐길 수 있도록 과정의 불편함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면 좋겠다. 이수진 총괄대표의 말처럼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회사 말이다.

- 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

202305호 (2023.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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