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에 창업한 어밸브는 AI 기반 스마트 농업 솔루션으로 기후변화에서 이어진 식량안보를 해결하는 스타트업이다. AI 스마트팜 솔루션 구축, 중소농 대상 하이테크와 지속가능한 농업기술 교육, 고용 등으로 소득격차 해결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봉진선 어밸브 COO는 “해외에 스마트팜을 수출하려면 해외 모델을 따라가기 보다는 현지에서 기를 수 없는 품목을 기를 것”을 조언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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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회사를 소개한다면.어밸브는 스마트팜에 AI를 접목해 작물별 최적화된 생육을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이하 AIGRI System)을 개발·판매하는 스타트업이다. 우리는 스마트팜에 카메라와 각종 환경 센서를 장착해 잎, 줄기, 꽃, 열매 등 작물 이미지와 주요 환경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생육 데이터로 전환·수집·분석·추천하는 기술력을 갖고 있다. 스마트팜 사업을 시작하려는 이들을 대상으로 스마트팜 통합 수주 플랫폼인 ‘팜스테이션(Farm Station)’을 운영 중이다.
CTS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이 사업을 준비하면서 베트남 중소농들의 소득격차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인지하게 됐다. 베트남 중소농은 비교적 높은 평균연령과 낮은 교육 수준, 부족한 자본 등으로 하이테크 농업 도입 비중이 낮다. 농업기술 도입과 활용 역량의 격차가 컸고 고부가가치 작물을 재배할 수 없는 상황이다. 2022년 코이카 CTS SEED 0단계에 참여해 어밸브 기술력이 베트남 농업 실정에 적용 가능할지 시장성을 판단했다. 이를 바탕으로 전통산업인 농업과 미래 기술을 연결해 농업의 혁신화에 기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어밸브만의 특화된 기술력은.우선 AIGRI System은 이미지나 환경 데이터 등 다양한 센서 모듈을 활용하여 AI가 학습할 수 있는 표준화된 작물 생육 데이터를 수집한다. 수집한 작물 데이터는 당사가 자체 개발한 클라우드 기반 통합 플랫폼 시스템에서 분석하고 AI가 학습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작물 재배 가이드라인을 생성해 대시보드 플랫폼에서 사용자에게 제공한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농업 경험이 부족한 초보자도 현재 처한 환경에서 쉽게 재배할 수 있는 가이드를 전달받을 수 있어, 고부가가치 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 어밸브의 AI 기반 스마트팜 솔루션은 베트남뿐 아니라 타 개발도상국에 복제해 적용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특히 식량안보, 양질의 일자리 제공, 지속가능한 농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췄다.
애로 사항은 없었는지.이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선 작물 이미지 데이터 수집이 가장 중요하다. 초창기에는 작물의 종도 다양하고, 매일 자라는 작품의 데이터양을 수집하기 어려웠다. 같은 환경에서 작물을 재배해도 다르게 자라기 때문에 어느 부분을 찍어야 할지, 어떤 데이터를 모아야 할지 등을 판단하는 데 4년이란 시간이 소요됐다.작물별로 최적의 환경 값을 추천하려면 농업 전문가가 여러 번 시뮬레이션을 거친 후 생육해보고 이후 이것을 AI에게 학습을 시킨다. 지역마다 작물별 우수 농가나 농업기술센터를 찾아다니며 많은 조언을 얻었다. 농업 경영자들이 실제 느끼는 불편함을 우리 시스템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여러 번 테스트하고 피드백을 받고 있다. 현재도 이에 대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CTS 프로그램에 참여해 진행한 사업은.2022년 코이카 CTS SEED 0단계를 거치며 베트남에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시장성을 판단했다. 열악한 베트남 농업 환경에 ‘어밸브 솔루션을 이용하면 제대로 농업교육을 받지 못한 중소농도 고부가가치 작물을 기를 수 있다’는 목표로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실제 2022년 KOICA CTS SEED 0단계를 시작으로 해외 진출 가능성에 대한 가시적 성과를 엿볼 수 있었다. 이후 CTS SEED 1단계에서 베트남에서 한국산 새싹삼을 재배할 수 있는 스마트팜을 구축해 베트남 중소농들이 직접 고부가가치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먼저 베트남 빈푹성 하이테크파크 단지 내 새싹삼 스마트팜 솔루션을 설계·구축했다. 베트남 정부 산하기관인 국립비료검증원에서 부지 제공과 스마트팜 시설 운영을 담당했으며, 베트남 중소농이 하이테크파크에 고용돼 새싹삼 실증 재배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SDGs2. 지속가능한 농업 증진’, ‘SDGs8. 양질의 일자리 증진으로 소득격차 해결’이란 성과를 거둬, 개인적으로는 2023년 6월 대통령 베트남 방문 시 경제사절단에 참여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같은 달 정황근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새싹삼 스마트팜 농장에 방문하여 격려해주기도 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CTS SEED 2단계 사업에 합격할 수 있었다. 이 단계에서는 베트남 현지에 딸기 스마트팜을 조성해 한국산 딸기를 재배하고자 한다.
이 사업으로 어떤 효과를 달성했나.이 사업으로 협동조합 소속 현지 중소농 154명을 고용했으며, 간접 수혜자는 1078명으로 추산된다. 생산된 새싹삼을 판매해 발생한 수익을 재배에 참여한 중소농에게 지급했다. 1인당 약 32.4달러의 추가 소득을 창출했고 이는 중소농 평균 소득의 10% 이상에 해당한다.
해외시장 진출에 도움이 됐나.CTS에 참여해 베트남에 한국 스마트팜의 기술력을 알릴 수 있었을 뿐 아니라, 베트남 정부 기관이나 유망한 기업과 협업을 진행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CTS 프로그램을 계기로, 올해 베트남 기관·기업 4곳과 총 350만 달러 규모의 수출 MOU를 맺었다. 이 외에도 코이카 CTS 참여 기업으로서 성공적인 ODA 성과를 인정받아 국제협의체인 P4G로부터 코이카 CTS와 유사한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사업 파트너 협약을 체결하는 등 베트남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입지를 다졌다. 2023년 농림축산식품부 수출유공 표창과 대한민국 최초로 APEC로부터 BCG 기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기업 입장에서 이 사업의 가장 좋은 효과는.기후변화와 식량안보의 대응책으로 스마트팜 산업이 부상하고 있지만, 국내 스마트팜 도입률은 1% 수준에 불과하다. 국내 스마트팜 도입률을 높이고자 뛰고 있지만, 결국 수익을 내려면 해외 진출을 도모해야 한다. 해외에 스마트팜을 수출하려면 이미 기술력을 갖춘 해외 모델을 따라가려고 하기보다는 현지에서 기를 수 없는 인기 품목, 예를 들어 한국산 딸기, 새싹삼 같은 작물에 집중해야 한다. 이것이 해당 국가에서 한국 스마트팜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길이다. 작년 베트남에 새싹삼 스마트팜, 태국의 의료용 대마(HEMP) 스마트팜 등을 수출할 수 있었고, 이제 조금씩 결실을 맺고 있다. 내년부터 어밸브 스마트팜 수출의 비중이 늘어나 큰 수익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여경미 기자 yeo.kyeongmi@joongang.co.kr _ 사진 최기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