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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ICA CREATIVE TECHNOLOGY SOLUTION] 신민용 바딧 대표 

미세한 행동 감지로 케냐 소의 생명을 구하다 

여경미 기자
소의 미세한 움직임으로 행동을 구분하는 기술이 케냐 농축산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바딧은 소의 전조 증상을 포함한 행동 분석 솔루션 파머스핸즈(Farmer’s Hands)로 케냐의 소 폐사율을 32.6%에서 0.6%까지 낮췄다.

▎신민용 바딧 대표는 행동 분석 솔루션 파머스핸즈 통해 소 폐사율을 낮춰 주목받고 있다.
간단히 회사 소개를 한다면.

회사 이름인 바딧(Bodit)은 ‘몸을 위한 기술(Body Technologies / Technologies for Body)’의 줄임말이다. 우리 회사는 미세하고 정밀한 움직임의 신호를 분석해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다. 몸(Body)의 범위를 사람으로 한정 짓기보다는 동물, 로봇, 차량, 건물, 제조 기계 등 넓은 의미로 확장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몸이든지 하드웨어 센서부터 분석 솔루션 제공까지 가능해, 이 기술이 다양한 산업군에서 독보적인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 창업했다. 서울산업진흥원(SBA) 예비 창업자 양성 과정에서 우수한 성적을 얻어 받은 지원금은 창업하는 데 디딤돌이 됐다.

동물 웨어러블 기술 개발에 참여하게 된 이유는.

사업 초기부터 동물 웨어러블 기술 개발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 2019년 축산 행동학을 연구하는 아태반추동물연구소(APRI) 소속 김성진 소장과 김나연 박사가 찾아와, 전 세계에서 개체별 행동을 디테일하게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솔루션이 없다며 함께 개발하자고 제안했다. 이것이 사람의 미세한 움직임, 심전도 등을 분석하던 우리 회사가 소의 미세한 움직임을 연구하는 계기가 됐다.

소의 움직임을 파악해야 하는 이유는.

소는 예부터 농업의 근간이었다. 여전히 농업 시장에서 소를 빼놓고 말할 수 없다. 파머스핸즈는 목걸이형 센서를 소의 목에 걸어 행동 패턴을 감지하는 기술이다. 보통 소는 아프기 전, 전조 증상을 보인다. 가령 송아지는 설사하기 전에 먹는 양이 확연히 줄어든다. 파머스핸즈는 젖 먹이기 행동이나 되새김질 등 소의 증상을 미리 감지해 질병 감염 여부를 판단한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농가에서는 소가 설사하거나 콧물을 흘려야만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인지한다. 질병에 걸린 후 3~4일이 지나야 비로소 증상을 발견하는 셈이다. 소는 무리로 지내는 가축이기 때문에, 질병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하면 높은 폐사율로 이어진다.

지금까지 소 행동 패턴 분석과 관련한 연구가 얼마나 진행됐나.

소 256마리를 대상으로 약 5100만 건에 이르는 행동을 분석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정확도 높은 미세 움직임 분석 모델을 설계할 수 있었다. 이를 한국 축산에 적용해 평균 13.2%였던 폐사율을 1% 미만까지 떨어트리는 성과를 얻었다. 현재는 3500마리가 넘는 개체에 적용되며 약 650만 시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더욱 고도화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현재 파머스핸즈는 앞뒤 좌우 움직임을 보여주는 가속도와 각속도를 측정해 소의 행동·움직임에 따른 미세한 차이를 구분한다. 여기에는 어미 젖은 얼마나 먹는지, 앉아 있는지, 서 있는지, 되새김질이나 기침 횟수 등도 포함된다. 심지어 먹은 풀의 길이도 구별할 수 있다.

CTS 프로그램은 어떻게 참여했나.

2022년 중순 월드뱅크(World Bank)에서 한국에 기술 투어를 온 적이 있다. 당시 월드뱅크 담당자는 우리 회사가 아프리카 축산 시장에 관심을 가지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아프리카 축산 시장을 리서치하던 중 축산을 가장 크게 하는 케냐의 소의 사육두수는 2000만 마리로, 우리나라 350만 마리에 비해 몇 배나 큰 규모임을 확인했다. 한국에서 소 폐사율을 13.2%에서 1% 미만으로 낮췄듯이 케냐에서도 폐사율을 낮추면 농가에서 큰 효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생각되어 CTS SEED1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선정 후 케냐에서 13개 농가의 약 200마리 소의 행동 패턴을 분석하여 알림을 제공해 평균 32.6%였던 소 폐사율을 0.6%까지 낮추는 성과를 냈다. 우리의 기대치는 8% 이하였는데,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이를 계기로 현재 케냐에 있는 국제축산연구소(International Livestock Research Institute, ILRI)와 협업해 지구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한 유전자 개량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중요성은.

기업이 기술을 바탕으로 영리를 추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1만 년 넘는 시간 동안 인류 생존에 도움을 준 동물의 복지에 힘쓰는 것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것은 단순히 소를 위한 것이 아니라 농부의 삶과 축산 유통을 건강하게 만드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때론 기업의 이윤추구와 사회적 활동을 모두 추구하려는 데서 괴리감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적정한 기술로 개발도상국에 적용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구상하면 단순한 지원만으로 해결할 수 없었던 난제들을 풀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또 현지에서 믿을 수 있는 스마트한 파트너를 만나면 해당 문화권에 대한 이해부터 신뢰하는 관계까지 이어갈 수 있다. 우리 회사는 코이카 CTS 덕분에 해외 진출이 순조로웠다. 케냐 주정부와 협업 논의는 물론이고, USAID, 케냐 중앙정부(ICT부) 차관급 면담 등을 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조달 사업 수요까지 확보한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성과라고 생각한다. 특히 CES나 AVPN 행사에 CTS 파트너로 참여하면서 확보한 네트워크가 직접적인 성과를 창출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자랑할 만한 성과가 있다면.

최근 열린 2024 스마트 축산 AI 경진대회에서 농림부장관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투자 라운드까지 마무리했다. 또 현지 미디어와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으니 그동안 기울였던 노력을 인정받는 것 같다.

현재 수익 창출 현황은.

국내에서는 판매 모델이 있어 이를 기반으로 수익 창출이 이뤄진다. 최근 미국에서 받은 투자를 기반으로 해외축산 선진국에 PoC(Proof of Concept)를 통한 글로벌 진출 기회를 꾸준히 만들어내고 있다. 많은 수익은 아니지만 2022년 첫해 3억원, 2023년 7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성장세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올해는 약10억원의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기후변화, 환경문제 등을 고려하여 지속가능한 축산 산업을 이끌어갈 기술을 개발하고자 한다. 우리 회사를 주축으로 한 솔루션이 국내를 넘어 뉴질랜드, 호주, 유럽 등 동물복지가 뛰어난 국가들에서 새로운 기준이 되길 기대한다.

- 여경미 기자 yeo.kyeongmi@joongang.co.kr _ 사진 최기웅 기자

202412호 (2024.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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