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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와 바람이 만든 자연의 선물 파인비치 골프링크스 

카트, 캐디 없이 워킹골프 즐긴다 

김홍균 기자
전남 해남의 명품 시사이드(Seaside) 링크스 코스는 국내 10대 골프코스로 손꼽힌다. 지난 7월부터 AI로봇 워킹골프를 도입해 “자연을 흠뻑 느끼고 한 타 한 타 플레이에 집중하기 좋다”는 평이 나온다. 티오프 간격도 10분으로 길어 대자연 속에서 동반자들과 교류를 즐길 수 있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파인비치의 시그너처 홀인 비치코스 6번 파3홀. 티잉그라운드에서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바다를 가로질러 티샷을 해야 한다. / 사진:파인비치
골퍼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꼭 플레이하고 싶어 버킷 리스트에 올려놓았을 법한 파인비치 골프링크스(대표 허명호). 땅끝마을인 전남 해남에 자리한 이 골프장은 ‘한국의 페블비치’로 불릴 만큼 풍광이 아름답다. 전통적인 스코틀랜드의 황량한 링크스 코스를 떠올리면 안 된다.

코스를 끼고 있는 기암절벽이 아름다운 리아스식해안과 바다 위에 보석처럼 빛나는 다도해 섬들이 낙조와 어우러진 모습은 어느 홀에서 봐도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답다. 올해로 개장 13년째를 맞은 이 골프장은 미국 골프 매체인 골프매거진이 선정한 ‘아시아 퍼시픽 100대 코스’(2023년 5월)와 ‘대한민국 10대 코스’(2019, 2020년)에도 이름을 올렸다.

온전히 골프 즐길 워킹골프 도입


▎클럽하우스에서 내려다본 비치코스 9번 홀 그린과 파인비치의 다도해 풍경. 저녁때는 그림 같은 석양이 눈앞에 펼쳐진다. / 사진:파인비치
바람이 깎아놓은 듯한 구릉 지형과 솔숲, 대숲이 어우러진 파인코스, 파도가 빚은 해안의 기암괴석과 푸른바다, 올망졸망한 섬들이 내려다보이는 비치코스, 이국적인 경관이 눈을 즐겁게 하는 오시아노코스 등 27홀로 조성됐다. 파인비치는 남도 특유의 맛을 살린 음식 메뉴와 42개 객실을 갖춘 럭셔리한 골프호텔 등 특별한 서비스 말고도 최근 새로운 골프 서비스를 도입했다.

파인비치는 올 들어 페어웨이 잔디를 캔터키블루 그라스에서 벤트그라스로 교체하는 작업을 시작해 이미 80% 넘게 작업이 진행됐으며 내년까지 100% 작업이 완료돼 명품 골프장의 품격을 더하게 된다.

빼어난 자연 속에서 골퍼들이 온전히 플레이에 몰입할 수 있도록 워킹골프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워킹골프는 캐디가 운전하는 전동카트 대신에 골퍼가 직접 골프백을 매거나 수동카트(트롤리)를 이용해 골프백을 가지고 다니며 플레이하는 스타일로,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일반적이다. 파인비치는 국내 명품 골프장 가운데는 처음으로 개인용 트롤리 혹은 클럽 내 비치된 1인 수동카트를 대여해 골퍼들이 워킹골프를 할 수 있게 했다.


▎파인비치 골프링크스는 클럽하우스에 딸린 42실의 최고급 골프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 사진:파인비치
특히 지난 7월부터는 골퍼의 셀프 플레이를 도와주는 AI로봇 트롤리를 도입, 워킹골프의 즐거움을 극대화해 캐디 없이 라운드를 즐기는 골퍼가 점점 늘고 있다. 워킹골프는 비교적 야트막한 구릉지와 리아스식해안이 이어지는 파인비치 18홀 코스 내내 로봇트롤리와 함께 플레이를 하면서 페어웨이뿐만 아니라 홀과 홀 사이에 펼쳐진 그림 같은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자연이 스스로 설계한 코스”


▎기암절벽 해안과 구릉지에 조성된 파인비치 링크스코스에서는 해안의 절경과 함께 아름다운 소나무와 대나무 숲을 만날 수 있다. / 사진:파인비치
파인비치는 바다와 직접 접한 링크스 코스로서 차별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인공적 요소를 최소화한 설계가 돋보인다. 해안 접안형의 비치코스와 구릉 지형인 파인코스의 조경 요소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품격 있는 프라이빗 코스를 완성했다. 파인비치는 제주도의 클럽나인브릿지와 포천아도니스 등을 설계한 국제적인 코스 설계가 게리 로저 베어드의 레이아웃과 조형 설계를 맡은 데이비드 데일의 섬세한 손길로 완성됐다. 데이비드 데일은 “파인비치는 자연이 디자인한 걸작”이라는 평을 남겼다. 전통적인 스타일을 추구하는 게리 로저 베어드의 골프코스는 자연미를 최대한 살리는 설계로 다양한 페어웨이 곡선을 지향하고 빠른 그린 스피드를 특징으로 한다.

자연이 스스로 디자인한 파인비치의 코스는 아름다운 리아스식해안의 굴곡과 부서지는 파도, 검은 해암, 바닷바람 등 천혜의 하모니를 이룬 자연 요소와 이를 극대화한 조형 요소로 완성됐다고 볼 수 있다.

파인비치의 코스는 편안한 플레이와 과감한 공략을 동시에 요구한다. 도전적인 샷에는 보상을 주기도 하지만 실패에 대한 절망도 안긴다.

파인코스는 1번에서 6번까지 얕은 구릉지에 짧고 긴 페어웨이가 이어진다. 얼핏 쉬워 보이지만 페어웨이와 그린을 끼고 큰 호수와 벙커가 많아 그린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한 홀 한 홀 공략하다 보면 7번 홀부터 왼쪽으로 해안 풍광이 펼쳐지는 링크스 코스가 나타난다.

8번 홀(파3·사진 4)은 가파른 내리막 경사가 있는 파3홀로, 멀리 햇빛을 받은 물비늘과 다도해 섬들이 그린을 안고 있다. 바다가 일렁이는 날이면 마치 그린이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며, 낙조에 휩싸이는 시간대에는 티샷을 하면서도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바람이 깎고 파도가 빚은 자연적인 코스


▎파인비치는 골퍼들이 골프 본연의 플레이를 즐길 수 있도록 AI로봇 트롤리를 대여해주는 워킹골프를 도입했다. / 사진:파인비치
비치코스는 6개 홀이 바다에 둘러싸여 있다. 백미는 파3 6번 홀(사진 1)로 파인비치의 시그니처 홀이다. 바다를 향해 내달려 3면이 바다에 둘러싸인 페닌슐라 홀로 해안 절벽과 바다를 가로질러 티샷을 날려야 한다. 한국의 골프장을 통틀어 가장 드라마틱한 홀이라고 할 만하다. 2017년과 2019년 골프매거진이 선정한 한국의 가장 아름다운 파3홀이다. 티잉그라운드에서 그린까지 거리가 162~200m로 꽤 긴 홀이라 아무리 정교한 샷이라도 바다에서 부는 바람이 골퍼에게 그린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비치코스 7번 홀은 티박스에서 그린까지 우측 해안 절벽을 끼고 도는 도그렉 파4홀로, 핸디캡 1번 홀이다. 파인비치의 최고 절경을 자랑하는 홀로, 여기서도 해안 절벽을 대각선으로 가로질러 티샷을 하게 된다. 티박스에서 장쾌하게 날리는 드라이브샷이 골퍼에 따라 도전에 걸맞은 쾌감과 절망을 선사한다. 슬라이스가 나면 어김없이 공이 절벽 아래로 떨어지기 십상이다.

파인코스에서 오후에 티오프해 비치코스 9번 홀을 마무리할 즈음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면 파인비치 클럽하우스 앞바다는 낙조로 물든다. 붉게 타오르는 수평선을 등지고 클럽하우스로 향하다 보면 파도 소리와 어우러지는 색소폰 연주를 들을 수 있다.

[박사기사] 허명호 파인비치 골프링크스 대표 - “글로벌 톱100 골프장 만들고 싶어”


허명호(52) 대표는 2019년 부임 이래 파인비치의 명품화에 힘써 왔다. 경기인 출신으로 오크밸리CC, 해비치CC 등을 거쳐 27년째 골프계에 몸담아왔다. 부친이 골프 1세대인 허재현 프로이고, 동생이 잘 알려진 허석호 프로다.

2019년부터 파인비치를 이끌어온 그는 “바다와 함께하는 9개 홀은 세계 어딜 가도 보기 힘든 풍경”이라며 “파인비치에서 시간마다, 날마다, 계절마다 새로운 모습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허 대표는 파인비치가 풍광이 아름다운 골프장을 넘어서 하이엔드 골프장으로 자리매김하도록 노력한다. 지난 3월 클럽하우스에 딸린 골프호텔 42개 객실을 리노베이션했고, 남도의 맛을 살린 음식메뉴를 개발하는 등 호텔과 식당, 라운지바 등 서비스와 코스의 품질을 향상하는 데 정성을 쏟아왔다. 7월부터 도입한 AI로봇 워킹골프도 그 일환이다.

허 대표는 “파인비치를 한 번도 오지 않은 골퍼는 있어도 한 번만 온 골퍼는 없다”며 “멀지만 꼭 다시 찾고 싶은 골프장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파인비치의 명성에 걸맞게 “골프의 본질적인 가치를 충족할 수 있는 라운드를 제공하는 골프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 김홍균 기자 kim.honggyoon@joongang.co.kr

202309호 (2023.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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